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0호 | 200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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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IMF-IBRD"에 드리워진 또다른 위기의 그림자

김대중의 사회통합적 개혁 이데올로기의 본질과 현정세

편집부
2000년 7월 14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였다. 97년 외환위기때 설치됐던 세계은행(IBRD) 서울사무소가 마침내 2년3개월만에 철수한 것이다. 재경부는 세계은행과 차관협약에 따른 정책협의가 사실상 끝나고 추가자금을 지원받을 필요성이 없어져 세계은행 서울사무소가 이날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IMF는 한국정부와의 마지막 정책협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제 IMF의 남은 일정은 금번 협의결과를 8월23일(잠정) IMF 이사회에 상정하여 심의·통과시키고, 오는 2000년 12월3일부로 다가온 대기성차관협약 만료일까지 그 이행을 지켜보는 일뿐이다. 어찌보면 이는 IMF 신탁통치 종결의 서막과도 같은 행사였다.
그러나 누구도 이날 샴페인잔을 들지 않았다. 다만 "구조조정(개혁)만이 살길이다"는 IMF-IBRD의 협박과 김대중정부의 되뇌임만이 메아리쳤을 뿐이다. 97년, 막대한 차관을 짊어지고 나타난 IMF-IBRD와 김대중 정부가 주고받은 첫마디 역시 "개혁만이 살길이다"는 말이였다. 개혁의 부재로 발생했다던 위기와 그 위기를 치유한다던 개혁은 이제 다시 서로가 서로를 맞바꾸어 휘돌리는 뫼비우스의 새로운 순환을 개시한 것이다. 이것은 또한 IMF-IBRD의 직접적인 관리없이도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종속적이고 위기적인 경제시스템이 이미 작동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토록 바라마지않았던 "GOOD BYE IMF-IBRD"라는 기분좋은 외침을 뒤로하고 오히려 그들이 남겨놓은 또다른 공포와 위기의 그림자, 제2의 외환위기 발생가능성에 맞서야하는 우리의 안타까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진정 이땅을 떠났는(날것인)가, 또 그들이 남겨놓은 것은 무엇인가

IMF-IBRD의 강제를 대신할 김대중의 사회통합적 개혁-컨센서스

IMF-정부간의 마지막 정책협의안은 7월14일에 공식발표되었지만, 사실 실제 협의는 지난 6월1일부터 진행되어 14일에 이미 완료되었었다. 그리고 그 협의안 내용의 대부분은 6월23일 발표된 재경부 작성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고스란이 담겨있다.(사회화와 노동 47호 참조) 다만 금융노련 파업이 정부의 의지대로 정리된 이후에 발표된 IMF최종 합의문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시기(9월)나 구체적인 정부의 은행지분 매각-사유화 일정을 추가로 담고 있을뿐이다.(물론 그렇기 때문에 역으로 금융노련과의 노·정협상에서 정부는 그만큼 물러설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협의를 끝으로 IMF와의 정책협의는 더 이상 없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와 김대중이 계획해낸 2차 구조개혁의 일정은 2000년 12월 이후 최소 1,2년간에 걸쳐있다는 점이다. 즉 김대중의 2차개혁은 당장의 국난극복이라는 절대명분과 개혁 조건부 차관의 쓰임새를 직접 지시·감독하던 IMF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 본격적인 절반을 맞이해야하며, 동시에 그 시기는 의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나라당의 강력한 보수주의적 견제하의 집권후반기라는 고민을 안고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차 개혁을 추진해가야할 김대중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회를 거치지않고 그 스스로 동원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사회통합적 개혁-콘센서스(합의)이다. 그것은 때로는 시장의 힘일 수도 있고 때로는 신자유주의적 NGO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핵심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합의에 기반한 김대중의(자신의) 포퓰리즘적(민중주의적) 지도력이다. 당연히 이같은 형태의 지배전략은 독재적일 수밖에 없고, 선별된 폭력(과 배제)을 동반한다. "~만이 살길"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개혁통치는 바꾸어말하면 "~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이후 오늘에까지 IMF/IBRD는 대한민국의 생사여탈권을 소유한 공포의 통치자였고 이제 곧 그들은 떠나겠지만 그들이 계획하고 강제해놓은 신자유주의적 개혁 시스템은 또다른 형태의 폭력과 공포를 남겨놓았다.

다시 터져나오는 제2의 외환위기설과 그 본질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폭력적 개혁통치가 단지 근거없는 허위의식에만 기반해 있지는 않다. 실제로 우리경제의 현실은 언제 터질지모르는 지뢰밭사이를 헤메이는 꼴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둔화되고 있고, 고원유가와 종금사 위기로부터 비롯된 기업의 자금난은 10월, 12월 대란설을 낳고 있다. 최근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폭락과 미-일경제의 예측치못한 변동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일시적인 유출을 불러올 수 있고, 그것은 곧 환율폭락에따른 환율차익을 노린 국내자금의 대탈출로 이어짐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비화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더욱이 올상반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순유입액은 이미 96억3000만 달러를 넘어 지난해 순유입액 52억 달러를 두배 가까이 넘어섰으며,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5월말 현재 468억달러로 불어나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2년2개월 만에 최고치인 33.1%로 치솟았다. 최근 이같은 현실에 대해 (민간기구도 아닌 국책연구소인) 국제금융센터는 6월말 현재 902억달러인 외환보유고만으로는 ‘단기차입금 일시 상환→외국인 주식자금 유출→환율폭락+환율차익을 노린 국내 자본의 해외도피 러시(2차 외환시장개방에 따라)→외환 지급 불능’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했다. 이 논리는 97년 위기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주식 중 20%를 한꺼번에 팔아치워 국내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원화가치 급락)을 촉발했던 전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같은 현실적인 위기재발가능성을 애써 부인하면서 동남아시아와 우리경제 펀더멘털의 차이점이나 상대적인 정치적 안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김대중의 경제위기극복 이데올로기가 작동되는 지점은 실제하지않는 제2 환란의 위험성을 조작하는데 있기보다는 바로 이처럼 실재하는 환란재발의 위험성을 절대화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그것의 유일한 극복대안으로 조작해내는 지점에서 작동된다.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위한 더욱더 강도높은 금융개혁과 더 완전한 투자·무역자유화, 외환보유고의 추가 정립, 외부충격을 견뎌내기위한 자본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기업지배·금융시스템의 선진화...등등, 그러나 경제초강대국인 독일보다도 많은 세계5위의 외화보유고(902억달러)를 가지고도 모자라 더많은 외환보유고가 없이는 위태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않는 상황으로서, 이같은 현실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유일대안론이 실은 위기의 유일원인일뿐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웅변한다. 우리는 이처럼 엄혹한 현실의 위험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것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것이 변모한 우리 경제시스템의 본성으로부터 발생된다는 점과 그같은 변화를 몰고온 주범이 지난 2년여간에 걸친 금융·기업·공공개혁임을 또한 그같은 개혁의 결말은 또다른 위기와 파국일뿐임을 보다 분명하고 끈질지게 확인해야 할 것이다. 안팎으로 개방되고 자유화된 금융시스템이 이같은 고도의 불안정성과 외부공격에 대한 극도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마땅히 대안은 계속되는 위기를 양산할뿐인 더 이상의 구조개혁이 아니라 경제주권-생존권 사수를 통한 구조개혁의 저지와 국내적 자본퉁제 시스템의 구축, 민중적 통제체제에서 찿을 수밖에 없다.
지난 7월13일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리(FRB)의장은 조만간 세계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은 이에 대비해 금융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의 경고는 최근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폭락에서 바트화 폭락으로 이어지고있는 제2의 동남아 환란과 일본 경기 회복에 따른 제로금리 철회 가능성이 미국 경제 연착륙에 미칠 악영향등 상당히 객관적인 현실에 근거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앨런 그리스펀의 경고와 제안은 곧 실제하는 위기를 단순히 반영하는데에서 그치지않고 새로운 실제상황, 즉 유일대안으로서의 금융개혁과 그에 발맞추지못한 따르지않는 경제에대한 가혹한 공격과 파탄으로 실현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개혁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합의로부터 얻어지는 쉽지만 짧은 평온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 개혁-콘센서스로부터의 단호한 이탈과 저항을 통한 어렵지만 근본적인 위기의 종식인가에 우리는 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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