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6호 | 200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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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의 '매각'정권에 맞서 공공성과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내기위한 역사적 투쟁을 개시하자 !

편집부
최근 공기업 민영화, 정확히 표현해 사영화 정책이 강한 속도로 재추진되고 있다. 사실 2000년으로 예정되었던 주요 공기업의 사영화는 해외 DR(주식예탁증서)의 가격 하락, 국내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가격 침체, 그리고 사영화에 대한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저항과 대국민적 반감 등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6.14, 8.15로 이어지는 정세적 자신감에 힘입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완결이라는 국내외 자본의 압력에 밀려 하반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비롯한 4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이다. 우리는 지금 전력, 통신, 철도 등 주요 공기업의 사영화, 자동차 산업 등 국가기간산업의 해외매각, 은행 및 금융기관의 사영화까지 맞물려 사상초유의 매각정권과 마주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생존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공공성'조차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국민의 기본권인 '국가주권'마저 팔려나갈 처지로 내몰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한전에서 6개 발전자회사를 분리하여 원자력 발전사를 제외한 5곳을 민영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9년 전력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국회통과를 저지시켜낸 바 있는 '전력산업구조조정특별법'을, 대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올 정기국회에서 다시 통과시키고자 의도하고 있다. 또한 이 사기업화를 원할하게 하기 위해 발전자회사가 안게 되는 기존 부채, 즉 해외차입금을 자회사에 배분하지 않고 한전에 그대로 남겨 자회사 매각 대금으로 갚아나가거나 정부나 국책은행이 지급보증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연말까지 해외에 15% 매각, 국내에 14%를 매각하고, 나머지 33%는 2002년 상반기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한국통신은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외국인 보유지분 제한 규정이 외자유치와 매각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여, 전기통신사업법을 올 국회에서 개정하여 외국인 보유지분 한도를 49%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세계화를 외치는 정부가 아이러니하게도 통신사업의 통합추세라는 세계화 경향을 거스르며, 분할에 따르는 1조5천억원의 비용을 거뜬히 부담하겠다고 호언하며, 한국통신 분할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자산가치 23조원이 넘는 한국통신은 2002년이 되면 국내외 자본의 이윤논리에 독식당하게 될 것이다.
철도의 경우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의 건설부문을 통합해 철도건설공단(가칭)을 만들고, 철도청의 여객·화물·중정비 부문은 단일 민간 운영회사로 이전하는 등 철도의 운영과 건설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철도산업 사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말 민간운영회사를 설립한 뒤 2004년 4월까지 사기업화되며, 철도청과 고속철도 공단의 부채와 퇴직금인 철도청의 누적부채 1조4757억원, 고속철도공단의 선로관련 부채 3조8229억원 등 5조7천억원 역시도 정부가 기꺼이(?) 떠맡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현재의 3만2천 노동자에서 불필요한(?) 3000천을 과감히 짤라내겠다고 한다.
한국중공업은 미국 GE 및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한전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기공-현재 한전의 자회사로 존재하는-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GE 및 웨스팅하우스에 모두 25%의 지분매각을, 전략적 제휴의 명목으로 팔아치울 것이며, 24%는 기업공개의 형식으로 매각하겠다고 한다.
공항 사영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김포공항을 제외한 국내 17개 공항이 적자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사영화에 따르는 3조15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정부가 기꺼이 떠안고, 국내선 공항시설사용료나 공항착륙료를 인상시켜 공항을 사들이는 국내외 자본이 전혀 손해보지 않을(?)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은행 역시도 다르지 않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대주주가 된 조흥·한빛·서울·제일·외환은행 등 5개 은행의 주식 10조4000억원을 오는 2002년 하반기까지는 매각할 것이며, 그 이전에라도 공모나 교환사채 방식 등을 통해 매각하겠다고 한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해 어떻게든 금융자본을 차지하고자 하는 국내외 자본에게 호재가 될 것임은 명백하다.

이상의 사영화 정책, 쉽게 말해 국내 주요 산업의 매각정책의 면면을 흐르고 있는 진실은 분명하다. 일단 위에서 열거한 산업만을 보더라도 모두가 알짜배기 공기업이라는 진실 하나, 그리고 국민의 혈세와 노동자·민중의 피담으로 일궈온 산업이라는 진실 둘, 공적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아래 팔아치운다면서도 수십조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정부가 '떠안는다'는 의미는 공적자금 투여와 동일한 의미이며, 공적자금 투여는 국민의 혈세를 의미한다-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진실 셋, 매각 대상 산업 모두가 국민의 기본적 생존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공공성이라는 기치아래 묶여 있다는 진실 넷, 사영화와 매각이 명백히 요금의 인상과 보편적 서비스의 축소 및 후퇴를 가져올 것이며, 사기업화의 결과는 공공성이라는 장막을 완전히 걷어치운 채 자본의 이윤논리에 철저히 종속되리란 진실 다섯, 이외에도 열거할 수 있는 무수한 진실들이 있다. 그리고 이 열거된 진실들이 하나같이 반민중적·반노동자적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해당 기업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는 필연적이다. 정리해고를 간신히 피해가더라도 연봉제, 성과급제 등으로 임금체계가 개편되고, 퇴직금 등 사내복지가 현격히 축소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역시도 필연적이다. 이미 대부분의 공기업은 이러한 내부 구조조정 정책이 거의 완결된 상태이다. 결국 이 매각 정책, 사영화 정책은 해당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위협과 전국민의 사회적 생존권을 박탈시키며, 국내외 자본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추진되고 있음이 명백한 것이다. 매각 조건이 강화되면 될 수록 노동자·민중의 생존은 약화되고 내팽겨질 따름이다.
그러기에 이 매각정책과 사영화에 맞선 노동자 투쟁이 서서히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우, 공공부문노동자협의회를 건설하여 1만7천여 공기업 노동자 연대투쟁의 틀이 갖춰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은 공공부문노동자투쟁본부를 건설하여 8만1천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투쟁 전선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사영화 반대를 비롯한 공공부문 예산확대, 대정부 직접교섭이라는 투쟁의 내용은 9만여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의 고리를 강하게 엮어주고 있다. 이미 한국전력과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하반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하반기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좀더 진지하고 격렬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역사적 중요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이 국가부문의 축소, 공공성의 축소와 사기업화라는, 사적자본 영역의 확대를 핵심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과의 투쟁은 공공성의 확보와 국가책임의 확대를 요구하는 노동자·민중의 핵심적 요구를 둘러싼 쟁점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즉, 신자유주의 정권이 방기하고자 하는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내용이 현재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둘러싼 전선에서 가장 핵심적인 투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투쟁은 그런 의미에서 사회보험의 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비록 왜곡된 쟁점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라 할지라도 의약분업과 의료보험을 둘러싼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쟁,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투쟁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하반기 투쟁의 중심이 될 공기업 노동자들의 사회적, 역사적 임무와 역할은 가히 크다고 할 것이다. 형식적 의미의 대정부 교섭창구의 확보-우리는 이미 97년 노동자 투쟁을 통해 노사정위원회의 허구성에 대해 경험한 바 있다- 예산안 확대에 대한 잠정 합의 정도로 물러선다면, 이는 노동자·민중의 생존권과 스스로의 사회적 권리를 포기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아가 공기업의 관료적 운영이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투쟁의 주체조차 망설이게 하는, 그리고 대국민 여론 형성의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는 지점이다. 한국사회 공기업의 관료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관료적 운영을 해체하는 길이 공기업을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해소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최근 경영분쟁에 휩싸인 현대그룹, 한국사회 공도동망(共倒同亡)을 자초한 바 있는 대우그룹의 면면을 볼 때, 과연 사기업이 관료적이지 않으며, 민주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공기업은, 아니 나아가 국가부문은 공공성이라는 국민의 사회적 생존권 확보를 위해 사기업의 논리인 이윤을 억제한 채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공기업과 나아가 국가부문은 노동자·민중의 견제와 감시 속에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은 바로 공기업의 민주적·민중적 운영을 '자임하는' 투쟁임을 명확히해야 할 것이다.

99년 전력투쟁은 어떤 측면에서 요 몇 년 사이 얼마 안되는 승리적 투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그 투쟁의 한계와 역량부족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한계적 투쟁이 역사의 한걸음 진보를 가져왔다면 올해 투쟁으로 나서고자 하는 전력, 통신, 철도 등 공기업 노동자들과 매각 대상으로 전락되어 있는 국가기간산업 노동자들은 적어도 역사의 후퇴를 막겠다는 사명감으로 투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만이 이 투쟁의 진실이 역시 투쟁의 주체이기도 한 전민중의 진실로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태그
KTX 승무원 철도공사 여성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