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8호 | 200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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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실태 감사결과"를 지켜보며

편집부
감사원은 최근 한전·포철 등 141개 기관을 대상(모회사 71개, 자회사 70개)으로 한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감사원의 발표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강력한 여론을 형성해냈다. 연일 정부와 언론은 공기업과 정부산하 단체들의 예산낭비와 비리사례들을 발표하면서 소위 공기업 노동자들의 '철통밥그릇'을 비판하고 나섰다. 비효율과 부패의 상징인 공기업이 여지까지 개혁되지않은 원인이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강경 노동조합들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경쟁력 없는 공기업이 매각·청산되지 않고 있으며, 불필요한 잉여인력이 너무 많고, 경영혁신을 위한 보수·승급·퇴직금 등 노조의 과다한 복지후생 요구가 수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죽일 놈(!)의 공기업의 실체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는 모회사인 한국전력공사의 수화력 발전 사업부문의 5개 발전자회사 분할 및 민영화 방침에 따라 수화력 플랜트 사업단 매각을 추진하다가 노조의 파업에 의해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포항제철주식회사 등 14개 기관은 특별성과급이나 특별격려금을 지급기준보다 많이 지급하여 예산을 낭비했고, 국민은행은 노조측이 신임은행장 취임반대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특별 보조금 162억원을 전용하여 지급하였으며, 한국감정원이나 한국전기통신공사 등은 사내 근로복지기금 운영에 있어 적정출연기준 이상의 과다 출연을 했다. 공공기관 퇴직금제도 개선방안에 따르지 않은 기관이 40개나 되며 한국전력공사 한국방송광고 공사 등 28개 기관은 퇴직금제도 개선의 대가로 임금 또는 복리후생비 등을 인상하거나 사내 근로복지기금 출연을 약속하여 퇴직금 감소분을 상쇄해주었다. 그러기에 공공부문 개혁의 고삐를 틀어쥐고 민영화의 조속한 추진, 인력의 감축, 복리후생비 및 퇴직금제도 개선을 통한 노동비용의 감소, 가능한 분야에 대한 외부위탁, 아웃소싱의 강화가 '개혁' 방향으로 등장한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정부와 공기업 등의 인력을 올해 안에 약 1만명 줄이고 내년에 1만 2천명을 추가로 감축한다, 1백10개 공기업의 인건비를 7백18억원 깎는다, 하반기 국회에 전력산업구조개편법, 담배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조속히 추진한다, 한전·포철·한국중공업·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한국종합화학 등 6개 공기업의 민영화를 올해 안에 완료할 것이며, 증시상황이 나빠 주식매각이 어렵더라도 분할 매각이나 분사 등을 '반드시' 이루어내겠다는 등 우후죽숙 공기업 '개혁' 방안을 쏟아내놓고 있다. 3만4천명을 넘게 자르고도 이제까지의 인원감축이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이라 주장하며 지금부터는 '인위적' 축소를 하겠다니, 그 '인위적' 축소라는 칼바람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렇듯 현재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인원감축'과 '민영화' 즉 '사유화'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아니할 수 없다.

첫쨰, 철통밥그릇'?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공기업 노동자들이 사기업에 비해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받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국면에서 이들의 자리 역시도 불안해지고 있다. 공기업의 부실경영, 관치경영, 부실을 부풀려온 금융시스템, 소위 4대 구조조정의 기치아래 금융과 공기업의 수십만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갔다.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핵심이라는 인건비는 정리해고와 임금감소, 노동강도의 강화를 통해 지난 3년간 폭력적으로 줄여나갔다. 소위 저비용 구조를 갖춰 매각조건이 강화된 공기업과 은행이 국내외 자본에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본은 저비용 구조의 강화를 고집한다. 그러기에 공기업 노동자들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임금'이라는 이제는 흘러간 '지위'를 들먹이며, 공기업의 비효율성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적당히 불을 당기며 구조조정 정책을 합리화시켜내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 고용조건에 문제제기해서 이를 끌어내리고, 혹은 정리해고의 칼침을 내리는 것, 공기업에 대한 공분을 되살려 반민중적 구조조정 정책을 관철시켜나가는 것, 이러한 정부의 기만적 공세 하나에라도 굴복하는 순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절대적으로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와 절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더욱 옥좨어오며 관철되어나갈 것이다.

둘쨰, 공기업 부실과 관료적 경영!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정당화시켜내고, '사유화' 정책을 합리화시켜내고 있는 이 공공부문의 문제점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공기업, 정확히 말해 공공부문은 공공성이라는 이름 하에 운영되고 있다 할지라도 자본주의 재생산의 특성상 재벌과 독점자본의 이해에 기반해 구축되고 유지된다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자본 위기의 확대와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신자유주의는 이 공공부문을 사적자본에게 넘기고, 국가의 최소한의 역할인 공공성의 영역을 해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바로 이 자본을 위한 사유화, 민중의 삶을 피폐화시켜내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사유화! 이를 추진하는 핵심 원인이 공기업의 비효율적 운영, 부실·관치경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인과관계의 명백한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공공부문이 공기업이기에, 국유화 상태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인가? 그렇다면 사기업은 효율적인가? 사기업의 진실은 이미 대우사태와 현대사태 등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다. 공기업의 부실과 관료적 경영은 자본의 유지·재생산과 독점자본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태생적 문제인 것이며, 또한 낙하산 인사 등에서도 극명히 드러나듯 국가의 관료적 개입과 운영에 있는 것이다. 부실과 비효율을 이유로 매각을 고집하고, 사유화를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결론이다.

또 하나! 공공성과 자본의 재생산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공공부문의 사유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반기 핵심 민영화의 대상으로 낙점받고 있는 포항제철과 한국중공업을 보자.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포항제철 6백59만주(6.84%), 한국중공업 4천5백60만주(43.7%)는 하반기 매각의 대상이다. 주당 순자산 가치가 1만7천원으로 산정되는 한국중공업의 경우 해외매각 파트너로 협상 진행 중인 제너럴일렉트릭이나 웨스팅하우스 측은 주당 5천-1만원선을 제시하고 있다. 헐값이라도 좋다, 매각만이 살길이라는 정부는 대략 7천원 정도에 매각을 서두를 것이다. 그렇다면 주당 1만원, 총 4천5백억원 가량의 매각 손실이 예상된다. 포항제철도 지난해 말 18만원 선까지 올랐던 주당 가격이 증시침체로 인해 최근 10만원 안팎으로 떨어져 있다. 더구나 이 공기업들이 국민의 혈세로 일궈져왔으며,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 공공성 확보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사실을 살펴보면, 과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부실하게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 심지어 국부를 국외로 유출하는 자들이 누구인가? 알짜배기 공기업을 국내외 자본의 이윤논리에 휘둘려 팔아치워 국가기간산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민중의 사회적 생존권을 박탈시켜내는 구조조정 정책, 사유화 정책은 전면 철회시켜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공공부문의 민주적 개혁, 민중적 재편은 어떻게 가능한가?
감사원의 결론, 그리고 구조조정 정책의 결론은 언제나 사유화와 노동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결론이다. 공공부문의 사회적 역할은 자본의 이윤논리와 동일할 수 없다. 공기업이 진정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산업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통한 공공성의 창츨, 노동자 민중의 사회적 생존권의 확보를 창출할 때만을 의미한다. 정부와 자본의 관료적 개입과 이윤논리를 해체하고 이 공공성과 사회적 생존권 창출을 위해 공기업이 운영되는 것이 공기업의 민주적 민중적 재편의 상일 것이다. 시장과 경쟁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자본의 횡포에 그 어떠한 보호막도 허용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국가의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을 강제하고, 자본에 대한 통제를 실현해나갈 수 있는 교두보로 공공부문과 국가부문은 존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공간을 노동자 민중의 폭넓은 연대아래 통제해나갈 수 있는 길은 반드시 마련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현하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공부문의 사유화에 맞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신의 생존권과 일자리 지키기 투쟁을 넘어선 민중의 사회적 권리 확보를 위한 투쟁,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이윤논리에 저항하는 투쟁인 것이다. 이미 투쟁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성격으로 시작되고 있다. 전력과 통신, 중공업 등 하반기 사유화 정책과 구조조정에 당면한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의 틀이 확장되어 나가고 있다.(최근 한전과 한통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국노총 공공노협 노동자들은 민영화 저지의 기치를 걸고 대규모 집회(10월 8일)를 기점으로한 하반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고질적 병폐라는 원죄가 투쟁의 사회적 성격을 훼손하고, 주체들에게조차 머뭇거림을 허용하지만, 그 발걸음을 결코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분할 매각을 수용하고, 단계적 민영화에 합의하는 수준이라면,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반민중적 구조조정 정책에 적당히 손을 들어주는 수준이라면, 2000년 하반기 투쟁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결사의 각오로 나서지 않는 투쟁이라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횡포는 더 큰 회오리로 노동·민중의 삶을 더욱 황폐화시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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