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8호 | 2007.04.04
전쟁을 부르는 ‘전쟁연습’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RSOI/FE 연습 폐지하라
RSOI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만리포 해안에서 전쟁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출처 : 민중의소리]
지난 3월 25~31일 남한 전역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독수리(RSOI/FE) 연습이 또 다시 실시되었다. RSOI/FE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절차를 익히는 연습으로서 미군의 수용(Reception), 대기(Staging), 전방이동(Onward Movement) 및 통합 (Integration) 절차와 이를 지원하는 한국군 동원, 전시지원, 상호군수지원, 연합후방지역조정관(CRAC : Combined Rear Area Coordinator)임무, 전투력 복원절차 연습이다. 이 연습을 위해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 호가 한국에 들어왔고, 미국의 신속기동부대인 스트라이커 부대가 작년보다 2배 많은 6000명 규모로 훈련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에 참여한 스트라이커 부대는 미 본토에서 증파된 부대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더 가까운 하와이에 주둔하던 부대였으며, 이는 더욱 신속하게 증원 및 한반도 전개계획을 실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정밀폭격이 가능한 F-117 스텔스기도 작전에 포함시키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이 진행되었다.
1994년 대북 핵공격 연습인 팀스피리트 연습의 폐지 이후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실시된 RSOI 연습은 2002년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FE)와 통합되어 실질적인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는 “연례적 방어연습”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RSOI/FE 연습의 토대가 되는 작전계획 5027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어불성설임이 드러난다.
작전계획 5027의 변화 : 수복에서 점령으로, 방어에서 선제공격전략으로
'작전계획 5027'(이하 작계 5027)은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위한 작전계획이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북한의 남침을 억제, 격퇴하는 수준에서 마련되었던 작계 5027은 70년대 이후 북한에 대한 점령계획으로 변화하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적 요소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왔다.
1973년 미국은 베트남에서의 철수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전진방어' 개념을 채택하고 작전계획에 북한의 개성까지 점령하는 계획을 추가하였다. 9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북한 점령은 계획은 더욱 강화되는데, 특히 94년 1차 북핵위기를 거치며 단시간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통일한다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현재까지 작계 5027의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한-미 연합군의 작전은 5단계로 전개되는데 1, 2단계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3·4·5단계에서 대규모 상륙작전과 함께 북한을 점령하여 한반도의 북진통일을 완성하게 된다.
또한 98년을 거치며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는데 예방전쟁에 입각한 '선제공격'전략이 채택된다. 즉,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한의 야포와 미사일, 공군 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는 계속 강화되어, 2000년에는 남한의 결정과 무관하게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내용이, 2002년에는 전쟁 발발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작전이 추가된다. 그리고 2004년에는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대비책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작계 5027은 수복에서 점령으로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변화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이는 90년대 이후 미국의 군사전략이 변화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군사전략은 대량살상무기 반확산 전략을 중심으로 수정되었으며, 이는 예방을 명분으로 한 선제공격을 포함한다. RSOI/FE 훈련은 이를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9일 만리포 상륙훈련은 평양으로의 상륙작전을 대비한 훈련임을 볼 때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이번 훈련이 '방어연습‘이 아니라 적극적인 ‘침략연습’, ‘전쟁연습’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전쟁연습’의 강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최근의 2.13합의와 북-미간의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전쟁연습이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현재 조성된 타협국면 이면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에서 군사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와 이에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사활적인 지역으로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 내에서 미 제국주의와 그것이 보증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흐름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패권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동아시아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의 대리역할을 할 수 있는 동맹국가로서 주로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미-일 동맹의 변화 양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주한 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 동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한국군이 이에 동원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이에 따른 조정일 뿐 ‘자주국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일본의 주일미군 재배치 역시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소위 한-미-일 동맹의 현대화란 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군사패권을 강화하려는 과정이며 이는 항상적인 전쟁의 위험을 동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RSOI/FE와 같은 전쟁 연습이 점점 확대, 강화되는 것이다.
전쟁연습 폐지, 한-미-일 전쟁동맹 해체가 한반도 평화의 시금석이다
RSOI/FE 전쟁연습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구도가 가져오는 항상적인 전쟁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자체로도 전쟁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쟁연습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한 일이다. ‘단순한 방어연습’인 ‘전쟁연습’은 존재할 수 없다. ‘적극적인 전쟁연습’인 RSOI/FE 훈련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대북압박으로 통해 지속적으로 동아시아 전쟁위험을 재생산하는 한-미-일 동맹은 현대화가 아니라 해체되어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연습의 폐지와 한미일 동맹의 해체, 주한미군의 철수를 외치자. 그것이 바로 적극적인 평화에의 길이고,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를 쟁취하는 길이다.
지난 3월 25~31일 남한 전역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독수리(RSOI/FE) 연습이 또 다시 실시되었다. RSOI/FE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절차를 익히는 연습으로서 미군의 수용(Reception), 대기(Staging), 전방이동(Onward Movement) 및 통합 (Integration) 절차와 이를 지원하는 한국군 동원, 전시지원, 상호군수지원, 연합후방지역조정관(CRAC : Combined Rear Area Coordinator)임무, 전투력 복원절차 연습이다. 이 연습을 위해서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 호가 한국에 들어왔고, 미국의 신속기동부대인 스트라이커 부대가 작년보다 2배 많은 6000명 규모로 훈련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에 참여한 스트라이커 부대는 미 본토에서 증파된 부대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더 가까운 하와이에 주둔하던 부대였으며, 이는 더욱 신속하게 증원 및 한반도 전개계획을 실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정밀폭격이 가능한 F-117 스텔스기도 작전에 포함시키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이 진행되었다.
1994년 대북 핵공격 연습인 팀스피리트 연습의 폐지 이후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실시된 RSOI 연습은 2002년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FE)와 통합되어 실질적인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는 “연례적 방어연습”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RSOI/FE 연습의 토대가 되는 작전계획 5027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어불성설임이 드러난다.
작전계획 5027의 변화 : 수복에서 점령으로, 방어에서 선제공격전략으로
'작전계획 5027'(이하 작계 5027)은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위한 작전계획이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북한의 남침을 억제, 격퇴하는 수준에서 마련되었던 작계 5027은 70년대 이후 북한에 대한 점령계획으로 변화하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적 요소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왔다.
1973년 미국은 베트남에서의 철수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전진방어' 개념을 채택하고 작전계획에 북한의 개성까지 점령하는 계획을 추가하였다. 9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북한 점령은 계획은 더욱 강화되는데, 특히 94년 1차 북핵위기를 거치며 단시간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통일한다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현재까지 작계 5027의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한-미 연합군의 작전은 5단계로 전개되는데 1, 2단계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3·4·5단계에서 대규모 상륙작전과 함께 북한을 점령하여 한반도의 북진통일을 완성하게 된다.
또한 98년을 거치며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는데 예방전쟁에 입각한 '선제공격'전략이 채택된다. 즉,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한의 야포와 미사일, 공군 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는 계속 강화되어, 2000년에는 남한의 결정과 무관하게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내용이, 2002년에는 전쟁 발발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작전이 추가된다. 그리고 2004년에는 북한의 미사일공격에 대한 대비책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작계 5027은 수복에서 점령으로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변화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이는 90년대 이후 미국의 군사전략이 변화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탈냉전 이후 미국의 군사전략은 대량살상무기 반확산 전략을 중심으로 수정되었으며, 이는 예방을 명분으로 한 선제공격을 포함한다. RSOI/FE 훈련은 이를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9일 만리포 상륙훈련은 평양으로의 상륙작전을 대비한 훈련임을 볼 때 이는 더욱 확실해진다. 이번 훈련이 '방어연습‘이 아니라 적극적인 ‘침략연습’, ‘전쟁연습’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전쟁연습’의 강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최근의 2.13합의와 북-미간의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전쟁연습이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현재 조성된 타협국면 이면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에서 군사패권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와 이에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사활적인 지역으로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 내에서 미 제국주의와 그것이 보증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흐름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패권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동아시아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의 대리역할을 할 수 있는 동맹국가로서 주로 일본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미-일 동맹의 변화 양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주한 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 동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한국군이 이에 동원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이에 따른 조정일 뿐 ‘자주국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일본의 주일미군 재배치 역시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소위 한-미-일 동맹의 현대화란 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군사패권을 강화하려는 과정이며 이는 항상적인 전쟁의 위험을 동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RSOI/FE와 같은 전쟁 연습이 점점 확대, 강화되는 것이다.
전쟁연습 폐지, 한-미-일 전쟁동맹 해체가 한반도 평화의 시금석이다
RSOI/FE 전쟁연습은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구도가 가져오는 항상적인 전쟁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자체로도 전쟁위험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쟁연습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원한 일이다. ‘단순한 방어연습’인 ‘전쟁연습’은 존재할 수 없다. ‘적극적인 전쟁연습’인 RSOI/FE 훈련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대북압박으로 통해 지속적으로 동아시아 전쟁위험을 재생산하는 한-미-일 동맹은 현대화가 아니라 해체되어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연습의 폐지와 한미일 동맹의 해체, 주한미군의 철수를 외치자. 그것이 바로 적극적인 평화에의 길이고,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를 쟁취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