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5호 | 200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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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의 대우차 부도처리 협박은 해외매각을 위한 사기극이다

편집부
11월 6일 대우자동차는 1차 부도 처리됐다. 당일 돌아온 445억원의 만기어음을 결제하지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대우차는 1차부도 다음날인 오늘(7일) 오후4시반까지 돌아올 어음 450억원을 결제하지 못할 경우 최종 부도처리될 계획이였다. 그러나 대우차는 오늘도 부도처리되지않았다. 정부․채권단이 최종부도처리 시한을 내일(8일) 오전 은행 개장시간으로 늦추었기떄문이다. 대신 정부․채권단은 대우차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동의서 제출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모든 신문, 방송 역시 오늘 내내 시시각각 전해지는 대우차관련 속보를 헤드라인 기사로 처리하면서 대우차 노조의 동의서 제출 여부에 따른 최종부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졸지에 노동조합은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부도내려고하는 범죄조직이 되었고, 마치 노동조합의 동의서 제출여부가 대우차와 한국경제위기 극복 여부를 판가름짓는 사안인 것처럼 되버린 것이다. 그리고 11월6일 의도적인 노조 압박용 부도처리 카드를 들었던 정부․채권단은 이 회심의 카드에 대해 의외로 노조가 강하게 저항하자 이에 놀라면서, 만약 내일 아침에도 노조가 동의서에 싸인하지않는다면 최종부도처리하겠다는 협박으로 밤을 지세우고 있다.
어쨋든 내일 오전이 되면 대우차 최종 부도처리 여부는 어떻게든 결정이 나게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의 관심사는 대우차 부도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될 그 이후의 일에 맞추어져있으며, 노조의 동의서 제출여부가 기업의 부도처리를 결정짓게된 이 웃지못할 희극적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있다.

부도처리되건 말건 손해볼 것이 없는 정부․채권단과 이래저래 당하게된 노동자

우선 대우차가 최종부도 처리됬을 경우를 보자. 그렇다면 일단 대우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된다. 채권자들의 채권신고절차가 이루워지고, 모든 채권채무는 확정/동결된다. 이 경우 정부․채권단이 현재와 같이 계속해서 대우차의 해외매각을 추진한다면, 정부․채권단은 법원의 손을 빌려 지난 9월 인수포기의사를 밝힌 포드등이 제기한 바 있는 ‘우발채무’에 대한 부담등을 깨끗하게 덜 수 있다. 보다 손쉽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으며, 해외매각은 좀더 손쉬워지는 것이다. 물론 대우차의 매각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과같이 대우차 최종부도의 모든 책임이 노동조합에게 떠넘겨져있는 상황에서 정부․채권단은 대우차 최종부도로 인한 모든 손실책임을 노동조합에게 돌릴 수 있게된다. 대우차 부도처리-법정관리 신청은 정부․채권단으로서는 가장 손쉬운 대우차 처리방안인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에게있어 대우차의 최종부도는 최악의 상황을 도래케한다. 워크아웃 이후 노동조합이 직면했었던 고통분담/회사살리기 이데올로기 공세와는 비교되지않을 보다 강력하고 견고한 법적청산, 매각절차 자체에 대항해서 싸워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노동조합이 구조조정 동의서에 싸인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경우에는 애시당초 싸워볼 의지를 처음부터 스스로 꺾고, 모든 기회를 포기한 꼴이기 때문이다. 3500명의 노동자 인원감축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에 노동조합이 싸인을 하는 순간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이미 해체된 것과 다를바 없지않은가.

반면 정부․채권단으로서는 노조가 동의서를 제출하고 그에따라 정부․채권단의 주도로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보너스를 안게되어 대우차 구조조정은 그것대로 아무런 저항없이 추진하면서도 여타부분의 구조조정 역시 그 덕을 받게될 것이다. 그만큼 정부․채권단은 이번 대우차 처리문제에 있어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바라마지않는 것이고, 역시 손해볼 것 없는 부도처리를 협박카드로하여 기막힌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토록 정부․채권단이 목을 메고 있는 자구계획안의 총 규모는 9000억원 규모인데, 이중 노동조합의 인원감축 합의는 대략 그 1/9인 1000억 정도인 상황에서, 이제까지 모두 11조9500억원 가량이 투입된 대우차를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동의하지않아서 부도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이자만도 매달 9000억원 규모이다) 이점에 대해 대우차 노동조합은 “정부․채권단이 포드 인수포기로 인한 대우차 매각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타당한 지적이다. 그간 정부․채권단은 말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지 제대로된 실질적인 대우차 회생작업을 포기하고있었다. 워크아웃 당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대우차 부채와 이자를 메우는 정도로 대우차를 유지하면서, 사실은 워크아웃 자체를 해외매각의 사전정지작업 정도로 운용해왔던 것이다. 그에따라 대우차는 점점더 회생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때때로 취해진 회생작업이라고는 대량 정리해고와 인원감축, 노조협박이 고작이였다. 어찌보면 이제까지 취해진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분담, 바로 그만큼과 이번에 정부․채권단이 강요하고 있는 3500명의 일자리만큼의 ‘사회적 비용이야말로 이후에 대우차를 인수해갈 초민족 자본/기업의 알짜배기 이득일 것이다.(사회적 비용의 사적 전용) 더욱이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대우차 관련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문제를 대우차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와 연관지워 노동조합의 동의서 거부가 협력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식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대우차 처리와 관련한 협력업체의 문제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주권을 이미 포기하고 실질적인 대우차 회생작업을 등한시한 정부․채권단의 해외매각정책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우차 협력업체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라도 대우차 노조는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작금의 대우차 최종부도 여부의 키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정부․채권단의 의지에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정부․채권단의 사기극에 말려,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대우차 해외매각정책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어 관련 협력업체들과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의 피폐화를 막을 수 있는 몇안되는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중은 말하길, ‘돈 못버는 기업은 국민의 짐’이고 더 이상 정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는 않할거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되묻고자한다. 누가 밑빠진 독을 만들었고, 밑빠진 독에서 새나가는 물은 누구의 밭으로 들어가는가. 재벌과 정부, 초민족 자본야말로 위기의 책임자이면서 그 처리를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수익자가 아닌가 말이다. 대우차문제가 만약 부도처리를 통한 헐값 해외매각으로 풀리거나 혹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등에 엎은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된다면 그것은 이들 책임자들과 위기의 구조를 티끌만큼 건딜 수도 없을뿐더러 더욱 더 커다란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올해 하반기들어 재연되고 있는 현 경제위기는 지난 98,99년에 이루어진 1차구조조정의 성공과 실패의 결과임을 잊지 않고 있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야말로 정부․채권단이 추진중인 해외매각정책의 결정적 실패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반성도 없이 이 밤을 치졸한 사기극으로 지세우고있을 김대중 정부에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중단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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