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76호 | 2001.02.21

[성명]정병도 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의 입장

편집부
-정병도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참가하며

▶입장글을 공개하며

이미 12월 16일 100인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성폭력사례들을 접하면서, 사회진보연대는 운동사회 성폭력과 가부장성에 대한 자성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운동진영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임을 절감했다. 사회진보연대는 진보라는 이름으로 화해를 강요당해왔던, 그리고 조직보위의 논리로 성폭력의 일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성활동가들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진영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대책수립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사회진보연대는 운동사회 성폭력사건, 또는 그 해결과정에 대한 공개적 입장표명을 지연해왔으며, 특히 사회진보연대 후원회원인 정병도 성폭력사건에 대해 직접적 책임의 태도를 갖지 못했다.
사회진보연대는 그동안 운동사회 성폭력사건에 대해 침묵해온 것, 특히 정병도 사건이 신속한 해결과 이를 위한 올바른 원칙의 수립, 사건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고민이 지연된 점을 반성한다. 그리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정병도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함으로써, 정병도 사건의 올바르고 실질적인 해결, 나아가 운동사회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바이다.

▶신속한 사건해결을 지연시킨 점에 대해 반성한다

성폭력이란 성적차이를 이유로 가해지는 모든 언어적,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말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성폭력이란 모든 종류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규정되어야 함에 동의한다. 현재 법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강간중심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협소한 성폭력개념은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한 유형의 성폭력 피해자들을 방치하며, 피해자에게 고통과 침묵만을 강요할 따름이다. 여성에게 성폭력은 일상적인 여성비하발언, 가벼운 신체접촉과 시선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친밀한 관계, 동지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도 포함된다.
사회진보연대는 이러한 성폭력개념에 대해 적극 동의하며, 정병도 사건이 성폭력사건이라는 피해자들의 규정에 적극 동의한다.
이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사건관련자들, 특히 피해자모임 외 사건해결의 주체들은 마땅히 공동대책위원회의 조속한 구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건해결에 있어서의 원칙과 관점들을 마련하고 신속한 사건해결의 의지를 표명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회진보연대는 사건에 대한 명확한 책임의 수위를 인식하지 못했고, 운동사회 성폭력사건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해온 것이 사실이었다. 사후적으로 내부적인 문제제기와 논의를 통해 사건해결을 위한 공대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으나, 좀더 신속하게 이 문제를 접근하고 처리하지 못한 것은 사건해결에 있어서 사회진보연대의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데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성폭력사건해결에 있어서 원칙인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지연시키고, 성폭력사건을 접하는 운동진영의 무기력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또한, 실제로 이 사건의 가해자는 현재 실질적인 활동공간을 갖지 못하는 군복무 상황이지만, 향후 피해자와의 관계설정이나 접촉의 기회들이 예상될 수 있는 바, 이에 대한 태도의 불철저함과 관점의 부재는 '피해자보호'라는 사건해결의 원칙을 온존히 지켜내지 못하게 했다.

▶정병도 사건을 해결하는 사회진보연대의 입장

사회진보연대는 정병도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에 결합하면서 가해자 소속단체로서 피해자치유와 가해자처벌에 관한 모든 결정사항을 수행하며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지지, 지원할 것이다. 이는 사건자체의 해결을 통해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임은 물론이요, 사회진보연대가 이 사건의 해결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성폭력에 대한 이전의 인식과 대응을 자기반성하는 계기로 삼아 운동사회 성폭력사건의 근절을 위한 첫걸음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현재 일상적으로 만연한 운동사회 성폭력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저해할 뿐이며, 성폭력을 조장하는 운동사회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의 억압구조에 동조하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성폭력과 관련하여, 공식적이고도 상시적인 토론과 교육을 진행할 것이고, 이를 통해 운동진영 내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주의를 극복하며, 성평등적인 운동지형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상시적인 활동가내의 토론을 안정화하고 이를 성과로, 성폭력관련 내부규약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정병도 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원칙

성폭력 사건의 '해결'이란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가해진 침해를 정지키시고, 상처를 보상·치유하며, 인권을 회복하는 모든 행동을 지칭한다. 따라서 공대위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폭력에 의해서 인권이 침해된 상태이므로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 사건의 해결과정이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과정이라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성폭력 사건의 완결은 피해자에게 가해진 가해행위가 중단되고, 피해자의 침해된 인권이 복원되었을 때, 그 피해가 완전히 보상되었을 때 가능하다. 사회진보연대는 성폭력 사건의 해결/미결을 판단하는 주체가 피해자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사건해결과정 전반에서 피해자의 동의하에 활동을 진행하며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전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시행할 것이다.
그간 성폭력사건들의 처리과정을 돌이켜보면, 성폭력 사건이 조직 내에서만 해결되었을 때 가해자가 다른 공간에서 다시 활동을 재개하여 피해자가 오히려 고립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왔다. 사회진보연대는 공대위에 참가하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 단체가 집행할 수 있는 단체 내 처벌 외에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집행할 것이다.
그 외에 사회진보연대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추후 성폭력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성폭력 및 성폭력사건의 해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론화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운동사회 성폭력에 대한 주저없는 대응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는 이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원칙으로 하며 사건공개 후 두달 가까이 되는 시점에서야 공대위를 구성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사건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지 못한 채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었고, 사건해결이 지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자기반성한다. 사회진보연대는 공대위 발족부터 한달이내까지 사건해결에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기간내에 시행할 것이며, 단체의 조건이나 상황이 신속한 해결을 가로막지 않도록 단체 내 논의구조를 재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는 다른 사회단체 또한 운동사회내의 성폭력근절을 위한 입장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하기에 결코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 사회진보연대는 정병도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비롯하여, 운동사회 성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 공식적인 대책의 마련들을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것만이 현재 운동사회 성폭력을 근절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 확신하며 이후 공개적인 활동에서 이를 검증받을 것이다.
주제어
여성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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