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80호 | 200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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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함을 조직하고, 동요함을 공격하라 !

김대중정권 퇴진투쟁에 대하여

편집부
누/구/라/도 최근의 대우차 투쟁과 한통계약직 노조를 필두로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한번이라도 접하였다면 그(녀)는 격동하는 가슴을 억누를 길 없었을 것이다. 젖먹이 아이가 연행당하고, 지하철 플렛폼 아래로 시위대를 밀어내는 살인적인 공권력의 폭력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비극적이고 반민주적인 지난 역사의 한 장면들을 떠올렸으리라.
역사의 뒤안길로 이제는 묻힌줄만 알았던 국가공권력의 피빛 폭력은 그렇게 평온하기만했던 출퇴근길 밖, 거리의 무덤에서 부활해 기어나왔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의 도움없이도, 노동자들은 이 나라 경제가 파탄났으며, 사주와 정권이 한통속이 되어, 거리로 내몰린 자신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이 체제를 유지하기위해 공권력의 폭력을 동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역과 업종을 넘어 일터에서 쫏겨난 노동자들의 외침은 "김대중 정권 퇴진"이라는 외침으로 모아져가고 있다.
그러나, 정세는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대오의 헌신적 노력으로 말미암아 한편으로는 반신자유주의/반김대중 투쟁이라는 단일한 정치적 방향각을 공고히한 반면, 다른한편으로는 전선의 일진전을 위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강화를 애타게 요구하고있다. 이에 우리는 지난 2월말이후 이제는 더 이상 줄것도 받아낼 것도 없이 파탄나고만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보다 냉철한 비판과 더불어, 노동자 민중의 가슴 절절한 요구인 김대중 정권퇴진투쟁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가려지지않는 우리내부의 좌우익 기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요청하는 바이다.

총파업없는 정권 퇴진투쟁 '선언' : 의지의 과잉인가, 기회주의적 공문구인가

민주노총은 이미 3월6일 1차 중앙위원회와 뒤이은 2차중앙위를 통해 올해 중심슬로건으로서 정권퇴진을 결의하였고, 3월말 집중 상경투쟁과 5월말 '총력투쟁', 12월 총파업투쟁으로 이를 실천해갈 계획임을 밝히기도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이같은 결의는 '총파업없는 정권퇴진 투쟁 선언'이라는 의구심을 씻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선 12월 총파업투쟁을 예비하기위한 5월말 '시기집중 연대파업'으로서의 '총력투쟁'의 의미가 의문시되며, 하반기 제도개혁투쟁의 성격을 가진 12월'총파업'은 그 자체 성격상의 문제(지자체-대선을 앞둔 제도개혁투쟁으로서의)뿐아니라 지난해 한통파업으로 대체되어버린 12월 총파업을 연상케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자 일간지들이 '민주노총 총파업 자제, 노사관계 안정 청신호'라는 악의적 추측보도를 낸것에 대하여, "전체 투쟁의 기조와 흐름이 그렇지 않은데 '총파업'과 '총력투쟁'의 용어 문제를 실제 내용의 변화로 확대 해석해 내용 자체를 왜곡하는 식으로 어긋난 보도가 나오게 된 점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해명성 성명을 발표한바 있다. 민주노총의 해명의 골자는 지난 2~3년간 5월경에 벌어졌던 총파업투쟁은 실은 단위 사업장의 임단협과 연계한 '시기집중 연대파업'이였지 총파업이 아니였으며, 올해 민주노총의 계획은 단지 이같은 현실을 왜곡없이 표현하고, 하반기에 실제적인 총파업투쟁을 벌인다는 계획과 결의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였다. 물론 우리는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탄압의 국면하에서 민주노총의 결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정권퇴진 투쟁'이라는 슬로건이 결의를 선언하고 표현하는 역할에 그쳤을 때, 지극히 공세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할 퇴진투쟁이 정반대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조직사수투쟁 정도의 의미만을 가짐으로써 조직내외적 위기상황에서 발호하는 온갖 좌우익기회주의의 바람막이 노릇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권퇴진'이라는 최고수준의 정치투쟁은 그에 걸맞는 추상성을 가지는 바, 정권퇴진을 실제화하기위한 구체적 투쟁계획과 책임 및 명확한 정세인식과 관련한 논쟁과 갈등을 봉합해내는 효과를 또한 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가깝게는 IMF초기 이른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표방한 세력들이 정치투쟁을 빙자하여 단위사업장의 정리해고투쟁을 사회개혁투쟁으로 대체하려했던 맥락에 닿아있다.
더욱이 [상반기 임단협 시기집중투쟁/하반기 제도개혁 총파업투쟁]이라는 도식이 2002년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권력재편기 국면'으로 손쉽게 사고하는 정세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왜냐하면 이는 현재의 정권퇴진투쟁을 총체적 체제위기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정권'교체'투쟁 혹은 대정부 압박용 사업수준에서 사고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권퇴진보다 어려운 총파업', '총파업 없는 정권퇴진'이라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비극이 연출되는 것이다.

반미·통일투쟁을 지배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불분명한 입장

한편 민주노총의 정권퇴진 결의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현재 운동진영을 지배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정세 인식이 있는 바, 이는 현재의 김대중정권 퇴진 구호에 대해 모호한 태도와 구구한 근거를 대면서, 실제로는 이를 거부하는 태도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편향을 일부 반미·통일운동 진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 하에서 각계 민중들의 생존권의 위기 상황에 맞선 투쟁의 절박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인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권과 '전략적 교집합'이 있으며, 이를 가로막는 미국과 국내 수구세력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침략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적 요구투쟁은 전략적 수위의 투쟁인 반미반제투쟁의 차원으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이 대통령 자신이 거듭 강조하듯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하에서, 그리고 미국과의 상시적인 정책공조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명백한 사실에 대해 왜 눈을 감는가라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일관성이 있으려면 반미·통일투쟁이 미국과도 '전략적 교집합'이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의문은, 그들이 더 높은 '전략적' 수위의 투쟁인 반미반제투쟁을 역설하면서, 그것이 김대중정권에 대한 투쟁을 실제로 우회하면서 실현가능하다는 발상이다. 이는 앞서의 표현과 상반되게도, '정권퇴진보다 쉬운 반미반제투쟁'이라는 역설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주관적인 정세인식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실행자이자 미국의 대북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김대중정권에 대한 대중적 공분을 흐릿하게 하고, 민중진영의 단결과 투쟁을 김대중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짓밟히도록 방치하는 행위가 될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는 그나름의 정세인식에 기반한 투쟁과 그 계획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민중 스스로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 막 집결하기 시작한 상설 투쟁체가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효과만을 낳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미국 제국주의와 그 냉전적 잔재들에 대한 타도-청산의 과제는,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자축이 아니라, 김대중정권 퇴진 투쟁과 긴밀히 결합되어 나갈 때, 오직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정권 퇴진투쟁 '선언'을 넘어

정권 퇴진투쟁은 실패한 한국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어야하며, 그 미래는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의 힘으로 개척될 것임을 결의하고 실천하는 구체적 전술계획이 되어야한다. 그렇지않고는 지난 수년간 고정화되온 [상반기 임단투-하반기 제도개혁]이라는 달력박기식 투쟁계획은 또다시 현실적인 투쟁동력부재론에 밀려 (비록 표면적으로는 의도하지않았다하더라도) 상층지도부에게 요구되는 당장의 책임을 면피케하며, 기층현장과의 괴리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정치적 방향각으로서의 정권퇴진투쟁의 위상을 분명히한 가운데, 정권퇴진투쟁에 걸맞는 정치적 조직적 계획마련에 기반한 실제동력형성이 이루어져야한다.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정리해고 철폐와 복수노조금지-근로자파견법 및 비정규직 철폐에 대한 보다 단호하고 분명한 입장과 실천들을 조직함으로써 이들 투쟁들이 명실상부한 정권퇴진투쟁의 실제 동력으로 전화될 수 있을때 선언으로서의 퇴진투쟁은 그 실체를 가지면서, 본연의 정치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상정하고있는 5월총력투쟁이 그것을 '시기집중 연대파업'이라 부르건 '총력투쟁'이라 부르가에 상관없이, 퇴진투쟁에대한 당위적인 선언이 되지않도록하기위해서는 민주노총만의 총력투쟁이 아니라 전민중적인 정권퇴진 총력투쟁을 조직해야하고, 그 중심에 민중연대(준)이 위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권력대안전략의 부재로인해 퇴진투쟁을 벌일 수 없다는 원칙적 비판이 교조적 오류인것과 마찬가지로, 당위적인 선언으로 그치는 정권퇴진투쟁은 아니한만 못함은 분명하다. 정권퇴진 선언을 넘어 우리운동에 드리워진 좌우익기회주의의 그림자를 걷어내기위한 부단한 정치 이데올로기적 투쟁을 강화해나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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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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