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35호 | 2009.06.09

북한의 핵실험과 반전평화운동의 과제

핵 경쟁과 대북제재의 악순환을 종식시키자

정책위원회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이후 UN의장 성명을 통한 대북제재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월 29일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가 의장성명 등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자위적 조치'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5월 25일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핵실험 이후 지대함과 지대공 등 단거리 미사일 6발을 발사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작업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번 핵 실험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핵실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폭발력 규모가 4kt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2006년의 8~10 배정도의 규모다. 이에 곧바로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었고 2006년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직후 PSI공식 참여를 밝혔다. 이번 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은 PSI 참여에 대해서 서해에서의 안정항해를 담보할 수 없고,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북방한계선(NLL) 인근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북 적대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부추겼다

미국은 북한의 핵 실험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함께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도 국제공조 강화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보상이 아닌 제재’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북한에 대한 비난은 기만적이다. 북한을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극단적인 군사행동으로 유도했던 장본인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군무력(특히 핵무기)의 철수 △주한미군 철수 △남북무력 감축 △한반도 평화보장체제의 구축(북미남간 3자회담 → 남북 불가침선언 및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왔으며,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1992년 4월 △핵문제해결 △남북한 관계개선 △미군 유해 송환 △테러 포기 등 지금까지 북한에 요구해온 조건 (이른바 솔로몬의 5개항)과 함께, △탄도미사일과 미사일 수출 중지 △인권상황 개선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요구를 거부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의 군사시설을 포함하는 특별핵사찰 실시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공격을 예비하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강경한 행동방침으로 보여줬다. 결국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1차 북핵 위기를 야기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북한과 제네바 합의 체결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키지만, 이것 역시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제네바 합의 이행을 고의적으로 유보하고,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북한을 압박할 새로운 빌미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애초부터 북-미 양자 간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미국의 노골적인 대북 적대 정책은 부시정부 등장 이후로 더욱 강화되었다. 부시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선제 핵공격 옵션을 유지한 채 정권 교체를 운운했다.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봉쇄에 돌입하는 한편 대규모 탈북-기획망명을 유도하는 법안을 기획하고 '작전계획 5030'을 세우는 등 '전쟁 없는 체제 교체'라는 시나리오를 수립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교환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하고 북한을 압박하여 군사적 행동을 유발했으며 ‘2차 북핵 위기’를 야기했다. 한편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6자회담을 통해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검증문제를 둘러싼 의견대립으로 결국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스마트 외교를 내세우던 오바마 정권 역시도 기존의 대북전략과 다르지 않은 입장을 고수하며 북한 정권 제거를 목표로 하는 키리졸브 훈련을 감행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은 대외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인공위성 발사에 이어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대북제재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유엔 상임이사국들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인 1718호보다 강경한 대응을 하자는 데는 원칙적인 합의를 이뤘다. 미국과 일본이 제시한 초안에는 △북한의 해외 자산 및 금융계좌 동결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북한의 무기 금수 목록 확대 등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새로운 조치들은 대부분이 안보리 결의 1718호 상의 제재 규정에서 그 대상을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조치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기존의 제재는 WMD와 관련된 금융자산만 동결할 수 있지만 미-일이 제출한 초안은 모든 무기의 금수조치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금융계좌의 동결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게다가 ‘핵, 미사일 관련 물자 및 무기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 공해상에서의 선박 탑승 검사를 포함, 북한을 오가는 모든 화물을 검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의 행사를 허가하고, 모든 유엔 가맹국이 이를 행사하도록 요구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검색 대상을 ‘모든’ 화물로 확대하고, 무력행위까지 포함하는 ‘모든 수단의 행사’를 허가하며, 제재조치를 권고가 아니라 ‘의무조항’으로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규제조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북한 대외교역의 70%를 차지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의지가 관건인데, 미-일의 강경한 제재 결의 초안에 이견을 가지고 있어 쉽사리 합의가 되지 않아 제재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이러한 대북제재의 목표는 북한을 압박하여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군사적 행동을 제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비롯한 위협의 메시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상대방의 폭력적 대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2차 핵실험 역시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응하여 채택된 유엔 의장성명에 대한 규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6월 2일 노동신문에서 "우리는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대조선 고립 압살 책동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는데 대처하여 자위적 국방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탄도미사일 추가 실험발사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의 압도적인 정치적 군사적 힘을 활용하여 북한의 경제적 취약성을 공격하는 것은 핵무기를 매개로 우위에 서고자 하는 북한의 노력을 부채질하고, 상대방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섬멸) 능력을 과시하는 경향을 강화시킨다.


미국은 핵확산의 주범으로서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지금까지 미국은 총 1127회의 핵분열, 핵융합 실험을 실행했다. 소련/러시아는 969회를 진행하였고, 프랑스는 210회, 영국은 45회, 중국은 45회, 인도와 파키스탄은 13회의 지하실험을 실행했고, 남아공과 이스라엘은 1979년 한 차례의 지상실험을 단행하였다. 미국을 비롯한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가공할 만한 핵실험 횟수와 핵무기 보유 규모와 비교해 볼 때,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UN의 제재의 시도는 분명히 위선적이다. 또한 1970년 3월, UN에서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반핵을 염원하는 세계 민중의 요구를 실행하는데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다. NPT 체제는 핵보유국인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의 핵무기 개발에 전혀 제약을 가하지 못하며, 핵위협이나 핵공격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사례처럼 자신의 전략적 이해에 따라 NPT를 자의적으로 활용하거나 무시해왔다. 이는 미국의 핵정책에 면죄부를 부여하며, 비핵국가의 핵무기 개발 욕구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미국은 NPT 체제를 붕괴시키고 전 세계적 핵확산의 주범으로서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핵은 전쟁억지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전쟁유발 요인이다

워싱턴에서 7월 중순에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1992년 양국 국방당국의 정례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처음 명시됐다. 1992년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한 뒤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이를 SCM 공동성명에 명시한 것이다. 이후 핵우산 개념은 2005년 SCM 공동성명 때까지 명시됐지만 2006년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확장억제'로 바뀌었다. 확장억제는 핵우산을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전략폭격기로) 응징타격을 가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위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의 한반도 핵전쟁 도발 시에 미국은 "핵에는 핵으로 맞대응할 뜻"을 공식화한 셈이 된다. 한편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한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6월 2일자 북한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에서도 미국이 "낡은 시대의 군사적 대결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선반도에서 평화를 보장하고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백방으로 다지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핵이 전쟁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핵전쟁은 전투원과 비전투원의 구별, 군사시설과 비군사시설의 구별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절대적 파괴, 절멸의 극한을 현실화했다. 또한 대중을 전쟁에 참여시키기보다는 체계적으로 배제하며, 모든 권한을 지배세력에게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핵능력을 향상시키고, 군사적 요충지에 배치하려는 모든 시도는 세계의 무차별적 대중을 볼모로 삼았으며. 이러한 시도를 강행하려는 세력과 막으려는 세력 간의 긴장과 대리전을 낳았다. 미소 간에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변형된 형태의 전쟁과 분쟁, 특히 대리전이 냉전시기의 전쟁양상을 지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시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남미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군사적 요충지를 장악하기 위한 미소간의 첨예한 대결과 이른바 미소 대리전이 수십 차례 벌어졌다. 즉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핵전쟁을 막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 핵보유 자체가 전쟁유발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핵 대결의 피해자는 민중들이 될 것이고, 나아가 주변국과 세계 민중의 고통을 확대할 뿐이다.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 민중의 절대적 소외로서의 핵전쟁에서 더 이상 '정의의 전쟁'과 '불의의 전쟁'은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반전 반핵 평화 운동으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PSI를 참여하고 미국의 핵우산 제공 명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공군은 "현재 KF-16,F-4, F-5 등 전투기와 패트리어트, 호크, 나이키 등 방공 무기, 각종 정보자산 등을 총동원해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해군은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PKG) '윤영하함'을 서해에 배치했다. 북한 역시도 남한 정부의 PSI참여로 "무력충돌과 전면전쟁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나 NLL은 1958년 미국이 군사분계선이 없는 지역에서 한국 해군의 임의 행동(북침)을 규제하려고 만든 작전 통제선임에도 한국정부가 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반전평화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로 미군이 한반도의 군사적 억지력이란 믿음과 정반대로 한미동맹의 강화, 주한미군의 주둔, 미국의 핵우산과 선제핵공격 옵션이 한반도 전쟁의 유발 요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이명박 정권의 모든 군비증강 시도를 반대해야 하며 존재 자체가 전쟁유발 요인인 주둔미군의 철수, 한미동맹의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 남한에서부터 전쟁유발요인을 제거하여 전쟁 발발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경쟁국이 먼저 해야 한다거나 동시에 해야 한다는 세력균형의 논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셋째 대북제재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북한의 더욱 강경한 대응만을 부추길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하면서, 남한 정부의 PSI참여에 반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핵무기에 대한 숭배나 무감각을 깨고, 핵무기에 철저히 반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보유를 협상용이나 자위용이기 때문에 비판할 수 없다는 입장은 대중들로 하여금 핵문제에 대한 혼란과 무감각을 조장하여 남한의 핵무장 주장에 대해서 대항하기 어렵게 만든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남한의 핵 주권 주장에 대해서 단호하게 맞서며, 핵무기는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와 절대적인 정치적 소외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주장해야 한다. 반전 반핵 평화의 기치를 들고, 국가들 간의 세력균형을 통한 ‘공포의 균형’ 추구가 아니라, 대중들의 반전반핵평화운동이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실천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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