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5호 | 2009.12.07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과 범태평양파트너십 구상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위기 전가와 경제 통합
지난 달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일본, 중국, 한국을 순방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은 국제경제와 안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이 급성장하고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역경제안보공동체에 대한 구상에서 미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판단은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정책의 계기가 되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오바마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임을 특히 강조하며 아시아의 안보와 경제에 대한 개입을 더 높이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은 최근 아시아 정책이 지역적 이슈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체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결정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자국 경제의 불안정으로 미국의 지위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은 범태평양지역의 경제통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오바마의 경제상황 인식
오바마는 11월 14일 도쿄 산토리홀 연설에서 미국의 소비와 빚에 의존했던 아시아의 ‘불균형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수출주도형 아시아 경제가 이제 내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미국 상품 수입 확대를 요구했다.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오바마는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라 해도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 더블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균형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또한 미국 경제에 대해서 지난 3분기에 경제가 성장세를 보였고 다음 분기도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으나 고용은 경제 성장에 후행하기 때문에 어떻게 이를 가속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10.2%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1990년대 이후 고용회복에 소요되는 기간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1980년대에는 취업자수가 직전 경기정점의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1개월이었으나 1990~91년 경기순환기에는 31개월, 2001년에는 47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이번 경기침체 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었기 때문에 고용의 반등폭도 클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고용 없는 경기회복’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하여 균형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방문 일정과 논의내용
오바마는 11월 13~14일 일본을 방문하여 미일 동맹 강화 원칙에 합의했으며 주로 군사, 기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11월 14~15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APEC 정상회의 및 아세안 10개국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미 무역적자를 덜기 위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여론을 끌어내려고 했으나 어떤 국가도 속 시원하게 동의하지 않았다.
11월 15~18일 오바마는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 주석과 이란 핵 문제 및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논의하였으나 실질적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중국이 내년까지 위안화를 절상할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2005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0%로 급등했으나 작년 8월 이후로는 중국이 자국 내 수출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글로벌 불균형을 문제 삼으며 중국 측에 위안화 절상 요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상황이다. 미-중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은 다양한 이슈의 공동협력 약속, 정기적인 정상 교차 방문, 상호 전략적 관심사에 대한 배려 등을 담고 있으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실제적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오바마는 11월 18~19일 한국을 방문하여 주로 북한 핵 대응 문제와 한미 FTA를 다루었다. 양국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가 문제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며 한미 FTA 비준에 열성을 보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대통령의 협상 최대 이슈가 한미 FTA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FTA이며 한국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양자 간 협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서둘러 한미 FTA를 비준하고자 하지만 미국은 한미 FTA 내용 가운데 자동차 부분을 변경할 의도가 있으며 미 의회도 한미 FTA를 현 상태에서 비준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오바마 정부가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미 자동차 업계 등 미국 내 여론을 무마하면서 빠른 타결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던 건강보험개혁안이 11월 하원에서 통과돼 한미 FTA 처리 시기도 다가오고 있어 추진 여부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범태평양파트너십 구상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스텐은 현재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거대 지역 협정을 맺으려고 하는 것에 주목한다. 아시아 지역이 서로 무역 블록을 만들어 태평양 중앙에 선을 그으려 하고 있으며 미국이 그 블록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한다.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에서 미국에 대한 차별적 효과만으로 미국은 매년 250억 달러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이 소외된 지역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것은 미국에 손해기 때문에 미국은 어떻게든 그 체제에 참여하고 거기서 리더십을 발휘하길 원하고 있다.
현재 범태평양파트너십 참여 국가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 정도인데 곧 호주, 베트남, 페루도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미국이 이 파트너십에 동참한다면 한국과 일본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10개 국가가 된다. 현재 범태평양파트너십의 목표는 네 개 국가 사이의 무역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특히 이미 존재하는 쌍방 자유무역협정을 하나의 체계 안으로 포섭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미 싱가포르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호주와 페루는 미국과의 FTA를 고려 중이다. 이들 쌍방 FTA는 때로 상충하기도 하는데 범태평양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통합하려 하는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놀랜드는 아시아 국가들이 지역적 수준에서 무역 블록을 형성하려는 것에 대해 글로벌 수준에서의 개혁 없이는 그런 시도가 서로 경쟁하는 지역적 블록으로의 파편화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가 글로벌한 수준의 경제체계 개혁을 강화할지 아니면 지역적 대안을 위해 글로벌 질서를 훼손하게 될지는 미국의 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아시아가 열쇠를 쥐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가 국제 경제 체계의 진화에 가장 큰 결정요인이 될 텐데 아시아의 향방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이 지역적 이슈만은 아니며 그것은 미국의 국제경제에 대한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계획에 핵심적으로 놓여있는 것이 한미FTA와 WTO의 도하개발의제다. 그런데 놀랜드는 한미FTA가 비준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미국 의회는 한 번도 쌍방 무역협정 비준에 실패한 적이 없는데 한미FTA 비준 실패는 한미 관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치, 또 국제 무역 정책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심각한 손상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가 결렬될 경우 미국의 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4월 G20에서 오바마가 이 대통령에게 한미FTA를 성사시키겠다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미FTA는 오바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돼있지는 않다. 한편 미국은 WTO의 교착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아태지역에서 APEC을 추진하고 있다. APEC의 가입국들은 2020년까지 아태 지역에서 자유무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년 후 미국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버그스텐에 따르면 미국은 이때까지 앞에서 언급한 10개 국가들 중 8개 국가들이 TPP에 가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1년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APEC에서 적어도 이러한 합의 도달의 첫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APEC이 이런 목표를 강제할 메커니즘이 없다고 해도 각 국에 미치는 압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범태평양파트너십에서 무엇보다 주목하는 국가들은 중국, 한국, 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이다. 특히 경제위기 회복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은 최대 달러 보유국이며 경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합의체제의 강조는 미-중전략경제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7월 27~28일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국 재무부증권의 발행규모와 달러가치의 안정성 문제였다. 미국의 이중적자 중에서 무역적자는 경제위기의 전개과정에서 GDP의 3%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경기회복에 따라 앞으로 다시 상승할 수도 있고, 재정적자는 GDP 대비 두 자리 수로 상승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 요구 등 환율조정과 WTO 세계무역 등의 시장개방으로 무역적자를 완화해보려 한다. 특히 미국이 타깃으로 하는 분야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농업, 의약품에서의 지적재산권 등이기 때문에 미국 자본이 진출할 시장개방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 할지라도 가구소비의 회복은 아직 더디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의 수출은 여전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놀랜드는 이런 상황이 이들 국가들이 보호무역을 요구하게 되는 긴장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보호무역을 배격하고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강제하려 할 것이다.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위기 전가와 경제 통합
결국 미국의 범태평양파트너십 구상은 미국의 패권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세계적 통치력을 회복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첫째, 환율조정을 통해서 아시아에 대한 부채를 감각하고,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하여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고 한다. 둘째, 무역개방을 통해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조정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시키려고 한다. 특히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지체 이후 주춤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 금융 부문의 개방을 가속화하는 것이 미국에게 중요하다(미국은 특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아시아에게 경제위기의 부담을 전가하고, 미국식 경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통합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의도가 아시아 지역 민중에게 파괴적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미국은 최근 아시아 정책이 지역적 이슈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체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결정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자국 경제의 불안정으로 미국의 지위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은 범태평양지역의 경제통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오바마의 경제상황 인식
오바마는 11월 14일 도쿄 산토리홀 연설에서 미국의 소비와 빚에 의존했던 아시아의 ‘불균형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수출주도형 아시아 경제가 이제 내수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미국 상품 수입 확대를 요구했다.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오바마는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라 해도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 더블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균형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또한 미국 경제에 대해서 지난 3분기에 경제가 성장세를 보였고 다음 분기도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으나 고용은 경제 성장에 후행하기 때문에 어떻게 이를 가속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10.2%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1990년대 이후 고용회복에 소요되는 기간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1980년대에는 취업자수가 직전 경기정점의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1개월이었으나 1990~91년 경기순환기에는 31개월, 2001년에는 47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이번 경기침체 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었기 때문에 고용의 반등폭도 클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고용 없는 경기회복’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하여 균형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방문 일정과 논의내용
오바마는 11월 13~14일 일본을 방문하여 미일 동맹 강화 원칙에 합의했으며 주로 군사, 기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11월 14~15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APEC 정상회의 및 아세안 10개국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미 무역적자를 덜기 위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여론을 끌어내려고 했으나 어떤 국가도 속 시원하게 동의하지 않았다.
11월 15~18일 오바마는 중국을 방문하여 후진타오 주석과 이란 핵 문제 및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논의하였으나 실질적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중국이 내년까지 위안화를 절상할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2005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0%로 급등했으나 작년 8월 이후로는 중국이 자국 내 수출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글로벌 불균형을 문제 삼으며 중국 측에 위안화 절상 요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상황이다. 미-중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은 다양한 이슈의 공동협력 약속, 정기적인 정상 교차 방문, 상호 전략적 관심사에 대한 배려 등을 담고 있으나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실제적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오바마는 11월 18~19일 한국을 방문하여 주로 북한 핵 대응 문제와 한미 FTA를 다루었다. 양국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가 문제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며 한미 FTA 비준에 열성을 보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대통령의 협상 최대 이슈가 한미 FTA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지난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FTA이며 한국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양자 간 협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서둘러 한미 FTA를 비준하고자 하지만 미국은 한미 FTA 내용 가운데 자동차 부분을 변경할 의도가 있으며 미 의회도 한미 FTA를 현 상태에서 비준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오바마 정부가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미 자동차 업계 등 미국 내 여론을 무마하면서 빠른 타결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던 건강보험개혁안이 11월 하원에서 통과돼 한미 FTA 처리 시기도 다가오고 있어 추진 여부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범태평양파트너십 구상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스텐은 현재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거대 지역 협정을 맺으려고 하는 것에 주목한다. 아시아 지역이 서로 무역 블록을 만들어 태평양 중앙에 선을 그으려 하고 있으며 미국이 그 블록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한다. 동아시아자유무역지대에서 미국에 대한 차별적 효과만으로 미국은 매년 250억 달러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이 소외된 지역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것은 미국에 손해기 때문에 미국은 어떻게든 그 체제에 참여하고 거기서 리더십을 발휘하길 원하고 있다.
현재 범태평양파트너십 참여 국가는 싱가포르,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 정도인데 곧 호주, 베트남, 페루도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미국이 이 파트너십에 동참한다면 한국과 일본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10개 국가가 된다. 현재 범태평양파트너십의 목표는 네 개 국가 사이의 무역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특히 이미 존재하는 쌍방 자유무역협정을 하나의 체계 안으로 포섭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미 싱가포르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호주와 페루는 미국과의 FTA를 고려 중이다. 이들 쌍방 FTA는 때로 상충하기도 하는데 범태평양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통합하려 하는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놀랜드는 아시아 국가들이 지역적 수준에서 무역 블록을 형성하려는 것에 대해 글로벌 수준에서의 개혁 없이는 그런 시도가 서로 경쟁하는 지역적 블록으로의 파편화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가 글로벌한 수준의 경제체계 개혁을 강화할지 아니면 지역적 대안을 위해 글로벌 질서를 훼손하게 될지는 미국의 정책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아시아가 열쇠를 쥐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가 국제 경제 체계의 진화에 가장 큰 결정요인이 될 텐데 아시아의 향방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이 지역적 이슈만은 아니며 그것은 미국의 국제경제에 대한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계획에 핵심적으로 놓여있는 것이 한미FTA와 WTO의 도하개발의제다. 그런데 놀랜드는 한미FTA가 비준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미국 의회는 한 번도 쌍방 무역협정 비준에 실패한 적이 없는데 한미FTA 비준 실패는 한미 관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치, 또 국제 무역 정책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심각한 손상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가 결렬될 경우 미국의 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4월 G20에서 오바마가 이 대통령에게 한미FTA를 성사시키겠다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미FTA는 오바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돼있지는 않다. 한편 미국은 WTO의 교착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아태지역에서 APEC을 추진하고 있다. APEC의 가입국들은 2020년까지 아태 지역에서 자유무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년 후 미국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버그스텐에 따르면 미국은 이때까지 앞에서 언급한 10개 국가들 중 8개 국가들이 TPP에 가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1년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APEC에서 적어도 이러한 합의 도달의 첫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APEC이 이런 목표를 강제할 메커니즘이 없다고 해도 각 국에 미치는 압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범태평양파트너십에서 무엇보다 주목하는 국가들은 중국, 한국, 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이다. 특히 경제위기 회복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은 최대 달러 보유국이며 경제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합의체제의 강조는 미-중전략경제대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7월 27~28일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국 재무부증권의 발행규모와 달러가치의 안정성 문제였다. 미국의 이중적자 중에서 무역적자는 경제위기의 전개과정에서 GDP의 3%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경기회복에 따라 앞으로 다시 상승할 수도 있고, 재정적자는 GDP 대비 두 자리 수로 상승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 요구 등 환율조정과 WTO 세계무역 등의 시장개방으로 무역적자를 완화해보려 한다. 특히 미국이 타깃으로 하는 분야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농업, 의약품에서의 지적재산권 등이기 때문에 미국 자본이 진출할 시장개방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그러나 미국에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다 할지라도 가구소비의 회복은 아직 더디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의 수출은 여전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놀랜드는 이런 상황이 이들 국가들이 보호무역을 요구하게 되는 긴장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의 보호무역을 배격하고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강제하려 할 것이다.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한 위기 전가와 경제 통합
결국 미국의 범태평양파트너십 구상은 미국의 패권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세계적 통치력을 회복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첫째, 환율조정을 통해서 아시아에 대한 부채를 감각하고,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하여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려고 한다. 둘째, 무역개방을 통해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조정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시키려고 한다. 특히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지체 이후 주춤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 금융 부문의 개방을 가속화하는 것이 미국에게 중요하다(미국은 특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즉 미국은 아시아에게 경제위기의 부담을 전가하고, 미국식 경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통합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의도가 아시아 지역 민중에게 파괴적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