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5호 | 2010.03.17
G20 투쟁,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대중적 투쟁으로 금융세계화와 이명박 정부에 일격을 가하자!
올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5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올해 G20 의장국인 한국은 2월 27~28일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재무차관 중앙은행부총재 회의를 시작으로 회의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국격 향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세를 G20 정상회의로 몰고 가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그렇다면 민중운동은 G20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질문에 앞서 G20의 성격과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를 검토해보자.
G7의 탄생과 운영구조
먼저 G20 창설을 주도한 G7의 역사와 운영구조를 살펴보면 G20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중지 선언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흔들리자 세계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974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이 참가한 G5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처음 열렸다. 1985년 9월 G5 회의에서 플라자 합의를 발표하는 중요한 결정을 하자,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요구로 1986년부터 G7 회의로 확대되어 정상회의와 병행하여 열리게 되었다. (1975년 G6로 시작되어 1976년 G7로 확대된 후 정례화된 G7 정상회의는 원래 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별개였다.)
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1년에 4차례 열리는데 그 중 2차례가 봄, 가을의 IMF와 세계은행 총회 전에 진행된다. 국제금융기관의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G7이 사전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미리 의제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전 논의를 통해 의제 설정권과 비토권을 가진 G7은 IMF와 세계은행의 운영을 사실상 지배했다. 따라서 G7 회의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앞장섰던 IMF와 세계은행의 배후 조종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G7 회의는 국제법적인 지위가 없이 회원국의 합의만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G7 회의는 소수의 고위관료에 의해 비공식적이고, 비밀스럽고, 배타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각국의 고위 경제관료, 즉 소수의 테크노크라트는 자신들만의 유대를 형성한다. 대부분 신고전학파 경제학 교육을 받은 고위관료들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지배 엘리트 집단으로서 IMF나 세계은행의 관료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금융투명성, 구조조정, 자본시장개방, 정책이행조건(conditionality)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합의하고 추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G7에서 G20으로
초창기에 G7은 경제정책 공조와 환율 협정을 주로 논의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1987년 루브르 합의는 모두 G7의 작품으로 달러의 가치를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G7이 다루는 주요 의제가 변화했다. 첫째, 환율관리를 위한 정책공조가 상대화되었다. 1990년대 동안 정부의 재정 정책은 지양되고, 인플레이션 통제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및 신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이 강조되었다. 반면 환율은 G7 국가의 정책 목표에서 덜 중요해졌다. 금융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민간의 국내외 외환거래가 증가하면서 효과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회의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G7에서 다루어지는 의제와 고려되는 주제가 확대되었다. 특히 1990년대 G7은 의제를 확대하여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개도국 발전, 외채 문제 등을 주요하게 논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뒷받침하고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1994년 나폴리 회의에서 미국이 제기한 구상에 따라 1995년 캐나다 핼리팩스 회의에서 IMF의 기능을 강화하고, IMF가 회원국의 경제정책에 적극 개입할 것을 합의했다. 개도국 지원 문제도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1996년 리옹 회의에서 개도국의 발전이 주요하게 논의되었고, 1997년 덴버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한 개도국의 경제적 지위를 감안하면, 세계 경제의 안정을 보장하기에 G7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일례로 1980년, 1996년, 2006년 구매력평가 GDP를 기준으로 세계경제에서 각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G7은 54%, 46%, 40%로 감소한 반면 G7을 제외한 G20의 비중은 21%, 30%, 36%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자 G7보다 포괄적인 논의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 현실화되었다.
1997년 11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밴쿠버 APEC 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체제의 개혁을 위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G22를 제안했다. 1998년 4월 워싱턴에서 G22 회의가 처음 열리고, 그해 10월에 G26 회의로 확대되고, 1999년 3월에 다시 G33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의 포괄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는 1999년 9월 IMF 연차총회 당시 개최된 G7 회의에서 자신들과 12개 신흥국 및 유럽연합이 참여하는 G20 창설에 합의했다. 첫 G20 회의가 1999년 12월 베를린에서 열렸고, 이후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정례화되었다. 즉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G20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과 G7은 국제금융체제를 개혁하고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개도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G20의 출범을 주도했다.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의 결과
10년 동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이어지던 G20에 각국 정상이 참여하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세계 금융위기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었다. 2008년 11월 14~15일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해 G20 정상이 어떤 처방에 합의할지 많은 기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가운데 탐색전 성격의 회의가 진행되면서 모호하고 일반적인 합의에 머물렀다. 정상들은 금융 규제 및 감독을 개선하겠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금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개도국의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권력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IMF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근본적인 개혁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009년 4월 1~2일 런던에서 두 번째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부양이 주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1조 1천억 달러를 출자하는데, 그 중 7,500억 달러를 IMF의 자본 확충에 쓰기로 합의 했다. 금융규제 및 감독체제의 개선에 대해서는 금융안정포럼(FSF)을 개도국이 참여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 개편하고, IMF와 FSB가 협력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는 2011년 1월까지 IMF의 쿼터 조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 마련도 기존의 국제기구에게 맡겨졌다. 결국 IMF와 같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자본과 기능을 강화해서 경제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합의였다. 한편, 런던 정상회의 직전에 중국인민은행총재가 언급한 기축통화 논의는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기축통화체제의 변경은 세계경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쉽게 수용할 수 없었다.
2009년 9월 24~25일 피츠버그에서 세 번째 정상회의가 열렸다. 경제위기의 확산이 완화되는 가운데 열린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방안이 논의된 것이 특징이다. 아직까지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데 합의했다. 금융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기존의 틀 내에서 보다 세세한 합의를 진전시켰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는 IMF의 쿼터 5% 이상을 개도국으로 이전하고, 세계은행의 경우 3% 이상을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논의해서 중장기적인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약속하고, 추진방향을 결정했다. 피츠버그 회의에서는 의제가 확대되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최빈국 지원, 고용 문제 등도 다루어졌다.
2010년 서울 정상회의의 주요 예상 의제
그렇다면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첫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이 논의될 것이다. 2010년 세계경제가 미약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형은행의 부실, 동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화약고다. 만약 지배계급의 바람대로 하반기까지 큰 일 없이 세계경제가 개선된다면, 올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위기 이후 관리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2009년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에 합의하고, 작년 11월에 열린 스코틀랜드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세부 방안 및 일정에 합의했다. (①공유할 정책 목표에 합의 → ②회원국들은 IMF에 정책체계, 전망 등 자료 제출(2010.1.) → ③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중기 정책 방향의 목표 부합 여부에 대해 상호평가(2010.4.) → ④정책대안 제시(2010.6. 정상회의) → ⑤구체적인 정책제안 채택(2010.11. 정상회의)) 따라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각국의 정책공조 문제, 무역불균형 해소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다.
둘째, 국제금융기구 개혁, 금융규제 개혁을 일단락 짓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2011년 1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IMF의 쿼터개혁을 조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정상회의는 현재 국제금융기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자본 규제 개선 방안, 금융기관 경영자에 대한 보상체계 규제 방안, 거대 금융기관의 규제와 부실 처리를 위한 방안 등이 합의해야 하는 주요 과제다. 한편 한국정부는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개도국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융안전망 확충 논의를 주도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 에너지, 빈곤국 지원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다. G20에서 배제된 국가들은 여전히 G20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올해 회의는 이러한 비판을 불식하고 G20을 글로벌 거버넌스 기구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빈곤국 지원 문제,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가 지난 회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G20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하면서, 개도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미국의 패권과 금융세계화를 지속시키는 G20에 맞서 대중적 투쟁을 전개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G20에 맞서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먼저 G20 회의 진행 과정을 투명화하자거나 G20에서 논의되는 의제를 확장하자는 식으로, G20을 개혁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환상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G20은 IMF와 같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확대 재편을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적 경제 질서를 안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금융규제는 금융자본의 권력을 조정해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자본의 권력 문제는 애초에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회의에 개입해서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개입 전술은 순진한 바람일 뿐이다.
대신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융위기는 금융세계화 내부의 위기가 아니라 그 자체의 위기다. 한국은 특히 1997~98년 IMF 위기 이후 채권, 주식 등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해외자본은 단기이익을 추구하면서 금융거품 형성하거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또한 투자 명목으로 들어온 해외 자본은 기업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주도한 후에 수익을 거두면 재빠르게 나간다.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초국적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이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IMF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국 경제의 금융화, 투기화를 조장했다. 금융자본의 이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관리에 한정하고, 경제 관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이른바 한국은행 독립).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고, 지주회사 설립의 요건을 완화해 재벌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화되어서 이명박 정부까지 계속되고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도 본격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G20 투쟁과정에서 금융세계화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금융 통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이슈화시켜야 한다.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대중운동 조직이 G20 투쟁의 이러한 의의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대중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회를 G20 정상회의 사전에 배치하여 한국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와 요구를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선전으로 올 하반기 정국을 돌파하려는 이명박 정부에서 ‘순조롭고 평화로운’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과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대안세계화를 기치로 한 대중적 투쟁을 성사시킨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 차원의 국제연대도 필요하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글로벌 불균형, 즉 미국의 이중적자와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불안정성이 부각되었다.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무역불균형 조정 문제가 포함된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 절상과 자국 금융자산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의 부채를 해외로 이전 탕감하고, 미국의 금융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법이다.
따라서 G20 투쟁을 11월 13~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투쟁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2009년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시키기를 원했다. 그 결과 APEC은 2010년 말까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무역개방을 통해서 무역적자를 조정하는 것 역시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특히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지체 이후 주춤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 금융 부문의 개방을 가속화하려고 한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사회운동은 G20과 APEC 정상회의를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미국 및 국제 지배계급의 전략 속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G7의 탄생과 운영구조
먼저 G20 창설을 주도한 G7의 역사와 운영구조를 살펴보면 G20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1년 닉슨의 금태환 중지 선언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흔들리자 세계경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974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이 참가한 G5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처음 열렸다. 1985년 9월 G5 회의에서 플라자 합의를 발표하는 중요한 결정을 하자,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요구로 1986년부터 G7 회의로 확대되어 정상회의와 병행하여 열리게 되었다. (1975년 G6로 시작되어 1976년 G7로 확대된 후 정례화된 G7 정상회의는 원래 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와 별개였다.)
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는 1년에 4차례 열리는데 그 중 2차례가 봄, 가을의 IMF와 세계은행 총회 전에 진행된다. 국제금융기관의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G7이 사전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미리 의제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전 논의를 통해 의제 설정권과 비토권을 가진 G7은 IMF와 세계은행의 운영을 사실상 지배했다. 따라서 G7 회의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앞장섰던 IMF와 세계은행의 배후 조종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G7 회의는 국제법적인 지위가 없이 회원국의 합의만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G7 회의는 소수의 고위관료에 의해 비공식적이고, 비밀스럽고, 배타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각국의 고위 경제관료, 즉 소수의 테크노크라트는 자신들만의 유대를 형성한다. 대부분 신고전학파 경제학 교육을 받은 고위관료들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지배 엘리트 집단으로서 IMF나 세계은행의 관료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금융투명성, 구조조정, 자본시장개방, 정책이행조건(conditionality)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합의하고 추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G7에서 G20으로
초창기에 G7은 경제정책 공조와 환율 협정을 주로 논의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1987년 루브르 합의는 모두 G7의 작품으로 달러의 가치를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G7이 다루는 주요 의제가 변화했다. 첫째, 환율관리를 위한 정책공조가 상대화되었다. 1990년대 동안 정부의 재정 정책은 지양되고, 인플레이션 통제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및 신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이 강조되었다. 반면 환율은 G7 국가의 정책 목표에서 덜 중요해졌다. 금융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민간의 국내외 외환거래가 증가하면서 효과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회의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G7에서 다루어지는 의제와 고려되는 주제가 확대되었다. 특히 1990년대 G7은 의제를 확대하여 국제금융기구 개혁과 개도국 발전, 외채 문제 등을 주요하게 논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뒷받침하고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안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1994년 나폴리 회의에서 미국이 제기한 구상에 따라 1995년 캐나다 핼리팩스 회의에서 IMF의 기능을 강화하고, IMF가 회원국의 경제정책에 적극 개입할 것을 합의했다. 개도국 지원 문제도 주요하게 다루어졌다. 1996년 리옹 회의에서 개도국의 발전이 주요하게 논의되었고, 1997년 덴버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한 개도국의 경제적 지위를 감안하면, 세계 경제의 안정을 보장하기에 G7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일례로 1980년, 1996년, 2006년 구매력평가 GDP를 기준으로 세계경제에서 각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G7은 54%, 46%, 40%로 감소한 반면 G7을 제외한 G20의 비중은 21%, 30%, 36%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전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자 G7보다 포괄적인 논의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이 현실화되었다.
1997년 11월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먼저 밴쿠버 APEC 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체제의 개혁을 위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G22를 제안했다. 1998년 4월 워싱턴에서 G22 회의가 처음 열리고, 그해 10월에 G26 회의로 확대되고, 1999년 3월에 다시 G33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의 포괄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에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는 1999년 9월 IMF 연차총회 당시 개최된 G7 회의에서 자신들과 12개 신흥국 및 유럽연합이 참여하는 G20 창설에 합의했다. 첫 G20 회의가 1999년 12월 베를린에서 열렸고, 이후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정례화되었다. 즉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G20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과 G7은 국제금융체제를 개혁하고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개도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G20의 출범을 주도했다.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의 결과
10년 동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의 회의로 이어지던 G20에 각국 정상이 참여하게 된 것은 예상치 못한 세계 금융위기의 급속한 확산 때문이었다. 2008년 11월 14~15일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해 G20 정상이 어떤 처방에 합의할지 많은 기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가운데 탐색전 성격의 회의가 진행되면서 모호하고 일반적인 합의에 머물렀다. 정상들은 금융 규제 및 감독을 개선하겠다,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금융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겠다, 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개도국의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권력을 강력하게 통제하거나, IMF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근본적인 개혁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009년 4월 1~2일 런던에서 두 번째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의 위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경기부양이 주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정상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1조 1천억 달러를 출자하는데, 그 중 7,500억 달러를 IMF의 자본 확충에 쓰기로 합의 했다. 금융규제 및 감독체제의 개선에 대해서는 금융안정포럼(FSF)을 개도국이 참여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 개편하고, IMF와 FSB가 협력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는 2011년 1월까지 IMF의 쿼터 조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 마련도 기존의 국제기구에게 맡겨졌다. 결국 IMF와 같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자본과 기능을 강화해서 경제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합의였다. 한편, 런던 정상회의 직전에 중국인민은행총재가 언급한 기축통화 논의는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기축통화체제의 변경은 세계경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쉽게 수용할 수 없었다.
2009년 9월 24~25일 피츠버그에서 세 번째 정상회의가 열렸다. 경제위기의 확산이 완화되는 가운데 열린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방안이 논의된 것이 특징이다. 아직까지 완전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데 합의했다. 금융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기존의 틀 내에서 보다 세세한 합의를 진전시켰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에 대해서는 IMF의 쿼터 5% 이상을 개도국으로 이전하고, 세계은행의 경우 3% 이상을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논의해서 중장기적인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약속하고, 추진방향을 결정했다. 피츠버그 회의에서는 의제가 확대되어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최빈국 지원, 고용 문제 등도 다루어졌다.
2010년 서울 정상회의의 주요 예상 의제
그렇다면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첫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이 논의될 것이다. 2010년 세계경제가 미약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형은행의 부실, 동유럽의 재정위기 등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화약고다. 만약 지배계급의 바람대로 하반기까지 큰 일 없이 세계경제가 개선된다면, 올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위기 이후 관리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2009년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국제공조에 합의하고, 작년 11월에 열린 스코틀랜드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세부 방안 및 일정에 합의했다. (①공유할 정책 목표에 합의 → ②회원국들은 IMF에 정책체계, 전망 등 자료 제출(2010.1.) → ③IMF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중기 정책 방향의 목표 부합 여부에 대해 상호평가(2010.4.) → ④정책대안 제시(2010.6. 정상회의) → ⑤구체적인 정책제안 채택(2010.11. 정상회의)) 따라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각국의 정책공조 문제, 무역불균형 해소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다.
둘째, 국제금융기구 개혁, 금융규제 개혁을 일단락 짓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2011년 1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IMF의 쿼터개혁을 조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정상회의는 현재 국제금융기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자본 규제 개선 방안, 금융기관 경영자에 대한 보상체계 규제 방안, 거대 금융기관의 규제와 부실 처리를 위한 방안 등이 합의해야 하는 주요 과제다. 한편 한국정부는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으로 개도국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융안전망 확충 논의를 주도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셋째, 기후변화, 에너지, 빈곤국 지원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다. G20에서 배제된 국가들은 여전히 G20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올해 회의는 이러한 비판을 불식하고 G20을 글로벌 거버넌스 기구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빈곤국 지원 문제, 기후변화 및 에너지 문제가 지난 회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G20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하면서, 개도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미국의 패권과 금융세계화를 지속시키는 G20에 맞서 대중적 투쟁을 전개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G20에 맞서 어떻게 투쟁해야 하나? 먼저 G20 회의 진행 과정을 투명화하자거나 G20에서 논의되는 의제를 확장하자는 식으로, G20을 개혁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환상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G20은 IMF와 같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확대 재편을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적 경제 질서를 안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금융규제는 금융자본의 권력을 조정해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자본의 권력 문제는 애초에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회의에 개입해서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개입 전술은 순진한 바람일 뿐이다.
대신 우리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금융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융위기는 금융세계화 내부의 위기가 아니라 그 자체의 위기다. 한국은 특히 1997~98년 IMF 위기 이후 채권, 주식 등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해외자본은 단기이익을 추구하면서 금융거품 형성하거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또한 투자 명목으로 들어온 해외 자본은 기업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주도한 후에 수익을 거두면 재빠르게 나간다.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초국적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이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IMF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국 경제의 금융화, 투기화를 조장했다. 금융자본의 이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관리에 한정하고, 경제 관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이른바 한국은행 독립).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자본시장통합법을 제정하고, 지주회사 설립의 요건을 완화해 재벌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화되어서 이명박 정부까지 계속되고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도 본격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G20 투쟁과정에서 금융세계화의 문제점을 폭로하면서 금융 통제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이슈화시켜야 한다.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대중운동 조직이 G20 투쟁의 이러한 의의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대중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대회를 G20 정상회의 사전에 배치하여 한국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와 요구를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선전으로 올 하반기 정국을 돌파하려는 이명박 정부에서 ‘순조롭고 평화로운’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과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대안세계화를 기치로 한 대중적 투쟁을 성사시킨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 차원의 국제연대도 필요하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글로벌 불균형, 즉 미국의 이중적자와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불안정성이 부각되었다.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무역불균형 조정 문제가 포함된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 절상과 자국 금융자산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율 조작을 통해 미국의 부채를 해외로 이전 탕감하고, 미국의 금융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법이다.
따라서 G20 투쟁을 11월 13~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투쟁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 2009년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시키기를 원했다. 그 결과 APEC은 2010년 말까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무역개방을 통해서 무역적자를 조정하는 것 역시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특히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지체 이후 주춤하고 있는 농업, 서비스, 금융 부문의 개방을 가속화하려고 한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사회운동은 G20과 APEC 정상회의를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미국 및 국제 지배계급의 전략 속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