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88호 | 2001.05.16
첨부파일
Social88.hwp

민영화의 칼바람!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전방위적 투쟁이 준비되어야 한다

편집부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몰아친 구조조정 드라이브는 지난 2-3년간 궁지에 몰릴대로 몰린 노동자계급이 이제는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조건을 만들어갔고,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특히 전력, 통신, 철도등 주요 국가기간산업 공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집중적 포화는 국가권력의 사유화 정책 저지와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 투쟁의 결합을 요구했다. 이에 99년-2000년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광기에 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본격적인 공공부문간 연대투쟁에 나섰다. 공공부문은 국가권력의 직접적 통제 하에 있으며, 국가권력 구조의 정치적 변화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되는 특성을 가진다. 사실상 이것이 공기업 노사관계를 직접적으로 종속시켜 왔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그동안 민주노조 운동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공기업 노동조합 운동이 다소 느린 걸음으로, 혹은 다수의 노동조합이 협조적·타협적 노사관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기업 노동자들이 전체 전선을 책임져야 하는 '예외적'으로 여겨졌던 상황은 구조조정이 진척될 수록 '필연적'인 상황으로 전화하고 있다. 현시기 대다수 공기업 노동자들은 민영화 만능주의와 부도덕한 공기업 노동자들이란 멍에를 쓰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광폭한 칼날을 맞고 있다. 더욱이 공공부문 노동조합 운동의 민주적·계급적 발전을 위한 내부적 투쟁 역시도 힘겹게 병행해야 하는 실정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력노조사태와 한국통신 파업이후 현재 공공부문 노동자투쟁은 마치 휴·폐업기를 맞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실상을 조금만 살펴본다면, 그야말로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국지전'들이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음을 쉽사리 알 수 있다. 한국통신 계약직, 철도 홍익회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유화 저지 전선의 최소한의 방어막도 존재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정규직노동자들과는 또다른 맥락에서 눈물겹게 전선을 지켜내고 있고, 한국통신 분사화에 맞선 투쟁, 전력발전 분사에 대응하는 노동조합 조직발전 투쟁, 철도노조 민주화 및 구조조정 저지투쟁 등이 상승되어 나가고 있다.
정부가 밝힌 공기업 자회사 정리방안에 따르면, 공기업 자회사 41개사중 올해안에 27개사, 내년중 9개사가 민영화 혹은 통폐합되고, 이미 민영화가 완료된 6개 공기업외에 5개 공기업 역시 올해와 내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게된다. 현재는 7개사, 수자원기술공단, 한국통신 엠닷컴, 한양목재, 한전기공, 한국전력기술, 한양공영, 대한토지신탁이 청산·합병·매각 절차 진행 중이며, 나머지 자회사들은 기업가치평가, 입찰준비, 코스닥등록신청 등 정리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98년이후 이미 이루어진 13만1천여명의 인력감축에 이어 올해내로 다시 1만2천여명 수준의 대량감원을 목표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같은 상황에 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치열히 벌여내고 있는 '국지전'의 양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서, 이 속에서 연대전선의 확장과 이를 위한 고민이 너무나도 절실한 시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한다. 사실상 현재의 국면은 개별 자회사의 투쟁으로 돌파하기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회적 파장력이 있는 한 두개 대사업장의 투쟁으로 무리하리 만큼 내몰려져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물론 개별 공기업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국지전'은 미래의 전면전을 위한 토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개별적·파편적 전선을 복구하기 위한 전방위적 투쟁이 준비되어야 하며, 계획되어야 할것이다.

한국통신 114분사화와 노동자 투쟁

혹독했던 2000년 겨울, 2만 여명이 넘는 한국통신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의 그 차가웠던 맨바닥을, 비닐 한 장으로 버텨가며, 기본적인 생리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생존권 사수 투쟁을 전개했던 투쟁의 장면이 선연하다.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권과 자본의 탄압이 한국통신을 덮치고 있다. 114 안내국을 포함한 분사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노사 협의과정에서 사측은, 아니 정부는 5월 3일 일방적으로 114 안내국과 체납관리 분야의 분사화를 발표했다.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이사회가 기습적으로 5월 7일 열렸고, 날치기 통과가 감행되었다. 이로써 114 안내사업 및 요금체납 관리업무는 3개의 전문회사로 분사된다. 114 전화번호 안내의 경우, 가칭 KIS㈜와 KIS㈜Ⅱ 2개 사를 6월까지 설립된다. KIS㈜는 서울·인천·경기·강원을 관할하고, KIS㈜Ⅱ는 부산·대구 등 기타지역을 맡는다. KIS(주)는 150억원, KIS(주)Ⅱ는 2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되며, 전화번호 안내와 직접연결, 대기시간 광고, 텔레마케팅 등을 사업내용으로 한다. 또한 요금체납 관리업무 부문의 경우, 별도 법인으로 6월까지 분사하며, 체납관리 전문회사에 체납요금 등 채권 관리 업무를 위탁하고, 신설회사의 주주를 한통과 퇴직종업원으로 구성한 종업원지주회사에 채권관리 업무를 위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분사발표로 '짤려야' 하는 노동자들은 114 전화번호 안내사업부 종사자 4500명(정규직1200명, 비정규직 3300명), 체납관리 사업부 종사자 400여 명 등 모두 5000명에 이른다. 현재 한국통신 전체 정규직 인력은 그 동안 거의 2만 여명이 짤려나가 현재 4만6400 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114 등의 분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연수원, 위성, 선로, 전력, 건축토목, 연개단, IT, 마케팅, 국제교환 등 총 11개 분야의 분사화를 위한 시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분사대상 인원은 16,683명(114 1,224명, 체납 478명, 연수원 91명, 위성 218명, 선로 7,798명, 전력 1,601명, 건축토목 146명, 연개단 873명, IT 1,103명, 마케팅 3,129명, 국제교환 112명)에 이른다. 지난 몇 년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의 모범사례로 촉망(?)받던 한국통신 노동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는 이제는 거의 살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5월 3일부터 한국통신 분당 본사에는 1천 여명의 조합원들이 점거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차별과 억압 속에 살아가야 하는 가장 힘없는 여성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다수로 구성된 114에 분사의 첫 포화가 발사된 것은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야말로 '만만'하게 여기고, 여성노동자들과 남성노동자들을 분할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할하기 위한 자본의 파렴치한 공세의 일환이다. 더욱이 114 안내 여성조합원들의 40%가 남편의 실직 등으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상황은 현재의 구조조정 정책의 실상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통 계약직 노동자들의 '위로방문'에 무차별 폭력을 가하고, 여성 노동자들을 유린하는 국가권력의 횡포 속에서 한통 노동자들은 싸워나가고 있다.

전력노동자투쟁

전력노동자들은 어떠한가. 2000년 2번의 파업연기, 그리고 파업철회, 굴욕적인 합의로 인해 투쟁의 날개를 꺽인 전력노동자들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을 위한 법률안의 통과로 인해 4월 2일, 전력의 발전부문을 6개사로 분할 당하고 말았다. 사실 객관적으로 전력노동자들의 투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있다. 2월 23일 분사화 통과를 막기 위한 이사회 저지 투쟁은 하루 만에 막을 내렸고, 3월 16일 정기주주총회 역시 원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그리고 3월 21일 사실상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단체교섭 협정서가 체결되었다. 4월 2일, 전력자회사는 6개사로, 매각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분할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력노조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치열한 논쟁과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발전부문의 분사와 분사에 대응하는 노동조합 '조직발전'과 관련한 논쟁과 투쟁이 그것이다. 초기의 논의는 "발전자회사가 전력노조의 '특별지부'로 남느냐 아니면 '독립노조'로 나아가느냐!"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이것은 전력노조 집행부의 힘의 우위에 근거해 발전 자회사를 특별지부 형태로 두고 현재의 '지도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입장과, 전력노조의 탈퇴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여, 민주적 투쟁의 구심을 건설하고자 하는 흐름간의 논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조내 논쟁 축은 최근 "6개 발전 자회사별 노조인가, 아니면 발전 산별이냐!"를 둘러싼 논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전력노동자 대다수의 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에 근거하여 전력노조 탈퇴라는 대중적 정서까지 투영된 바 크다. 그러나 현재의 논쟁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조정과 자본의 사유화 전략에 맞선 투쟁의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즉,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대중적 불신과 자괴감에 젖어 있는 전력노동자들의 투쟁력을 아래로부터 형성해낼 수 있는 실질적인 투쟁의 계획과 지도력을 구축해 나가야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전력노동자들의 민주적이고 자주적 결정의 경로를 현실화 시켜낼 수 있는 내·외적 고민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철도노조 민주화투쟁

이러한 전력과 통신의 상황과 더불어 54년 만에 직선제 선거를 쟁취한 철도노동자들의 노조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상 철도·도시철도·지하철 노동조합의 민주화는 공공부문을 넘어서 노동조합 운동의 발전, 그리고 2001년 투쟁의 새로운 국면 전개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라 아니할 수 없다. 어용노조로서의 가장 '길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철도노조의 민주화는 사실 현실 투쟁의 주체 형성 문제를 넘어서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는 주요할 계기일 것이다. 정말로 '창발적(?)'이고 '신선한(?)' 방식으로 철도 노조의 민주화 투쟁을 억압하고 폭력적으로 짓눌러 왔던 철도노조의 민주화는 현재 개별적으로 전개되고, 투쟁을 준비해가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의 진전에 불을 당길 것이다. 지난시기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투쟁해온 이 단련된 '노병'들이 전선의 당당한 주체로, 지도부로 서나갈 수 있다면 2001년 투쟁은 결코 과거의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준비된' 투쟁으로

그러나 개별 노조의 민주화나 개별 노동자들의 투쟁력에만 의존해서는 DJ정권과 총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 동안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의 가열찬 투쟁이 노동자계급의 투쟁 전선을 '지탱'해왔고, 노동자들의 가슴에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은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춘'기를 맞은 임단투 시기가 도래하고 있으며, 5말 6초 총력투쟁을 위한 전 노동자들의 투쟁이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 이제는 하반기 총파업, 아니 총력 투쟁의 주요한 부대인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국지전'이 전 노동자들의 '전면전'과 결합하고, 최전선을 사수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 해야 한다. 물론 어렵고 힘겨운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책임지고 함께 하는 것이 '김대중 정권 퇴진' 의 결의를 모아내고, 노동자들의 총력 투쟁으로 집중시켜나가는 중요한 과정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SO-LA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태그
비정규직 비정규법 불안정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