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84호 | 2010.08.25

8.8 개각과 이명박 정부의 대 노동 공세

간접고용, 변형근로에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자

정책위원회
경제위기 대응으로서의 노동정책

하반기 경제 상황이 상반기보다 좋지 않다. 한국경제원은 한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 7.6%보다 크게 낮아진 4.6%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는 유럽 경제 위기, 중국과 미국의 경기지표 하락과 함께 경기부양 여력 약화를 들었다. 또 각종 재정 사업 종료에 따라 고용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적 경제학자들도 금융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앞으로 많은 불안요소가 남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 대기업의 경영성과에 힘입어서 경제위기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넘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저환율의 유리한 대외교역 조건은 물론이고 실질임금 삭감, 하청중소기업 비용 압박이라는 비용 전가 구조가 있었다. 결국 노동자 민중의 고혈을 짜내서 재벌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한 것이다.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국면으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 2009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사용한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부동산 거품의 경우에는 섣불리 꺼뜨리지도 더 키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두 분야에 관해서는 큰 문제를 만들지 않는 수준에서의 세세한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자율성이 그나마 확보되어 있는 부분은 바로 노동정책이다. 추가적인 노동유연화를 통한 노동비용 절감은 정부와 기업 모두의 입맛을 당기는 대상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민주노조 탄압을 통한 정치사회적 반대세력을 무력화시킨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노조법 개악을 통해서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 길들이기를 위해서 경주 발레오공조, 구미 KEC, 화물연대 등 지역과 업종의 목표 사업장을 선정하고 강력히 탄압하고 있다. 눈에 드러나는 탄압 외에도 이명박 정부는 물밑에서 노동유연화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서 파견업종 확대, 유연근로제 도입, 단시간노동제 및 변형시간근로제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8.8 개각은 노동 탄압을 위한 포석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향후 구상을 유추해 볼 수 있을 8.8 개각이 발표되었다. 특임장관으로 최측근 이재오를, 총리로 ‘참신한’ 김태호를 내정했다.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바람을 막아보자는 구상이다.
그런데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개각이 하반기 노동 공세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이다. 핵심적인 몇몇 요직을 살펴보자. 국정운영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총리와 대통령 실장에 김태호와 임태희를 내정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공무원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막겠다며 법원에서 ‘징계무효판정’이 나왔음에도 재징계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장관은 노조법 개악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민간고용서비스 확대를 통한 파견업종 확대 시도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신임 고용노동부장관에는 박재완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내정됐다. 박재완은 공기업의 민영화와 공공기관에서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던 인물이다.
이번 개각은 그저 반노조적인 인물들이 다수 중용되었다는 표면적인 사실을 넘어서 하반기 이명박 정권의 의도를 예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대표적으로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8월 20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옹호하며 현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친기업’이 아니라 ‘친일자리’, ‘친노조’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조에 대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로 인해 사내하청이 확산되고,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지난 상반기부터 노골적으로 민주노조 분쇄의 도구로 사용되어오고 있는 타임오프제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박재완 후보자는 노사자율 교섭을 강조했지만 고용노동부의 월권인 ‘타임오프 매뉴얼’의 수정은 재계의 반대 입장을 근거로 반대했다. 노사 간의 ‘이면합의’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노조 상급단체 파견 쟁점에 대해서도 재계가 반대하기 때문에 자신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올 상반기의 민주노조 분쇄 공작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장관이 대통령실장으로 승진되었다는 사실과 그 후임자인 박재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것은 민주노조 운동을 기업별 노사관계에 붙잡아 두고 정권과 자본의 감시 하에 두려하던 상반기 대 노동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뜻한다.
한편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또한 강도 높게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6월 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이 심의, 의결되었다. 그리고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작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장에 있을 때부터 ‘공기업 선진화 2기’를 진두지휘하며 ‘3대 거품(보수, 직급 및 조직, 사업구조) 빼기’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핵심과제로 상정한바 있다. 또한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과 엇박자”라며 “성과급 등 임금체계 등을 개선” 등 구조조정을 통한 “청년 취업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장년과 청년의 이익을 대립시키는 자본의 분할 전략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간접고용, 변형근로에 맞서는 투쟁을 준비하자

그동안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제출되었던 이명박 정권의 고용창출 정책 핵심은 단시간근로, 유연근로와 같은 근로형태의 다양화다. 저임금 노동의 정당화와 파견노동의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전작업으로 타임오프제를 통한 민주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개각 또한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공공기관 선진화, 민영화, 파견업종 확대 등 오랫동안 준비한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 하반기에 더욱 강도 높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포함한 민중운동은 이에 걸맞은 태세를 가다듬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공세와 기만적 작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하반기에 예상되는 간접고용과 변형근로 확대에 맞서는 투쟁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계속되는 탄압에 개별 사업장의 투쟁으로 맞선다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지도 투쟁전선을 형성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는 작정하고 달려드는 공세를 이겨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유연화 노조탄압 공세는 이미 시작되었다. 민주노조 운동의 태세를 점검하고 투쟁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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