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8호 | 2010.12.07
여성노동자들이 나서서 노동운동의 미래를 바꾸자!
12월 11일 서울여성조합원대회의 의의와 과제
오는 12월 11일 제1회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각기 다른 조건과 상황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조합원들이 모인다. 노동조합의 주변이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해, 여성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결의하는 자리다. 3.8 세계여성의 날 맞이 투쟁대회를 일회성 사업으로 끝내지 말자는 다짐이 이어진지도 몇 해째다. 하지만 각 노조마다 여성사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3월 8일의 대회가 여성노동자들이 결집하는 유일한 자리가 되고 있다. 이번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여성노동자들의 단결과 한마당의 자리임과 동시에 올해 이어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총화하는 자리로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왜 여성조합원대회인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논란이 될 때마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은 페미니즘적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여성억압의 현실을 타파하고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진정한 노동자 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성폭력 규약이나 할당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체질개선은 요원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 조직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태도, 민주노총의 여성의제와 관련한 요구 등의 지표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여성’노동자가 처하게 되는 특수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개조는 몇 가지 사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즉 가족을 매개로 한 성별분업과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책임이 어떤 구조 속에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가를 분석하고, 그에 입각한 투쟁을 기획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의 특수성에 주목하지 않다보니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비정규직 일반의 문제로 여길 뿐이었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고 현재 가족의 성별분업 구조와 여성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맞서는 투쟁은 민주노총의 중심과제가 될 수 없고,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일주체로 설 수 없다. 또 출산, 양육에 대해 일부를 지원하면서 여성에게 모성과 재생산 노동을 강요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자본과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한다는 민주노총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삶과 고민을 공유하고, 단결을 이야기하는 자리인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설연맹, 전교조 서울본부,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이 참가한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공감 워크샵’을 통해 문제의식 모아냈다. 또 워크샵 이후 서울에 있는 산별노조와 단위노조 차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취합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노동조합 일주체로 여성노동자가 당당히 나서야 함을 독려하고 결의하는 자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을 가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네요. 그것을 믿고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 100%는 아니지만 결론을 내었습니다. 살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느꼈습니다. 함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여전히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연대의 고마움을 갚는 길입니다. 구로공단에 있는 노동자들과 더 많은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맞서 1895일이라는 시간동안 투쟁해 온 기륭전자 동지들의 투쟁 승리는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인 이 시대에 희망의 소식이었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전체 노동자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결혼과 가사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져온 열악한 노동조건, 상시적 해고 위협이 이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비단 여성노동자들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바꾸는 투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불안정하게 지속되고 있고, 저출산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와 자본은 전체 노동시장의 재편과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 인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데 분주하다. 각종 법, 제도 개편을 통해 노동시간과 임금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를 방해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말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또 ‘일 ․ 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일 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그 실상은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잘 해내라는 것과 다름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분주함 덕택에 수많은 여성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이라도 하게 되면 바로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다. 하지만 이에 맞서기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기륭전자분회가 그러했듯이 KEC지회는 노조를 파괴하려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파업을 6개월 째 이어나가고 있다. 또 저임금으로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던 재능 학습지 교사들이 단체교섭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것도 3년이 다 되었다.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법과 공권력에 가로막히고, 짓밟히고 있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투쟁의 끈을 놓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절망 속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이야기 하는 그녀들은 그 자체로 희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각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체 여성노동자가 처한 특수한 현실을 짚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서부터 여성이 처한 현실을 확인하고, 공동의 힘을 모을 것을 결의하도록 하자.
여성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자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당당해지기 위하여
“이 나이에 투쟁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아니죠. 여성들도 노동조합에 당당히 가입하고 자기의 역할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 여성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깨야한다고 봅니다.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부 투쟁도 계속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깨달으면 입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게 힘이 큽니다.” -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그런 문제에 앞장 서 나서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남성에게 익숙한 것인 반면 여성은 앞에 나서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고,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익숙하다. 태생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디 여자가’ , ‘여자가 드세다’라는 말 속에 녹아나는 편견들로 그렇게 길러져 온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좋은 점은 나이어린 남자 반장이 막말하고 그래도 잘릴까봐 꾹 참았는데, 이제는 누구누구 씨라고 불러주며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라는 어느 청소노동자의 고백처럼 여성에게 주어진 열악한 노동조건은 인간적 대우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낮은 임금에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고, 인격적 모독을 당해도 되거나 성폭력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현실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이 하는 노동은 대부분 집에서 하던 가사노동, 돌봄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집에서 하던 일 밖에서 하는 것이 뭐가 어렵냐는 인식하에 저임금이 당연시 되고, 그 마저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반장이나 사장에게 막말을 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노동자가 용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도 자식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문제를 폭로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반격과 해고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상처와 모독을 개인이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음에도 여성노동자를 둘러싼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이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조건과 현실을 보다 면밀하게 바라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려주겠다지만, 막상 그 일들은 집에서 하던 것이라며 저평가하고 저임금을 당연시하는 자본과 정부의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자.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왜 집안일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지, 왜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일들을 그리 낮게 평가하는지, 왜 일상적인 성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인간적으로 대우받기도 힘든 현실이 있는지 말이다. 한편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는 것은,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투쟁으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뭉치고, 더 많이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이 되기 위해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만나 한 판 힘 다지는 자리로 기획되고 있다. 각기 다른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이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다독여주고, 또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이 가야 할 공동의 투쟁 전망을 그려보는 자리. 첫 출발로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없지만 탄탄한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기획들로 향후 여성노동자 간의 연대를 강화해보자!
왜 여성조합원대회인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논란이 될 때마다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은 페미니즘적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여성억압의 현실을 타파하고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진정한 노동자 단결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반성폭력 규약이나 할당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지고,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체질개선은 요원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 조직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태도, 민주노총의 여성의제와 관련한 요구 등의 지표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여성’노동자가 처하게 되는 특수한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기인한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개조는 몇 가지 사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즉 가족을 매개로 한 성별분업과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책임이 어떤 구조 속에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가를 분석하고, 그에 입각한 투쟁을 기획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노동자의 특수성에 주목하지 않다보니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비정규직 일반의 문제로 여길 뿐이었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고 현재 가족의 성별분업 구조와 여성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맞서는 투쟁은 민주노총의 중심과제가 될 수 없고,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일주체로 설 수 없다. 또 출산, 양육에 대해 일부를 지원하면서 여성에게 모성과 재생산 노동을 강요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자본과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한다는 민주노총의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삶과 고민을 공유하고, 단결을 이야기하는 자리인 서울여성조합원대회가 열린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설연맹, 전교조 서울본부,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이 참가한 ‘서울여성조합원대회 공감 워크샵’을 통해 문제의식 모아냈다. 또 워크샵 이후 서울에 있는 산별노조와 단위노조 차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취합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노동조합 일주체로 여성노동자가 당당히 나서야 함을 독려하고 결의하는 자리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을 가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네요. 그것을 믿고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 100%는 아니지만 결론을 내었습니다. 살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느꼈습니다. 함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여전히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연대의 고마움을 갚는 길입니다. 구로공단에 있는 노동자들과 더 많은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맞서 1895일이라는 시간동안 투쟁해 온 기륭전자 동지들의 투쟁 승리는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인 이 시대에 희망의 소식이었다.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전체 노동자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결혼과 가사노동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져온 열악한 노동조건, 상시적 해고 위협이 이제는 전체 노동자들의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비단 여성노동자들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바꾸는 투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불안정하게 지속되고 있고, 저출산 고령 사회로 진입한다는 위기감 속에 정부와 자본은 전체 노동시장의 재편과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 인력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데 분주하다. 각종 법, 제도 개편을 통해 노동시간과 임금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를 방해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말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또 ‘일 ․ 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일 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그 실상은 일하면서 집안일까지 잘 해내라는 것과 다름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분주함 덕택에 수많은 여성노동자는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이라도 하게 되면 바로 무자비한 탄압을 받는다. 하지만 이에 맞서기 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다.
기륭전자분회가 그러했듯이 KEC지회는 노조를 파괴하려는 자본과 정권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파업을 6개월 째 이어나가고 있다. 또 저임금으로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던 재능 학습지 교사들이 단체교섭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것도 3년이 다 되었다. 노동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법과 공권력에 가로막히고, 짓밟히고 있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투쟁의 끈을 놓지 않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절망 속에서도 끈질기게 희망을 이야기 하는 그녀들은 그 자체로 희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각 단위 사업장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체 여성노동자가 처한 특수한 현실을 짚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여성조합원대회에서부터 여성이 처한 현실을 확인하고, 공동의 힘을 모을 것을 결의하도록 하자.
여성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자 노동조합의 주인으로 당당해지기 위하여
“이 나이에 투쟁해야하나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건 아니죠. 여성들도 노동조합에 당당히 가입하고 자기의 역할들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 여성들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깨야한다고 봅니다. 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부 투쟁도 계속해야 합니다. 여성들이 깨달으면 입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게 힘이 큽니다.” - 이경옥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그런 문제에 앞장 서 나서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남성에게 익숙한 것인 반면 여성은 앞에 나서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고, 누군가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익숙하다. 태생적으로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디 여자가’ , ‘여자가 드세다’라는 말 속에 녹아나는 편견들로 그렇게 길러져 온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좋은 점은 나이어린 남자 반장이 막말하고 그래도 잘릴까봐 꾹 참았는데, 이제는 누구누구 씨라고 불러주며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라는 어느 청소노동자의 고백처럼 여성에게 주어진 열악한 노동조건은 인간적 대우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낮은 임금에 비정규직으로 일한다고 해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고, 인격적 모독을 당해도 되거나 성폭력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현실을 참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이 하는 노동은 대부분 집에서 하던 가사노동, 돌봄노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집에서 하던 일 밖에서 하는 것이 뭐가 어렵냐는 인식하에 저임금이 당연시 되고, 그 마저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반장이나 사장에게 막말을 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청소하는 중년의 여성노동자가 용역업체 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도 자식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문제를 폭로한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반격과 해고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상처와 모독을 개인이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제,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 맞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음에도 여성노동자를 둘러싼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이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조건과 현실을 보다 면밀하게 바라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려주겠다지만, 막상 그 일들은 집에서 하던 것이라며 저평가하고 저임금을 당연시하는 자본과 정부의 태도를 단호히 거부하자.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왜 집안일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지, 왜 여성에게 적합하다는 일들을 그리 낮게 평가하는지, 왜 일상적인 성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인간적으로 대우받기도 힘든 현실이 있는지 말이다. 한편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는 것은, 노동운동을 하는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투쟁으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뭉치고, 더 많이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작이 되기 위해 서울여성조합원대회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만나 한 판 힘 다지는 자리로 기획되고 있다. 각기 다른 직종의 여성노동자들이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다독여주고, 또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이 가야 할 공동의 투쟁 전망을 그려보는 자리. 첫 출발로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없지만 탄탄한 징검다리를 놓아가는 기획들로 향후 여성노동자 간의 연대를 강화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