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7호 | 2011.05.03
야당 연대, 한국노총 공조가 노조법 개정을 위한 최선의 길인가?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노조법 전면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요구하며 8대 의제를 선정했다.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설립 절차 개선, ▲손배가압류 제한,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자율,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필수공익사업 폐지 및 최소유지 업무 신설. 사실 어느 의제 하나 긴급하지 않은 게 없다 아니, 민주노조의 사활이 걸려 있다.
노동자성 확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이 웅변하듯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사례가 보여주듯이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이다. 운수, 건설,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사례처럼 정부가 설립신고증을 두고 재량권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노조설립 절차 개선이 시급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가장 막강한 무기가 된 손배가압류와 단체협약 해지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관철시킨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활동을 지극히 위축시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기능을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창구단일화가 산별교섭을 위협하기 때문에 자율교섭 보장과 함께 산별교섭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필수업무유지제도를 폐지하여 박탈된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재개정을 전제로 노동계와 대화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고, 경총은 노조법 개정이 "노사균형의 기본 근간을 뒤엎는 발상"이라며 노동자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 자본가단체와 정면으로 맞붙어 노동자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민주노조를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야3당 공동 입법발의, 한국노총 공조가 최선의 길인가
그런데 민주노총 사업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1월 7일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를 구성했고, 4월 5일 한국노총과 실무회담을 거쳐 양대노총 공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4월 29일 '민생안정과 노동기본권 확대 및 노조법재개정을 위한 야3당-양대노총 공동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해 공동 입법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 축소 및 보완 문제는 5-6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입법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공동 입법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은 "공동발의에서 제외된 세 가지 쟁점이 결코 합의된 다섯 가지보다 부차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8개의 핵심 쟁점이 거대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야권연대가 "중요 쟁점을 미룬 채 진행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근까지도 '8개의제 동시발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합의를 위해 민주노총이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낳는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는 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 최근까지 계속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노총과 공조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연대를 폐기한다는 대의원대회 공식방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공동발의를 최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양대노총 공조까지 되살려내는 게 민주노총으로서 최선의 길이냐는 것이다. 다른 길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조의 위험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야3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16명인데 이 중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10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전체 의원 수는 한나라당 171명, 민주당 87명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추진한 공동발의는 이번 18대 국회 내에서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만약 18대 국회에서 실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민주노총의 원래 목표가 크게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한국노총이 큰 변수다. 올해 1월부터 경총이 '총연합단체 공익사업 후원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노총의 기업파견자 120명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노총은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예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대책회의에서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외에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론 확정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논의를 회피하곤 했다. 민주당의 경우 내심으로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 즉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지급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된 바 있다(김무성 원내대표, 3월 11일). 만약 국회 입법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또한 이번 공동 입법발의는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운동의 주도권을 민주노총 스스로 민주당에 넘겨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라 민주당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전면 개정의 정당성과 8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적 운동을 형성하여 주도권을 쥐고 정부와 정당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대중운동의 성과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5월 1일 노동절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과 폭넓게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조법 개정을 위해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 곧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공동 입법발의가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프로그램에 따라 추동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약속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사례는 우리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5월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연다고 한나라당과 전격 합의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은 한·EU FTA 처리가 "4·27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야 4당 정책연합 합의문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민주당은 어떻게 야4당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파기하는가"라고 말한다.)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이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민주당 내에 일종의 역할분담 게임처럼 보인다.
민주노총, 대중운동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노총은 전북 버스노조 투쟁 사례처럼 여전히 사측과 야합해 지도부는 검은 돈을 챙기면서 조합원을 짓밟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006년에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에 사용자들과 합의했다. 한국의 민주노조는 한국노총의 반노동자 행태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에 청원하고 한국노총과 공조를 취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실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장벽을 깨부수어야 한다. 현재 그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현장에서부터 우리 모든 노동자의 힘을 모아 노조법 전면 개정을 쟁취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힘에 근거하지 않은 운동은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정당에 의해 반드시 왜곡되거나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요구하며 8대 의제를 선정했다.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설립 절차 개선, ▲손배가압류 제한,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자율,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필수공익사업 폐지 및 최소유지 업무 신설. 사실 어느 의제 하나 긴급하지 않은 게 없다 아니, 민주노조의 사활이 걸려 있다.
노동자성 확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이 웅변하듯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사례가 보여주듯이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이다. 운수, 건설,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사례처럼 정부가 설립신고증을 두고 재량권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노조설립 절차 개선이 시급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가장 막강한 무기가 된 손배가압류와 단체협약 해지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관철시킨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활동을 지극히 위축시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기능을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창구단일화가 산별교섭을 위협하기 때문에 자율교섭 보장과 함께 산별교섭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필수업무유지제도를 폐지하여 박탈된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재개정을 전제로 노동계와 대화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고, 경총은 노조법 개정이 "노사균형의 기본 근간을 뒤엎는 발상"이라며 노동자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 자본가단체와 정면으로 맞붙어 노동자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민주노조를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야3당 공동 입법발의, 한국노총 공조가 최선의 길인가
그런데 민주노총 사업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1월 7일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를 구성했고, 4월 5일 한국노총과 실무회담을 거쳐 양대노총 공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4월 29일 '민생안정과 노동기본권 확대 및 노조법재개정을 위한 야3당-양대노총 공동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해 공동 입법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 축소 및 보완 문제는 5-6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입법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공동 입법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은 "공동발의에서 제외된 세 가지 쟁점이 결코 합의된 다섯 가지보다 부차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8개의 핵심 쟁점이 거대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야권연대가 "중요 쟁점을 미룬 채 진행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근까지도 '8개의제 동시발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합의를 위해 민주노총이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낳는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는 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 최근까지 계속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노총과 공조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연대를 폐기한다는 대의원대회 공식방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공동발의를 최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양대노총 공조까지 되살려내는 게 민주노총으로서 최선의 길이냐는 것이다. 다른 길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조의 위험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야3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16명인데 이 중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10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전체 의원 수는 한나라당 171명, 민주당 87명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추진한 공동발의는 이번 18대 국회 내에서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만약 18대 국회에서 실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민주노총의 원래 목표가 크게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한국노총이 큰 변수다. 올해 1월부터 경총이 '총연합단체 공익사업 후원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노총의 기업파견자 120명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노총은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예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대책회의에서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외에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론 확정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논의를 회피하곤 했다. 민주당의 경우 내심으로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 즉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지급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된 바 있다(김무성 원내대표, 3월 11일). 만약 국회 입법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또한 이번 공동 입법발의는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운동의 주도권을 민주노총 스스로 민주당에 넘겨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라 민주당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전면 개정의 정당성과 8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적 운동을 형성하여 주도권을 쥐고 정부와 정당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대중운동의 성과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5월 1일 노동절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과 폭넓게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조법 개정을 위해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 곧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공동 입법발의가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프로그램에 따라 추동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약속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사례는 우리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5월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연다고 한나라당과 전격 합의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은 한·EU FTA 처리가 "4·27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야 4당 정책연합 합의문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민주당은 어떻게 야4당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파기하는가"라고 말한다.)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이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민주당 내에 일종의 역할분담 게임처럼 보인다.
민주노총, 대중운동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노총은 전북 버스노조 투쟁 사례처럼 여전히 사측과 야합해 지도부는 검은 돈을 챙기면서 조합원을 짓밟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006년에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에 사용자들과 합의했다. 한국의 민주노조는 한국노총의 반노동자 행태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에 청원하고 한국노총과 공조를 취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실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장벽을 깨부수어야 한다. 현재 그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현장에서부터 우리 모든 노동자의 힘을 모아 노조법 전면 개정을 쟁취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힘에 근거하지 않은 운동은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정당에 의해 반드시 왜곡되거나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