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9호 | 2011.05.27
타임오프제 시행 1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문제는 민주노조 지켜내기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가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4월 말 기준 1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2,499개소 중 2,185개소가 타임오프제를 도입하여 87.4%의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타임오프제 도입률은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더욱 확대하기 위해 지도․감독을 강화하면서 위법․편법 사례를 적발 시정․조치하는 등 강력하게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또한 타임오프제도의 공공기관 도입 현황을 발표하였는데, 2011년 3월 기준 9개월 만에 노조가 있는 193개 공공기관 중 118개 기관(61.1%)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도입 후 공공기관 노조 전임자수는 종전 459.5명에서 457.3명으로 2.2명 수준 감소(연간 근로시간 2,080시간 기준) 하였다. 미도입 기관도 금년 중 단체 협약이 모두 만료됨에 따라 금년 내에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 노사관계 선진화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통계만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를 죽이기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임자를 축소하고, 초법적 매뉴얼을 들이대며 노조활동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현재의 타임오프 한도를 복수노조 간에 나누어 써야 한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개별기업 투쟁의 한계
이명박 정권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 자체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 민주노조 진영의 태세와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지난 1년 동안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타임오프제 투쟁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라는 분위기이고, 총연맹 또한 손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핵심사업장으로 주목했던 기아자동차도 투쟁 전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기존 전임자 234명에서 면제자 21명, 무급전임자 70명으로 줄어 전임자 수가 61.1%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역시 지난해 기존 55명의 노조전임자를 30명(유급 전임자 15명, 노조 임금 지급 15명)으로 줄이는 등 많은 사업장들이 타임오프제에 대응하지 못했다.
타임오프제 투쟁 전선을 강고하게 만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개별 사업장 대응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별 체계를 넘어 초기업 단위로 단결하고, 산별노조를 건설해 총연맹으로 자원을 집중하려 했던 민주노조 운동의 노력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개별기업의 노조들은 사측과의 이면합의 수준으로 결론짓고 정면 돌파하지 못했고, 산별노조와 총연맹은 전체 전선을 형성하는 투쟁을 기획하지 못했다.
금속노조 한국펠저지회 사례
한편,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펠저지회와 같이 법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낳은 곳도 있다. 한국펠저지회는 2010년 회사와 단체협상을 벌여 노조전임자 처우 및 조합 활동에 대해 현행 단체협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한국펠저 노사의 단체협약이 개정 노조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2011년 5월 9일 인천지방법원은 고용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금속노조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현재 금속노조는 한국펠저지회의 법원 결정을 계기로 여러 사업장의 시정명령 효력 정지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한국펠저지회의 사례는 이후 타임오프제 투쟁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의 승리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제 현장 투쟁을 만들고 타임오프제를 돌파하기 위한 중앙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지부의 행보
현재 타임오프제의 최대 쟁점은 현대차지부에 있다. 현대 자본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현대차지부, 나아가 현대그룹의 노조들을 식물 노조로 만드는 것이다. 현대 자본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기아차지부에 이어 현대차지부의 손과 발도 묶으려 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모두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타임오프 적용 사업장이 된 현대차는 법정 노조 전임자 24명만을 인정키로 하고 노조에 법정 전임자를 지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가 응하지 않자 전임자 233명 모두에게 무급 휴직 발령을 낸 상황이다.
조합원수가 45,000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단위 노조인 만큼 현대차지부의 행보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그에 걸맞은 투쟁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타 대기업의 사례처럼 노사합의로 보전수당을 신설하여 조합원들이 보전수당을 조합비로 내는 방식을 택하거나, 노조에서 사내 복지시설 운영권을 획득하여 여기서 나온 재원으로 무급 전임자 임금을 충당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밟아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과 자본은 유무급 전임자를 가리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 자체를 봉쇄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만든 유급 기준이 노조 활동의 기준으로 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타임오프제 투쟁
타임오프제 1년이 되는 2011년 7월 1일은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날이기도 하다. 타임오프제에 따른 단체협약 체결은 전임자수와 임금지급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활동가들을 노동조합 내부의 극히 실리적인 몇 가지 활동으로 옭아매 정치적인 발언이나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활동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87년 이후 민주노조를 지키려 애써온 투쟁의 역사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며,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활동방식이 전반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것은 2010년 1월 1일 국회에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관련 입법안이 통과되면서 노사 모두가 예상한 것이었다. 곧 닥쳐올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법제화는 ‘결사의 자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조차 가로막을 것이다.
타임오프투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의 무기력을 극복하고 다시 출발하자. 민주노총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기업 안에서만 머물러 각개 약진하는 타임오프제 투쟁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타임오프제는 개별사업장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 총연맹이 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곧이어 시행될 복수노조와도 결합되어 변화된 노동조합 상황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아래로부터 조합원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여전히 문제는 민주노조 사수!
현재 시점에서 타임오프제 자체를 분쇄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 없다면 민주노조를 지켜왔던 우리의 힘으로 노조를 지킬 수밖에 없다. 타임오프제 도입 이후 많은 노조들이 노조 재정운영방식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무급전임자를 두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전임자의 활동비를 책임져야 하고, 당연히도 조합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의 의미와 정당성을 대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곧 나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측과의 이면합의를 통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방식은 결국 노조 간부들과 현장의 괴리를 확대할 뿐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이 바로 민주노조의 분열과 축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현재 전임자를 보전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임자임금지급의 문제는 민주노조가 지켜질 때에 의미가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기획재정부 또한 타임오프제도의 공공기관 도입 현황을 발표하였는데, 2011년 3월 기준 9개월 만에 노조가 있는 193개 공공기관 중 118개 기관(61.1%)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도입 후 공공기관 노조 전임자수는 종전 459.5명에서 457.3명으로 2.2명 수준 감소(연간 근로시간 2,080시간 기준) 하였다. 미도입 기관도 금년 중 단체 협약이 모두 만료됨에 따라 금년 내에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 노사관계 선진화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통계만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를 죽이기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임자를 축소하고, 초법적 매뉴얼을 들이대며 노조활동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현재의 타임오프 한도를 복수노조 간에 나누어 써야 한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개별기업 투쟁의 한계
이명박 정권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 자체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 민주노조 진영의 태세와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지난 1년 동안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타임오프제 투쟁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라는 분위기이고, 총연맹 또한 손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핵심사업장으로 주목했던 기아자동차도 투쟁 전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기존 전임자 234명에서 면제자 21명, 무급전임자 70명으로 줄어 전임자 수가 61.1%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역시 지난해 기존 55명의 노조전임자를 30명(유급 전임자 15명, 노조 임금 지급 15명)으로 줄이는 등 많은 사업장들이 타임오프제에 대응하지 못했다.
타임오프제 투쟁 전선을 강고하게 만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개별 사업장 대응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별 체계를 넘어 초기업 단위로 단결하고, 산별노조를 건설해 총연맹으로 자원을 집중하려 했던 민주노조 운동의 노력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개별기업의 노조들은 사측과의 이면합의 수준으로 결론짓고 정면 돌파하지 못했고, 산별노조와 총연맹은 전체 전선을 형성하는 투쟁을 기획하지 못했다.
금속노조 한국펠저지회 사례
한편,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펠저지회와 같이 법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낳은 곳도 있다. 한국펠저지회는 2010년 회사와 단체협상을 벌여 노조전임자 처우 및 조합 활동에 대해 현행 단체협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한국펠저 노사의 단체협약이 개정 노조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2011년 5월 9일 인천지방법원은 고용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금속노조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현재 금속노조는 한국펠저지회의 법원 결정을 계기로 여러 사업장의 시정명령 효력 정지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한국펠저지회의 사례는 이후 타임오프제 투쟁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의 승리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제 현장 투쟁을 만들고 타임오프제를 돌파하기 위한 중앙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지부의 행보
현재 타임오프제의 최대 쟁점은 현대차지부에 있다. 현대 자본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현대차지부, 나아가 현대그룹의 노조들을 식물 노조로 만드는 것이다. 현대 자본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기아차지부에 이어 현대차지부의 손과 발도 묶으려 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모두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타임오프 적용 사업장이 된 현대차는 법정 노조 전임자 24명만을 인정키로 하고 노조에 법정 전임자를 지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가 응하지 않자 전임자 233명 모두에게 무급 휴직 발령을 낸 상황이다.
조합원수가 45,000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단위 노조인 만큼 현대차지부의 행보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그에 걸맞은 투쟁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타 대기업의 사례처럼 노사합의로 보전수당을 신설하여 조합원들이 보전수당을 조합비로 내는 방식을 택하거나, 노조에서 사내 복지시설 운영권을 획득하여 여기서 나온 재원으로 무급 전임자 임금을 충당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밟아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과 자본은 유무급 전임자를 가리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 자체를 봉쇄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만든 유급 기준이 노조 활동의 기준으로 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타임오프제 투쟁
타임오프제 1년이 되는 2011년 7월 1일은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날이기도 하다. 타임오프제에 따른 단체협약 체결은 전임자수와 임금지급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활동가들을 노동조합 내부의 극히 실리적인 몇 가지 활동으로 옭아매 정치적인 발언이나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활동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87년 이후 민주노조를 지키려 애써온 투쟁의 역사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며,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활동방식이 전반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것은 2010년 1월 1일 국회에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관련 입법안이 통과되면서 노사 모두가 예상한 것이었다. 곧 닥쳐올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법제화는 ‘결사의 자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조차 가로막을 것이다.
타임오프투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의 무기력을 극복하고 다시 출발하자. 민주노총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기업 안에서만 머물러 각개 약진하는 타임오프제 투쟁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타임오프제는 개별사업장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 총연맹이 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곧이어 시행될 복수노조와도 결합되어 변화된 노동조합 상황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아래로부터 조합원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여전히 문제는 민주노조 사수!
현재 시점에서 타임오프제 자체를 분쇄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 없다면 민주노조를 지켜왔던 우리의 힘으로 노조를 지킬 수밖에 없다. 타임오프제 도입 이후 많은 노조들이 노조 재정운영방식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무급전임자를 두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전임자의 활동비를 책임져야 하고, 당연히도 조합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의 의미와 정당성을 대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곧 나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측과의 이면합의를 통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방식은 결국 노조 간부들과 현장의 괴리를 확대할 뿐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이 바로 민주노조의 분열과 축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현재 전임자를 보전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임자임금지급의 문제는 민주노조가 지켜질 때에 의미가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