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7호 | 2011.07.14
복수노조 시행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대응방향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공격에 맞서 현장 운동 강화를 통한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
복수노조 설립 현황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 지난 7월 1일, 76개의 사업장에서 노조설립 신고가 접수되었고, 시행 열흘 만에 167개 노조가 설립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명히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내년 7월까지 1년 내 복수노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7~14% 수준(2009년 기준 350~650개) 일 것”이라며 “복수노조 허용으로 인한 혼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복수노조 허용 첫날 접수된 노조 설립신고만 보더라도 당초 전망치의 12~22%에 달한다.
금속노조에서도 작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복수노조 시행시 새로운 노조 설립 가능성에 대해 1년 안에 설립되는 노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또 아직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금호타이어, KT, 우리은행 등 대기업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예상되며, 기존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나 선거시기에 맞춰 신규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노조법, 민주노조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되었다
복수노조 신청사례를 자세히 뜯어보면 예상을 뛰어넘은 복수노조 신청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먼저 300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신청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300명 미만 중소사업장의 설립신고가 117개로 70%를 차지했으며, 1천명 이상 대기업은 21개(12.5%)였다. 1일 설립된 신규노조의 경우 10곳 중 8곳은 조합원이 10명 미만이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설립된 노조들이 당장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 조합원의 이동만으로도 과반수 지위를 차지하기 쉬운 중소규모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대표교섭단체 지위 획득을 둘러싼 노조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새로이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4조에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노동부가 무리하게 “이 법 시행일”을 올해 7월 1일이 아닌, 2010년 1월 1일로 해석함으로써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올해 7월1일 부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노조와의 교섭대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이 설립된 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먼저 밟을 것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법는 교섭 방해와 기존노조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눈 여겨 보아야 할 사례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 설립된 6개의 노조(경남 창원 두산모트롤, 경북 구미 KEC, 충북 영동 엔텍, 경기 시흥 파카한일유압, 전남 영암 보워터코리아, 경북 대구 에이브이오카본코리아)이다. 이 중 4개 사업장(두산모트롤, KEC, 파카한일유압, 보워터코리아)이 장기투쟁 사업장으로서, 기존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신규노조가 설립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 노조는 사측의 지원을 받고 설립되었을 개연성이 높은데, 파카한일유압에는 설립된 신규노조의 조합원수는 55명으로,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의 조합원수가 해고자를 제외 30명인 것을 감안하면 분회는 올해부터 교섭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종별로는 버스(31곳)와 택시(63곳) 사업장이 56.3%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공공(20곳), 제조(19곳), 서비스(14곳), 금융(7곳) 순으로 집계됐다. 1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사업장을 상급단체별로 보면 기존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인 곳이 42.1%(32개)로 가장 많았다. 민주노총 소속도 36.8%(28개)에 이른다. 반면 무노조 사업장에서 설립신고를 한 곳은 5곳으로 7%에 그쳤다. 이는 복수노조 시행 이후 신규 사업장 조직화 경쟁을 통한 전체적인 노조 조직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보다는 기존 사업장에서 노조간 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노조법 재개정 투쟁, 공세적 조직화 운동, 현장 운동 강화를 통한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와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는 지금까지 토론회와 보고서 등을 통해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방향을 모색해 왔다. (사회운동 2011년 1~2월호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동자운동 연구소 연구보고서 “2011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전망과 대안”) 창구 단일화를 강제함으로써 소수 노조의 단결권이 부정되는 문제, 교섭대표단체에 쟁의행위 지도를 비롯한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소수노조의 경우 단체행동권까지 실질적으로 박탈되는 문제, 산별노조-산별교섭 무력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을 역설해 왔다. 타임오프제 시행과 복수노조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공격의 완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대응의 실패는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성과가 총체적으로 유실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전국적 투쟁전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세적 조직화와 현장운동 강화로 다층적 대응을 만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총력 투쟁의 방향성을 노조법 전면 재개정에 두고 있다. 노조법은 법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졸속적인 부분이 많아 예상되는 법률적 쟁점만 70여개가 넘으며, 실질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등 위헌의 소지도 다분하다. 따라서 노조법 재개정 투쟁이 적극 전개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위헌 소송을 비롯한 각종 법적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 투쟁이 2012년을 전후로 ‘반MB 전선’의 일환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2011-2012년에 걸쳐 민주당을 비롯한 소위 ‘개혁세력’이 적절한 수준에서 수정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설사 노조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그 최대치는 부분 수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여러 번 유예기간을 거치며 법제화에 이른 노조법이 당분간 폐기 또는 전면 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조법을 노동자 운동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 필요한 실제적 동력은 ‘개혁세력’과의 파트너십이 아닌 노동자 운동의 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공세적 대응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공격을 무력화 시키자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악법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전국적 투쟁과 현장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을 질곡하고 있는 노조법을 현실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용노조로 고통 받던 노동자들의 열망을 받아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버스 조직화 투쟁의 예는 복수노조 시대에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한 삼성 노조 조직화 운동을 기점으로 포스코, LG 등 대표적 무노조 사업장 혹은 어용노조로 자신들의 왕국을 지켜왔던 재벌 대기업에 대한 조직화 운동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전자, 철강 등 무노조 업종 신규 조직화, △‘노조 민주화’ 등 현장 운동 강화를 통한 조직강화가 필요하다. 조직 내적으로는 중앙 정치 수준의 법제도 개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 법제도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지역-현장 수준의 계획을 중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다시 한 번 현장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을
다시 한 번 민주노조 운동을 현장에서부터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시행이 민주노조 운동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민주노조의 현장 장악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개악된 노조법을 더욱 악랄하게 적용하는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민주노조 탄압을 독려하고 있다. 어용노조를 만들어 창구단일화를 근거로 교섭을 회피하고, 장기적으로는 민주노조와 경쟁하는 어용 노조를 만드는 자본의 전략은 지난 십 수 년 간 민주노조가 잃어버린 현장 장악력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깨뜨릴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 차원에서 대표교섭단체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경우, 기존노조로서는 조합원 점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리적 대응을 취할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사업장 차원에 갇힌 실리적 대응으로는 결코 사측의 차별적 지원을 등에 업은 어용노조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투쟁 동력 형성 또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시행을 통해 정부와 자본이 노리는 것이 노동자의 분할-지배라고 한다면, 전체 전선에 대한 고민 없이 단위 사업장에서의 실리적 대응에 매몰되는 것은 자본과 정권의 노림수에 정확히 걸려드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번 대응 투쟁을 역설적으로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현장 강화 운동을 펼치는 것만이 제대로 된 대응책이다.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자본가와 정부에 대항한 노동자의 대응은 계급적 단결일 수밖에 없다. 2011-2012년 중 총연맹-산별 수준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투쟁의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계급적 단결’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 지난 7월 1일, 76개의 사업장에서 노조설립 신고가 접수되었고, 시행 열흘 만에 167개 노조가 설립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명히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내년 7월까지 1년 내 복수노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7~14% 수준(2009년 기준 350~650개) 일 것”이라며 “복수노조 허용으로 인한 혼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복수노조 허용 첫날 접수된 노조 설립신고만 보더라도 당초 전망치의 12~22%에 달한다.
금속노조에서도 작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복수노조 시행시 새로운 노조 설립 가능성에 대해 1년 안에 설립되는 노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바 있다. 또 아직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금호타이어, KT, 우리은행 등 대기업에서 복수노조 설립이 예상되며, 기존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나 선거시기에 맞춰 신규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노조법, 민주노조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되었다
복수노조 신청사례를 자세히 뜯어보면 예상을 뛰어넘은 복수노조 신청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먼저 300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신청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300명 미만 중소사업장의 설립신고가 117개로 70%를 차지했으며, 1천명 이상 대기업은 21개(12.5%)였다. 1일 설립된 신규노조의 경우 10곳 중 8곳은 조합원이 10명 미만이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설립된 노조들이 당장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 조합원의 이동만으로도 과반수 지위를 차지하기 쉬운 중소규모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대표교섭단체 지위 획득을 둘러싼 노조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더욱이 새로이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4조에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노동부가 무리하게 “이 법 시행일”을 올해 7월 1일이 아닌, 2010년 1월 1일로 해석함으로써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올해 7월1일 부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노조와의 교섭대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이 설립된 노조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먼저 밟을 것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법는 교섭 방해와 기존노조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눈 여겨 보아야 할 사례는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에 설립된 6개의 노조(경남 창원 두산모트롤, 경북 구미 KEC, 충북 영동 엔텍, 경기 시흥 파카한일유압, 전남 영암 보워터코리아, 경북 대구 에이브이오카본코리아)이다. 이 중 4개 사업장(두산모트롤, KEC, 파카한일유압, 보워터코리아)이 장기투쟁 사업장으로서, 기존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신규노조가 설립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 노조는 사측의 지원을 받고 설립되었을 개연성이 높은데, 파카한일유압에는 설립된 신규노조의 조합원수는 55명으로, 기존노조인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의 조합원수가 해고자를 제외 30명인 것을 감안하면 분회는 올해부터 교섭에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종별로는 버스(31곳)와 택시(63곳) 사업장이 56.3%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공공(20곳), 제조(19곳), 서비스(14곳), 금융(7곳) 순으로 집계됐다. 1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사업장을 상급단체별로 보면 기존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인 곳이 42.1%(32개)로 가장 많았다. 민주노총 소속도 36.8%(28개)에 이른다. 반면 무노조 사업장에서 설립신고를 한 곳은 5곳으로 7%에 그쳤다. 이는 복수노조 시행 이후 신규 사업장 조직화 경쟁을 통한 전체적인 노조 조직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보다는 기존 사업장에서 노조간 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노조법 재개정 투쟁, 공세적 조직화 운동, 현장 운동 강화를 통한 다층적 대응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와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는 지금까지 토론회와 보고서 등을 통해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시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방향을 모색해 왔다. (사회운동 2011년 1~2월호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동자운동 연구소 연구보고서 “2011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전망과 대안”) 창구 단일화를 강제함으로써 소수 노조의 단결권이 부정되는 문제, 교섭대표단체에 쟁의행위 지도를 비롯한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소수노조의 경우 단체행동권까지 실질적으로 박탈되는 문제, 산별노조-산별교섭 무력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을 역설해 왔다. 타임오프제 시행과 복수노조가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공격의 완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대응의 실패는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성과가 총체적으로 유실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전국적 투쟁전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세적 조직화와 현장운동 강화로 다층적 대응을 만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총력 투쟁의 방향성을 노조법 전면 재개정에 두고 있다. 노조법은 법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졸속적인 부분이 많아 예상되는 법률적 쟁점만 70여개가 넘으며, 실질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등 위헌의 소지도 다분하다. 따라서 노조법 재개정 투쟁이 적극 전개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위헌 소송을 비롯한 각종 법적 대응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조법 개정 투쟁이 2012년을 전후로 ‘반MB 전선’의 일환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2011-2012년에 걸쳐 민주당을 비롯한 소위 ‘개혁세력’이 적절한 수준에서 수정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설사 노조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그 최대치는 부분 수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여러 번 유예기간을 거치며 법제화에 이른 노조법이 당분간 폐기 또는 전면 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조법을 노동자 운동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 필요한 실제적 동력은 ‘개혁세력’과의 파트너십이 아닌 노동자 운동의 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공세적 대응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공격을 무력화 시키자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악법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전국적 투쟁과 현장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을 질곡하고 있는 노조법을 현실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용노조로 고통 받던 노동자들의 열망을 받아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버스 조직화 투쟁의 예는 복수노조 시대에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한 삼성 노조 조직화 운동을 기점으로 포스코, LG 등 대표적 무노조 사업장 혹은 어용노조로 자신들의 왕국을 지켜왔던 재벌 대기업에 대한 조직화 운동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전자, 철강 등 무노조 업종 신규 조직화, △‘노조 민주화’ 등 현장 운동 강화를 통한 조직강화가 필요하다. 조직 내적으로는 중앙 정치 수준의 법제도 개혁 논의에 매몰되지 않고 법제도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지역-현장 수준의 계획을 중층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다시 한 번 현장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을
다시 한 번 민주노조 운동을 현장에서부터 강화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시행이 민주노조 운동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민주노조의 현장 장악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개악된 노조법을 더욱 악랄하게 적용하는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민주노조 탄압을 독려하고 있다. 어용노조를 만들어 창구단일화를 근거로 교섭을 회피하고, 장기적으로는 민주노조와 경쟁하는 어용 노조를 만드는 자본의 전략은 지난 십 수 년 간 민주노조가 잃어버린 현장 장악력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깨뜨릴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 차원에서 대표교섭단체 지위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경우, 기존노조로서는 조합원 점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리적 대응을 취할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사업장 차원에 갇힌 실리적 대응으로는 결코 사측의 차별적 지원을 등에 업은 어용노조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며,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투쟁 동력 형성 또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시행을 통해 정부와 자본이 노리는 것이 노동자의 분할-지배라고 한다면, 전체 전선에 대한 고민 없이 단위 사업장에서의 실리적 대응에 매몰되는 것은 자본과 정권의 노림수에 정확히 걸려드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번 대응 투쟁을 역설적으로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현장 강화 운동을 펼치는 것만이 제대로 된 대응책이다.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자본가와 정부에 대항한 노동자의 대응은 계급적 단결일 수밖에 없다. 2011-2012년 중 총연맹-산별 수준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투쟁의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계급적 단결’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