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30호 | 2011.08.23
오세훈 주민투표의 반동성과 노동자운동의 태세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쳐
서울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무상급식,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하자"
호우 피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던 8월1일 오세훈 시장은 조용히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미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투표 성사냐 투표 무산이냐'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투표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8월12일 대선불출마 선언, 1인 시위 등 오세훈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길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3%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 투표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실제 투표율이 10% 이상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33.3%를 넘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투표를 3일 앞둔 21일 오세훈은 시장직을 걸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오세훈이 명운을 걸게 된 이유
모두가 지적하듯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각종 무상복지 논란의 결절점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6ㆍ2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온 보편적 복지 프레임의 대표 정책이고, 야권연대의 정책적 매개이기도 하다. 이번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될 경우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프레임은 날개를 달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복지 이외의 의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함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해왔다. 100% 무상보육을 주장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 여러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복지 공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미 무상급식을 수용하고 '맞춤형 무한복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은 이명박 정권의 입장이자 한나라당의 당론인 선별적 복지를 원칙적으로 고수해왔다. 오세훈은 이번 주민투표가 "과잉 복지냐 합리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납세부담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큰 합리적 대안을 찾자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의 무상급식 조례 거부는 보수세력 내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폭우 피해, 미국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으로 인해 주민투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한 주민투표가 오세훈의 차별화 전략인 한, 한나라당 내 계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제기되는 형국이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권 주자를 꿈꾸던 오세훈은 정치생명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명운을 걸고 전력투구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오세훈-이명박의 부자감세와 복지공격
오세훈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선별적 복지를 통해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대변한다. 즉,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쟁점으로 제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무상급식 정책을 '망국적'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2010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33.5%로 양호한 편이지만, 향후 △잠재성장률 저하 △저출산ㆍ고령화 △무역ㆍ투자 자유화에 따른 법인세, 관세와 같은 세입감소 등 재정위기 위험요인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복지지출의 증대 역시 위험요인으로 분류되며, 무상급식이 각종 무상복지 시리즈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을 가지는 정책으로 인식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재정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나라들에 IMF가 강요하는 정책 패키지 중 하나가 항상 재정 건전성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자산 보호를 위한 물가안정에는 통화량 규제와 재정 건전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이명박 역시 최근 8ㆍ15 경축사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금혜택을 줄일 수 없으므로 복지지출의 추가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감세 혜택은 늘어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의 처분권은 고스란히 자본이 갖는다. 정작 세입감소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복지지출만 억제하겠다는 논리인 셈이다. 부자감세와 재정긴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는 지배세력의 반동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선별적 복지는 복지 혜택의 대상을 끊임없이 선별해 보장범위를 좁히는 동시에 복지를 노동과 연계시킨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기초법은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노동연계복지는 직업훈련, 구직과 같은 노동시장 참여 의무를 복지수급 조건과 연계시킴으로써 산업예비군을 광범위하게 조성하여 기업이 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자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세훈 주민투표의 반동성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현재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사활적 전장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민생파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무상 복지'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오세훈식 정치쇼를 통해 민주당의 '무상 복지'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오세훈의 '벼랑끝 전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권은 야권의 '무상 복지' 공세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오세훈식 정치쇼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급식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선동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인 부유층의 '계급투표'를 고무하는 한편 민중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공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부자감세-복지축소'에 대한 찬반과 동시에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 패키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구도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민중운동 주류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민투표 논란은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반동적 공세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의 목소리를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으로 모조리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결여한 민주당식 보편적 복지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선거용 정책으로 설계되었을 뿐 진정성과 현실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 단적으로, 수출경쟁력 확보와 투자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반성없이 법인세ㆍ소득세 인상과 같은 부자증세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실질임금 인상과 안정된 일자리가 보편화되어 노동자의 구매력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승자독식에 대한 일부 교정을 주장하지만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고통을 모두 이명박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복지를 확대하면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결코 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중운동이 지배양당 간 허구적 프레임대결을 넘어서야
이런 조건에서 민중운동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내년 총대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을 수용하고 상층 야권연합에 몰두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침식당할 위험이 있다. 민중운동은 단순히 오세훈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실현하고 임금과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히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속에서 민중운동이 정세주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이 앞으로 반복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놀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이다.
호우 피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던 8월1일 오세훈 시장은 조용히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미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투표 성사냐 투표 무산이냐'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투표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8월12일 대선불출마 선언, 1인 시위 등 오세훈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길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3%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 투표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실제 투표율이 10% 이상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33.3%를 넘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투표를 3일 앞둔 21일 오세훈은 시장직을 걸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오세훈이 명운을 걸게 된 이유
모두가 지적하듯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각종 무상복지 논란의 결절점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6ㆍ2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온 보편적 복지 프레임의 대표 정책이고, 야권연대의 정책적 매개이기도 하다. 이번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될 경우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프레임은 날개를 달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복지 이외의 의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함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해왔다. 100% 무상보육을 주장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 여러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복지 공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미 무상급식을 수용하고 '맞춤형 무한복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은 이명박 정권의 입장이자 한나라당의 당론인 선별적 복지를 원칙적으로 고수해왔다. 오세훈은 이번 주민투표가 "과잉 복지냐 합리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납세부담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큰 합리적 대안을 찾자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의 무상급식 조례 거부는 보수세력 내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폭우 피해, 미국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으로 인해 주민투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한 주민투표가 오세훈의 차별화 전략인 한, 한나라당 내 계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제기되는 형국이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권 주자를 꿈꾸던 오세훈은 정치생명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명운을 걸고 전력투구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오세훈-이명박의 부자감세와 복지공격
오세훈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선별적 복지를 통해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대변한다. 즉,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쟁점으로 제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무상급식 정책을 '망국적'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2010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33.5%로 양호한 편이지만, 향후 △잠재성장률 저하 △저출산ㆍ고령화 △무역ㆍ투자 자유화에 따른 법인세, 관세와 같은 세입감소 등 재정위기 위험요인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복지지출의 증대 역시 위험요인으로 분류되며, 무상급식이 각종 무상복지 시리즈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을 가지는 정책으로 인식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재정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나라들에 IMF가 강요하는 정책 패키지 중 하나가 항상 재정 건전성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자산 보호를 위한 물가안정에는 통화량 규제와 재정 건전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이명박 역시 최근 8ㆍ15 경축사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금혜택을 줄일 수 없으므로 복지지출의 추가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감세 혜택은 늘어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의 처분권은 고스란히 자본이 갖는다. 정작 세입감소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복지지출만 억제하겠다는 논리인 셈이다. 부자감세와 재정긴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는 지배세력의 반동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선별적 복지는 복지 혜택의 대상을 끊임없이 선별해 보장범위를 좁히는 동시에 복지를 노동과 연계시킨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기초법은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노동연계복지는 직업훈련, 구직과 같은 노동시장 참여 의무를 복지수급 조건과 연계시킴으로써 산업예비군을 광범위하게 조성하여 기업이 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자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세훈 주민투표의 반동성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현재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사활적 전장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민생파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무상 복지'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오세훈식 정치쇼를 통해 민주당의 '무상 복지'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오세훈의 '벼랑끝 전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권은 야권의 '무상 복지' 공세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오세훈식 정치쇼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급식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선동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인 부유층의 '계급투표'를 고무하는 한편 민중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공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부자감세-복지축소'에 대한 찬반과 동시에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 패키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구도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민중운동 주류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민투표 논란은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반동적 공세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의 목소리를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으로 모조리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결여한 민주당식 보편적 복지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선거용 정책으로 설계되었을 뿐 진정성과 현실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 단적으로, 수출경쟁력 확보와 투자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반성없이 법인세ㆍ소득세 인상과 같은 부자증세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실질임금 인상과 안정된 일자리가 보편화되어 노동자의 구매력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승자독식에 대한 일부 교정을 주장하지만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고통을 모두 이명박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복지를 확대하면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결코 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중운동이 지배양당 간 허구적 프레임대결을 넘어서야
이런 조건에서 민중운동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내년 총대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을 수용하고 상층 야권연합에 몰두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침식당할 위험이 있다. 민중운동은 단순히 오세훈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실현하고 임금과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히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속에서 민중운동이 정세주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이 앞으로 반복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놀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