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6호 | 2012.03.14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없는 세상과는 반대로 가는 길
오는 3월 26-27일,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처음 열렸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는 약 40개국 정상들과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POL)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국격을 높일 기회라며 선전에 선전을 반복했던 G20 보다도 훨씬 많은 국가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실로, 단군 이래 최대 정상회의라 할만하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것으로 ‘핵테러’를 꼽았다. ‘핵안보’란 한마디로 ‘핵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의미한다.
물론 핵테러를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핵의 위험성을 검토함에 있어 ‘핵테러’는 전혀 핵심이 아니다. 핵테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지만, 핵무기는 1945년 일본에 실제 투하되었다. 또한 핵발전소 사고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차례로 일어나 인류에게 핵재앙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알렸다. 핵은 그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핵의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려면 핵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핵무기 감축과 핵발전소 가동중단이다.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는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핵무기 감축 논의는 없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핵으로부터의 안전을 이야기할 때 기존에는 핵군축과 비확산이 주된 의제였다. 핵군축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핵무기를 줄여나가는 것을, 비확산은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하는 국가가 늘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지금까지 핵물질이나 핵무기, 핵기술의 통제는 주로 비확산 체제를 통해 이루어졌다. 비확산 체제는 핵비확산조약(NPT)으로 대표되는데, NPT는 5개 핵무기 보유국(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외의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조약 하에서 비핵보유국은 자체 핵개발을 할 수 없고,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의무적으로 받아야한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군축 노력은 미미한 상황에서, 안보위협을 느끼는 나라들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근거로 핵발전을 확대하고, 뒤로는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핵실험을 지속하고 있고, 애초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가 인정하진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다.
핵무기는 2011년 현재 최대 20,500기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는 2010년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하여 러시아와 전략무기 감축을 약속하고 미국의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NPR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장거리 폭격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3원 전략 핵전력’은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핵무기는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오바마는 핵무기 생산 인프라 현대화에 20억 달러의 예산을 증액했고, 새로운 크루즈 핵 미사일 개발에 8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는 핵안보정상회의가 “핵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핵군축 및 비확산 문제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핵무기를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핵무기 감축을 논의조차 하지 않는 회의는 ‘핵 없는 세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핵 테러 방지를 위해 호전적 군사행동 허용
NPT보다 강력하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다. 이 협약은 해상이나 상공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싣고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과 항공기를 세워서 검색, 나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 군사력 사용을 하게 된다.
국제법에는 공해상에서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는 권리와, 다른 나라의 영해라 할지라도 그 나라에 해를 끼치거나 해적질을 하지 않은 선박은 자유롭게 통항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PSI는 의심만으로 배를 세우거나 승선하고 나포할 수 있으며, 무력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옵서버 자격을 유지했는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차관 시절인 2006년 말 국회에 출석해, “한반도 주변에서 PSI가 시행될 경우 북한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등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낳을 것” 이라며 PSI에 정식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PSI같은 호전적인 정책은 군사적 긴장을 높여 평화를 위협한다.
PSI자체가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로 선정되어 있거나, 핵안보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담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PSI의 제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워싱턴 회의에서 발표한 작업계획 문서를 보면, ‘비국가행위자의 대량살상무기, 그 운반체 및 특히 핵물질과 연관된 관련 물질 취득 방지에 대한 안보리결의 1540호의 전면적인 이행 필요성에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보리결의 1540호는 UN의 모든 회원국이 비확산과 수출통제 입법과 집행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PSI를 제도화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러한 안보리결의안에 대한 강조를 통해서 ‘핵 없는 세상’이 아니라 ‘핵 테러 없는 세상’을 위해 세계 각국의 협조와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PSI로 대표되는 적극적 반확산 정책의 국제적 수용과 확산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전적인 반확산 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편입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다.
핵발전 정책을 확대하려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동안 핵 산업계와 정부가 주장하던 핵발전소 안전 신화는 냉각장치 고장이라는 단순한 사고로 산산조각이 났다. 사고의 피해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여러 대에 걸쳐 지속될 것이다.
핵발전소는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을 뿐 아니라, 핵무기로도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인도와 이스라엘은 산업용 핵발전 기술을 전용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가장 기본적인 핵무기 또는 핵폭발 장치는 25kg정도의 고농축우라늄(HEU)이나 8kg정도의 플루토늄이 있으면 만들 수 있는데, 현재 세계에는 약 1,600톤의 고농축 우라늄과 약 500톤의 플루토늄이 있다. 이는 약 126,50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데, 이러한 핵물질은 핵발전으로 인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전세계에서 탈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국가들은 탈핵을 선언하며 핵발전소 가동을 차례로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사고 전 54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었지만, 안전점검을 위해 차례로 가동이 중단되어 2012년 2월 현재 3기만이 운전 중이며 5월에는 모든 핵발전소가 멈춘다. 일본의 반핵운동진영에서는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막기 위한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는 ‘원자력 및 원전산업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축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와 같은 큰 사고는 아니어도, 핵발전소 사고는 국내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도 부산에 있는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에서 전원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9일 12분간 전원이 끊겼는데도 비상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았고, 책임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3월 13일에 밝혀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을 축소하는 것은 인류 역사의 퇴보’라며 핵발전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핵발전확대와 핵발전소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원한다,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
핵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핵 테러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계에 너무 많은 핵무기가 존재하고, 후쿠시마 사고에서 알 수 있듯 핵발전소 자체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핵 없는 세상’은 정말로 ‘핵이 없어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테러 방지’를 주장하며 핵무기 보유국들의 패권을 유지하고 북한 같은 나라를 위협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여 인류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할 뿐이다. 또한 ‘핵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거짓 선전으로 핵발전을 다시금 확대하고자 한다. 핵안보는 부족하지만 핵없는 세상으로 가는 중간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무기 개발을 위해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보유국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하루빨리 폐기하는 것이 핵무기와 핵 테러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의 위험이 전 세계에 폭로된 지금, 핵발전을 축소하고 탈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세계평화를 바라는 민중들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핵안보’가 아니라 핵무기도 핵발전도 없는 진짜 ‘핵 없는 세상’을 원한다. 오는 3월 25일 핵안보정상회의 규탄대회에서 함께 외치자. 우리는 원한다,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
물론 핵테러를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핵의 위험성을 검토함에 있어 ‘핵테러’는 전혀 핵심이 아니다. 핵테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지만, 핵무기는 1945년 일본에 실제 투하되었다. 또한 핵발전소 사고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차례로 일어나 인류에게 핵재앙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알렸다. 핵은 그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핵의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려면 핵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핵무기 감축과 핵발전소 가동중단이다.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는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핵무기 감축 논의는 없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핵으로부터의 안전을 이야기할 때 기존에는 핵군축과 비확산이 주된 의제였다. 핵군축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핵무기를 줄여나가는 것을, 비확산은 더 이상 핵무기를 보유하는 국가가 늘어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지금까지 핵물질이나 핵무기, 핵기술의 통제는 주로 비확산 체제를 통해 이루어졌다. 비확산 체제는 핵비확산조약(NPT)으로 대표되는데, NPT는 5개 핵무기 보유국(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외의 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조약 하에서 비핵보유국은 자체 핵개발을 할 수 없고,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의무적으로 받아야한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군축 노력은 미미한 상황에서, 안보위협을 느끼는 나라들은 ‘핵의 평화적 이용’을 근거로 핵발전을 확대하고, 뒤로는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핵실험을 지속하고 있고, 애초 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가 인정하진 않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다.
핵무기는 2011년 현재 최대 20,500기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는 2010년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하여 러시아와 전략무기 감축을 약속하고 미국의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NPR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장거리 폭격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3원 전략 핵전력’은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핵무기는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오바마는 핵무기 생산 인프라 현대화에 20억 달러의 예산을 증액했고, 새로운 크루즈 핵 미사일 개발에 8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는 핵안보정상회의가 “핵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핵군축 및 비확산 문제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핵무기를 줄이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핵무기 감축을 논의조차 하지 않는 회의는 ‘핵 없는 세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핵 테러 방지를 위해 호전적 군사행동 허용
NPT보다 강력하게 핵무기와 핵물질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다. 이 협약은 해상이나 상공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싣고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과 항공기를 세워서 검색, 나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 군사력 사용을 하게 된다.
국제법에는 공해상에서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는 권리와, 다른 나라의 영해라 할지라도 그 나라에 해를 끼치거나 해적질을 하지 않은 선박은 자유롭게 통항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PSI는 의심만으로 배를 세우거나 승선하고 나포할 수 있으며, 무력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옵서버 자격을 유지했는데,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차관 시절인 2006년 말 국회에 출석해, “한반도 주변에서 PSI가 시행될 경우 북한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등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낳을 것” 이라며 PSI에 정식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PSI같은 호전적인 정책은 군사적 긴장을 높여 평화를 위협한다.
PSI자체가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로 선정되어 있거나, 핵안보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담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핵안보정상회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PSI의 제도화를 추구하고 있다. 워싱턴 회의에서 발표한 작업계획 문서를 보면, ‘비국가행위자의 대량살상무기, 그 운반체 및 특히 핵물질과 연관된 관련 물질 취득 방지에 대한 안보리결의 1540호의 전면적인 이행 필요성에 주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안보리결의 1540호는 UN의 모든 회원국이 비확산과 수출통제 입법과 집행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PSI를 제도화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러한 안보리결의안에 대한 강조를 통해서 ‘핵 없는 세상’이 아니라 ‘핵 테러 없는 세상’을 위해 세계 각국의 협조와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PSI로 대표되는 적극적 반확산 정책의 국제적 수용과 확산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전적인 반확산 정책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편입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커다란 원인이 되고 있다.
핵발전 정책을 확대하려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지난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동안 핵 산업계와 정부가 주장하던 핵발전소 안전 신화는 냉각장치 고장이라는 단순한 사고로 산산조각이 났다. 사고의 피해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여러 대에 걸쳐 지속될 것이다.
핵발전소는 한번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을 뿐 아니라, 핵무기로도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인도와 이스라엘은 산업용 핵발전 기술을 전용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가장 기본적인 핵무기 또는 핵폭발 장치는 25kg정도의 고농축우라늄(HEU)이나 8kg정도의 플루토늄이 있으면 만들 수 있는데, 현재 세계에는 약 1,600톤의 고농축 우라늄과 약 500톤의 플루토늄이 있다. 이는 약 126,50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데, 이러한 핵물질은 핵발전으로 인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전세계에서 탈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국가들은 탈핵을 선언하며 핵발전소 가동을 차례로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사고 전 54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었지만, 안전점검을 위해 차례로 가동이 중단되어 2012년 2월 현재 3기만이 운전 중이며 5월에는 모든 핵발전소가 멈춘다. 일본의 반핵운동진영에서는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막기 위한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는 ‘원자력 및 원전산업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축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와 같은 큰 사고는 아니어도, 핵발전소 사고는 국내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도 부산에 있는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에서 전원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9일 12분간 전원이 끊겼는데도 비상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았고, 책임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3월 13일에 밝혀졌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을 축소하는 것은 인류 역사의 퇴보’라며 핵발전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핵발전확대와 핵발전소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원한다,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
핵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핵 테러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계에 너무 많은 핵무기가 존재하고, 후쿠시마 사고에서 알 수 있듯 핵발전소 자체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핵 없는 세상’은 정말로 ‘핵이 없어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테러 방지’를 주장하며 핵무기 보유국들의 패권을 유지하고 북한 같은 나라를 위협하며 군사적 긴장을 높여 인류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할 뿐이다. 또한 ‘핵의 평화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거짓 선전으로 핵발전을 다시금 확대하고자 한다. 핵안보는 부족하지만 핵없는 세상으로 가는 중간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무기 개발을 위해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보유국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하루빨리 폐기하는 것이 핵무기와 핵 테러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로 핵발전의 위험이 전 세계에 폭로된 지금, 핵발전을 축소하고 탈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세계평화를 바라는 민중들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핵안보’가 아니라 핵무기도 핵발전도 없는 진짜 ‘핵 없는 세상’을 원한다. 오는 3월 25일 핵안보정상회의 규탄대회에서 함께 외치자. 우리는 원한다, 핵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