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59호 | 2012.04.03

야권연대를 통한 노동법 개정, 과연 실현될 것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동법 개악, 그 역사와 교훈

정책위원회
야권연대를 통한 노동법 개정이 실현되는가?

2월 27일 민주통합당과 한국노총은 공동으로 28대 노동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3월 6일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은 정책협약식을 개최했다. 그리고 3월 10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범야권 공동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3월 26일 공개된 민주통합당의 정책공약집은 방대한 범위의 노동법 개정을 약속했다. 물론 일부 심각한 쟁점이 있고 모호하게 표현된 대목도 많지만, 정책공약의 상당수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과 1년 전만해도 노조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에 난색을 표시했다. “특수고용 및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다루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있다”, 손배가압류 제한에 관해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면 형법과 배치된다”, 산별교섭 제도화는 “법으로 명시할 문제가 아니다”, 단체협약 구속력 확장은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타임오프는 의미 있는 제도이므로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제도개선이 필요한 문제로 제도 자체의 폐지는 과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어떤 이유로 태도를 돌변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민주당이 갑자기 말을 바꾸었기 때문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집권의 역사는 곧 노동법 개악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전 기간에 걸쳐 고용형태 신축화, 노동시간 신축화, 임금 신축화는 강도 높게, 매우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우리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민주당 집권의 역사를 회고해보면 그들이 지속적인 근로기준법 개악을 통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파괴하고 노사관계로드맵을 통해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기 위한 거의 모든 수단을 관철시키고자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역사를 통해 노동조합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을 찾아야 한다.

1998년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도입 (김대중 정부)

김대중 당선자는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통해 정리해고제 즉각 도입을 결정했지만 이를 ‘사회적 협의’ 형식으로 추진하고자 했다. 그는 노동계가 정리해고 조기 도입을 수용할 경우 연내에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공무원·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고용안정 재원 확충을 수용할 뜻을 밝혔다. 그에 따라 정리해고제 즉각 시행, 파견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사정위원회 <사회협약>이 체결되었다. 반면 김대중 당선자가 약속했던 사항들은 곧바로 실행되지 않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예를 들어 ‘실업자에 대해 초기업 단위 노조 가입자격을 인정한다’는 약속은 현재까지도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당시 노사정 합의를 이끌었던 세력은 <사회협약>이 결코 불리한 교환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의 경우 그 요건과 절차가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크게 나쁘지 않고 어차피 정리해고제는 1년만 지나면 시행될 예정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88대 184로 사회협약안을 거부했고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리해고제 법제화 반대로 재교섭을 요구하기로 결정했으나,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이 부결을 한 것은 내부 문제요, 대타결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민주노총 파업선언에 강경하게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노동조합 운동 탄압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2001년 여성노동 관련 근로기준법 개악 (김대중 정부)

2000년 4월 김대중 정부는 노동개혁 핵심과제의 하나로 모성보호 제도개선을 선정했다. 이에 호응해 민주노총과 여연 등 8개 단체는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를 구성하여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민주당 한명숙 의원은 산전후 휴가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여성의 야간·휴일, 시간외 근로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에 속한 일부 단체는 산전후 휴가가 90일로 늘어나고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급여가 지급되는 것만도 큰 성과라며 이를 환영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개악, 즉 여성의 시간외 근로 제한 완화에 반대하며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를 탈퇴했다. 하지만 2001년 7월 법률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무난하게 통과되었다.
당시 근로기준법 개악을 지지했던 논자는 여성에 대한 보호정책이 오히려 여성의 고용기회를 제한하고 임금수준을 낮추며 승진, 승급, 퇴직, 정년과 같은 여러 조건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즉 야간, 휴일근로가 요구되는 업종과 직무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여성에 대해서만 그것을 금지하는 것은 여성 취업의 제한, 고용상의 불이익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였다.

노무현 후보의 노동법 개정 약속

노무현 정책선거특별본부가 발간한 <떳떳한 노무현 당당한 대한민국>이 제시한 노동정책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5대차별(학벌,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을 시정한다는 항목의 하나로 ‘임금과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대우하겠다’, ‘근로소득자의 소득 공제 폭을 확대하고 종업원 지주제와 성과분배제도를 정착시켜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언급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노무현 선본 노동위원회가 발간한 <노동자의 친구, 서민의 벗, 노무현>은 몇 가지 추가적인 언급을 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 남용을 막고 균등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관계법을 개정하겠다”, “학습지 교사, 레미콘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었나?

2003년 5주일근무제(40시간 노동주)와 변형근로제 확대

김대중 정부는 2000년 5월부터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과 함께 노사정위원회 내에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2001~2002년 노사정위원회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으나 정부는 독단적으로 입법안을 추진했다. 2002년 10월, 정권 말기라는 상황에서 정부입법안이 무산되었으나 노무현 정부 출범 후 2003년에 다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민주노총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2003년 8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근로기준법 개악안의 핵심은 주 44시간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어드는 대신에 휴가제도가 변경되고, 특히 변형근로제(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된다는 것이었다. 휴가제도 변경에 따라 유급 월차휴가가 삭제되고, 가산휴가 기준 연도가 연장되고, 여성 유급 생리휴가가 무급으로 바뀌었다. 또한 연장·야간 근로에 관한 보상휴가제가 도입되고,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가 신설되었다. 그에 따라 노동자가 동일임금을 받으려면 실제 노동시간 단축분이 거의 상쇄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해야 했다. 특히 휴가제 변경에 따라 장기 근속자와 여성 노동자는 오히려 노동시간을 확대해야 했다. 또한 1996년 변형근로제가 재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변형근로제가 확대됨에 따라 장차 1년 단위 변형근로제 도입을 향한 전기가 마련되었다.

2006년 11월 파견제, 기간제 관련 법 국회통과 (노무현 정부)

2001년 7월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특위가 설치된 후 ‘기간제, 파견, 단시간 근로’와 ‘특수형태근로’를 다루는 분과위가 구성되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 시기였던 2002년 5월에 비정규 근로자 대책에 관한 노사정 1차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근로감독 강화, 사회보험 적용 확대였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는 아무 관련성도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9월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 계획을 발표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경우는 파견허용 업종을 네거티브 방식(몇몇 업종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도 최장 6개월까지 파견제를 허용한다, 파견 허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 사용사업주는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3개월 휴지기간만 가지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3년을 초과한 경우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용의무)는 조항이 있었으나 이전에는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용의제)고 규정했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더 후퇴한 것이었다. 또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 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11월에 최종 통과된 안은 2004년 안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동일했다. 그 차이는 형식적으로 파견허용 업종은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되 확대한다, 파견근로에서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조정한다, 기간제는 2년 초과시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은 보호라는 미명으로 파견제, 기간제 고용형태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오히려 그것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07년 6월 특수고용 관련 법 발의 (노무현 정부)

한편 노무현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추진했다. 요지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개념을 새로 도입해 단체결성권과 교섭권을 주고, ‘간주근로자’ 개념을 도입해 노동3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법안에 따르면 특수고용 노동자가 결성한 단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므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쟁의행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심지어 설립필증을 교부받아 노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정부안에 따르면 모조리 해산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었다. 또한 전혀 불필요한 간주근로자라는 새 개념이 도입되면 특수고용 노동자 사이의 분할만 초래할 수 있었다. 결국 정부가 발의한 법률은 ‘특별법’의 형태이기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정부 입법안은 2007년 큰 논란을 겪었지만 결국 17대 국회 종료로 처리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험협회를 비롯해 경제계는 강력한 반발 의사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관련 법안도 본질적으로 노무현 정부 안과 동일했다.

2003년 노사관계로드맵 발표, 2006년 9월 한국노총의 합의, 2006년 12월 국회통과

노무현 정부는 2003년 8월 주5일제를 미명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악을 통과시킨 후 곧바로 2003년 9월 노사관계로드맵을 발표했다. 노사관계로드맵은 워낙 방대한 분야에 걸쳐 노동권 제약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로드맵은 필수공익사업에 대해 필수업무 유지의무를 부과하며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한다, 부당해고 판정시 노동자가 요청하면 복직 대신 금전보상을 허용한다, 정리해고 사전 통보 기간을 해고 인원에 따라 차등 설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외에도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권 보장, 직장폐쇄와 대체근로 요건 완화, 변경해지제 도입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었다.
한편 2004년 5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양대 노총 위원장, 경총과 대한상의 회장이 만나 ‘노사정 지도자 회의’(노사정대표자회의)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에서는 사회적 교섭이 심각한 쟁점으로 부상해 급기야 2005년 3월 대의원대회에서는 단상점거와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한다. 결국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한다. 하지만 2006년 9월 11일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가 기습적 야합을 감행했다. 기업단위 복수노조 도입, 전임자임금지급 금지를 3년간 유예한다는 조건으로 노사관계로드맵의 상당 부분을 합의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에 대한 연대 중단과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그 결과를 되돌릴 수 없었다. 법안은 2006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노동정책의 연속성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기조와 다르다는 것은 억견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제일 목표는 고용률 상승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두 가지 축의 정책을 추진했다. 첫째, 비정규직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고용규제를 완화하면서 약간의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수립하고자 했다. 둘째, 장시간 근로를 억제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동시간 유연화를 확대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차별시정 제도를 활성화하는 법률안을 제출하고,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개선 가이드라인>을 권장했다. 또한 “주당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에 휴일근로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용을 권장하고 그 단위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따라서 비정규직 확대와 약간의 보호수단이 짝을 이루는 고용형태의 신축화, 장시간 노동 억제와 맞바꾼 노동시간 신축화라는 점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조를 공유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노동법 개악사,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지난 역사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첫째, 선거 시기에 제시된 공약이 약속한 그대로 실행된 적은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노동법 개정은 노동시간 단축, 모성보호,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분으로 시작하여 결국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끝났다. 예를 들면, 노사정위에서의 공방 → 노사정위 합의 무산 →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형식의 건의 → 정부의 독단적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의제의 변질이 발생한다. 또한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의 과정에서의 대립, 파행, 절충, 기습통과, 그 후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법안은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곤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본의 요구가 노골적으로 반영되고 노동법 개정 취지와 정반대의 효과가 양산된다. (최근 3월 16일 민주통합당 신두식 정책실장은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도 입법은 여론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발언을 남겼다.)
둘째,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은 노동법 개정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무엇인가 스스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법안이 변질되고 누더기가 되는 과정에서조차 노동자운동 내외부에서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런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3월 14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주최로 각 정당의 노동정책을 비교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돌 맞을 각오로 말하겠다”면서 “파견근로를 전면 금지하던 시대는 지났고 따라서 파견근로를 원칙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파견근로를 규제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제 수용은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유사해 보인다. 당시에도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의 요건과 절차가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불리하지 않고 김대중 정부가 내놓은 다른 약속과 교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당시 지도부는 노동자의 기본적 요구와 원칙을 저버림으로써 결국 지도력 붕괴로 이어졌다. 따라서 노동조합 운동은 향후 노동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벌어질 굴곡을 예상하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무엇인가 스스로 명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민주노총은 항상 최악의 상태를 염두에 두고 투쟁 태세를 준비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상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려 했지만, 정부의 독단 때문이든, 한국노총의 ‘야합’ 때문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이든 간에 노동법 개악이 관철되는 과정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민주노총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의도를 오판하거나 상층 협상에 관성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어쩌면 2012년 총선, 대선을 경과하는 정세는 노동조합 운동이 정세를 오판하기에 최적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2012-13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하게 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현재 경총은 ‘노조의 정치화’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노동계의 정치집단화를 반대하면서 경영계가 정치 집단화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며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실제로 민주당이 핵심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고용형태, 노동시간, 임금의 신축화라는 목표를 향해 집요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산하 노동조합의 투쟁이 전개되고 계급 대립이 격화된다면 민주당의 위선과 기만, 또는 내부 모순은 곧 현실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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