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76호 | 2012.07.26

한일 반핵운동의 연대가 시급하다

핵발전 중단과 핵무기 폐기는 떨어질 수 없는 요구다

정책위원회
7월 16일 도쿄에서 개최된 '안녕(사요나라) 핵발전소, 10만 집회' 모습

핵발전소 재가동 저지를 위한 일본의 투쟁

7월 16일 일본 도쿄에서는 ‘안녕 핵발전소 10만 집회’가 열렸다. 본래 10만 명을 목표로 한 이 집회에는 무려 17만 명이 참가하여 핵발전소 가동 저지에 대한 일본 민중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60년대 미일안보조약 반대 투쟁 이후, 일본은 최대의 대중투쟁을 경험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총리관저 앞에서 열리는 핵발전소 반대 집회에 6월 중순부터 참석자가 급증하여 10만 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이 운동을 벌이는 시민들은 총리관저 앞에서의 집회를 각 현과 시, 마을로 확산하려고 하고 있다.
21세기 일본 최대의 대중투쟁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핵발전소 재가동을 강행한 정부와 전력회사들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정부는 점검을 위해 전국의 핵발전소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여 지난 5월 5일 54기의 모든 핵발전소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한여름을 목전에 둔 7월 1일 오이 핵발전소가 재가동되면서 일본은 현재 ‘원전 제로’ 상태에서 벗어났다. 오이 핵발전소가 재가동되는 날, 일본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핵발전소 앞으로 달려가 온 몸으로 재가동을 저지하고자 했다. 비록 재가동을 막지는 못했지만 일본 민중들은 한 두 기가 재가동되었다고 하여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핵발전소 가동중지를 위한 한국의 투쟁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가동중지를 위한 투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은 한국에도 전달되었다.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에서,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부지로 선정된 밀양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위한 투쟁이 활발하다.
이 중 고리 1호기는 남한 최초의 핵발전소로, 이미 2007년 30년의 수명이 끝났지만 10년 연장운영이 허용되었다. 당시 허용의 근거 중 하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연장운영 사례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 반경 30km는 피난구역이 되었는데, 고리1호기의 반경 30km 내에는 무려 37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반핵운동은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즉시 고리 1호기 가동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고리 1호기에서 전원상실 사고가 발생했고 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7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하였다. 7월 2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력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고리 1호기를 8월 초부터 재가동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한여름의 전력부족을 이유로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54기의 핵발전소 중 단 2기만 운전하고 있는데도 다양한 절전노력으로 인해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핵발전소 가동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들은 심각한 전력수급 위기가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일본의 경험은 그러한 대혼란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은 그 위험성이 명백해진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확대할 때가 아니라 현재와 같은 에너지 고소비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장기적 계획을 추진해야할 때이다.

핵발전소 가동 중단과 핵무기 폐기는 떨어질 수 없는 요구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핵발전소 가동 저지만이 아니다. 잘 알려져있듯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최근 일본은 평화를 목적으로 한 핵발전소 가동이라는 명분마저 버렸다. 지난 6월 22일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에 ‘안전보장조항’을 새롭게 삽입하였는데, 이는 핵기술을 에너지 생산 등 평화적 이용에 한정하지 않고 군사용 핵물질 생산에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6월28일에는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중단했던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MOX) 연료 가공 공장의 추가 공사를 승인했다. 이는 플루토늄 관련 시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핵무장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 6월 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된다면 핵보유 능력을 갖춰서라도 북한 핵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6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몽준 의원의 견해에 동의를 표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2014년 만료예정인 원자력협정 개정을 앞두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 반핵운동은 핵발전소 재가동 저지에 집중되어, 핵무기 문제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두 요구의 관련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대중적인 운동으로 확대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 민중운동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또 핵발전소 반대 운동과 반미반전 평화운동이 나눠지면서 각각의 운동이 서로를 강화하며 대중적으로 발전해나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반전-반핵운동의 역사를 쓰자

하지만 핵발전소의 가동이 중지된다 하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핵무기로 전용한다면 이는 동아시아 민중들의 삶의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 아래 한국과 일본은 호전적 군사협력을 심화하고, 양국 보수세력은 핵무기 보유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반핵과 반전이라는 과제는 떨어질 수 없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강조될수록 한국과 일본 민중들 간의 연대도 중요해진다. 일본의 폭발적인 대중운동은 한국과 일본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위한 운동과 핵무기 폐기를 위한 운동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운동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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