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95호 | 200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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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파탄, 민주압살, 무능폭력 정권이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살펴보며

편집부

지난 7월2일, 김대중 정권은 5개 주요정책과제를 축으로 하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우리는 지난 4월7일, 긴급하게 소집된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향후 3달간 매주3회의 [경제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하여 6월중에 '경제종합대책'을 내놓겠다"던 김대중의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3년간에 걸친 4대부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자 "이제는 상시구조조정"이라는 둥 "경제는 믿음"이라는 둥 하는 구호를 연발하였고, 이마저도 4월에 들어서까지 약발이 듣질 않자, "그렇다면 6월에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6월이 다가도록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우리는 듣지 못했고, 4월10일 대우자동차 폭력테러와 6월의 민주노총 탄압, 총액출자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재벌간담회, 기업구조조정 특별법, 여성 비정규직관련 노동법 개악을 합의한 여야정 합숙회의와 6월 임시국회가 진행되는 꼬락서니만을 보아왔다. 그리고나서 바로 그제 이 뻔뻔스러운 정부는 지극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내용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하 [방향])이란 대책을 내놓게된 것이다. [방향]은 거시정책의 안정적 운용, 상시구조조정체제정착, 수출촉진, 서민생활안정 및 지역균형발전, 대외협력증진 등 7개 핵심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현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하고자하는 것인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과연 김대중정부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며, 이 나라 민중의 삶을 어디까지 망쳐놓을 셈이란 말인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7개 정책과제 중 수출촉진과 서민안정 및 지역균형발전 관련 정책이야 그야말로 의례적인 내용이고, 실제 서민생활 안정에 관련된 내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또다시 지적하는 것은 지면낭비다. 요는 하반기 정부 거시경제정책 운용방향과 구조조정, 그리고 대외협력이라고 제시된 정책내용이 과연 무엇인가일 것이다.


안정적 거시정책 운용의 의미

정부가 제시한 올 하반기 거시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5∼6%에서 4∼5%로 하향 수정했다. 소비자물가도 당초 전망치보다 높아진 4%를 상한선으로 놓고, 이 범위내에서 안정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분석대로만 보더라도 올 하반기 경제는 당초 예상보다 회복속도가 더뎌 성장률도 감소하고 물가도 오른다는 예기다. 그도 그럴 것이 공공요금, 교육비, 주택비 등 물가상승의 압박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및 사무용기계의 생산부진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고 특히 공장의 재고는 계속 쌓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IT산업의 위축과 반도체 수출의 적신호가 꺼질 줄 모르고 있고, 수출과 수입은 모두 한꺼번에 축소되고 있다. 웃지 못할 일은 이번 경제운용방향 내용에 유독 경상수지가 50∼70억달러보다 확대된 110∼13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수출과 수입이 양쪽 모두 축소되는 가운데 그나마 수입이 더 축소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마저 미국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성장률의 축소와 물가인상의 확대가 말해주는 것은 그동안의 구조조정이 아무런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미국경제의 변동에 따라 한국경제의 상황이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진념 부총리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세계경제 둔화 속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폭과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한 고백에서 우리는 진실의 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이미 지난 3년간의 개혁 개방정책에 의해 어떤 경제정책도 무력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되었으며,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과제는 더욱 완성도있는 '글로벌스텐다드'의 도입과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구조조정)뿐임을, 어떤 반성과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스텐다드'라고 듣기좋게 포장된 김대중정부의 유일정책은 사실상 미국경제의 뽄새를 닮고, 그들에게 착취당할 권리를 획득하기위한 몸부림을 고무 찬양하는 말에 다름아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정부와 김대중은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제를 휘감아돌고있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그렇게도 두려워하면서도, 다른한편으로는 모래늪에 빠진 낙타와 같이 위기를 심화 확장시켜 민중의 생존과 국민경제를 절멸케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자신의 유일한 희망으로 굳게 믿어 의심치않고있는 것이다.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김대중의 이러한 두려움과 착각을 구체화한 표현에 다름아닌 것이다.

금융팽창의 지속과 불안정성의 심화

금융팽창의 지속과 구조조정의 가속화 등 김대중 정권의 경제운용 기조는 하반기에도 전혀 바뀔 전망이 없다.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의 설립과 기업소유지배구조를 개선을 통해 주식시장과 금융중심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의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5개 공기업 민영화 및 36개 공기업 자회사 정리를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수행할 것을 지난 상반기와 다름없이 동일하게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김대중 정권의 경제기조는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의 고통과 책임을 전가시키는 한편 한국경제를 불안정한 금융시스템의 운영기조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지속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 연기금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면제, 증권거래세도 비과세 할 뿐아니라, ESOP이라는 미국식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하여 노동자의 퇴직금까지 주식투자의 자금줄로 활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융적 팽창과 투기적 자본의 유입은 한국경제를 더욱 불안정한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다. 즉, 빚을 갚기 위해 더 큰 빚을 지는 방식으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반기 만기도래하는 34조에 달하는 회사채의 해결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반기 약 14조원까지 발행될 수 있는 Primary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가 원활히 발행되도록 지원하고, 기업이 신용도에 따라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시장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비과세 고수익펀드, 일임형 Wrap Account(맞춤형 투자서비스) 도입 등 고수익채권시장 활성화를 통해 이를 메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반기 회사채 위기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폭발직전에 있는 채권과 주식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또다시 외자 도입을 추진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경제불안과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편, 7월 2일 김대중은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외국인 투자유치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보완 대책을 마련하라,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할수록 수출을 늘리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설비 투자자금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최고 30억달러의 외자를 들여올 것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부흥책으로 정권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외자유치를 통한 금융시장의 육성에 있다. 때문에 다자간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에 주력할 뿐 아니라 특별히 지자체별 투자유치 로드쇼를 추진하고, 외국인전용단지를 확대하고, 「외국인투자 환경개선에 관한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의 대외협력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초국적 금융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기업소유지배구조의 개선 및 기업투명성 강화 그리고 부실기업 청산과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핵심으로 하는 구조조정 정책들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금융과 기업시스템의 재편을 통한 초국적 자본의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의 외자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민간기업은 물론 은행까지의 외국인 소유한도를 늘리고 있다.

정권의 경제운영의 핵심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도 이번 김대중 정권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친재벌적 정책의 강화에 있다. 이는 출자총액한도제한의 예외 인정범위를 확대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신규핵심역량의 강화를 위한 계열사간 매각대금으로 출자한 경우와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무상으로 주식증여를 받은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면서 이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재벌 친화적인 정책의 노골화는 그동안 부실 과잉자본의 청산과 재벌기업의 금융적 재편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히 벌여왔던 헤게모니 쟁투의 과정에서, IMF초기 김대중정권의 공세적 주도하에 진행되었던 재벌재편이 좀더 재벌 스스로에 의한 재편으로 기울어가고있음을 반증하고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DJ재벌개혁의 원칙과 내용에 대한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이 미묘하지만 명확한 재벌주도성의 증대로 드러난 변화는 경제위기해결전망의 부재속에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생존적 위기를 체감하고있는 DJ의 정치적 판단과 이에따른 전반적 보수화와 무관치않을 것이다. 또한 이는 최근 각사업장에서 기승을 떨치고있는 용역깡패폭력과 노동자파업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침탈 역시 전경련등 재벌집단의 집요하고도 강력해진 요구와 이에대한 정권의 적극적인 부응과 묵인에의해 이루어지고있다는 점과도 긴밀하게 연동되고 있다.
결국 김대중정권은 물질적 팽창없는 금융팽창 국면에서 노동자 민중의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초국적 금융자본과 재벌의 이해에 더욱 부응해 나갈것이 하반기 경제운용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해고, 여성,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후퇴등을 축으로하는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전제로 한 금융시장 중심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물론이려니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파탄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40.6% 인상시켜 의료비 부담을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시키고 교육, 인권, 정보통신분야등에서의 민주압살, 민생파탄을 야기하는 전사회적인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지속적으로 이루어가고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자본과 정권에 있어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노동진영의 저항이다. 때문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외국인 투자기업의 자율적인 [무분규 선언]을 장려하고 외국인투자유치단 파견시 노조대표 등이 함께 참여토록 권장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앞서의 간담회에서 김대중은 "지금은 경제회복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법을 어기는 경우에는 노사 불문하고 실정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추호의 흔들림이 있어선 안된다"고 노동자에 대한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이 민주노총의 6월 총력투쟁과 7월 5일 파업투쟁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폭력적 탄압을 감행하는 것은 정권의 위기에 따른 정치적 대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초국적 자본과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를 보장하기 위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폭력탄압의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 한국사회의 금융적 재편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동참할 것, 그렇지 않으면 폭력외엔 돌아 올 것이 없다는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추락하는 경제에 노동자 민중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 그것이 김대중 정권의 경제운영 기조이다.

오늘날 우리 노동자 민중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대안이 결코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님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노동자 민중의 역사적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불가역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의 금융적 팽창이 몰고 올 파괴적 양상을 뒤바꿀 새로운 역사적 전환은 바로 노동자 민중의 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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