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93호 | 2012.12.18

연세대 분회 투쟁 승리의 의미

노조답게 투쟁해서 승리를 거머쥐다

정책위원회

12월 13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 연세대분회가 원청인 연세대학교와 현 용역업체 퇴출 및 고용 ‧ 단협 승계를 담은 협약서를 체결했다. 대학이 용역업체를 통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뿐만 아니라 단체협약까지 문서의 형태로 보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조 탄압에 맞선 질긴 싸움

연세대분회의 투쟁은 작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사측의 어용노조 건설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연세대분회는 작년 9월 21일 청소용역업체 중 하나인 제일휴먼에 조합원의 부당해고를 항의하러 갔다 복수노조를 설립하려던 정황이 담긴 업무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업무보고서에는 노무사와 협조하여 노동자들에게 복수노조 설립필요성을 느끼게 할 것, 복수노조 설립 시 경우의 수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 복수노조 설립 시 필요한 창립총회안, 규약안, 행정관청 설립신고서 신고 등 구체적인 점검사항까지 적혀있었다. 한진중공업 투쟁 당시 용역투입으로 유명해진 장풍HR이라는 용역회사도 작년 6월 말 노조에 통보도 없이 노무사를 불러 복수노조 교육을 진행하였다. 연세대분회는 작년에도 이러한 상황을 언론에 알리며 연세대에 용역업체 퇴출을 촉구하며 천막농성까지 진행했지만, 원청을 압박하여 용역업체 퇴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결국 중간관리자들의 퇴출로 마무리되었다.
그 뒤 연세대에는 연세대분회를 제외한 2개의 청소‧경비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제일연세노동조합’이 우선 세워졌고, 지난 1월에는 ‘연세대시설관리지역노동조합’이 생겼다. 작년 가을 용역업체 퇴출투쟁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연세대분회는 관리자들의 회유와 협박으로 어용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다. 또 신규조합원 조직화에도 힘을 써 청소‧경비 외 주차관리 노동자들도 올해 새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다. 연세대분회는 벼리고 있던 칼을 이번 집단교섭 투쟁에서 빼들었다.

제일휴먼 ‧ 장풍HR ‧ 아마노코리아를 퇴출시켜라!

청소용역업체인 제일휴먼과 장풍HR은 어용노조를 설립하여 이를 빌미로 서경지부의 집단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주차관리 용역업체인 아마노코리아 역시 2012년에 연세대분회에 가입한 주차관리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 연세대분회는 이 세 업체의 퇴출을 걸고 투쟁을 시작했다.
투쟁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연세대학교가 어용노조 설립을 직접 기획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다. 제일휴먼 현장관리자였다 해고된 김아무개 씨가 어용노조 설립과정을 폭로한 것이다. 김 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연세대 총무팀장은 매일 아침 8시 30분 용역업체 소장들을 불러 모아 ‘아침 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원하청은 어용노조 설립을 함께 기획하고 그 과정을 점검했다. 또한 총무처장은 “살아남고 싶으면(재계약하고 싶으면) 노조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연세대분회 조합원들은 당연히도 원청 연세대학교를 규탄하고,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11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본격적인 투쟁을 선포하고, 본관에 찾아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였지만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고령의 조합원들은 학교 안에 천막을 치고 투쟁을 벌였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은 5일 만에 2만 명을 넘겼다. 그럼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12월 11일, 연세대분회 뿐 아니라 서경지부 조합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서경지부 총력결의대회가 연세대에서 열렸다. 그리고 집회참석자들 모두 본관의 찬바닥에 눌러앉았다. 아무 답변도 받지 못한 채 나갈 수는 없다는 결의였다. 끝까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로 일관하던 연세대 총무처장은 본관점거 3시간 만에 “2013년 미화, 경비, 주차관리용역 공개입찰 시 노동조합을 탄압한 적이 있거나, 부당 노동행위를 행한 용역업체는 입찰에 배제할 것을 약속합니다.” 라는 중간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 13일, 노동조합을 탄압한 현 용역업체와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선정될 시 조합원의 고용 및 단체협약을 승계토록 한다는 최종합의서를 작성했다. 노동조합의 완승이었다.

연세대분회 투쟁 승리의 의미

연세대분회의 투쟁 승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로 대학 비정규직 투쟁 최초로 원청인 대학 당국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으며 고용 및 단체협약을 승계한다는 합의서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투쟁과정에서 드러났다시피 원청은 겉으로는 용역업체가 하는 일을 모르는척 발뺌하지만, 실은 어용노조를 적극 건설하고 노동탄압을 자행하는 용역회사를 선호하고 이를 직접 조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원청이 직접 이러한 용역업체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앞으로는 원청과 용역업체의 노동탄압 팀플레이가 약화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회사는 민주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는 절대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장풍HR에 대한 요구안 중 첫 번째는 한진중공업 용역투입에 대한 사과였다. 연세대 청소용역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역도, 소속된 노조도 다르지만 민주노조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지역과 업종을 넘어선 연대는 이렇게도 가능하다.
세 번째는 복수노조 시행 이후 사측이 사주하여 만든 어용노조로 인해 민주노조가 대표노조 위치를 잃거나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력으로 돌파했다는 것이다. 장풍HR이 주도해서 만들어진 노동조합에서는 위원장과 조합원 30명이 단체로 다시 연세대분회에 가입했고, 투쟁과정을 지켜보던 주차관리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투쟁하는 민주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자 머뭇거리던 어용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한두명씩 연세대분회로 돌아오고 있다. 지금 당장 어용노조를 없애지 못하더라도, 민주노조다운 싸움이 무엇인지를 노동자들에게 보여준다면 악법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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