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9호 | 2013.02.12
하이디스,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우려한다
두 번째 먹튀에 맞선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자
하이디스, 제2의 쌍용차 사태 우려
이천의 소형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가 최근 대만기업 이잉크(E-ink)의 먹튀 여부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전자 LCD 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부도 후 2002년 중국의 비오이(BOE-Beijing Optoelectronic)사로 매각되었고, 2006년 비오이의 대규모 기술 먹튀 후 2008년 다시 대만의 이잉크사로 매각되었다.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으로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원천기술이 각광받고 있지만 하이디스는 부도직전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지난 12월 6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2012년 12월 말부터 설 연휴까지 전체휴업, 2013년 전반의 생산 계획도 3개월 가량 밖에 없다. 부채비율 1,280%, 상반기 중 갚아야 할 빚만 1,570억 원으로 최악의 경영상태다. 하지만 대만의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인수 후 2012년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먹튀 또 먹튀, 중국 비오이와 대만 이잉크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두 번이나 먹튀로 내몰린 것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 탓이 크다. 한국 정부는 김대중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무조건적인 해외매각으로 기술유출 목적이 명백한 외국 자본들에 기업을 팔고, 기술유출과 자본유출을 방치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는 기술유출을 노리고 들어온 비오이사에 하이디스를 팔아넘겼고, 노무현 정부는 4년 간 기술유출을 방치하다 2007년 법정관리 기간 3천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하이디스를 다시 대만 이잉크사에 헐값에 팔아치웠다. 이명박 정부는 3개월 간 파업을 하며 제2의 먹튀 방지를 위해 분명한 투자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노동조합의 주장을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에 매각되기 전 8천억 원 매출에 1천억 원 가까이 흑자를 내던 하이디스는 비오이 경영 4년 만에 3천억 원 매출에 1천6백억 원 적자인 상태가 되었고, 대만 기업 이잉크로의 매각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된 적자와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10년 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을 유지하는 이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중국과 대만 기업에는 하이디스가 기술유출과 자본유출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비오이는 하이디스를 인수하자마자 중국에서 LCD 패널과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단 돈 1원도 투자하지 않고, 하이디스 기술을 이용해 중국에서만 훨씬 생산성이 좋은 라인을 건설했다. 비오이는 하이디스와 기술공유계약을 체결한 뒤 전산망을 통합하고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까지 모두 빼갔다. 모두 4,331건의 기술자료가 유출되었고, 이중에는 LCD 핵심 기술자료 200여 건이 포함돼 있었다. 하이디스 인수 당시 변변한 전자제품 하나 없었던 비오이는 하이디스에서 기술을 훔쳐 삼성과 LG가 중국에서 가동하는 것과 같은 LCD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비오이의 기술 먹튀는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박근혜 당선인(당시 국회의원)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을 세 차례나 제출하기도 했다.
이잉크의 먹튀전략
비오이가 떠난 후 다시 하이디스를 인수한 이잉크는 또 다른 수법을 펼쳤다. 하이디스의 기술을 간판으로 본사의 영업망을 확대하고, 기술은 특허공유로 빼가고, 생산은 외주화하는 것이다.
이잉크는 하이디스 기술을 가지고 LG디스플레이, 일본 알파테크놀로지와 미쯔비시 전자, 일본 샤프 등 여러 LCD 제조업체와 특허공유 계약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하이디스 보유 기술로 아마존 킨들, 구글 태블릿 PC 등의 생산계약을 맺었고 그렇게 확보한 생산물량은 하이디스가 아니라 외주생산업체에 맡겼다. 하이디스의 원천기술을 외부에서 마음껏 쓰도록 하고, 하이디스가 생산했어야 할 물량도 외부에서 생산하도록 해 이잉크는 큰 이득을 챙기고 하이디스는 만년 적자 상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맺은 기술특허공유계약은 이잉크의 의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경영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2012년 하반기부터 이잉크사는 하이디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이잉크사의 관련사들(대만 AUO, 대만 CPT)과 10년짜리 장기기술공유계약을 맺는다. 하이디스가 망하든 말든 이잉크의 대만 협력사들이 하이디스의 핵심기술을 10년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이잉크가 하이디스에 한 설비투자는 5년간 약 400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2%밖에 안 된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19조원, 매출액대비 17%를 투자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잉크의 먹튀 정황은 더욱 명백하다.
이잉크의 경영형태 또한 먹튀의 증거다. 이잉크의 전체 33개 계열사 중 40%인 13개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사모아, 모리셔스 등의 국제적 탈세지역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들이다. 지분구조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국제탈세지역에 위치,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 이잉크사는 매년 하이디스와 거래하는 계열사들을 수시로 바꿔가며 내부거래를 해왔는데, 다른 계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배회사와 생산공장 사이에는 페이퍼컴퍼니가 있고, 페이퍼컴퍼니를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가 지배하는 식이다. 복잡한 지배관계과 수상한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와 이익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이디스는 만년 적자에 부도위기인데, 이잉크 전체적으로 하이디스를 통해 얻는 매출이 30%에 육박하며 이잉크는 수익률 17%를 상회해 제조업 기업 중 최상위권이라는 현실. 이런 이잉크의 경영행태에서도 하이디스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먹튀 작전에 맞선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이디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천여 명으로,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여성들이다. 그 중 500여 명이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조합원이다. 하이디스지회는 이잉크의 먹튀 정황을 알리고 하이디스 경영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경영위기로 이잉크가 철수할 수 있다며 본사에 의지를 보여줄 대규모 구조조정 등 서바이벌플랜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리고 2012년 12월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12월말부터 설 연휴까지 전체 휴업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이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아 흩어지거나 서로 생존경쟁을 하게 하려한 것이다. 하이디스지회는 12월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을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살 길을 찾기보단 함께 해결에 나서자 경영진은 권고사직을 2개월 유예하고 노동조합의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한편 이잉크의 먹튀 정황이 알려지자 제2의 쌍용차사태, 외투기업의 먹튀를 우려한 언론의 관심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천시장이 나서서 하이디스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와 이천시, 고용노동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련 정부부처들이 토론에 참석했으며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잠하던 하이디스 경영진은 먹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나서서 떠들면 경영정상화가 더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떠날 때 썼던 역공격 논리다.
하이디스지회는 휴업기간 조직력 강화에 최선을 다했다.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통한 선전을 시도하고, 1월 31일 휴업 중 전체 조합원 설명회를 조직했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휴업 중에 고향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한 두 개씩 하고, 출산과 수유, 육아 등으로 설명회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100여 명 모이면 다행일 것이라던 예측을 뒤엎고 3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설명회에 모였다. 만삭의 여성조합원들, 줄줄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조합원들, 저 멀리 고향에서 올라온 조합원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온 조합원들로 설명회장소는 꽉 찼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사람, 이미 퇴사한 사람들까지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지 않고 전체가 모여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국노총 하이디스노조를 비롯 2008년 파업 당시 복귀해 사측 편에 섰던 이들도 함께 싸우자는 뜻을 모으고 있다. 노동자들을 개별화 해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게하고 조용히 떠나려 했던 이잉크의 첫 번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합원들은 두 번 당하지 않는다는 진지한 결의를 보였다.
하이디스 노동자, ‘함께 살자’
이제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세계적 기술이 오히려 적자의 원인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하이디스의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과 경영 등 모든 측면에서 이잉크의 먹튀 정황을 밝히고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2012년 말 체결한 10년 장기기술공유계약 취소, 이잉크 관계사들로 외주화해 빼돌린 생산 환수, 경영정상화와 장기 투자계획 제시를 요구하며 싸울 것이다. 이잉크가 결국 먹튀의 길을 선택한다해도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노동자들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저항을 만들고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싸움도 함께 시작한다.
하이디스가 제2의 쌍용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크다. 다시 그런 비극을 겪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로 모여야 한다. 한편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하이디스가 쌍용차의 미래’라는 점이다. 하이디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번의 먹튀 과정은 쌍용차보다 3년 먼저 진행되었고 하이디스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은 쌍용차에서 똑같이 이어졌다. 하이디스에서 벌인 이잉크의 행태에서 우리는 두 번째로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의 행보 또한 예측할 수 있다. 하이디스에서 외투기업 먹튀문제의 해법을 찾는 길은 쌍용차를 비롯해 외투기업의 ‘먹튀’에 연루된 수많은 노동자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함께 살자’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길을 보여주기 위해 나선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이천의 소형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가 최근 대만기업 이잉크(E-ink)의 먹튀 여부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전자 LCD 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부도 후 2002년 중국의 비오이(BOE-Beijing Optoelectronic)사로 매각되었고, 2006년 비오이의 대규모 기술 먹튀 후 2008년 다시 대만의 이잉크사로 매각되었다.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으로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원천기술이 각광받고 있지만 하이디스는 부도직전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지난 12월 6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2012년 12월 말부터 설 연휴까지 전체휴업, 2013년 전반의 생산 계획도 3개월 가량 밖에 없다. 부채비율 1,280%, 상반기 중 갚아야 할 빚만 1,570억 원으로 최악의 경영상태다. 하지만 대만의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인수 후 2012년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먹튀 또 먹튀, 중국 비오이와 대만 이잉크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두 번이나 먹튀로 내몰린 것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 탓이 크다. 한국 정부는 김대중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무조건적인 해외매각으로 기술유출 목적이 명백한 외국 자본들에 기업을 팔고, 기술유출과 자본유출을 방치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는 기술유출을 노리고 들어온 비오이사에 하이디스를 팔아넘겼고, 노무현 정부는 4년 간 기술유출을 방치하다 2007년 법정관리 기간 3천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하이디스를 다시 대만 이잉크사에 헐값에 팔아치웠다. 이명박 정부는 3개월 간 파업을 하며 제2의 먹튀 방지를 위해 분명한 투자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노동조합의 주장을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에 매각되기 전 8천억 원 매출에 1천억 원 가까이 흑자를 내던 하이디스는 비오이 경영 4년 만에 3천억 원 매출에 1천6백억 원 적자인 상태가 되었고, 대만 기업 이잉크로의 매각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된 적자와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10년 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을 유지하는 이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중국과 대만 기업에는 하이디스가 기술유출과 자본유출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비오이는 하이디스를 인수하자마자 중국에서 LCD 패널과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단 돈 1원도 투자하지 않고, 하이디스 기술을 이용해 중국에서만 훨씬 생산성이 좋은 라인을 건설했다. 비오이는 하이디스와 기술공유계약을 체결한 뒤 전산망을 통합하고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까지 모두 빼갔다. 모두 4,331건의 기술자료가 유출되었고, 이중에는 LCD 핵심 기술자료 200여 건이 포함돼 있었다. 하이디스 인수 당시 변변한 전자제품 하나 없었던 비오이는 하이디스에서 기술을 훔쳐 삼성과 LG가 중국에서 가동하는 것과 같은 LCD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비오이의 기술 먹튀는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박근혜 당선인(당시 국회의원)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을 세 차례나 제출하기도 했다.
이잉크의 먹튀전략
비오이가 떠난 후 다시 하이디스를 인수한 이잉크는 또 다른 수법을 펼쳤다. 하이디스의 기술을 간판으로 본사의 영업망을 확대하고, 기술은 특허공유로 빼가고, 생산은 외주화하는 것이다.
이잉크는 하이디스 기술을 가지고 LG디스플레이, 일본 알파테크놀로지와 미쯔비시 전자, 일본 샤프 등 여러 LCD 제조업체와 특허공유 계약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하이디스 보유 기술로 아마존 킨들, 구글 태블릿 PC 등의 생산계약을 맺었고 그렇게 확보한 생산물량은 하이디스가 아니라 외주생산업체에 맡겼다. 하이디스의 원천기술을 외부에서 마음껏 쓰도록 하고, 하이디스가 생산했어야 할 물량도 외부에서 생산하도록 해 이잉크는 큰 이득을 챙기고 하이디스는 만년 적자 상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맺은 기술특허공유계약은 이잉크의 의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경영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2012년 하반기부터 이잉크사는 하이디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이잉크사의 관련사들(대만 AUO, 대만 CPT)과 10년짜리 장기기술공유계약을 맺는다. 하이디스가 망하든 말든 이잉크의 대만 협력사들이 하이디스의 핵심기술을 10년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이잉크가 하이디스에 한 설비투자는 5년간 약 400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2%밖에 안 된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19조원, 매출액대비 17%를 투자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잉크의 먹튀 정황은 더욱 명백하다.
이잉크의 경영형태 또한 먹튀의 증거다. 이잉크의 전체 33개 계열사 중 40%인 13개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사모아, 모리셔스 등의 국제적 탈세지역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들이다. 지분구조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국제탈세지역에 위치,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 이잉크사는 매년 하이디스와 거래하는 계열사들을 수시로 바꿔가며 내부거래를 해왔는데, 다른 계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배회사와 생산공장 사이에는 페이퍼컴퍼니가 있고, 페이퍼컴퍼니를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가 지배하는 식이다. 복잡한 지배관계과 수상한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와 이익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이디스는 만년 적자에 부도위기인데, 이잉크 전체적으로 하이디스를 통해 얻는 매출이 30%에 육박하며 이잉크는 수익률 17%를 상회해 제조업 기업 중 최상위권이라는 현실. 이런 이잉크의 경영행태에서도 하이디스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먹튀 작전에 맞선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이디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천여 명으로,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여성들이다. 그 중 500여 명이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조합원이다. 하이디스지회는 이잉크의 먹튀 정황을 알리고 하이디스 경영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경영위기로 이잉크가 철수할 수 있다며 본사에 의지를 보여줄 대규모 구조조정 등 서바이벌플랜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리고 2012년 12월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12월말부터 설 연휴까지 전체 휴업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이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아 흩어지거나 서로 생존경쟁을 하게 하려한 것이다. 하이디스지회는 12월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을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살 길을 찾기보단 함께 해결에 나서자 경영진은 권고사직을 2개월 유예하고 노동조합의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한편 이잉크의 먹튀 정황이 알려지자 제2의 쌍용차사태, 외투기업의 먹튀를 우려한 언론의 관심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천시장이 나서서 하이디스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와 이천시, 고용노동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련 정부부처들이 토론에 참석했으며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잠하던 하이디스 경영진은 먹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나서서 떠들면 경영정상화가 더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떠날 때 썼던 역공격 논리다.
하이디스지회는 휴업기간 조직력 강화에 최선을 다했다.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통한 선전을 시도하고, 1월 31일 휴업 중 전체 조합원 설명회를 조직했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휴업 중에 고향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한 두 개씩 하고, 출산과 수유, 육아 등으로 설명회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100여 명 모이면 다행일 것이라던 예측을 뒤엎고 3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설명회에 모였다. 만삭의 여성조합원들, 줄줄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조합원들, 저 멀리 고향에서 올라온 조합원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온 조합원들로 설명회장소는 꽉 찼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사람, 이미 퇴사한 사람들까지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지 않고 전체가 모여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국노총 하이디스노조를 비롯 2008년 파업 당시 복귀해 사측 편에 섰던 이들도 함께 싸우자는 뜻을 모으고 있다. 노동자들을 개별화 해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게하고 조용히 떠나려 했던 이잉크의 첫 번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합원들은 두 번 당하지 않는다는 진지한 결의를 보였다.
하이디스 노동자, ‘함께 살자’
이제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세계적 기술이 오히려 적자의 원인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하이디스의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과 경영 등 모든 측면에서 이잉크의 먹튀 정황을 밝히고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2012년 말 체결한 10년 장기기술공유계약 취소, 이잉크 관계사들로 외주화해 빼돌린 생산 환수, 경영정상화와 장기 투자계획 제시를 요구하며 싸울 것이다. 이잉크가 결국 먹튀의 길을 선택한다해도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노동자들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저항을 만들고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싸움도 함께 시작한다.
하이디스가 제2의 쌍용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크다. 다시 그런 비극을 겪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로 모여야 한다. 한편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하이디스가 쌍용차의 미래’라는 점이다. 하이디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번의 먹튀 과정은 쌍용차보다 3년 먼저 진행되었고 하이디스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은 쌍용차에서 똑같이 이어졌다. 하이디스에서 벌인 이잉크의 행태에서 우리는 두 번째로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의 행보 또한 예측할 수 있다. 하이디스에서 외투기업 먹튀문제의 해법을 찾는 길은 쌍용차를 비롯해 외투기업의 ‘먹튀’에 연루된 수많은 노동자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함께 살자’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길을 보여주기 위해 나선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