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04호 | 2013.03.12

고조되는 전쟁위기, 탈출구는 무엇인가

적극적 평화주의에 기초한 일관된 운동이 필요하다

정책위원회
북한의 목표

지금 한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남북 양측은 종착역 없는 기차마냥 끝을 모르게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거듭하며 핵능력을 증진했고, 핵 선제타격까지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이 실제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미지수라 하더라도, 핵전쟁의 실행 가능성이 운위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었던 1994년 전쟁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월 12일 논설에서 “(미국은) 우리나라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결국에는 북미 간 협상타결과 관계정상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북한의 위협 역시 미국에 북미간의 협상 타결과 한반도 전면전 사이의 선택을 촉구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즉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궁여지책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주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위적 행위’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 숨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북한의 전략은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불사한 것이다. 미국이 전쟁이냐 협상이냐의 양 극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도록 만들려면, 두 가지 옵션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 하나의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맞이하게 될 파국적 효과를 증명해야 선택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미국과 벌이는 게임은 애초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미사일 능력과 핵능력을 과시한 것이나, 최근 정전협정의 백지화, 불가침 합의 무효화, 서울과 워싱턴에 대한 핵 선제 정밀타격 등 전쟁불사를 운운하는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판돈으로 ‘거대한 도박’을 벌이고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한국의 민중들조차 북한을 비난하게 만들어 결국 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침식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을 갖춘 미국조차 북한이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즉 한반도에서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보통의 필부필부에게 다른 판단과 행동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전략 자체의 위험성만이 아니다. 우선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이 입장을 바꾸어 북미 간 일괄타결을 전제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7일과 11일에 각각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한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전술, 즉 ‘선핵 포기 없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는 현재 오바마 정부만의 정책 기조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일종의 무시전략은 이미 부시 행정부 시절, 기간 북미 간 협상이 ‘핵 공갈과 그에 따른 착취’라는 악순환만 조성했다는 미 당국자들의 반성 하에 제출되었다. 이런 기조는 오바마 집권 초기인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에 이어 5월 2차 핵실험을 하면서 훨씬 더 힘을 얻게 되었다.
물론 ‘전략적 인내’ 전술이 대북 관계에서 어떠한 진전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일정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진영은 오바마 정부의 대외 정책에 맹렬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대북 접근법에는 동의를 표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어떠한 보상도 주지 않겠다거나,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시키기 전에는 협상을 진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은 일부 매파의 주장에 머물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위협적인 발표와 군사적 행동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보다는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 국가인지를 사후적으로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되어 더욱 강경한 제재와 같은 대북 강경책을 옹호하는 여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

벼랑 끝 전술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강화한다

3월 1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에 참여했던 미국 핵잠수함이 훈련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 인근에 한동안 잔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도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대응 시간을 고려해 한반도 인근에 핵무기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며 ‘키리졸브 연습이 끝난 후 연합 대잠훈련을 실시해 미군의 핵무기 탑재 장비들을 머물게 하고,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는 한미 간에 협의 중’이라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북한의 위협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의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해군 함정의 60% 및 항공모함 6척을 서태평양 및 아시아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을 압박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군사력 투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강화된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목은 점점 더 동북아시아에 직접 개입하려는 미국에 좋은 먹잇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미국의 직접적 개입이 불러올 결과는 늘상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남북 간에는 물론, 북미 간의 직접적인 대결이나 미중 간의 충돌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항시적 위기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공언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핵무장론이나 전술핵무기 재도입, 핵우산 강화 주장을 제어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또한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개발 수위를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더 이상 협상의 지렛대를 만들기도 어렵다. 때문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단기적인 대화 국면을 열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에는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위협에 노출된다는 점(이는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민중이 감내해야 하는 위기이기도 하다)에서 성공 불가능한 방식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결코 한반도 민중의 평화적 생존과는 양립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적극적 평화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것과 함께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의 알리바이로 삼는 근거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장 시도를 본격화하게 된 배경으로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선제 핵공격 옵션 유지 ▲핵보유국의 절대적 지위를 보장하는 핵비확산조약(NPT) 체계의 이중 잣대 ▲탈냉전 이후 중·소 핵우산 공백 속에 주한미군과 남한의 핵·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 ▲경제 봉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항시적인 비대칭 전력의 위협 속에서 북한은 모종의 임계에 도달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위기를 야기한 핵심 원인으로서 한미일 동맹의 과잉 억제를 제거하기 위한 반전, 반핵, 군축 운동을 펼쳐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일차적으로 지금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공격적인 한미 군사훈련의 즉각 중단과 북한의 폭력적 대응만을 유발하는 대북제재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 군사동맹의 폐기, 핵우산과 함께 항시적 전쟁 위협을 양산하는 미국 무력의 철수, 군비 현대화 반대와 일방적 군비축소라는 적극적 평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그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 권리’라 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우주 공간의 군사화를 반대할 수 없고, 결국에는 평화운동이 이러한 경향을 옹호하게 된다. 북한의 핵개발을 그저 ‘자위적 행위’라 한다면 인류의 절멸을 향한 경쟁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마저 잃을 공산이 크다. 사회운동은 민중들의 생명을 판돈으로 한 도박판에 플레이어가 될 것이 아니라 반핵의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대중적인 반전·반핵·평화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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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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