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6호 | 2013.03.29
용산개발 디폴트 사태의 교훈
금융화된 부동산 개발의 예정된 실패, 책임자를 처벌하라
지난 12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자산관리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이자 52억 원을 못 냈기 때문이다. 31조 원 규모의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좌초위기에 처한 용산개발
난리가 났다. 개발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것이라 예상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출자사들은 돈을 날릴까봐 난리법석을 떨었다. 개발지역에 포함되어 보상금만 바라보며 6년을 버텨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개발 반대여론도 높아졌다. 한국일보의 21일 전화 앙케이트 조사결과 서부이촌동 주민 70% 이상이 용산 수용개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업의 판을 키운데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아직 최종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30개에 달하는 출자사들은 코레일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정상화에 대체로 합의한 상황이다. 출자사 간 이해를 조정하고, 부풀려진 전망 속에 수립되었던 사업계획을 일부 축소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이번 사태의 ‘원죄’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서울시도 코레일의 정상화방안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서부이촌동 주민 의견수렴을 상반기 중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사업성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라 새판을 짜지 않는 한 사업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게다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용산개발 반대 여론이 강해 6월 주민투표 결과도 불투명하다. 용산개발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남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예정된 실패
용산 개발은 2006년 건설교통부가 코레일 부채 문제를 부대사업인 역세권 개발을 통해 해결하자고 제시하고(철도공사 경영 정상화 종합대책), 이를 수용한 코레일이 차량기지를 포함한 용산역 일대 소유지의 매각 및 개발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중점 추진하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을 개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함에 따라 그 규모가 확대됐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호황 상황에서 정부, 코레일, 서울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 결과 용산개발은 코레일이 소유했던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에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해 60여 개의 업무, 상업, 주거시설을 짓는 복합개발사업이 되었다. 그리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린 건설사, 투자자들이 달려들었다.
용산개발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PF는 기업대출과는 달리 사업주의 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미래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별도로 설립된 시행사인 특수목적회사(용산개발의 경우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자금조달기법이다. 따라서 PF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 성공적인 분양 및 상업적 성공, 즉 부동산 활황을 가정한다.
그러나 곧 부동산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 이미 사업추진 전부터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상업시설 공실률도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과하면서 건설업계도 위축되었고 금융비용은 늘어났다.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결함과 위험
이처럼 용산개발은 PF 방식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불황기 개발사업은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PF는 고수익-고위험 사업으로서 일종의 도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PF는 구조화 금융으로서 다양한 행위자에게 위험이 분산되기 때문에 PF 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 여파는 광범위하게 전염될 수 있다.
또한 PF의 경우 다양한 투자자로 구성된 시행사를 중심으로 부동산개발이 이뤄지고 미래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프로젝트의 빠른 성공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 개발사업에 있어 속도전이 더욱 중요해지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인허가 관련 비리가 잇따르는가 하면 철거의 신속성과 폭력성이 증가한다. 도시개발에 대한 사회적 필요나 원주민의 주거권이 논의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시장과 연결되어 단기주의를 강화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막가파식 개발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번 용산개발 디폴트 사태는 신자유주의 이후 확대된 증권투자와 연동된 부동산 개발 투자가 가진 결함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젝트 구상단계와 달리 사업의 위험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해당사자들 간의 눈치보기와 갈등이 커지고, 이런 가운데 코레일과 대한토지신탁이 지급보증과 우선변제를 두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52억 원의 이자 납부 기한을 넘겨 디폴트에 빠지게 된 것이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주거권을 쟁취하자
그렇다면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우선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개발지역의 주민들이다. 2009년 용산참사 역시 단기주의가 강화되는 과정에서의 무리한 사업추진 과정이 낳은 필연적 결과였다. 당시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은 최대한의 개발수익을 남기기 위해 원주민 보상을 최소화하려 했고, 일시 철거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용역을 고용해 주민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둘렀으며, 공권력은 이를 비호했다. 최근에는 서부이촌동 주민들 사이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날 것’이라는 한탄스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입은 손실은 6조5천억 원에 달해 애초 목표였던 경영정상화와는 정반대로 재정이 더욱 위험해졌고, 용산개발에 투자한 국민연금 1,250억 원의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코레일 경영진과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무리하게 개발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건설사나 금융기관이 아니라 모조리 자신이 지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그 결과 용산개발 디폴트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용산개발의 공모자들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을 볼 때 이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철도 경영 정상화 대책을 제시한 정부와 개발 사업에 참여한 코레일, 한강르네상스를 밀어붙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서울시, 개발이익을 노린 출자사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이들이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된 개발 사업에 앞장서 용산참사, 원주민들의 상처와 고통, 국민들의 피해를 유발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은 자신들이 유발한 상처와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투자업체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개발 사업을 현실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정부와 코레일은 손실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이번 기회에 코레일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자본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노동자에게 그 손실을 전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태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책임자들을 처벌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교훈을 남겨야 한다. 나아가 투기세력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권을 최우선에 둔 도시개발이 될 수 있도록 민중의 힘을 모아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좌초위기에 처한 용산개발
난리가 났다. 개발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것이라 예상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출자사들은 돈을 날릴까봐 난리법석을 떨었다. 개발지역에 포함되어 보상금만 바라보며 6년을 버텨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개발 반대여론도 높아졌다. 한국일보의 21일 전화 앙케이트 조사결과 서부이촌동 주민 70% 이상이 용산 수용개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업의 판을 키운데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아직 최종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30개에 달하는 출자사들은 코레일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정상화에 대체로 합의한 상황이다. 출자사 간 이해를 조정하고, 부풀려진 전망 속에 수립되었던 사업계획을 일부 축소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이번 사태의 ‘원죄’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서울시도 코레일의 정상화방안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서부이촌동 주민 의견수렴을 상반기 중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사업성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라 새판을 짜지 않는 한 사업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게다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용산개발 반대 여론이 강해 6월 주민투표 결과도 불투명하다. 용산개발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으로 남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예정된 실패
용산 개발은 2006년 건설교통부가 코레일 부채 문제를 부대사업인 역세권 개발을 통해 해결하자고 제시하고(철도공사 경영 정상화 종합대책), 이를 수용한 코레일이 차량기지를 포함한 용산역 일대 소유지의 매각 및 개발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중점 추진하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을 개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함에 따라 그 규모가 확대됐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호황 상황에서 정부, 코레일, 서울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 결과 용산개발은 코레일이 소유했던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에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해 60여 개의 업무, 상업, 주거시설을 짓는 복합개발사업이 되었다. 그리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린 건설사, 투자자들이 달려들었다.
용산개발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PF는 기업대출과는 달리 사업주의 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미래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별도로 설립된 시행사인 특수목적회사(용산개발의 경우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자금조달기법이다. 따라서 PF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 성공적인 분양 및 상업적 성공, 즉 부동산 활황을 가정한다.
그러나 곧 부동산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 이미 사업추진 전부터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상업시설 공실률도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과하면서 건설업계도 위축되었고 금융비용은 늘어났다.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결함과 위험
이처럼 용산개발은 PF 방식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불황기 개발사업은 리스크가 매우 크기 때문에 PF는 고수익-고위험 사업으로서 일종의 도박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PF는 구조화 금융으로서 다양한 행위자에게 위험이 분산되기 때문에 PF 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 여파는 광범위하게 전염될 수 있다.
또한 PF의 경우 다양한 투자자로 구성된 시행사를 중심으로 부동산개발이 이뤄지고 미래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프로젝트의 빠른 성공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 개발사업에 있어 속도전이 더욱 중요해지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인허가 관련 비리가 잇따르는가 하면 철거의 신속성과 폭력성이 증가한다. 도시개발에 대한 사회적 필요나 원주민의 주거권이 논의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증권시장과 연결되어 단기주의를 강화하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막가파식 개발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번 용산개발 디폴트 사태는 신자유주의 이후 확대된 증권투자와 연동된 부동산 개발 투자가 가진 결함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젝트 구상단계와 달리 사업의 위험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해당사자들 간의 눈치보기와 갈등이 커지고, 이런 가운데 코레일과 대한토지신탁이 지급보증과 우선변제를 두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52억 원의 이자 납부 기한을 넘겨 디폴트에 빠지게 된 것이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주거권을 쟁취하자
그렇다면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 우선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개발지역의 주민들이다. 2009년 용산참사 역시 단기주의가 강화되는 과정에서의 무리한 사업추진 과정이 낳은 필연적 결과였다. 당시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은 최대한의 개발수익을 남기기 위해 원주민 보상을 최소화하려 했고, 일시 철거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용역을 고용해 주민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둘렀으며, 공권력은 이를 비호했다. 최근에는 서부이촌동 주민들 사이에서 ‘제2의 용산참사가 날 것’이라는 한탄스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입은 손실은 6조5천억 원에 달해 애초 목표였던 경영정상화와는 정반대로 재정이 더욱 위험해졌고, 용산개발에 투자한 국민연금 1,250억 원의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코레일 경영진과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무리하게 개발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을 건설사나 금융기관이 아니라 모조리 자신이 지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그 결과 용산개발 디폴트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용산개발의 공모자들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을 볼 때 이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철도 경영 정상화 대책을 제시한 정부와 개발 사업에 참여한 코레일, 한강르네상스를 밀어붙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서울시, 개발이익을 노린 출자사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이들이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된 개발 사업에 앞장서 용산참사, 원주민들의 상처와 고통, 국민들의 피해를 유발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은 자신들이 유발한 상처와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투자업체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개발 사업을 현실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정부와 코레일은 손실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이번 기회에 코레일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자본의 손실은 최소화하고 노동자에게 그 손실을 전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태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책임자들을 처벌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교훈을 남겨야 한다. 나아가 투기세력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주거권을 최우선에 둔 도시개발이 될 수 있도록 민중의 힘을 모아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