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6호 | 2013.07.24
노량진 수몰사고로 나타난 노동안전 문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서울시 한복판에서 일어난 참사
지난 7월 15일, 한강대교 남단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 7명이 한강의 수위가 높아지며 유입된 물에 휩쓸렸고, 전원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7월 15일은 장마로 인한 폭우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었고, 사고 당시 한강 수위는 위험 수위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팔당댐 방류량은 오전 초당 7,000톤에서 오후에는 15,000톤으로 늘어났고, 차수막이 수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손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 바로 아래 25m 깊이의 지하 공사장에서의 작업은 누가 봐도 무리한 것이었다. 게다가 수몰 사고 전날에도 강물이 유입되었지만 불충분한 현장감사 이후 공사를 감행하였고, 당일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침조차 내리지 않았다.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에게 안전을 위해 철수하라는 지시는 전달되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 작업중지권을 확대하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언론에서는 한국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 문제가 재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누가 안전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가? 사망한 노동자 중 한 명은 ‘며칠 비가 많이 와서 작업 나가기가 두렵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누구나 당시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실제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관리자의 허락없이 작업을 중지하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되고, 심지어 해고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노동자는 자신이 작업을 중단한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리한 법적 공방을 펼쳐야 하기도 한다. 올해 연달아 발생한 공장 내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사고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계속 작업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새누리당의 김성태 의원은 폭우 및 위험 발생시, 공사를 전면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보다 현재 유명무실화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다단계의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가?
사고가 일어난 상수도관 부설작업은 전면 책임감리제로 이루어졌다. 전면 책임감리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공무원이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감리업체가 총괄적인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제도이다. 감리업체는 (주)건화가 담당했는데 서울시는 사고의 책임이 감리회사에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에 감리회사는 책임감리제가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외부에서 관리와 감독을 하는 제도이지, 공사의 모든 책임을 감리업체가 떠안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건설현장에서의 안전 책임, 안전에 관한 제반사항의 통제의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설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단계 하도급구조 역시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었다. 주요 시공사인 천호건설은 장마 시작 전인 6월 20일까지 관정을 메우는 작업을 완료하기로 하였지만, 부도위기를 겪으며 하도급 회사인 동아지질에 대해 공사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이후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동아지질에 공사비를 직접 주고 공사를 진행시켰고, 관정 메우기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터널에서 공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천호건설은 열악한 자금사정으로 동아지질에 대해 무리하게 공사를 서두르게 하였고, 위험한 순간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대해 가하는 압력으로 인해, 건설현장에서는 인력과 장비에 무리가 가는 작업들이 진행된다. 또한 각종 안전수칙들이 위반되고,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현장에 놓이게 된다.
죽어서도 차별 받는 이주노동자
이번 사고로 숨진 7명의 노동자 가운데 3명은 중국교포이다. 그런데 이들 중국 교포들은 상시체류자격인 재외동포(F4) 비자가 아닌, 한시적 체류자격인 방문취업자(H2) 비자로 일을 해왔다.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국교포에게 체류기간이 4년 10개월로 한정된 H2 비자를 준다. 이로 인해 이들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중국의 노임이 기준이 되어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
현재 건설현장에는 약 25만명 가량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노동시장의 최하위에 위치하여 남들이 꺼려하는 위험한 작업에 저임금으로 투입되고, 체류기간 연장에 실패한 경우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한국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더욱 낮아진다는 ‘혐의’를 받기도 한다.
노량진 수몰사고로 사망한 중국 교포들에 대한 차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하다 다치거나 사망해도 차별을 받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도 신분상의 불안정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고 은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업에 필요한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안전장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안전수칙들이 준수되지 않고 일을 한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중국교포들이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함은 물론, 나아가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자!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을 강조하는 것은, 사고의 예방은 개개인의 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집단적인 힘을 발휘할 때만이, 유명무실한 작업중지권을 노동자들이 실제로 행사할 수 있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똑바로 일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건설현장에서,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연대를 통해서만 노동자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두면, 결국 한국노동자들도 더욱 위험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개별화되면 노동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들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노동자들의 연대와 집단적인 힘만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길이다.
지난 7월 15일, 한강대교 남단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 7명이 한강의 수위가 높아지며 유입된 물에 휩쓸렸고, 전원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7월 15일은 장마로 인한 폭우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었고, 사고 당시 한강 수위는 위험 수위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팔당댐 방류량은 오전 초당 7,000톤에서 오후에는 15,000톤으로 늘어났고, 차수막이 수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손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 바로 아래 25m 깊이의 지하 공사장에서의 작업은 누가 봐도 무리한 것이었다. 게다가 수몰 사고 전날에도 강물이 유입되었지만 불충분한 현장감사 이후 공사를 감행하였고, 당일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침조차 내리지 않았다.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에게 안전을 위해 철수하라는 지시는 전달되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이 문제? 작업중지권을 확대하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언론에서는 한국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 문제가 재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누가 안전 문제를 느끼지 못했는가? 사망한 노동자 중 한 명은 ‘며칠 비가 많이 와서 작업 나가기가 두렵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누구나 당시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실제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관리자의 허락없이 작업을 중지하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되고, 심지어 해고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노동자는 자신이 작업을 중단한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리한 법적 공방을 펼쳐야 하기도 한다. 올해 연달아 발생한 공장 내 유해물질 노출로 인한 사고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계속 작업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새누리당의 김성태 의원은 폭우 및 위험 발생시, 공사를 전면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보다 현재 유명무실화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 아닌가.
다단계의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가?
사고가 일어난 상수도관 부설작업은 전면 책임감리제로 이루어졌다. 전면 책임감리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공무원이 아닌 전문지식을 가진 감리업체가 총괄적인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제도이다. 감리업체는 (주)건화가 담당했는데 서울시는 사고의 책임이 감리회사에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에 감리회사는 책임감리제가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외부에서 관리와 감독을 하는 제도이지, 공사의 모든 책임을 감리업체가 떠안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건설현장에서의 안전 책임, 안전에 관한 제반사항의 통제의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설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단계 하도급구조 역시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었다. 주요 시공사인 천호건설은 장마 시작 전인 6월 20일까지 관정을 메우는 작업을 완료하기로 하였지만, 부도위기를 겪으며 하도급 회사인 동아지질에 대해 공사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이후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동아지질에 공사비를 직접 주고 공사를 진행시켰고, 관정 메우기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하터널에서 공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천호건설은 열악한 자금사정으로 동아지질에 대해 무리하게 공사를 서두르게 하였고, 위험한 순간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대해 가하는 압력으로 인해, 건설현장에서는 인력과 장비에 무리가 가는 작업들이 진행된다. 또한 각종 안전수칙들이 위반되고,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현장에 놓이게 된다.
죽어서도 차별 받는 이주노동자
이번 사고로 숨진 7명의 노동자 가운데 3명은 중국교포이다. 그런데 이들 중국 교포들은 상시체류자격인 재외동포(F4) 비자가 아닌, 한시적 체류자격인 방문취업자(H2) 비자로 일을 해왔다. 정부에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국교포에게 체류기간이 4년 10개월로 한정된 H2 비자를 준다. 이로 인해 이들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중국의 노임이 기준이 되어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
현재 건설현장에는 약 25만명 가량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노동시장의 최하위에 위치하여 남들이 꺼려하는 위험한 작업에 저임금으로 투입되고, 체류기간 연장에 실패한 경우에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한국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더욱 낮아진다는 ‘혐의’를 받기도 한다.
노량진 수몰사고로 사망한 중국 교포들에 대한 차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하다 다치거나 사망해도 차별을 받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해도 신분상의 불안정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고 은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업에 필요한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안전장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안전수칙들이 준수되지 않고 일을 한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중국교포들이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함은 물론, 나아가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자!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을 강조하는 것은, 사고의 예방은 개개인의 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통제권을 가지고 집단적인 힘을 발휘할 때만이, 유명무실한 작업중지권을 노동자들이 실제로 행사할 수 있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똑바로 일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건설현장에서,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연대를 통해서만 노동자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두면, 결국 한국노동자들도 더욱 위험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개별화되면 노동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들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노동자들의 연대와 집단적인 힘만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