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민영화를 중단해야 한다
대기업 보조금으로 낭비되는 재원, 재생에너지 개발에 써야
올 여름 계속되는 폭염 속에 지난 2주간 ‘전력대란 위기’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었다. 전기 사용을 줄이자는 공익광고도 최근 부쩍 늘었다. ‘대정전 사태’의 공포를 조장하는 정부의 여론몰이 속에서, 산업용 전기 사용을 부추기는 정책이 문제라는 점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전력산업 민영화로 인한 문제점도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산업용 전기 사용을 부추기는 정부정책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소비(2013년 6월의 경우 59.11%) 감축 대책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정책들은 산업체들이 전력을 더 많이 쓰게끔 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는 생산원가의 9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기업들이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얻은 이득만 2조 5,660억 원이다. 기업들이 입어온 특혜는 값싼 요금뿐만이 아니다. ‘산업체 조업조정’(휴가 분산)라는 제도가 있다. 전력사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중지하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부가 수요관리를 위해 기업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총 2,573억 원에 이른다.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력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책정되어 전기를 사용하는 시민이라면 모두 지불하는 세금이 바로 이러한 대기업 보조금 지급에 상당 부분 사용된다.
이렇게 혜택은 막대하지만, 반대로 기업이 절전규제를 위반했을 때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 2013년 전력수요관리대책 중 ‘산업체 절전규제’는 위반 시 벌금이 하루 50만 원에 불과하여 실효성이 떨어지고,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평시에는 싸게, 전력수요 피크 때는 3배 할증하는 제도)는 의무가 아니기에 유명무실하다.
이렇듯 정부는 산업용 전력사용에 이중, 삼중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일수록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전력다소비를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정책들뿐이니, 산업체들이 전력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리가 없다. 오히려 여타 연료를 쓰던 설비를 ‘전기화’하는 등 전력을 더 펑펑 써대기만 할 뿐이다. 산업용 요금 인상을 비롯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통해 산업체들의 에너지사용을 줄여야 한다.
민영화로 인한 전력공급의 실패
2001년, 전력산업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거대한 한국전력공사(한전)를 통째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한전을 6개(한국수력원자력, 화력발전 5개사)의 자회사로 분할하고, 경쟁시장을 도입하기 위해 현재의 전력거래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배전-판매부분은 지역별로 수익차이가 커 경쟁체제로 전환되지 못하였고, 결국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자회사 공기업들과 민간발전소들에게 전기를 사서 각 지역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이러한 부분적 민영화 이후 발전회사들의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한전 자회사 공기업들은 장기적 투자 대신 단기적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민간발전소의 비중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당연히도 민간발전소는 안정적 전력공급보다는 철저히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민영화 이후 정부는 이러한 민간발전소들을 포함하여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 사기업에 대한 통제는 제한적이거나 거의 할 수 없다. 따라서 사기업들이 발전소 건설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포기할 경우 속수무책이고 이는 안정적 전력공급의 실패로 이어진다.
민간발전소 비중 확대, 중심을 잃은 한국전력공사
현재 공공부문 각 영역의 민영화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력의 경우 ‘시장개방과 신규시장으로의 민간 진출’이라는 식으로 민간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소비가 늘어날수록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한전은 현재 55조 원의 빚더미 위에 앉아있는 반면, 민간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재벌대기업들은 전력소비가 늘어날수록 폭리를 취한다. 공급과 요금의 안정화를 책임져야 할 한전은 점점 부실화되고, 민간발전소 비중과 지배력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들은 ‘용량요금’을 적용받아,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스탠바이 상태에 있기만 하면 공급가능 용량만큼을 보상받는다. 즉 언제나 운영비를 상회하는 수익을 보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민간발전소들은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팔 때 계통한계가격(SMP)이라는 특이한 제도의 적용을 받는데, 이 제도는 가장 생산단가가 높은 발전소의 전력가격을 기준으로 전력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제도다. 즉 전력수요가 늘어나서 비싼 원료를 사용한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높은 가격으로 시장가격이 결정되고 그만큼의 차액이 고스란히 민간발전소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전력수요가 늘어날수록 폭리를 취할 수 있다. 한전 자회사에는 일정한 보정계수를 적용하여 과도한 이익발생을 제어하지만, 민간발전소는 적용받지 않는다.
3대 민간발전회사인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총 8,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전력이 8,17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전력난이 더 심각했으니, 3대 민간발전회사의 이익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전력 민영화를 중단하라
전력, 가스 등 에너지 시장이 재벌대기업들의 먹잇감이 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공적으로 쓰여야 할 재원이 재벌에 특혜를 제공하는데 쓰이고, 민중들은 공급불안정과 요금인상의 불안에 떨게 된다. 석유시장 민영화는 이미 완료되었으며, 전력과 가스 산업의 민영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정부는 기업과 민간발전소가 취하고 있는 폭리를 제어하고,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 재원을 민영화 이후 무너지고 있는 전력공급체계의 안정화, 더 나아가 장기적 에너지체제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확대에 투자해야 한다.
산업용 전기 사용을 부추기는 정부정책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소비(2013년 6월의 경우 59.11%) 감축 대책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정책들은 산업체들이 전력을 더 많이 쓰게끔 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는 생산원가의 90%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기업들이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으로 얻은 이득만 2조 5,660억 원이다. 기업들이 입어온 특혜는 값싼 요금뿐만이 아니다. ‘산업체 조업조정’(휴가 분산)라는 제도가 있다. 전력사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중지하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부가 수요관리를 위해 기업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총 2,573억 원에 이른다.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력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책정되어 전기를 사용하는 시민이라면 모두 지불하는 세금이 바로 이러한 대기업 보조금 지급에 상당 부분 사용된다.
이렇게 혜택은 막대하지만, 반대로 기업이 절전규제를 위반했을 때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 2013년 전력수요관리대책 중 ‘산업체 절전규제’는 위반 시 벌금이 하루 50만 원에 불과하여 실효성이 떨어지고,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평시에는 싸게, 전력수요 피크 때는 3배 할증하는 제도)는 의무가 아니기에 유명무실하다.
이렇듯 정부는 산업용 전력사용에 이중, 삼중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전력을 많이 쓰는 기업일수록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전력다소비를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정책들뿐이니, 산업체들이 전력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리가 없다. 오히려 여타 연료를 쓰던 설비를 ‘전기화’하는 등 전력을 더 펑펑 써대기만 할 뿐이다. 산업용 요금 인상을 비롯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통해 산업체들의 에너지사용을 줄여야 한다.
민영화로 인한 전력공급의 실패
2001년, 전력산업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거대한 한국전력공사(한전)를 통째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한전을 6개(한국수력원자력, 화력발전 5개사)의 자회사로 분할하고, 경쟁시장을 도입하기 위해 현재의 전력거래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배전-판매부분은 지역별로 수익차이가 커 경쟁체제로 전환되지 못하였고, 결국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자회사 공기업들과 민간발전소들에게 전기를 사서 각 지역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이러한 부분적 민영화 이후 발전회사들의 경쟁체제가 강화되면서 한전 자회사 공기업들은 장기적 투자 대신 단기적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기업이 운영하는 민간발전소의 비중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당연히도 민간발전소는 안정적 전력공급보다는 철저히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민영화 이후 정부는 이러한 민간발전소들을 포함하여 전력수급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 사기업에 대한 통제는 제한적이거나 거의 할 수 없다. 따라서 사기업들이 발전소 건설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포기할 경우 속수무책이고 이는 안정적 전력공급의 실패로 이어진다.
민간발전소 비중 확대, 중심을 잃은 한국전력공사
현재 공공부문 각 영역의 민영화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력의 경우 ‘시장개방과 신규시장으로의 민간 진출’이라는 식으로 민간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력소비가 늘어날수록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한전은 현재 55조 원의 빚더미 위에 앉아있는 반면, 민간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재벌대기업들은 전력소비가 늘어날수록 폭리를 취한다. 공급과 요금의 안정화를 책임져야 할 한전은 점점 부실화되고, 민간발전소 비중과 지배력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들은 ‘용량요금’을 적용받아,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스탠바이 상태에 있기만 하면 공급가능 용량만큼을 보상받는다. 즉 언제나 운영비를 상회하는 수익을 보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민간발전소들은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팔 때 계통한계가격(SMP)이라는 특이한 제도의 적용을 받는데, 이 제도는 가장 생산단가가 높은 발전소의 전력가격을 기준으로 전력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하는 제도다. 즉 전력수요가 늘어나서 비싼 원료를 사용한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높은 가격으로 시장가격이 결정되고 그만큼의 차액이 고스란히 민간발전소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이 때문에 전력수요가 늘어날수록 폭리를 취할 수 있다. 한전 자회사에는 일정한 보정계수를 적용하여 과도한 이익발생을 제어하지만, 민간발전소는 적용받지 않는다.
3대 민간발전회사인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총 8,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전력이 8,17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전력난이 더 심각했으니, 3대 민간발전회사의 이익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전력 민영화를 중단하라
전력, 가스 등 에너지 시장이 재벌대기업들의 먹잇감이 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공적으로 쓰여야 할 재원이 재벌에 특혜를 제공하는데 쓰이고, 민중들은 공급불안정과 요금인상의 불안에 떨게 된다. 석유시장 민영화는 이미 완료되었으며, 전력과 가스 산업의 민영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정부는 기업과 민간발전소가 취하고 있는 폭리를 제어하고, 막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 재원을 민영화 이후 무너지고 있는 전력공급체계의 안정화, 더 나아가 장기적 에너지체제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확대에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