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32호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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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쥐어짜야 사는 우체국’이 흔들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 출범을 지지하며

정책위원회
시급 5300원짜리 사장님?

지난 4월, 재택위탁집배원들에게 사업소득세 3.3%를 징수하겠다는 통보가 일방적으로 내려왔다. 재택위탁 배달운영지침이 개정(2013.2)되면서 관련 소득세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그 날 처음으로 자신들이 ‘사장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13년간 딱 850원 인상된 시급 5300원, 1일 6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에 80만 원 내외를 받는 재택위탁집배원들에게 3.3%의 추가세금징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면서 소득세 외에도 국민연금, 건강보험까지 추가로 내야한다는 소리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본인이 보유한 재산에 따라 최대 15~20만원까지 추가 징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흥과 용인수지 등 일부지역에서는 저항의 표시로 배달을 거부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개별 접촉을 통한 설득 및 계약해지’라는 지침만 각 우체국에 전달했을 뿐 아무런 해명도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재택위탁집배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마음을 모았다. 그 결과 2013년 9월 2일, △노동자성 인정 및 처우 보장, △사업소득세 징수 폐지, △시간 외 수당 지급, △생활임금 보장, △여름휴가 및 월휴가 보장이라는 요구를 걸고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 재택위탁집배원지회가 출범했다.


‘재택위탁집배원’이 뭐예요?

재택위탁집배원이란 대도시 아파트 밀집지역에 배달해야 할 우편물을 집이나 배달현장에서 직접 받아 각자 계약한 시간(4~7시간)동안 배달하는 일을 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재택위탁집배원은 2002년부터 신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택배물량이 증가하자 이를 집배원들이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우편물 일부를 위탁에 맡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택위탁집배원은 전국에 약 690명이 존재하며,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재택위탁집배원들은 대부분 40~50대 여성들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단시간근로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시작했지만 현실은 지옥이었다. 재택위탁집배원 1인당 하루 배달 물량은 2,000(비수기)~4,000통(폭주기)이고, 1인당 1000세대 정도를 담당한다. 바쁠 때는 택배배달이 추가되기도 한다. 다음 날 배달할 우편물이 전 날 저녁 집으로 배달되면, 재택위탁집배원들은 새벽까지 우편물을 구분하고 다음 날 배달을 시작한다. 우체국과 계약한 근무시간은 배달하는데 모두 소요된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우편물을 분류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재택위탁집배원들은 ‘사장님’이기 때문에 계약한 시간에 맞게 자기가 알아서 배달하면 된다는 우체국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재택위탁집배원들은 혼자 물량을 감당하기 힘들어 개인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에 쫓겨 늘 시간 외 노동을 하지만, 재택위탁집배원들에게 ‘시간 외 수당’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시간 외 노동까지 고려하면 시급은 최저임금을 훨씬 밑돈다. 배송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든 고객들의 불만까지 고스란히 혼자 책임져야 하는 시련은 덤이다. 우체국은 이미 ‘위탁 계약’을 통해서 모든 책임을 재택위탁집배원들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인력충원 대신 비정규직 늘리는 우체국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배원(기능직공무원, 상시위탁집배원), 위탁택배배달원, 우편집중국비정규직(우정실무원), 재택위탁집배원들이 연일 우정사업본부 앞에 찾아와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불만들이 동시에 터져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발생한 적자를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해결해 온 우정사업본부의 시장화·상업화 전략의 문제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시차출근제’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집배원들은 이미 하루 10~12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 방안은 ‘시간 외 노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아 집배원들의 엄청난 반발을 샀다. 더불어 인력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간단축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문제는 집배원들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정사업본부는 근로시간특례업종에서 우편업을 제외하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특례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정규직들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상시위탁집배, 위탁택배, 집중국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노동으로 나눠 입맛에 맞게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인터넷·스마트폰의 발달로 일반우편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택배물량이 엄청나게 늘었고, 배달하는 물건의 부피와 무게도 늘어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우정사업본부는 늘어나는 물량을 집배원들로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적정인력을 충원하는 대신 상시집배원, 위탁택배배달원, 재택위탁집배원 등 비정규직 ․ 특수고용노동자를 양산했다. 이렇게 우체국이라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에서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제 비정규직이 없는 우체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노동조합,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아마 사업소득세 걷는다는 이야기가 안 나왔다면, 그냥 다 참고 일했을 거예요. 나만 이렇게 힘든가했지,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다는 건 몰랐으니까요. (……) 무엇이든 하기 전엔 두려운데 하고나니 용기가 생기네요.”

노동자들을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우체국, 그 안에서 가장 외면 받는 사람들이 바로 재택위탁집배원들이다. 우편물을 개인적으로 받아 배달하다보니 같은 ‘재택위탁집배원’이라도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렵게 연락이 닿아 모임을 확대해나가고, 두려웠지만 창립총회도 하고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는 노동자로 인정받고,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함께 싸우고 싶다는 것이 그녀들의 바람이다.
우편업은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로서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노동조건을 상승시키고, 우편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한 체계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체국 내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연대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우정사업본부의 시장화·상업화 전략을 막아낼 수 있는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 비록 미약한 움직임이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우편지부의 확대와 노동조건 개선 흐름에 지지와 관심을 보내야 한다. 노동자를 쥐어짜야만 사는 우체국은 이미 노동자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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