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41호 | 2013.10.17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도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를 저지해야 한다

정책위원회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여러 국회의원들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간 일정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7일에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내용을 보면 그것이 노동자에게 미칠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에게 시간 벌어주기

첫째, 당정은 2016년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되 1,000명 이상 규모의 기업부터 시작해서 100명 미만 기업으로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들이 제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확보해준 것이다. 이는 법제도 변화에 앞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언뜻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이를 초과하는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의도적으로 연장근로 시간 계산에서 휴일근로 시간을 제외해 68시간까지 초과근로가 가능해지면서 잔업‧특근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이것이 연간 노동시간이 OECD평균보다 400시간이나 긴 한국의 장시간 근로를 뒷받침해온 고용노동부의 탈법적 행정해석이다. 따라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규율하는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변경해 즉시 시정해야할 문제이지, 굳이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문제도 아니고 경과규정을 통해 기업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문제도 아니다.

노동자에게 비용전가

그렇다면 당정이 확보하려는 3~5년 동안 자본은 무엇을 준비하려할까? 그 동안 재계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근로시간이 감소하여 생산량이 감소하고 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규고용을 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해왔다. 이를 감안할 때 주어진 기간 동안 자본이 추가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직접적인 임금삭감이나 비정규직으로의 전환 등을 통해서 전체 임금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노동강도를 상승시킴으로써 신규고용 없이도 기존 작업이 가능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는 노동자에게 임금감소, 고용불안, 노동강도 상승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당정 안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더라도, 노사가 합의할 경우에는 1년 중 6개월 동안은 주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한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규율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개악해 합법적으로 주당 최대 60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유연화 패키지

둘째, 당정은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노동시간 유연화를 동시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최소 6개월 이상, 가급적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에 의한 2주 이내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사용자와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에 따른 3개월 이내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사용자는 단위기간 동안 평균 근로시간이 주 40시간만 되면 하루에 12시간 일을 해도 연장근로 4시간에 대해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 노동자는 손해를 본다. 정부는 이 제도가 근로시간을 줄여주고 또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여가활용이 손쉬워지는 장점이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언제 일할지 언제 쉴지 결정하는 것은 회사이지 노동자가 아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할 때 쉬는 것이 아니라 기업 사정에 따라 강제로 쉬게 되고, 이는 임금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장근로 수당의 감소로 이어진다.
반면 자본은 수주량 변화 및 계절적 업무 등 경영여건에 따라 근로시간의 탄력적 운용이 가능해지고 연장근로수당 지급감소에 따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당정 합의처럼 단위기간이 현행 3개월에서 1년까지 늘어날 경우, 기업들은 평균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맞추기가 더욱 수월해지는 반면 노동자가 초과근로수당을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진다. 자본 입장에서는 이미 현장에 만연해있는 고무줄 노동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임금비용까지 절감하게 해주는 1석2조인 셈이다.

노동유연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태세를 구축해야

이번 당정 합의에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가 동시에 제안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근로시간단축과 노동유연화를 하나의 패키지로 사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가 단축된 근로시간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가정 하에 고용률 70%를 달성하고자 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비용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규고용은 준고용비용(연공서열급, 상여금 및 성과급, 고용보험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자본은 근로시간 단축에 노동강도 상승으로 대응하며 이는 신규고용을 상당부분 억제할 수 있다. 게다가 신규고용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단시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은 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한 정부 정책이 사실상 노동유연화를 지칭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이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노동시간 유연화로 나타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정 합의 발표 내용은 박근혜 정부 노동유연화 정책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 6월 고용률 70% 로드맵에 포함된 각종 노동유연화 기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업무 확대, 임금체계 개편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유연화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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