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호 | 199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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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워크아웃 정책인가, 사회화 정책인가

김성구
-- 대우 워크아웃을 둘러싼 2가지 전망

워크아웃의 2가지 방향
워크아웃은 비시장적 국가개입을 통해 기업의 부실을 사회적으로 분담시켜 기업회생을 기도하는 조처인데, 채권․채무의 일정한 동결, 부채상환 연기, 부채탕감, 부채의 출자전환, 신규 자금지원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 여기에는 이미 사회화정책의 요소(특히 부채의 출자전환과 그에 따른 공공적 소유형태로의 전환)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워크아웃의 내용과 목표에 따라 그것은 대립적인 두가지의 방향, 즉 자본주의적 구조조정과 사회화의 방향에서 기능한다. 정부의 대우 워크아웃 정책은 전자이다. 정부의 대우 처리방침은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가치를 회복한 다음 계열기업들을 매각하여 채권단의 채권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그때 대우의 주주들과 경영자, 채권자 그리고 채권은행단의 손실도 불가피하지만, 우선 주주들의 책임을 묻는 것과 노동자들에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같은 성격이 아니다. 또 채권자․채권은행단의 손실은 일정하게 사회화되기 때문에 그 부담은 결국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국민부담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희생과 국민의 조세부담 위에서 위기의 기업을 회생해 주고 그 성과를 제3의 자본가, 특히 외국자본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사회화정책은 자본의 위기를 비시장적 정책에 의해서 밖에 해결할 수 없는 위기의 성격에 주목한다. 또한 사회화의 요소들을, 자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자본주의적 구조조정 수단이 아닌, 재벌체제를 진보적인 방향에서 해체하는 단초로 파악한다. 따라서 부채출자전환에 따른 공공적 성격의 소유로의 전환은 형식적 사회화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또한 제3의 (외국)자본가에게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어서는 안되고, 진정으로 사회적 성격의 기업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워크아웃이 부채탕감․신규자금지원․부채출자전환 등 부실의 상당부분을 사회적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국민적 부담 위에서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므로 이런 요구는 정당한 것이다. 형식적인 사회화가 자본의 이익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에 기초한 실질적인 노동자통제가 실행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구조조정과정에 노동자의 참가가 보장되어야 한다.

대우 워크아웃, 사회화 방향에서 부실부문 조정해야
대우위기의 원인은 근본적으로는 과잉투자와 부실투자에 있지만 현재의 첨예한 위기는 무엇보다 부채경영에서 비롯된 유동성위기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일단 워크아웃 하에서 회사채(20조원)와 기업어음(8조원)을 포함하는 부채조정과 부채탕감, 신규자금지원, 출자전환 등을 통해 유동성위기를 진정시키고 경영조건을 개선시킨 후, 중장기적으로 과잉 또는 부실투자부분을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정책으로써 대우 계열기업의 회생은 가능하기 때문에 회생한 기업을 해외자본에 매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화된 기업으로서의 성격을 유지시켜야 한다. 정책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렇게 사회화정책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이다. 만약 이런 방향에서의 대우회생을 가능하지 않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면,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주의적 구조조정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워크아웃정책을 통해 외국자본에 매각할 수 있는 정도로 경영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었다면, 당연히 사회화의 방향에서도 워크아웃의 수단 속에서 경영조건은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실천은 사회화정책과 고용안정정책의 결합 위에서
대우해결을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두가지 이외에 대안은 없다. 그런데 사회화정책은 자본주의의 지배가 강고한 현실 속에서 ‘반자본주의적 섬’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므로, 재벌과 국가의 반대와 계급갈등을 가져올 것이다. 그 때문에 현재의 노동조합의 주체적 조건을 고려하면 이것이 얼마나 현실적인 정책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런 힘관계 하에서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을 승인하고(또는 말로는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수용하고) 이 구조조정정책의 파괴적 효과들을 최소화하는 것, 즉 고용과 임금, 단체협약을 가능한 한 최대한 지켜낸다든지 구조조정의 손실을 가능한 한 최대로 주주와 경영자, 채권자에게로 전가시키는 것에서 노조의 대안을 찾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수용하는 것이며 노동조합으로서는 오히려 가장 경계할 길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관점에서 본다면,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심지어 자본주의적 구조조정과 해외매각이 고용과 생존권을 보다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대안이든 상관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떤 대안이 고용과 임금을 보장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사회화정책이 노동조합의 대안이 될 수 있던 것도 그 정책하에서 비로소 고용안정책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해하면 위의 딜레마는 원칙이 아닌 실천적인 문제로서 접근해야 한다. 사회화정책과 고용안정책의 결합 위에서 고용안정과 생존권을 방어하는 대안과, 자본주의적 구조조정의 승인 위에서 고용안정과 생존권 방어라는 현실주의적 대안은, 설령 양자 모두 현실에서 고용안정투쟁으로 집중되는 경우에도, 상이한 계급효과를 가져오는, 전혀 다른 두 개의 대안이다. 그리고 후자의 대안도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저항 하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데 그러나 그 투쟁은 전자의 대안과 달리 자본주의 지배관계에 갇혀 있는, 또는 그 지배관계를 고착화시키는 투쟁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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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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