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98호 | 2001.07.25
첨부파일
social98.hwp

Assassini G8 !

G8 정상회담의 허상과 신자유주의적 폭력성을 고발한다

편집부
한 청년의 죽음과 살인자들(assassini)

죽음과 폭력으로 점철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그들의 신념은 한 청년의 죽음 앞에서도 증오스러울 정도로 굳건하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저 폭력 시위대가 대체 뭘 주장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민심은 그들에게서 당장 떠날 것"이라 말했고, 부시 미국대통령은 "세계화를 통한 무역자유화가 개도국 빈곤을 타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모든 시위자가 할 일은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 지도자에게 빈곤타파를 요구하는 것이다"라는 대답으로 민중들의 분노에 응수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에 반대하는 대중을 비난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착취에 맞서 싸우는 대중 운동을 박살내는 행위를 인도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무참한 폭력 앞에 엄숙한 반성은 하지 못할망정 , 죽은 청년의 과거를 헐뜯고 시위대를 욕하는 저들의 뻔뻔함을 어찌 용인할 수 있단 말인가.
7월20일∼22일까지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개최된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은 한 이탈리아 젊은이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그의 이름은 카를로 줄리아니(로마, 23세).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권다툼의 각축장에서 총탄에 맞아 쓰러진 가슴아픈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20일(직접행동의 날) 아침, G8정상회담의 개최 저지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15만명의 민중들은 회담장 봉쇄를 계획하고, 회의장 주변 레드존을 진입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반면, 완전무장한 이탈리아 헌병대(carabinie)들은 제노바 전역을 장악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았고, 실탄이 장전된 총으로 위협하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을 강행하자, 토끼몰이를 당하던 시위대중 한명이 경찰의 지프차에 소화기를 던지려 했다. 이에 경찰은 그 청년의 관자노리를 향해 2-3방을 발포했으며, 타고있던 지프차로 시체를 깔아뭉개고 지나갔다." 이 진술은 사건을 지켜본 목격자를 통해서 밝혀진 내용이다.
G8정상들은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전세계적 이슈를 밀폐된 장소에서 논의하였으며, 콘크리트로 된 담장너머로는 살상무기로 무장한 경찰과 군병력을 동원하여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화에 저항하는 전세계 민중들을 짓밟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살인행위까지 합리화시키며 지켜낸 회담에서는 대체 무엇이 논의되었는가?


G8 정상회담의 허상, 그들의 계급적 이해

큰 축에서 보았을 때 G8 정상회담에서는 △세계적인 경제불황관련 정책 논의 △미사일방어계획 추진 △지구온난화 방지 협약인 교토의정서 비준 △글로벌펀드라는 이름의 AIDS 기금조성 △빈곤퇴치를 위한 협약안 마련 △11월 카타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새 국제무역협상 라운드의 개시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음이 발표되었다. 관심을 모았던 세계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자국의 잇속을 챙겨가기 위해 팽팽한 언론전의 형태로 대리전을 펼쳤으며, 경제낙관론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미사일방어계획(MD)추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논의조차 붙여지지 못했으며, 지구온난화 방지 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대해서는 미국의 반대로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채 차후 미국을 제외한 G7의 합의를 모아 내년에 다시 논의한다는 결론만을 내왔다. 반면, G8정상회담 폐막 공동성명의 주된 내용을 차지하는 빈곤퇴치와 에이즈퇴치 관련 합의사항에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선의를 베푸는 듯한 언어로 포장되어있으나,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G8정상들은 지난 회담에서 결의했던 '빈곤퇴치의 세계화'를 외쳤건만,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아래 죽어가고 있는 민중들을 철저히 배신하였다. 99년 쾰른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는 '빈곤감축안'을 제시하였다. 당시 합의된 '빈곤감축안'에 따르면, 과다한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제3세계국가들 중 최빈국 23개국의 부채중 1/3을 탕감해줄터이니, 혜택을 받는 국가는 과감하게 시장을 개방하고 6년간 의무적으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을 약속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이행과 부채경감을 맞바꾸어졌고, 결과적으로 해당국가들의 부채는 25%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제3세계 외채는 2조 7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매일 1만9천명의 아이들이 외채로부터 파생된 문제로 인해 죽어가고 있으며, 주택과 의료 등의 매우 중요한 사회복지 자금들이 외채를 갚는데 사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3세계국가들의 사회적 빈곤은 더욱 심화되었고, 올해 G8정상회담에서는 외채탕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는 여론이 들끊었다. 그리고 G8회담이 그들만을 위한 정상회담이 아님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세계화'와 '빈곤국을 위한 세계화'라는 기치까지 내걸고 개최되었다. 그러나, 22일 발표된 G8정상회담 폐막 공동성명의 내용은 극악한 수준의 신자유주의적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의 빈곤, 그리고 외채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정하는 척하면서, 가장 강력한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효과적인 빈곤퇴치 전략은 부채경감이 아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가속화와 세계 무역시스템의 참여, 민간투자 증가,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육성, 정보통신기술의 사용확대라고 합의하였다.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행하여 글로벌스탠다드에 적응하는 국가는 전세계적 금융피라미드에 철저하게 종속시키고, 제3세계는 더욱 철저하게 버리겠다는 협박에 다름아닌 것이다.

한편, 아프리카를 죽음의 땅으로 휘몰고 있는 에이즈 및 말라리아, 결핵퇴치를 위해 연내에 13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펀드의 조성에 합의했다고 자화자찬하였으나, 실제 AIDS치료를 위해서는 매년 70∼1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13억기금 조성의 논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죽어가는 민중에 대한 반인륜성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는 치료가 아닌 예방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프리카에만 300만이나 되는 AIDS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니, 중심부국가로의 AIDS 확산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수단을 고안하자는 합의를 모아낸 것이다. 최근에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아프리카에는 약을 줘봤자, 시계를 볼 줄 모르기 때문에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라는 가증스러운 발언까지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는 제약회사의 특허권과 지적재산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일반의약품(값싼 복제품)의 사용을 제약하는 조건을 내걸면서, 제3세계 건강에 미국이 앞장서겠다는 얼토당치 않은 명분론까지 펼치고 있다. 그들의 의도는 일반의약품 값의 100배에 달하는 미국제약회사의 오리지날 약을 강제로 구매토록 하여, 글로벌 펀드를 초민족적 제약자본의 이윤을 축적하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지속가능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한해에 70--100억 달러가 필요한데, G8 정상들은 그만큼의 돈을 글로벌 펀드에 지불할 용의가 전혀 없는 것이다.


G8 경제블럭과 불황에 빠진 세계경제

각국 정상들은 21일 성명을 통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 기대보다 부진했지만, 건전한 경제정책과 경제성장의 튼튼한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G8정상들은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시장의 금융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며, 현시기 가속화되고 있는 위기적 상황들에 대해 특별한 정책적 합의를 내오지는 못했다. 주목할 바는, G8국가들이 신흥시장의 위기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미국·EU·일본으로 나뉘는 경제블럭의 경제회복 방안을 중심으로 협력하자는 정도의 합의를 모았다는 점이다. 잠재된 쟁점은 매우 첨예한데, 실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정책적으로 위기를 봉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은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이 중심부 국가들의 계속된 침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먼저, 최근 달러/엔/유로화의 가치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언론들의 관심은 경제블럭간 정책조율(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특히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즉, 강한 달러를 기반으로 미국이 그동안 누려온 세계 경제 패권국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와 GM과 같은 초민족적 자본들의 수출감소에 따른 불만 해소차원으로 달러평가절하 논리가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4500억달러에 이르는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과 IT산업의 과잉축적이 악재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연준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달러가치의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8일 부시는 "달러화 강세는 수출에 지장을 주지만 자본 유치에는 도움을 준다며, 시장이 달러화 가치를 결정하게 내버려둬야 한다"는 발언을 하여, 달러화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달러화의 급락에서 오는 인플레이션의 발생과 금리의 상승은 주식시장을 침체시켜 미국경제에 3중고를 안길 것으로 예상되는 바, 미국은 강력한 국가개입을 통해 G8 국가들과의 정책협력을 이뤄내려 할 것이다. 즉, G8정상회담을 계기로 향후 미국은 달러패권주의를 지켜내려 할 것이며, 이에 유럽이나 일본도 적정수준의 환율평가절하를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유럽의 금리인하 문제가 미국에게 중요한 이유는 현시점에서 미국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계속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급격한 자본의 해외유출을 감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유럽의 금리인하 조치와 일본의 제로금리 유지를 기본 전제로 강한달러-저금리-주식시장의 침체방어 등의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경제침체, 달러패권주의는 심화되어가는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외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어 세계경제의 위기는 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엔화의 약세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경제위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지만,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의 폭발과 터키, 브라질, 멕시코,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연결되는 세계적 외환위기의 폭발가능성은 커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언급한 미국-유럽-일본등의 G8경제블럭들이 과연 현재의 위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봉합할 수 있을지? 좀처럼 경제침체상황이 극복되기는 커녕 더욱 세계적 경제위기가 심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G8 국가로 상징되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보호주의 노선을 노골화하면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세계적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상황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제국주의의 폭거에 맞서, 조직하고 결집하여 투쟁하자!

20일 이탈리아 제노바에 모인 세계 15만 민중은 G8 제국주의 국가 수반들을 향해 아싸씨니(살인자들)라고 외쳤다. 우리의 투쟁은 제국주의적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현존 자본주의 체계의 전략적이자, 가장 취약한 고리를 공격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적 빈곤의 심화, 초민족적 제약자본의 이윤 추구의 야욕으로 지적재산권을 빌미삼아 죽어가는 아프리카민중의 치료받을 권리의 박탈, 초민족적자본의 자유로운 공해 방출의 권리 옹호하는 G8정상들과 그들의 군주 미국을 보아라. 제3세계의 경제파산과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는 외환위기에 대한 대책은 커녕, 중심부 국가인 자신들부터 배속을 불리는 것이 세계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과연 어떤 희망을 찿을 수 있을것인가. 이미 살인폭력 이외에는 어떤 다른 대안도 만들어 내지 못한 저들에게 세계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허망할 뿐이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들의 미래일 것이다. SO-LA
주제어
국제
태그
일자리 창출 금속노조 경제위기 노동시간단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