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부채의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
부채를 명분으로 한 민영화와 노조탄압 중단하라
11월 14일,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21개 공공기관 기관장들을 모아 조찬간담회를 진행했다. 현오석 장관은 이제 “파티는 끝났다”며 국민들의 불신과 비난의 원인으로 방만경영으로 인한 과대부채와 과잉복지를 지적했다.
부채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부채의 54.7% 규모인 493조4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다음 달 부채 상위 12개 기관에 대해 재무상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부채의 핵심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주요 국책 사업의 실패와 정부의 책임 불이행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를 보자. 철도공사 부채의 주요 원인은 건설·매입 과정에서의 부채와 PSO(공익서비스비용) 보상금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정부의 예측 오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논쟁으로 예상사업비의 5배에 이르는 20조 원이 사용되었고 그 중 4조5천억 원이 철도공사의 부채로 남았다. 인천공항철도 역시 민간철도로 건설했다가 이용도가 떨어지자 이를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1조2천억 원의 부채가 철도공사로 떠넘겨졌다. 이에 더해 8년간 정부가 지불하지 않은 PSO 보상금 7천억 원 역시 부채의 원인 중 하나다. 철도공사 적자의 15%를 차지하는 PSO 보상금은 공공운임 감면, 벽지노선 운행보상, 대통령 전용열차 운영비용으로 정부가 철도공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렇게 정부는 부채의 핵심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오히려 각 기관의 강력한 구조조정만을 요구하고 있다.
부채의 해결방안이 민영화?
정부는 부채의 원인이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쟁체제 도입을 제시한다. 공공부문에도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방만한 운영체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가스공사의 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천연가스를 100퍼센트 수입하는 나라인 한국은 국제 가스 시장의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스 가격이 낮을 때 장기 도입 계약(보통 20년)을 맺으면 이후에도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민영화, 즉 가스공사 분할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장기 계약 체결을 불허했다. 반면 SK, 포스코 등에는 장기 직수입을 허용했다. 이는 결국 가스공사의 부채로 이어졌다. 가스 가격이 오르자 민간기업은 직수입을 포기하고 공사에 물량 공급을 요청했다. 안정적인 수급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더욱 비싼 가격에 가스를 사서 국내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가스공사의 부채는 늘어났지만, 민간기업은 필요할 때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공공기관 부채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가스공사의 사례에서 보듯 민영화는 오히려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를 유도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에게는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질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평가기준은 수익성이 아니다
공공기관 부채규모 1위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13년 6월 말 부채구성을 보면 총 부채 141조7천억 원 중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관련 부채가 67조1천억 원이다. LH가 국민임대주택을 한 가구 지을 때마다 금융부채는 6,700만 원씩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H가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 물량은 63만 가구, 시가로 54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LH의 적자에 대해 단순히 규모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 역시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임대기간 30년 동안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고물량이 증가하는 한 부채의 증가 역시 불가피하다. 공공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시행을 단순히 비용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 수익성의 잣대로 공공기관을 평가했을 때 제대로 된 공공정책은 실행될 수 없다.
정부의 노동탄압 릴레이를 끊자
한편 정부는 부채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직원들의 과잉복지를 지적하고 있다.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토부 역시 과도한 후생복지를 가장 먼저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공공기관 예산지침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복지·근로조건을 강력히 통제해왔다. 또한 경영평가와 각종 감사 등을 통해 정부 지침을 어길 수 없도록 했다. 이런 정부가 과잉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부채를 빌미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노동조합 탄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함이다.
부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정부는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정부의 의도는 뻔하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탄압에 이어 강력한 노조 중 하나인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사전 작업인 것이다. 특히 12월 철도와 가스민영화, 연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앞둔 시점에서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들고 나온 정부의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 부채를 명분 삼아 자신들의 의도인 민영화를 관철시키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를 폭로하자. 부채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지만 정작 부채의 해결책임은 떠넘기는 적반하장의 정부와 정부의 혜택 안에서 이익을 취하는 기업에 대한 투쟁이 필요하다.
부채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부채의 54.7% 규모인 493조4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다음 달 부채 상위 12개 기관에 대해 재무상태를 낱낱이 공개하고,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부채의 핵심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주요 국책 사업의 실패와 정부의 책임 불이행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를 보자. 철도공사 부채의 주요 원인은 건설·매입 과정에서의 부채와 PSO(공익서비스비용) 보상금이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정부의 예측 오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논쟁으로 예상사업비의 5배에 이르는 20조 원이 사용되었고 그 중 4조5천억 원이 철도공사의 부채로 남았다. 인천공항철도 역시 민간철도로 건설했다가 이용도가 떨어지자 이를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1조2천억 원의 부채가 철도공사로 떠넘겨졌다. 이에 더해 8년간 정부가 지불하지 않은 PSO 보상금 7천억 원 역시 부채의 원인 중 하나다. 철도공사 적자의 15%를 차지하는 PSO 보상금은 공공운임 감면, 벽지노선 운행보상, 대통령 전용열차 운영비용으로 정부가 철도공사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말한다. 이렇게 정부는 부채의 핵심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오히려 각 기관의 강력한 구조조정만을 요구하고 있다.
부채의 해결방안이 민영화?
정부는 부채의 원인이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쟁체제 도입을 제시한다. 공공부문에도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방만한 운영체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가스공사의 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천연가스를 100퍼센트 수입하는 나라인 한국은 국제 가스 시장의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가스 가격이 낮을 때 장기 도입 계약(보통 20년)을 맺으면 이후에도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민영화, 즉 가스공사 분할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장기 계약 체결을 불허했다. 반면 SK, 포스코 등에는 장기 직수입을 허용했다. 이는 결국 가스공사의 부채로 이어졌다. 가스 가격이 오르자 민간기업은 직수입을 포기하고 공사에 물량 공급을 요청했다. 안정적인 수급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더욱 비싼 가격에 가스를 사서 국내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가스공사의 부채는 늘어났지만, 민간기업은 필요할 때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공공기관 부채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가스공사의 사례에서 보듯 민영화는 오히려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를 유도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에게는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질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평가기준은 수익성이 아니다
공공기관 부채규모 1위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13년 6월 말 부채구성을 보면 총 부채 141조7천억 원 중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관련 부채가 67조1천억 원이다. LH가 국민임대주택을 한 가구 지을 때마다 금융부채는 6,700만 원씩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H가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 물량은 63만 가구, 시가로 54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LH의 적자에 대해 단순히 규모만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결 역시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임대기간 30년 동안 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고물량이 증가하는 한 부채의 증가 역시 불가피하다. 공공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시행을 단순히 비용만으로 비난할 수 없다. 수익성의 잣대로 공공기관을 평가했을 때 제대로 된 공공정책은 실행될 수 없다.
정부의 노동탄압 릴레이를 끊자
한편 정부는 부채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직원들의 과잉복지를 지적하고 있다.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토부 역시 과도한 후생복지를 가장 먼저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공공기관 예산지침을 통해 노동자들의 임금·복지·근로조건을 강력히 통제해왔다. 또한 경영평가와 각종 감사 등을 통해 정부 지침을 어길 수 없도록 했다. 이런 정부가 과잉복지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부채를 빌미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노동조합 탄압의 근거를 만들기 위함이다.
부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정부는 이를 빌미로 구조조정과 노조탄압,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정부의 의도는 뻔하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탄압에 이어 강력한 노조 중 하나인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사전 작업인 것이다. 특히 12월 철도와 가스민영화, 연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을 앞둔 시점에서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들고 나온 정부의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 부채를 명분 삼아 자신들의 의도인 민영화를 관철시키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를 폭로하자. 부채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지만 정작 부채의 해결책임은 떠넘기는 적반하장의 정부와 정부의 혜택 안에서 이익을 취하는 기업에 대한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