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9호 | 2013.12.12
가난한 이들에게 존엄을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에 함께 하자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뒤 2000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미만의 소득 수준에 있는 모든 국민들에게 근로능력과 관계없이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에 빠진 어떤 이들이라도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가 담긴 법이다.
그러나 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자 기준 및 잘못된 재산기준, 낮은 최저생계비, 근로능력평가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결과 수급권자가 140만 명에 그치는 반면, 사각지대는 400만 명이 넘는 등 빈곤정책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투성이지만, 그나마 가장 밑에서 복지 제도를 떠받치던 기초생활법이 지금 개악될 위기에 처해있다.
‘복지확대’ 한다더니, 개별급여로 기초법 해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기초생활보장법의 보장수준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개별급여’ 도입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사실 공약파기에 다름 아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은 통합급여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가 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해산, 장제, 자활이라는 7개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탈수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되어 왔고, 빈곤층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서도 개별급여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회운동의 오랜 주장이었다. 그것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법에 개별급여 도입을 더해 비수급 빈곤층에게 필요한 제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사회운동이 요구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모두 쪼개 각 급여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설정하고, 급여 제공기관을 달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안으로 인정한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급여의 보장수준과 선정기준은 각 부처의 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허물고 ‘최저생계비’ 기준을 해체하며, 각 부처의 예산 사정에 따라 손쉽게 번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당 급여 수준이 현재보다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급여수급자 축소나 급여수준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강변하고 있지만 당장 축소되지 않더라도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는’ 제도가 된다는 것이 문제다.
복지 수급자 권리축소와 빈곤에 대한 낙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근로능력연령층 수급권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 복지수급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번 기초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활급여는 별도의 특별법으로 분리되어 고용노동부의 소관이 된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는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수급자의 경우 1개월 동안 우선 취업가능성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근로능력이 있더라도 취업할 수 없거나, 부당한 근로능력 판정결과로 실제 취업할 수 없음에도 취업을 종용받는 빈곤층의 상황에 대한 어떤 이해도 없는 정책이다.
이에 앞서 지난 해 5월 정부의 재정관리협의회에서는 ‘기초생활보장지원사업군 심층평가 결과 및 지출성과 제공 방안’을 논의하면서 원칙적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모든 수급자에 대해 자립계획을 수립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 수급기간을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고, 제한기간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수급을 축소·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빈곤층에 대한 낙인효과와, 탈빈곤 없는 탈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근로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기초생활보장의 권리를 확대하고자 한 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다.
가난 때문에 비참하지 않을 권리를
지난 여름, 국민연금공단에서 시행하는 장애등급평가로 장애등급하락을 경험한 간질환자 故박진영씨는 장애등급 하락에 따른 수급탈락이 염려되어 동사무소, 구청, 연금공단을 뱅글뱅글 돌아다녀야 했다. 어디에서도 그의 이의신청을 접수해주지 않았고 ‘소용없다’, ‘저쪽 부서 소관이다’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절망에 빠진 그는 결국 시청에서 가슴에 칼을 꽂고 죽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은 우리 사회가 빈곤에 빠진 모든 시민들에게 보장하는 마지막 존엄이다. 이 권리가 쪼개진 부처들 간의 ‘핑퐁 게임’에 농락당할 때, 사람이 죽고 있는데 예산 타령만 하는 이들의 손에 붙들려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더 많은 빈곤과 불평등을 낳게 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500일 가까이 장애인과 빈민들이 농성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제 부양의무자기준이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박근혜정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를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하나의 천막이 더 생겼다. 가난해도 비참하지 않을 권리, 복지 수급 좀 받는다고 주눅들지 않을 권리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가난해 질 것을 걱정하며 사느라 몸과 마음이 바스러지는 모든 이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에 함께하자.
그러나 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자 기준 및 잘못된 재산기준, 낮은 최저생계비, 근로능력평가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결과 수급권자가 140만 명에 그치는 반면, 사각지대는 400만 명이 넘는 등 빈곤정책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투성이지만, 그나마 가장 밑에서 복지 제도를 떠받치던 기초생활법이 지금 개악될 위기에 처해있다.
‘복지확대’ 한다더니, 개별급여로 기초법 해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기초생활보장법의 보장수준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개별급여’ 도입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사실 공약파기에 다름 아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은 통합급여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가 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해산, 장제, 자활이라는 7개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탈수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되어 왔고, 빈곤층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서도 개별급여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회운동의 오랜 주장이었다. 그것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법에 개별급여 도입을 더해 비수급 빈곤층에게 필요한 제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의미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사회운동이 요구한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모두 쪼개 각 급여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설정하고, 급여 제공기관을 달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안으로 인정한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급여의 보장수준과 선정기준은 각 부처의 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허물고 ‘최저생계비’ 기준을 해체하며, 각 부처의 예산 사정에 따라 손쉽게 번위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당 급여 수준이 현재보다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급여수급자 축소나 급여수준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강변하고 있지만 당장 축소되지 않더라도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는’ 제도가 된다는 것이 문제다.
복지 수급자 권리축소와 빈곤에 대한 낙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근로능력연령층 수급권자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 복지수급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번 기초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활급여는 별도의 특별법으로 분리되어 고용노동부의 소관이 된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는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수급자의 경우 1개월 동안 우선 취업가능성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근로능력이 있더라도 취업할 수 없거나, 부당한 근로능력 판정결과로 실제 취업할 수 없음에도 취업을 종용받는 빈곤층의 상황에 대한 어떤 이해도 없는 정책이다.
이에 앞서 지난 해 5월 정부의 재정관리협의회에서는 ‘기초생활보장지원사업군 심층평가 결과 및 지출성과 제공 방안’을 논의하면서 원칙적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모든 수급자에 대해 자립계획을 수립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 수급기간을 일정 기간으로 제한하고, 제한기간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수급을 축소·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빈곤층에 대한 낙인효과와, 탈빈곤 없는 탈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근로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기초생활보장의 권리를 확대하고자 한 기초생활보장법의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다.
가난 때문에 비참하지 않을 권리를
지난 여름, 국민연금공단에서 시행하는 장애등급평가로 장애등급하락을 경험한 간질환자 故박진영씨는 장애등급 하락에 따른 수급탈락이 염려되어 동사무소, 구청, 연금공단을 뱅글뱅글 돌아다녀야 했다. 어디에서도 그의 이의신청을 접수해주지 않았고 ‘소용없다’, ‘저쪽 부서 소관이다’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절망에 빠진 그는 결국 시청에서 가슴에 칼을 꽂고 죽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은 우리 사회가 빈곤에 빠진 모든 시민들에게 보장하는 마지막 존엄이다. 이 권리가 쪼개진 부처들 간의 ‘핑퐁 게임’에 농락당할 때, 사람이 죽고 있는데 예산 타령만 하는 이들의 손에 붙들려 있을 때 우리 사회는 더 많은 빈곤과 불평등을 낳게 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500일 가까이 장애인과 빈민들이 농성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제 부양의무자기준이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박근혜정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를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하나의 천막이 더 생겼다. 가난해도 비참하지 않을 권리, 복지 수급 좀 받는다고 주눅들지 않을 권리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가난해 질 것을 걱정하며 사느라 몸과 마음이 바스러지는 모든 이들이 함께 싸워야 한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 투쟁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