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3호 | 2014.04.02
한일 민족갈등 중재하는 미국의 의도는?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와 일본의 재무장
과거사 문제‧독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지난 25일 미국의 압박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일본 아베 총리의 한국어 인사말에 박근혜 대통령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고, 향후에도 한일관계가 빠르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보보호협정 양해각서가 체결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흘러나왔다는 사실이다. 한미일 정보보호협정은 2012년 논란이 되어 서명 직전에 파기한 한일 정보협정과 유사하다. 미국이 중간에 낀 형태일 뿐, 한일 간의 군사기밀정보 교환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국방부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한미일 정보보호협정을 이번에 체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일본의 재무장 원하는 미국
한미일 삼각동맹은 그동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양분되어 있던 동맹 구조를 한일 간 협력강화를 통해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서 필수적이다. 미국은 2000년대부터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기조 하에 세계 각지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는 주둔지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적 작전 수행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군이 신속 기동군으로 배치되면 다른 지역에 전쟁을 수행하러 갔을 때 지역에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일종의 ‘지역군’ 수준으로 주요 동맹국을 연결하고, 그들의 군사력을 증강·현대화하는 작업이 동반된다. 즉 주한‧주일 미군이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할 때, 한국군과 일본군이 협력하여 미국 대신 동아시아 안보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구상 하에서 일본의 재무장은 필수적이다. 한국에게는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이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로 인식되지만, 미국에게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아베 정권은 이전의 민주당 정권보다 미국이 원하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베는 일본 국민들이 반대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미군의 요구대로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만으로 이전하기 위해 20여 년간 이어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투쟁을 막대한 보상금을 쏟아부어 해체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미일안보협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고, 아베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 변경, 즉 재무장은 더욱 더 힘을 받게 되었다.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와 한일 민족갈등
일본 내에서 자국의 군국주의 강화를 비판하는 야당과 운동세력의 힘이 미약해지고, 오랜 경제침체 속에서 일본 시민들의 의식도 우경화되면서 이전에는 금기시되었던 우경적 행동들이 오히려 애국주의로 치부되고 있다. 지난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하락했던 지지율은 60%대로 회복되었고,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변경도 센카쿠를 둘러싼 일본 국민들의 위기의식으로 인해 탄력을 받고 있다.
아베와 일본의 정치 엘리트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금 한국과 중국에게 양보를 하면 향후에도 계속 양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언론도 ‘한국에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아베는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재무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군국주의의 부활로 느껴지고 이것이 한반도에 위협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본의 혐한집회나 위안부 문제‧독도 문제가 보도되고 이는 한국 시민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한미동맹이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도, 한일동맹의 강화에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한일정보협정 체결 시도 당시에도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이 어떤 도움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반대여론을 뒷받침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 쌀쌀맞은 태도는 이와 같은 단기적인 국내여론을 고려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한일관계의 향후 전망과 우리의 과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탐탁지 않다. 미국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한국이 지나치게 역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안보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한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 시민들의 여론을 고려하면 과거사‧독도 문제에 대해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지만,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미국의 압박도 점차 강력해질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일본으로부터 약간의 상징적 양보를 얻어내어 과거사‧독도 문제를 봉합하고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의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다만, 대중적 반일감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택이 용인되기 위해서는 ‘적(중국과 북한)전 분열’을 막고 한일 공조를 회복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충분히 이뤄줘야 한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을 더욱더 악마화하며 종북 이데올로기를 강화할 것인데, 이는 한국의 사회운동을 또 다시 위축되게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 평화운동의 곤란함이 있다. 한국의 평화운동은 그동안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막기 위해 반일감정이 동원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개입을 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추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민족감정을 동원하여 일단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고, 안보 이데올로기 강화를 통해 이를 봉합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반대자인 사회운동을 억압하는 패턴 속에 평화운동이 휘말린다면 이후를 도모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고, 한미일 정보협정 문제는 조만간 다시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평화운동을 강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사고해야 한다. 우선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신속 기동군으로의 재편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현대화가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여 동아시아의 국지전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 일본의 재무장을 미국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평화는 한일 평화운동의 연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며 이러한 활동을 기획해야 한다. 지난 3월 20일 일본에서는 ‘전쟁을 막기 위한 1000인 위원회’가 첫 번째 집회를 열었는데, 빗속에서도 4,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우경화된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자국의 군국주의화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일본의 시민들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한국의 시민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정보보호협정 양해각서가 체결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흘러나왔다는 사실이다. 한미일 정보보호협정은 2012년 논란이 되어 서명 직전에 파기한 한일 정보협정과 유사하다. 미국이 중간에 낀 형태일 뿐, 한일 간의 군사기밀정보 교환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국방부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한미일 정보보호협정을 이번에 체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동맹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제든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일본의 재무장 원하는 미국
한미일 삼각동맹은 그동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양분되어 있던 동맹 구조를 한일 간 협력강화를 통해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서 필수적이다. 미국은 2000년대부터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기조 하에 세계 각지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이는 주둔지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적 작전 수행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군이 신속 기동군으로 배치되면 다른 지역에 전쟁을 수행하러 갔을 때 지역에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일종의 ‘지역군’ 수준으로 주요 동맹국을 연결하고, 그들의 군사력을 증강·현대화하는 작업이 동반된다. 즉 주한‧주일 미군이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할 때, 한국군과 일본군이 협력하여 미국 대신 동아시아 안보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구상 하에서 일본의 재무장은 필수적이다. 한국에게는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이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로 인식되지만, 미국에게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아베 정권은 이전의 민주당 정권보다 미국이 원하는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베는 일본 국민들이 반대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미군의 요구대로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만으로 이전하기 위해 20여 년간 이어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투쟁을 막대한 보상금을 쏟아부어 해체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미일안보협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고, 아베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 변경, 즉 재무장은 더욱 더 힘을 받게 되었다.
일본의 군국주의 강화와 한일 민족갈등
일본 내에서 자국의 군국주의 강화를 비판하는 야당과 운동세력의 힘이 미약해지고, 오랜 경제침체 속에서 일본 시민들의 의식도 우경화되면서 이전에는 금기시되었던 우경적 행동들이 오히려 애국주의로 치부되고 있다. 지난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하락했던 지지율은 60%대로 회복되었고,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변경도 센카쿠를 둘러싼 일본 국민들의 위기의식으로 인해 탄력을 받고 있다.
아베와 일본의 정치 엘리트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금 한국과 중국에게 양보를 하면 향후에도 계속 양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언론도 ‘한국에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아베는 미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재무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군국주의의 부활로 느껴지고 이것이 한반도에 위협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본의 혐한집회나 위안부 문제‧독도 문제가 보도되고 이는 한국 시민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한미동맹이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도, 한일동맹의 강화에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한일정보협정 체결 시도 당시에도 일본의 재무장에 한국이 어떤 도움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반대여론을 뒷받침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 쌀쌀맞은 태도는 이와 같은 단기적인 국내여론을 고려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한일관계의 향후 전망과 우리의 과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탐탁지 않다. 미국은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한국이 지나치게 역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안보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한미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 시민들의 여론을 고려하면 과거사‧독도 문제에 대해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지만,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서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미국의 압박도 점차 강력해질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일본으로부터 약간의 상징적 양보를 얻어내어 과거사‧독도 문제를 봉합하고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의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다만, 대중적 반일감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택이 용인되기 위해서는 ‘적(중국과 북한)전 분열’을 막고 한일 공조를 회복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충분히 이뤄줘야 한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을 더욱더 악마화하며 종북 이데올로기를 강화할 것인데, 이는 한국의 사회운동을 또 다시 위축되게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 평화운동의 곤란함이 있다. 한국의 평화운동은 그동안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막기 위해 반일감정이 동원되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개입을 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추긴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민족감정을 동원하여 일단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고, 안보 이데올로기 강화를 통해 이를 봉합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반대자인 사회운동을 억압하는 패턴 속에 평화운동이 휘말린다면 이후를 도모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고, 한미일 정보협정 문제는 조만간 다시 대두될 것이다. 이러한 정세에서 평화운동을 강화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사고해야 한다. 우선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신속 기동군으로의 재편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현대화가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여 동아시아의 국지전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 일본의 재무장을 미국의 한미일 삼각동맹이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평화는 한일 평화운동의 연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며 이러한 활동을 기획해야 한다. 지난 3월 20일 일본에서는 ‘전쟁을 막기 위한 1000인 위원회’가 첫 번째 집회를 열었는데, 빗속에서도 4,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우경화된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자국의 군국주의화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일본의 시민들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한국의 시민들의 연대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