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2호 | 2014.07.02
백년 갈 튼튼한 노조로 만들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농성파업 승리 이후
마침내 승리했다. 76년 무노조 삼성에서 민주노조의 첫 단체협약이 만들어졌다. 지난 6월 28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센터들에게서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과 기준협약(센터별 단체협약의 기준이 되는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사용자성에 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경총을 내세워 협약 서명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가 성명을 발표하고,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비서실) 사장이 언론을 통해 자신이 교섭을 지휘한다는 걸 내비쳐, 삼성과 금속노조가 협약의 당사자임을 사회적으로 확인시켰다.
두 가지 무기
물론 삼성에 민주노조를 세우는 일이 쉽진 않았다.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두 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최종범 열사 투쟁 55일, 염호석 열사 투쟁 45일 도합 100일 가까이 조합원들이 노숙농성을 해야만 했다. 쟁의권이 생긴 올해 초부터는 총파업, 게릴라파업, 순환파업 등 안 해본 파업전술이 없었고, 투쟁의 최전선이었던 남부지역에서는 일한 날보다 투쟁한 날이 많을 정도로 파업이 잦았다. 노조 일을 돌봐야 하는 간부들의 수입은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월 50만 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고, 조합원들도 예년보다 급여가 크게 줄어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 모든 탄압과 시련을 이겨내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설립 350일 만에 마침내 그 ‘삼성’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다윗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골리앗 삼성을 꺾은 것이다.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두 가지 무기를 얻었다. 하나는 당연히 단체협약으로 더 탄탄해진 노조 그 자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센터 사장들은 노동인권은 고사하고, 현행법도 밥 먹듯이 어기는 게 지금까지 관행이었다. 시간 외 수당, 법정 휴게 시간, 연차 수당, 휴일 근무 수당, 최저임금 등을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CMI, 당일처리율, MOT 등 임의성이 강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모독했다. 이제 72개 조항으로 된 단체협약과 삼성 본사를 상대로 승리한 노조의 힘을 통해 사장과 관리자들의 반인권적 노동통제를 규제할 것이고, 탈법적 관행들을 없앨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임금협약이다. 건당 수수료제는 이번에 완전히 없애진 못했지만, 기본급 제도를 도입하고 기준 건수와 평균 수수료를 명시함으로써 급여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 대다수는 급여 명세서 내역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었다. 이제부터 매년 진행되는 임금교섭을 통해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변동급인 건당 수수료 내역을 검증한다면, 노조가 요구했던 월급제로 임금체계를 점차 변경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조가 주도해 삼성전자서비스와 도급센터 간의 거래 내역과 수수료 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급여 체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하다. 현재 통합수수료 체계의 극단적 불투명성은 무슨 임금체계를 만들더라도 바지사장이 중간 수탈할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과제
물론 이번 합의에는 문제점도 있다. 무엇보다 교섭 체계의 혼란은 앞으로 지회가 꼭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집단교섭을 요구하는 지회에 대해 센터 사장들은 올 초에 교섭권을 경총에 위임했고, 몇 개 지부에서 경총과 집단교섭을 벌였지만 수개월 동안 공전을 반복했었다. 실권 없는 바지사장에게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이 삼성의 눈치와 지시를 받으며 제대로 교섭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 이 방식으로라도 최대한 입장을 좁혀보려 했지만, 결국 염호석 분회장이 자결하고, 45일간의 삼성 본사 앞 노숙농성투쟁이 진행된 후에야 부족하게나마 폐업센터 대책, 단체협약, 임금협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가장 어려운 것이 진짜 사장은 대기업이지만, 법적으로 진짜 사장은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모순이다. 최근 직장폐쇄에 맞서 원청 본사 앞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 케이블비정규직노동자들의 사례나, 얼마 전 집단교섭을 마무리한 서울지역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케이블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청인 태광그룹 티브로드는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심지어 13개 협력사에 대한 직장폐쇄도 기획했지만,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책임이 없다. 작년 그룹 총수가 비리로 구속된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원청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직접 교섭에 배석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자세다. 20여 개 용역업체 사장들과 2010년부터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역 대학청소노동자들도 비슷하다, 이 용역업체 사장들은 노조와 교섭하다가도 원청의 도급단가를 이유로 교섭을 결렬시키기 일쑤인데, 노조가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원청으로부터 일정한 답을 얻어낸 후에야 교섭이 마무리되는 것이 몇 년간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이렇게 원청과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매우 적기 때문에 노조들은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 원청 사용자성을 법적으로 얻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불법파견 기준은 지금까지 매우 협소하다. 노동자의 승률이 매우 작다. 사용자성에 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겠지만 아직 이를 당장 기대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역시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이나 이와 별도로 여러 사회적 협의 체계나 유연한 투쟁을 통해 원청과 직간접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다. 지회는 센터들의 교섭 위임이나, 원청의 책임방기를 극복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에서 노조를 세우고 굳건하게 키우는 일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만의 몫이 아니다. 한국 사회 진보진영 모두의 역할이다. 삼성의 정치경제적 역할이 한 기업의 수준을 넘어서듯,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역시 그 역할을 사업장 내에서만 찾을 수 없다. 시민 모두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 노동권을 지키는 시민 중의 시민이다. 최종범, 염호석 두 열사가 하늘에서 지회를 지켜줄 것이고, 우리 모두가 지회를 백년 이상 너끈히 견뎌낼 강한 노조로 키워낼 것이다.
두 가지 무기
물론 삼성에 민주노조를 세우는 일이 쉽진 않았다.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두 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최종범 열사 투쟁 55일, 염호석 열사 투쟁 45일 도합 100일 가까이 조합원들이 노숙농성을 해야만 했다. 쟁의권이 생긴 올해 초부터는 총파업, 게릴라파업, 순환파업 등 안 해본 파업전술이 없었고, 투쟁의 최전선이었던 남부지역에서는 일한 날보다 투쟁한 날이 많을 정도로 파업이 잦았다. 노조 일을 돌봐야 하는 간부들의 수입은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월 50만 원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고, 조합원들도 예년보다 급여가 크게 줄어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 모든 탄압과 시련을 이겨내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조설립 350일 만에 마침내 그 ‘삼성’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다윗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골리앗 삼성을 꺾은 것이다.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두 가지 무기를 얻었다. 하나는 당연히 단체협약으로 더 탄탄해진 노조 그 자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센터 사장들은 노동인권은 고사하고, 현행법도 밥 먹듯이 어기는 게 지금까지 관행이었다. 시간 외 수당, 법정 휴게 시간, 연차 수당, 휴일 근무 수당, 최저임금 등을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CMI, 당일처리율, MOT 등 임의성이 강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노동자들을 모독했다. 이제 72개 조항으로 된 단체협약과 삼성 본사를 상대로 승리한 노조의 힘을 통해 사장과 관리자들의 반인권적 노동통제를 규제할 것이고, 탈법적 관행들을 없앨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임금협약이다. 건당 수수료제는 이번에 완전히 없애진 못했지만, 기본급 제도를 도입하고 기준 건수와 평균 수수료를 명시함으로써 급여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 대다수는 급여 명세서 내역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었다. 이제부터 매년 진행되는 임금교섭을 통해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변동급인 건당 수수료 내역을 검증한다면, 노조가 요구했던 월급제로 임금체계를 점차 변경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조가 주도해 삼성전자서비스와 도급센터 간의 거래 내역과 수수료 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급여 체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하다. 현재 통합수수료 체계의 극단적 불투명성은 무슨 임금체계를 만들더라도 바지사장이 중간 수탈할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과제
물론 이번 합의에는 문제점도 있다. 무엇보다 교섭 체계의 혼란은 앞으로 지회가 꼭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집단교섭을 요구하는 지회에 대해 센터 사장들은 올 초에 교섭권을 경총에 위임했고, 몇 개 지부에서 경총과 집단교섭을 벌였지만 수개월 동안 공전을 반복했었다. 실권 없는 바지사장에게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이 삼성의 눈치와 지시를 받으며 제대로 교섭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 이 방식으로라도 최대한 입장을 좁혀보려 했지만, 결국 염호석 분회장이 자결하고, 45일간의 삼성 본사 앞 노숙농성투쟁이 진행된 후에야 부족하게나마 폐업센터 대책, 단체협약, 임금협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
간접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가장 어려운 것이 진짜 사장은 대기업이지만, 법적으로 진짜 사장은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모순이다. 최근 직장폐쇄에 맞서 원청 본사 앞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 케이블비정규직노동자들의 사례나, 얼마 전 집단교섭을 마무리한 서울지역 대학청소노동자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케이블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청인 태광그룹 티브로드는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심지어 13개 협력사에 대한 직장폐쇄도 기획했지만, 사용자로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책임이 없다. 작년 그룹 총수가 비리로 구속된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원청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직접 교섭에 배석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자세다. 20여 개 용역업체 사장들과 2010년부터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지역 대학청소노동자들도 비슷하다, 이 용역업체 사장들은 노조와 교섭하다가도 원청의 도급단가를 이유로 교섭을 결렬시키기 일쑤인데, 노조가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원청으로부터 일정한 답을 얻어낸 후에야 교섭이 마무리되는 것이 몇 년간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이렇게 원청과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매우 적기 때문에 노조들은 불법파견 소송을 통해 원청 사용자성을 법적으로 얻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불법파견 기준은 지금까지 매우 협소하다. 노동자의 승률이 매우 작다. 사용자성에 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겠지만 아직 이를 당장 기대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역시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이나 이와 별도로 여러 사회적 협의 체계나 유연한 투쟁을 통해 원청과 직간접적으로 교섭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야만 하는 이유다. 지회는 센터들의 교섭 위임이나, 원청의 책임방기를 극복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에서 노조를 세우고 굳건하게 키우는 일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만의 몫이 아니다. 한국 사회 진보진영 모두의 역할이다. 삼성의 정치경제적 역할이 한 기업의 수준을 넘어서듯,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역시 그 역할을 사업장 내에서만 찾을 수 없다. 시민 모두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 노동권을 지키는 시민 중의 시민이다. 최종범, 염호석 두 열사가 하늘에서 지회를 지켜줄 것이고, 우리 모두가 지회를 백년 이상 너끈히 견뎌낼 강한 노조로 키워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