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4호 | 2014.07.14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416 특별법’이 필요하다
국민을 기만한 국정조사 기관보고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기관보고를 진행했고 다음달 열릴 청문회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관보고 과정에서 국회가 알아낸 것은 거의 없다. 청와대는 물론 대부분의 기관들이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그나마 기관보고 당시 국정조사특위 의원들이 한 질문도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들을 한 번 더 언급하는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관보고는 국회를 기만하고, 국민을 기만했다.
이런 파행 속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최종 책임자가 아니라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분통해 하는 유가족들을 향해 ‘좀 가만히 있으라’, ‘유가족이면 다냐?’고 힐난을 퍼부어댔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AI나 산불에 비유하며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진실을 원했던 유가족을 모욕하기만 했을 뿐이다.
국회가 알아낸 것이 아무것도 없지는 않다. 침몰이 시작된 지 5시간이 넘도록 청와대는 300여 명이 배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 그리고 사건 초기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등이 우왕좌왕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부분 언론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려진 것을, 조금 더 명료하게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국정조사 특위가 청문회 과정을 거친다고 참사의 진실을 더 밝혀낼 수 있을까? 아무도 그러리라고 믿지 않는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리고 덮으려 한다
같은 시간 박근혜 정부는 2기 내각을 준비했다. 세월호 참사로 야기된 개각이었지만, 두 차례에 걸쳐 국무총리 선임에 실패하자 청와대는 정홍원 총리 유임을 선택했고,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몇 주가 지나고 청와대는 다시금 국회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면서 2기 내각 구성에 협조를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야당의 지적을 ‘참고하겠다’며 받아들이는 제스처를 취하는 한편 세월호 특별법 구성을 위한 여야 TF팀을 구성해 16일까지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물론 이것은 2기 내각 구성과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협조가 전제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11명을 수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100일이 되기도 전에, 박근혜 정부는 국정 ‘정상화’부터 도모했고, ‘국가개조’라는 명분을 역으로 내세워 규제개혁의 기운을 되살리려 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덮을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350만 명의 서명과 ‘416 특별법’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범국민적인 캠페인이 벌어질 때, 유언비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들이 더 많은 보상을 원해서 하는 일이며 이런 일에 국론이 분열되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유언비어를 사실로 만들려는 듯, 정부여당과 청와대는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이 ‘보상심의위원회’인 양 논점을 이동시키려 했다. 그리고 ‘단원고 피해학생들의 대학정원 외 특례입학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특별법의 핵심을 보상 문제로 소급시키고, 이를 통해 세월호 국면을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피해보상보다도 ‘진상규명’을 더 분명히 요구했다. 그리고 ‘진상규명’ 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 특별법에 어떻게든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그래서 유가족 대책위가 제안한 ‘416특별법’은 조사위원회(/특별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한 인사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조사위원회가 특검수준의 수사권, 기소권을 가지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사회 소위원회’를 두고, 소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도 2년 이상이 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진실을 알고 싶은 부모로서 움직였고, 학교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학부모로서 움직였다. 그리고 세월호의 모든 유가족들, 아니 나아가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언명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새롭게 거듭나는 시민으로서 이들의 권리의식과 책임감은 수많은 사람을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해서 유가족들은 350만 명이라는 놀라운 숫자의 지지서명을 받아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운동의 도전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사회운동에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반복되는 재난사고 앞에서 사회운동 주체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였고, 이 재난의 성격은 무엇이며, 재난 앞에 선 시민으로서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무슨 사회인가까지 숱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로 야기된 이 숱한 질문들이 정치 쟁점화되지 않도록 어떻게든 덮으려 했다. 그들은 ‘보상’절차를 다루는 세월호 특별법으로 이 국면이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양상은 그들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다루는 정치공간에서, 응당 자신이 그 법을 만드는 주체여야 함을 강조했고, 나아가 350만 서명을 ‘대표’하는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정치적 권리를 스스로 담지하려는 주체로서 시민이 정치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정치 공간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으로서 ‘416 특별법’은, 시민이 법을 구성하는 주체임을 명시하고 있기에, 우리를 새로운 운동공간으로 안내하고 있다. ‘416 특별법’이 만들어 낸 정치의 장을 온전히 하고, 더 확장시켜내는 것!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권의 책임뿐만 아니라 참사 이후 새로운 사회―안전한 사회를 향한 대중들의 욕구를 정치적으로 구성해내는 것! 그렇게 해서 정치운동, 사회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것! 이것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 시민들의 의무이자 권리여야 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지금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416 특별법’ 제정운동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초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