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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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04호 | 200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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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 해체되는 농촌사회와 파탄나는 농민생존권

최근 정부의 쌀산업 대책과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 시도를 비판하며

편집팀
쏟아지는 비극들, 몰락하는 농촌과 파탄나는 농민 생존권

▷ 지난 2000년 11월 1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사는 안씨는 농가부채와 연대보증의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씨는 신농정의 규모화 정책, 개방정책으로 인해 중소농민들의 살길이 막막해지자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영농법인사업을 고민하게 되어 유기질 비료 공동 생산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모든 신농정 사업이 그러하듯, 영농법인사업의 제도적지원 부족과 탁상공론식의 사업설정, 자금지원의 어려움 등으로 결국 99년말 유기질 비료공장은 파산하게 되었다. 안씨는 쏟아지는 부채와 연대보증에 대한 심적 고통으로 끝내 제초제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지난 2000년 10월 5일 옥천군 안내면 윤춘실씨 집 안방에서 윤씨와 어머니 박모씨가 극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윤씨 모자는 최근 포도값 하락 등으로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은 2천7백여만원을 상환하지 못해 고민하다가 삶을 포기하고 말았다.

▷올해 쌀 농가소득이 무려 1조원이나 감소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대 산업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쌀 농가판매가격은 정품 80kg 기준으로 최대 13만 7022원에서 최소 13만 1433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 해 15만 9252원보다 13.9% 하락한 수준이며, 이에 따라 전체 쌀 농가소득은 9609억원∼9963억원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쌀 재배농가 호당 121만원∼126만원이 감소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자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듯이 이땅의 농업과 농민들의 삶은 지난 94년 우르과이 협상이후 농산물 수입개방과 정부의 대책없는 농업정책에 따라 끝모르는 바닥을 향해 침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IMF 위기까지 겹치면서 국내소비는 위축되는 가운데 생산비는 치솟는 바람에 농민들은 시름의 세월만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쌓여만 가는 농가부채로 수많은 농민들이 생을 져버리고 있으며, 값싼 농산물의 수입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들을 팔 수 없어 그냥 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농촌 젊은이들이 생계를 위해 농촌을 떠나오지만 일자리를 구할 수없어 부랑자로 전락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전영역에 걸쳐 노동자 민중의 삶이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자연재해라는 생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 불안정과 더불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촌사회의 해체와 농민 생존권의 파괴는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에 따른 것이며, 최근 발표된 정부의 쌀산업 대책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 추진 역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농업의 해체와 농민생존권 파괴의 주범, 신자유주의적 농업 정책

1970년대 초반에 발생한 세계적 식량파동으로 미국 등 식량수출국들은 수출제한조치를 취하고 농산물 가격지지 정책을 통한 식량확보에 나섰고, 아시아 등 식량 수입국들 역시 자국의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곡물 생산 능력이 향상되고 80년대 들어서는 오히려 과잉생산, 재고누증, 수출보조금 지급 등으로 미국과 EU의 재정지출이 늘어났고 국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선진 농산물 수출국들은 재고 농산물을 처분하기 위해 농산물 수출장벽을 없애고 자국의 자본과 농산물을 타국으로 이동하기에 용이하도록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무역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국제적 협정이 필요했다. 우르과이라운드 농업협상은 바로 이러한 배경의 산물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의 확대, 농업보조금 감축, 모든 농산물의 관세화와 관세인하 등 한마디로 농산물에 있어서도 다른 공산품과 똑같은 수준으로 자유화시키기 위한 시도로서의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은 결국 미국 등의 식량수출국들과 거대 다국적곡물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의 결과로 쌀을 제외한 206개 농산물의 비관세장벽을 관세로 전환하여 개방하였으며 매년 800억원의 농업보조금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쌀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식량자급률이 27%에 그치게 되어 식량종속이 심화되고 있으며, 고추, 마늘, 참깨, 과일 등 많은 농산물들의 가격 폭락이 야기됐다. 농산물의 가격폭락은 농가부채의 누적을 야기했고, 농민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부채를 타개하고자 특정작물재배에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 농작물 생산체계가 무너지고 특정작물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결국 이것 저것 다 해봐도 부채는 늘어만 가고,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겠는가는 자명한 이치이다. 한편 농업보조금 특히 쌀에 대한 보조금 감축은 농업소득의 50%이상을 쌀생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이땅의 농민들에게 소득보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며, 정부는 이 농업보조금 감축을 마치 숙명처럼 여기며 농민의 생존권이 걸린 쌀수매에 대해 무책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등 주요 농산물수출국과 다국적곡물기업에 의해 추진되는 농산물의 전면개방화라는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은 이땅의 농업기반을 해체시키고 농민들의 생존권을 벼랑 끝에 내몰고 있다.
한편 WTO 무역체제는 공산품에서부터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가능한 한 모든 부분의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끼칠 수 있는 유전자 변형농산물(GMO)조차도 수입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농산물의 추가 개방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에 있을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쌀시장 개방이 예상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최근에 발표한 쌀산업 대책에서 보이듯 쌀시장 개방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쌀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체결 추진을 통해 농산물 시장 개방을 양자간 무역협정에서 고착화시키려 하고 있다.


쌀 농사 포기의 강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부의 쌀산업발전 종합대책안

지난 9월 4일 정부는 쌀산업발전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안은, 쌀증산정책은 지양하고 품질 위주의 쌀생산 정책으로의 전환, 약정수매제를 폐기하고 시가매입 시가방출식의 공공비축제 도입, 미작경영 안정제, 소득안정직불제 등 다양한 직불제 도입 검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종합대책안은 2004년 WTO 쌀 재협상 이후 쌀개방을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해서 나온 입장으로 사실상 은밀한 쌀농사 포기 강요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부의 쌀증산 지양정책은 현재 쌀 재고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91년 1487만석이던 재고가 93년,95년 흉작으로 인해 96년 169만석까지 감소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쌀의 재고량은 기후변화에 따라 변동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쌀 재고량의 상당 부분은 수입된 쌀이 차지하고 있어 쌀증산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장래에 식량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쌀재고량이 상당하다는 근거로 쌀증산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은 기만이며, 실지로 정부가 의도하는 바는 2004년 쌀개방이후 쌀수입이 확대될 것을 예비해 쌀생산 감축을 유도하는 것으로 결국 농민들의 쌀농산 포기를 획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약정수매제 폐기와 시가매입 시가방출식의 공공비축제 도입이 함의하는 바를 보자. 이는 쌀생산비와 수확량등의 정확한 예측 없이 전년도에 수매가를 결정함으로써 현재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수매가를 책정해 농민들의 소득감소를 결과한 약정수매제도를 보완하기는 커녕, 오히려 수확기에 쌀공급이 집중됨으로 인해 폭락한 산지가격으로 쌀을 매입하여 비축하는 시가매입 시가방출식의 공공비축제를 도입한다는 것으로 이는 오히려 쌀가격의 하락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라 매해 쌀보조금 750억원을 감축하고 있어 정부수매물량과 수매자금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쌀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농가에 직접 지원해주는 방식인 직불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대만등 다른 국가들의 직불제 예산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직불제 예산이 책정되어 있고, 내년도 농림예산 심의에서는 논농업 직불제 예산이 200억원 삭감되고, 밭농업직불제 예산은 전액 삭감되어 직불제 시행에 따른 농가소득감소 보전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추곡수매라는 일종의 농업 보조금 제도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우르과이 농업협정에 위배된다는 것을 근거로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실효성이 미미한 직불제 -직불제는 시장을 통한 정부의 개입이라기 보다는 농가소득의 보전을 개개 농민들에게 지원하는 방식이므로 우르과이 라운드 협정에 어긋나지 않음- 로 농가소득을 보전하겠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는 쌀개방에 따른 농가소득의 감소를 책임지지 않으면서 쌀개방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쌀생산 감축과 쌀가격하락 정책으로 인한 농민들의 소득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며, 쌀농사 포기에 따른 타작목으로의 전환에 따른 연쇄적인 가격폭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농촌사회이 피폐화와 농민들의 생존권 압박이 가속화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에서 도입되는 쌀시장 개방은 결국 국내 쌀농사의 대대적인 해체를 통한 농민 생존권의 파괴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또다른 농업말살 시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9월 말 예정되어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계기로 지난 3월초 칠레에서의 5차협상을 앞두고 사실상 연기되었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는 농업강국으로서 전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돌(Dole), 유니푸르트(Unifruit) 등의 다국적농산물기업이 대거 진출하여 대규모 직영농장을 보유하면서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칠레의 농산물이 관세가 철폐된채 수입된다면 사과는 연간 피해액 940억 여원, 하우스 포도는 연간 300억 여원 등 연간 2조원이 넘는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금전적인 피해와 더불어 더욱 심각한 것은 칠레와의 무역협정체결이후 가속화될 농산물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삶의 파괴이다. 값싼 농산물 수입의 폐해와 함께 농산물수입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방조하는 정부의 정책은 농민들의 삶의 기반을 허물어뜨리고 말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추진되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이 된다. 즉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이후 추진될 자유무역협정의 전례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에 주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WTO 체제를 기반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강화하려 하는 미국 중심의 중심부 국가들과 초민족적자본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WTO 무역체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본주의 세계경제 편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와 이들 세력의 입장은 결정적인 면에서 충돌될 부분이 없기 때문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김대중 정부와 국내외 초국적 자본, 미국 중심의 중심부 국가들의 이해가 결합되면서 추진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산물 수입국가로서의 남한사회가 농산물수출국가인 칠레와 농산물 전면 개방이라는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진세력들에게는 여타의 농산물 수입국가들에게 농산물 전면 개방의 근거가 형성되는 것이며, 칠레와 동일한 조건의 농산물 개방을 우리에게 요구해 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김대중 정부에게 농업말살을 야기하는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요구에 충실히 복무하기 위한 하나의 필수항목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농업말살을 저지하고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농민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경제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정권은 이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이라는 허울아래 위기를 심화시키는 가운데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내고 있는 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농촌사회 파괴와 농민 생존권 말살은 매우 심각하다. 현재 정권은 농산물 전면 개방이라는 철저한 농업기반 붕괴를 기반으로 WTO 체제에 편입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농민생존권을 저당잡고 있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찿아오는 자연재해와 정부의 무대책만으로도 가슴이 터지는 판에, 이제는 아예 정부가 나서서 농업을 말살시키려는 인위적인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은 농민과 노동자민중의 연대로 반드시 박살내야 한다. 이미 내몰린대로 내몰린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농민들의 분노와 투쟁은 너무도 정당하다. 9월 15일에 있을 민중대회는 2001년 하반기 김대중 정권퇴진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농민과 노동자 민중의 연대투쟁의 장이 될 것이다.
김대중 정권에 엄중히 경고한다. 정부는 농업말살, 농민생존권 파괴를 조장하는 신자유주의적 농업정책을 포기하라.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의 안정화를 통한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고 오는 2004년 WTO 쌀 재협상에서 쌀 수입 개방을 반대하라. 또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철회하라. SO-LA
주제어
생태
태그
민주노총 총연맹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