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0호 | 1999.11.02

자료 읽기 - 영국철도산업 민영화 사례

편집부
“한국중공업 민영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전략” 연구보고서, 1998. 12,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와 한국중공업노동조합이 공동작업한 자료에서 발췌, 정리한 내용입니다.


1/ 민영화 과정

정부가 철도산업 민영화를 고려중이라고 공식발표한 것은 1988년 보수당 전당대회에서였다.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조합, 사회단체들간의 찬반 논의가 격화되었고 철도산업이 중앙통합성, 안정성, 탈상업성 등의 성격으로 인해 민영화가 적합치 않다는 여론이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당 정부는 93년 11월 철도민영화법을 제정한다. 영국철도의 민영화 방법은 가능한 한 세부적으로 철도를 쪼개는 것으로서 세계 어느 민영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이었는데 ① 여객철도의 수평적 전국통합성(전국적 교통체계)을 해체하여 각 노선별로 철도운행권을 민간회사들에게 불하하고, 동시에 ② 수직적 기능통합성(철로시설소유, 열차생산, 열차소유, 열차운행, 관리ㆍ보수의 통합운영)을 분할하여 각각의 기능별로 판매하는 방법이 채택되었다. 최대한 시장경쟁구조로 철도산업을 재편한다는 급진적 민영화론이 적용된 것이다. 95년말부터 여러 조직으로 분할되어 팔리기 시작한 철도산업은 97년 4월로 민간부문으로 완전 이전되었다. 민영화 과정은 ‘국가재산을 헐값으로 팔아 넘기는 날강도 짓’이라고 철도노동조합들과 사회단체들이 분노하듯이 매우 낮은 가격으로 민간기업에 팔렸고 여객운행권을 따낸 민간회사(대부분이 버스운영회사들)들에게는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2/ 민영화를 위한 보조금 증액

<표 1> 90년대 철도산업 보조금 총액(철도운영비+시설투자비+기타)




















년도 90-91 91-92 92-93 93-94 94-95 95-96
보증금총액 786 1022 1301 1121 2161 2074


자료 : British Railways Board(각 연도). Annual Report and Accounts.
철도공사가 94년 민영화체제로 전환된 이후 철도운영에 제공되는 정부보조금이 급격히 증가했다. 위 <표 1>은 정부가 철도산업에 제공하는 정부보조금 총액이 94~95년부터 급증하여 거의 두 배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영화와 관련하여 정부나 관련자들이 우려했던 것은 경쟁력이 취약한 철도산업을 과연 민간기업이 구매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결책은 기존 철도시설들을 민간기업에게 헐값에 파는 것, 그리고 예상운행적자분을 여객운행회사들에게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결국 80년대 이후 철도공사에게 상업적 자립재정운영 논리를 강요하던 정부가 철도산업을 민간기업에게 인도하면서는 철도시설을 낮은 가격으로 특혜판매하고 미래이익까지 보장하는 정부보조금 지원을 결정하는 등 반(反)상업적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의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3/ 민영화와 경영합리화

1) 단체교섭구조 개편
80년대 내내 철도공사는 노동력 이용의 유연화를 작업장 수준에서 관철시키려고 하였으나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중앙집중화된 단체교섭기구가 커다란 벽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92년 공사구조가 사업부문 중심으로 강화되고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후 단체교섭기구도 재편되었다. 96년 이후에는 민영화에 따라 전국교섭은 사라지고 개별기업교섭으로 탈중앙화되면서 철도산업에서 전국적 교섭은 이제 사라지고 기업별 교섭이 들어섰다.

2) 공사의 조직재편
1990년 공사는 경영혁신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전통적으로 존재해오던 지역중심의 회사조직을 1992년 완전폐지하고 8개 사업부분으로 전면 재조정하였다. 동시에 각 사업부문 산하의 개별노선들은 각기 독립적인 이윤센터로 조정되어 사실상 하나의 독립기업 형태를 띠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면서 동시에 민영화 이전에 최대한의 경영혁신을 달성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이었다.

3) 전면적 직제개편
91년 공사는 각 직종별로 직제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기본급을 인상하는 대신 임금구조와 직제를 단순화하고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직제개편이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실질임금 인상효과가 없다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공사는 개별계약을 추구하거나 임금인상 등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대부분의 직제개편을 현실화시켰다. 직제개편은 변형근로제의 확대뿐만 아니라 승진 원칙을 기존의 연공에서 성과에 기반하는 능력주의 인사관리를 포함한 것이었다. 기관사와 차장의 경우 양 직종이 하나의 승무직종으로 통합되면서 경력이 승진에 의해 증가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고, 3만여명의 역근무자들도 연공에 의한 승진보다는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신호수의 경우에는 직무평가제가 도입되어 노동자의 능력이 개별적으로 평가되고 직무확대의 이름으로 기타 부수적인 역할들이 가중되었다.

4) 계속되는 인원감축

<표 2> 철도사업부문 노동자 수
(단위: 천명)
































년도 88-89 89-90 90-91 91-92 92-93 93-94 94-95
노동자 수 128.3 127.9 129.7 131.4 123.2 113.4 106.7
감원 5.1 0.4 +1.8 +1.7 8.2 9.8 6.7


자료 : Department of Transport (각 연도). Transport Statictics in Great Britain.
철도사업부문 인원감축은 철도공사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92년 철도공사의 조직개편이 강화되고 민영화가 공식 발표되면서 92년 8천2백명, 93년 9천8백명, 94년 6천7백명이 감원되었고, 민영화 이후에는 인원감축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89년에서 91년까지 의외로 인원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88년 12월에 35명의 사망자를 내는 열차사고에 이어 89년 3월 다시 두 건의 열차사고로 5명과 2명이 사망하는 등 열차사고가 잇따랐고, 사고의 주요원인이 인원부족에 따른 노동자의 초과노동, 시설노후 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철도공사의 무리한 인원감축과 투자부족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4/ 민영화의 결과

민영화가 된 후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우려했던 많은 역기능들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화물철도는 처음에 지역을 거점으로 세 개의 회사로 나뉘어 관리되었으나 다시 한 회사가 나머지 두 개 회사를 사버리면서 화물철도의 민간독점이 민영화 초기에 형성되었다. 미국 다국적기업인 화물철도회사는 1년만에 이미 7,800명을 6,400명으로 감축하고 이후 3,000명의 추가감원을 발표하는 등 민영화 1년만에 매우 공세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철도산업의 장기적 운명을 쥐고 있는 레일트랙은 단기사업이익에 매몰되어 거대 이윤을 일년만에 주주들에게 배당하면서도 기간시설투자에 소극적이어서 노동당 정부와 ‘초과 이윤세’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들이 얻은 이윤은 사실상 정부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는 민간여객운행회사들이 레일트랙에게 철도시설 사용료를 지불한 것이기 때문이다. 열차임대회사들은 열차임대가능성의 불확실성 때문에 신형열차 구입에 미온적이고 이는 곧바로 열차제조회사의 심각한 불황 및 인원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객운행회사들은 7~15년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운행권을 불하받은 까닭에 이 기간안에 최대한의 이윤을 올려야 하는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여 장기적 노사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매우 공세적인 노동비용 절감 조치를 추진하여 현재 거의 모든 회사에서 인원감축과 직제개편 등이 최대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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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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