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19호 | 200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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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정권 5년, 금융세계화 반대투쟁의 쟁점과 과제

편집팀


김대중정권의 등장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정치공학을 뒤짚어엎는 정권의 창출로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로서 DJ는 선택된 것이다. 예컨대 이회창과 한나라당은 1997년을 기점으로 형성되는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정치적 카드가 결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중도우파 정당이 현실에서 개혁정권으로 둔갑하게 된 상황은 보다 적은 충격을 통해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의 추진을 가능케하는 하나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당시 상황에서 김대중정권은 재벌-보수진영의 강력한 유착관계를 깨뜨릴 수 있는 세력으로 부각되었으며, 확실한 힘의 우위하에 구조조정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었다. DJ의 친위부대 격인 아태평화재단은 미국을 비롯한 IMF/IBRD에서 개발한 정치권·재벌·노동자들이 수용가능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DJ의 정국주도력하에 금융세계화에 전략적으로 조응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으며, 금융·기업·노동에 대한 구조개혁의 형태로 배치된다.
IMF/DJ정권하에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경향에 전략적으로 통합된 한국경제는 이전과는 다른 만성적 불황(지속되는 경제위기)상황에 빠져들었다. 결과적으로, DJ노믹스로 대명사화된 정책개혁 프로그램은 금융·자본·외환시장 시스템 전반을 바꾸어내었다. 당시 DJ노믹스를 이끌었던 엘리트들이 언급하듯, 한국경제는 경제의 세계화, 특히 금융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깊은 통합(deeper integration)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금융세계화로의 통합에 따라 지속되는 경제위기와 점증하는 민중생존의 위기 상황은 DJ식개혁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한편, 핵심적으로 지배계급내 보수주의세력의 견인에 실패하면서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은 이완·해체되고 있는 형국이다. DJ정권은 위기극복담론에 대한 국민적 동의지반을 상실했으며,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통해 보수세력과 시민운동의 일부를 견인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은 경제위기라는 상황에서 증폭될 수 밖에 없는 계급적 쟁점을 관리할 수 있는 위기관리 전망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작금의 구조적 위기와 그것의 결과인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정책적·이데올로기적 통치 전망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 위기관리' 중심의 절충과 타협, 미봉책의 지속은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의 해체를 가속화시킬 것이며, 정세주도력의 구조화된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자유주의 정치공학에 따른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전개

IMF구제금융과 DJ로의 정권교체는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정치적 지형을 형성시켰다. 공식출범 이전부터 DJ는 IMF외환위기에 따른 사회·정치적 혼란 및 의회의 빈사상태에서 초법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주요하게는 정권인수위원회를 통해 IMF구제금융협약과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집행, 재벌압박과 명문화된 기업구조조정 합의,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운동의 예봉을 꺾었다.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국가권력의 강력한 헤게모니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강력한 헤게모니는 국가관료의 기술적·행정적 역량 더하기 국가를 에워싸고 있는 사회(이익집단)으로부터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지배연합에 의해 창출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금융시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발전주의의 일종으로서 호황기 수출주도형 전략에 의존해온 지대추구자들의 관행을 끊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한 DJ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민중의 가혹한 희생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계급적 불만을 관리하기 위해서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었다.. 자세히 뜯어보면, 안정화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긴축정책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막기위한 것이라는 점,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수용되기 위해서는 작금의 경제구조(재벌체제)가 경제위기 극복에 적절치 못한 구조라는 점, 구조조정과 안정화 정책은 성공 가능성(경제위기 극복)이 많다는 점, 공정한 고통분담차원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이 공정하게 분담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김대중정권은 집권 1년만에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호언장담과 함께 98년 들어 재벌에 대한 빅딜 논의를 진행시키고, 5월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 6월 18일 55개 기업의 퇴출명단 발표, 6월 29일 1차 은행퇴출 기업 발표 등 본격적으로 1차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겼다. 특히, DJ정권은 한국사회 지배분파인 재벌을 상대로한 기업구조조정의 추진은 주목할 만하다. 집권이전까지 재벌과의 이해관계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왔던 DJ는 국민정서상으로팽배한 '재벌=환란죄인'이라는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엎고, 경제개혁의 시발탄인 '5+3원칙'(기관투자가의 이해를 반영한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의 핵심)에 따라 주요하게 '은행을 이용한 재벌개혁'을 단행한다. 99년들어 경기회복 국면을 맞이하면서 김대중정권은 금융화의 전망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데 주식시장 중심의 금융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으로 벤쳐열풍을 조장한다. 이러한 금융화 전략은 이른바 기업·금융·공공·노동 4대 부문에 걸친 2단계구조조정을 통해 철저히 금융시장 규율을 따르도록 하고, 주식시장에서 평가되며, 은행차입이 아닌 직접조달 방식의 강화토록 하는 것이었다.
한편, 노사정위원회와 NGO운동의 동원은 경제개혁 실행을 위한 조건이다. 지속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의 물적토대는 매우 미약하다. 금융세계화로의 통합과정에서 사회적 불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을 정치적으로 관리하여 갈등과 협상의 틀로 포괄할 수 있는 노사정위원회의 활성화를 필요로 한다. 또한 국가와 긴장관계를 갖으면서도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NGO를 자신에 대한 지지와 동원의 파트너로 활용하게 된다.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을 기꺼이 지지할 중요한 사회세력이 전혀없기 때문에 국가는 구조조정을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사회세력의 일종의 대체물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DJ정권은 재경부-금감위를 필두로 구조조정 선봉대의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사회의 지지세력으로 NGO운동을 주목한다. 신흥시장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는 OECD 워킹페이퍼에 명기된 바, NGO는 국가와 기업간 관계, 국가와 노동간 관계에서 매우 주요한 역할을 맡게된다. 실제로, 국가-기업-노조의 관계에서 NGO는 지대추구적 부패행위를 감시하고, 이를 통해 금융의 이해에 부응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활약상은 참여연대 중심의 소액주주운동을 포함한 재벌해체운동/정치개혁운동/사법감시/부정부패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비정부기구들은 정치·노동·사회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갈등을 조정한다. 이런 지점에서 자본의 금융세계화/노동의 불안정화로 특징되는 한국경제 구조적 위기의 총체적 성격을 분절화시키고, 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형성이라는 과제는 '개혁'의 이름하에 왜곡되었다.


비껴간 쟁점.. 재벌해체인가 금융세계화반대인가.

DJ 집권초기, 재벌책임론/재벌총수 사재출자/재벌압박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방안의 통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재벌총수의 무능·부패문제, 재벌일가의 문어발식-선단식 경영을 특징으로 하는 재벌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김대중정권은 IMF협약 이행을 위해 상호지금보증의 축소와 결합재무제표의 도입, 국제적 회계기준의 도입등 재벌관련 정책을 정비하였고, 이를 위해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였다. 그 방향은 금융에 의해 기업규율체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경쟁규범의 재정비,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활성화, 금융부문의 기업감시기능의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한편, '구조조정 반대'를 둘러싸고 계급대중운동의 혼란은 가중되는 가운데, 참여연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금융의 원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미국화함으로써 재벌해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경제민주화운동'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들 역시 재벌총수의 무능과 부패, 전횡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게된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들은 재벌의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한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기업의 능력을 평가받으며, 나아가 여타 주주들의 이해, 즉 주가상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금융규율 형성에 앞장서는 운동일 뿐이다. 금융적 축적체제에 기생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재벌개혁이라는 허구적 정치쟁점 형성 과정에서 은폐된 금융세계화의 쟁점. 실제로 진보운동진영이 재벌해체·개혁논점에 휘말리는 사이, 한국경제는 금융적 축적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추진되었다.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및 기업구조조정을 통해서, 금융적 축적의 조건들이 구축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구조는 변화하는데, 수출주도형 모델의 산업정책은 후퇴하였으며, 금융규율하에 자본간 경쟁을 강화하는 경쟁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화폐정책이 부상하여 주식시장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결국, 기업지배구조 변화는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얼마나 금융적 축적에 걸맞는 책임경영을 이루어 낼 것인가의 문제, 즉,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주식시장에 제공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핵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신자유주의 사회운동세력이 제기하고 있는 반부패 정치개혁운동은 금융규율에 적합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만들기'에 기여한다. OECD부패방지협약에서 권고하는 바, 정부-기업의 관계에서 NGO는 정경유착을 막기위해 시민감시활동을 펼치는데, 그 의의는 기업의 대정치권 로비비용을 줄이고, 정권의 정치적 압력행사를 감시한다는 측면에 있다. 이렇듯,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운동들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 재무제표 작성 기준의 국제화,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 사외이사제도 도입과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취해진 각종 조치들과 함께 전세계적인 금융화에 편승하기 위한 성공적 구조조정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은 금융시장의 이해에 노동자를 어떻게 결속시키는가?

김대중정권의 경제개혁의 방향으로 금융화 전략은 핵심이다. 이를 위해 DJ정권은 자본의 금융세계화 전략에 조응하는 사회제도를 정비하여 금융화의 사회적 조건을 형성시켜왔다. 목적은 금융시장과 국민다수의 이해를 결합시켜내기 위한 것이다. DJ정권은 코스닥 열풍, 주테크열풍을 조성하는 한편, 부지런히 금융세계화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연기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였다. 금융시장에서 연기금의 체계의 재편은 금융세계화로의 성공적 편입을 보장하는 관건이 된다. 물론, 연금체계와 연기금의 금융화 경향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자본의 입장에서는 장기저축성의 연금기금이 보다 안정적인 공급처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체계 재편의 방향은 규제를 완화하여 주식시장에 투입하는 것이다. 특히, DJ정권은 최근 들어 더욱 활발히 기업연금의 도입과 또 다른 한편에서는 퇴직금의 내용을 우리사주제도로 정착시키는 제도 도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확정기여형 기업연금과 종업원지주제를 짝을 이루어 추진하려고 하는가? 목적은 종업원지주제를 통해 노동자의 퇴직 적립금을 해당기업의 자금으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즉, 퇴직금제도를 종업원지주제에 연계시켜, 임금의 일부가 다시 기업의 자금의 일부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주가에 따라 퇴직금이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제는 노동자의 이해를 금융시장의 이해와 결속시키며, 종업원지주제는 기업의 이해속에 해당기업의 노동자들의 이해가 결속시킨다.
중요한 점은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돈이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기제가 되어 주식시장에 투자되고, 노동자들의 노후를 금융시장의 이해와 논리에 결속시켜 볼모화한다는 점이다. '증시도 살리고 대중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DJ정권의 말은 사기다.


자본의 금융세계화 전략에 맞선 사회운동의 계급적 쟁점은.

오늘날 금융세계화 국면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적 지형과 쟁점들을 발생시켰다. 과거의 진보와 개혁으로 명명되던 조치들과 이데올로기들이 새롭게 탈바꿈을 하고 등장하기도 하였으며, 금융세계화에 조응하는 운동들이 새롭게 조직됨에 따라 민중운동 내부에서 큰 분열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은 그 자체로 중요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해외자본유치 미명하에 직접투자와 주식투자의 형태로 초민족적 금융투기의 점증, 벤쳐 금융사기 및 금융비리의 구조화, 상시화된 해외로의 자본도피 문제, 연기금의 금융펀드화에 따른 문제들은 금융세계화에 편입하는 전세계 모든 신흥시장들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답하고 대응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위기가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현재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하건 성장이 아니라 금융적 확장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조조정이 문제인 것은 그것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구조조정은 곧 한국 사회의 금융화와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의미하며, 따라서 전사회적인 기생성과 투기성을 증가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종국에 파괴적인 경제적 붕괴와 민생파탄을 낳는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가 몇몇 세력의 정치적 타협이나 단순한 정권교체에 의해 풀릴 수 있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중운동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이 김대중 정권과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에 대한 정치적 반대로 응집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중운동진영은 노동자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을 정치적 투쟁으로 상승시켜낼 필요성에 직면한다. 그리고 어느때보다도 명확하게 종속을 심화시키고,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정권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조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 반대, 김대중정권반대, 미국반대'가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정치적·조직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중적 투쟁 속에서 자신의 요구들을 공동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이 문제이다.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반대를 명확히 하는 계급적 대중운동의 연대질서인 것이다. 금융세계화 반대투쟁을 중심으로 기존 대중조직운동의 급진적 요구를 보다 정식화하고 새로운 정치적 쟁점을 조직하면서 공동행동의 전망을 밝혀나가자.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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