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25호 | 200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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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선제는 정치의 위기를 구할 수 없다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주어야 한다 !!

편집팀


허우적대는 정치가 잡은 지푸라기

발전노조의 파업이 십수일에 이르렀고 사유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놓고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작금의 첨예한 국면에서, 소위 정치라는 것이 스포트라이트를 화려하게 비추고 있는 것은 여당의 '국민경선제'이다. "정치 정당사에 일찍이 없었던 획기적인 실험이며, 성공적으로 치뤄지면 정치혁명을 몰고올 것이다"라는 그럴듯한 꾸밈말로 언론은 수를 놓고 있고, 제주와 울산을 거친 현재 스코어 노무현이 예상외로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1위를 달리고 있어서 앞으로의 판세가 주목된다는 식의 흥미만점의 관전평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일부 후보의 돈선거 논란이 제기된다는 비판도 곁들이면서 깨끗한 경쟁을 주문하기도 한다. 국민경선제가 정치개혁의 커다란 과정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고, 한나라당도 실시하기로 해서 언뜻 보면 바야흐로 정치가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이야말로 국민경선제가 의도하는 것이다. 국민경선제가 어떻게 생겨났던가?
지난 10.25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민주당의 지도부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대립을 계속하였고, 그것은 동교동계의 밀실 당운영 비판으로 모아졌으며 결국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까지 부각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당 총재직 사퇴라는 강수를 두면서 문제를 다시 당내로 되돌리자 민주당은 다시금 내분으로 치달았고, 금융비리와 부정부패 사건이 맞물려 터지면서 획기적인 대책이 아니면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민심은 떠나고 야당은 벌써 집권한 양 위세를 부리고 내부는 용(龍)들의 싸움터가 된 민주당. 이 모든 것을 뚫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쇄신책이 대권과 당권의 분리, 총재직 폐지, 6명의 선출직 최고위원과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 국민경선제의 도입이다. 그리고 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 국민경선제를 수용하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요컨대 민심이 떠난 상황에 처한 지배세력 내부의 정치위기가 마지못해 제출한 카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정치, 구해주어야 하는가?


정치개혁의 자기붕괴

국민경선제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당내 후보 경선에 국민들을 일정 비율 참여시킴으로써 민주주의가 진전된다는 것. 둘째, 공정한 경쟁 절차를 거침으로써 동의되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정치 불신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은 그 스스로 붕괴할 수 밖에 없는데 우선 민주주의의 진전이라는 측면을 보면 당원이외 국민들은 실상 동원된 것이고, 그 마저도 절반 정도의 참가에 그치는 실정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민주주의조차 요원하다. 두 번째 역시 경선에 승리한 후보에 대하여 그간의 문제를 제기하며 불복하는 제2, 제3의 이인제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선 전에 일찌감치 탈당하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및 비주류를 보아도 그러하다. 세 번째, 정치 불신 극복은 이미 앞의 두가지 측면에서도 불가능한 것이거니와, 정치자금 양심고백, 여전한 돈살포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깨끗한 정치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돈선거, 혼탁선거가 필요하다는 자기모순일 뿐이다. 국민경선제는 최소한 양당에서 대선후보 선출에만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에 더해 각 후보진영은 '총알' 확보 경쟁을 하게되어 대규모의 음성적인 정치자금 비리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배정치 세력의 지속을 위해 자본가계급은 항상적인 정치자금과 선거자금을 제공해 왔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금융비리, 그에 기생한 부정 부패 등으로 폭발하게 되어 지배세력 내부의 분열과 민중의 광범위한 이탈을 낳아왔다. 이에 선거자금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부담을 민중에게 돌리고 정치자금을 좀 더 은밀하게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전경련의 부당한 정치자금 제공 거부선언이나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공영제 실시 방침은 이러한 상황을 제도화하자는 것에 다름아니다.
한편, 이른바 개혁세력은 국민경선 미화에 나섰다. 예를 들어 전대협 1기 의장이었던 이인영은 "87년 직선제 개헌이 민주화 혁명의 시작이듯 2002년의 상향식 공천과 국민경선제의 도입은 정당혁명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면서 개혁색채를 덧칠하고 있고, 386세대 일부 및 친여 성향 인사들은 '정치개혁과 정당민주주의를 위한 국민경선 2030 네트워크'니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경선참여운동본부'를 만들어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민경선제 추진 과정에서 일부 386세대는 개혁후보를 주장하면서 87년 이후 민주개혁의 연장선에서 노무현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을 유포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쟁취한 민주화의 성과를 왜곡하면서 호도하고 있다. 개혁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치적 전망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추진하자는 것에 불과하기에, 국민경선제를 둘러싼 경쟁적인 개혁논의는 민주화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정치의 위기와 반동화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체제 위기의 구조적 조건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정책 개혁은 장기적인 전망을 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 경제적으로 지속할 수 없으며, 정치 사회적으로 끊임없는 배제와 갈등을 낳는다. 금융 투기에서 배제되는 지역, 시장에서 소외되는 지역은 종종 충돌의 장이 되고 지역간 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된다. 그러므로 정당정치 또한 정치적 이념과 전망은 상실한 채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위기와 위기에서 파생되는 부후성에 대해 봉합하는 수준에서 대응을 하게 되고 그 대응의 차이를 외피적 수준에서 구별시킴으로써 정당간 정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역시 위기를 심화시키는 내용에 다름아닌 구조조정 정책을 취함으로써 취약성을 드러내게 되어, 제도 정치는 소위 '위기관리 국가'를 형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위기관리 국가는 위기관리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정치적으로 통합해내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폭발만을 막는 것이 주요 임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부르주아 정치 스스로 밖으로는 사회적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며 안으로는 지배세력 내부 통제력도 상실한 상황에 다름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경선제를 실시한다 함은 그들 내부의 (갈등을 수반한) 합의에 기반하여 신자유주의 체제하 위기관리 국가의 정부를 지도할 후보자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능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의 위기는 반동화를 수반한다. 정치 쟁점은 대중의 지지 기반도 없이 위기 지연의 차원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숱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기 보다는 구조적 조건에 제약되어 민중의 삶과 권리는 아예 배제된 상태에서 단기적 이윤과 주가 부양, 시장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마치 숲에서는 불이 번지는데 하늘에서는 들판에 물을 붓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따라서 위기관리를 위한 개혁 정책을 지속할수록 개혁은 파탄나고 삶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사회의 갈등은 증폭되게 마련이고, 국가와 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의 형태로 대중의 저항이 발생한다. 또한 그것이 정치적으로 조직될 때는 위기관리 체제 전반에 무시못할 위협이 된다.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단호한 대처'라는 주문만 되뇌이고 정당정치 역시 대중적 이슈에 대해 인기위주 미봉책만을 내놓음으로써 상황에 대한 안착화, 심지어는 반동화를 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기제가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경선제는 하나의 위기관리 기술일 뿐이다. 오히려 대중은 국민경선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한나라당을 위시한 반DJ-보수세력 연합에 의한 반동적인 정권교체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야 한다

국민경선제든 정치개혁이든 신자유주의 정당정치의 한계는 계속 스스로를 잠식하는 상황이며 정치를 화려한 쇼로 대체하고, 검은 정치자금을 선거공영제의 허울을 쓰고 세금에서 갈취하며, 순간순간의 대응에 급급한 이벤트의 연속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치가 개혁을 부르짖으며 국민경선제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도 발전 노동자들은 투쟁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그 투쟁의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개혁의 균열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주목되어야 한다. 사유화를 통한 위기관리의 지속이냐,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에 대한 투쟁속에서 스스로의 전망을 만들어낼 것이냐. 이것이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쟁점이기에 이 투쟁은 부르주아 정치가 허용하는 개혁을 넘어서는 정치투쟁인 것이며 노동자 민중이 투쟁으로 개척하는 한에서 정치는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 민중의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헌신한 노신은 "널 물려다가 물에 빠진 개는 불쌍하니까 때려서는 안된다는 설교와는 반대로 오히려 실컷 두들겨 패 주어야 한다. 개가 물에 빠진 것이 세례를 받으러 들어간 걸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가엾어서 건져주면 그 개는 반드시 너를 물려고 덤빌 것이다."고 했다. 국민경선제의 지푸라기를 잡고 허우적대는 부르주아 정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투쟁으로써 패대기쳐 주어야 한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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