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26호 | 200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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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열망을 웅변할 것인가

다가오는 민중대회에 부쳐

사회진보연대

노무현 열풍이 드세다. 청문회 스타에서 국민경선제가 낳은 최대의 수혜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최근 그의 행보는 눈부실 정도이다. 각종 여론 조사 추이에서 드러나듯, 전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이회창 대세론조차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미처 예상치 못한 반향에 대해 정치권은 분주하기만 하다. 상황이야 다르지만 '대세론'을 주장하며 느긋하기만 했던 이회창과 이인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대중 정부에 대한 광범한 민심 이반을 반사적으로 흡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기 대권을 기정사실화 했던 이회창과 한나라당은 당내 분열에 '빌라 파문'까지 겹쳐 내우외환의 형국에 처해있다. 내심 영남권 '표심'에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도 YS와 단독회동을 하는 등 노무현의 영남 바람을 막기 위해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는 발빠르게 노무현을 '계급 후보'(?)로 도색하며 사태의 역전을 꾀하고 있으며 이인제 역시 노무현을 '급진개혁'으로 몰아 부치기 시작했다. 과연 무엇이 어떻기에?


나는 한번도 노동자 민중을 배신한 적이 없다?

부르주아들에게 이번 대선은 포스트-삼김 시대의 정치적 주도권을 창출하여, 남한경제의 만성적 위기를 관리할 책무를 수행하는 지배분파를 형성시키는 의미로 위치 지워진다. 즉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위기를 완충하기 위해 지배분파를 새롭게 교체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그 양상은 대단히 복잡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우선 김대중을 중심으로 결집하였던 신자유주의 지지연합의 경우 2000년 총선에서의 패배와 주식투기-벤쳐 열풍의 붕괴, 그리고 만성적인 불황으로 인해 중산층의 실리주의적 지지가 철수하자 급격히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반사이익을 공고화하려는 한나라당은 정책기조 전반을 역전하기보다는 (의보통합, 남북관계, 교원정년연장, 법인세 인하 등) 몇 가지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김대중 정부와 대립을 형상화하며 보수세력을 동원하는 '상징조작'을 펼치고 있다.
반면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개혁주의' 세력들의 경우 "중산층과 서민의 정부를 철학으로 내건" 김대중 정부의 "역사적 계승자"를 자처하며 '정체성의 위기'에 빠진 집권 여당을 '보수주의'와 대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민경선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보스정치 타파-지역주의 청산"의 기치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의 한계 역시 자명한 바, 비록 개혁주의 세력들이 국민경선제를 통해 노무현 대안론을 부각시키는 데 일시적으로 성공하였다 할지라도 그들 역시 지역주의의 한계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다("호남과 영남 표를 합치면 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나에게는 영남의 지지가 있다"―노무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게다가 '노사모'의 주장대로 98년 현대자동차 구조조정, 삼성자동차 해외매각, 2001년 대우차 분규를 "합리적인 대안으로 중재를 이끌어냈던" 그는 노동자와 서민의 진정한 '벗'이라기보다는 신자유주의의 세련된 전도사에 불과할 뿐이다.
'노무현 신드롬'은 '노사모'가 주장하듯이 그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열광이라기보다는 '최악이 아닌 차악으로의 소극적 지지'의 성격을 띤다. 이는 IMF-DJ 체제 5년에 이르러 극명하게 드러나는 민중생활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선거를 가장 강력한 기제로 활용하고자 했던 부르주아들의 의도에 대해 소위 민주화 세대가 기존의 민주화와 관련한 담론을 뒤집어 쓰고 상대적으로 상승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생활양식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이고 실리주의적으로 반응한 것에 불과하다.



정권말기 극에 달한 정치의 퇴행성과 반민중성

의회 정치와 정책대결을 부르짖는 여야 공히 민생현안과 국회정상화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관심이 있다면 노동법 개악과 테러방지법 등 민중들의 삶을 점점 궁지로 내모는 정책에 한해서이다. 집시법 개악, 투자협정/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지금 국회 어디에선가 은밀히 추진되고 있다.
그뿐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에 의해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은 산산이 조각난 지 오래며 '이해찬 세대'의 학력저하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체벌과 보충수업'으로 상징되는 전근대적 사고로의 회귀이다. 마치 철도노조 파업이 철회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철도·버스 등 교통 요금 인상 방침을 재빨리 발표한 정부의 모습은 그저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김대중 정권을 위시로 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봉착한 한계는 지극히 퇴행적·반동적·반민중적인 방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똑똑히 확인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김대중 정권과 대선 주자들, 그들이 국민경선제와 정당개혁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종식시키겠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작전'이다. 이러한 마당에 과연 누가 서민의 대변자를 참칭할 것이며 정치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대중없는 대중정치', '국민없는 국민의 정부'의 진실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은 바로 발전노조 파업에 대한 정권의 대응에서이다. 19일 국무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발전노조 파업은 부당하고 불법'이며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며, 민영화 철회요구는 안된다'고 밝히며 오히려 '법과 원칙에 따라 중심을 잡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재차 천명하였다. 이에 발전노조 역시 "정부와 회사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노동조합을 말살하려 하고, 그 끝이 너무도 뻔한 매국적 정책 추진에 대한 독선을 버리지 않으므로 우리 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전 본부장 및 지부장)는 결사항전의 뜻을 천명하며, 오늘 11시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 대응방침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것으로서, 전력·통신·가스·철도 등 국가 기간산업의 (해외)매각-사유화가 초민족적 금융자본과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이자 남한 지배계급으로서도 이를 관철시키는 것이 사활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발전노조 역시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라는 이해와 민주노조 건설이라는 조직적 목표가 (해외)매각-사유화 저지/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라는 정치적 쟁점과 결코 유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기에 적당한 타협책이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발전노조 투쟁이 놓여있는 정세의 엄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상징적인 계기일 뿐이며 동시에 발전노동자들의 헌신적 투쟁을 지지, 엄호함으로써 이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선을 확대·강화할 것을 우리에게 강력히 웅변하는 것이다.



민중대회, 신자유주의 반대 연대투쟁을 조직하자!

지금도 명동성당 주변에서는 민중연대(준) 대표자들이 단식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범대위와 공투본을 중심으로 한 각계각층의 연대투쟁이 펼쳐되고 있다. 가족대책위의 눈물겨운 투쟁 역시 계속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국제연대의 메시지가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발전노조가 제기하고 촉발시킨 쟁점에 대해 광범위한 연대투쟁전선이 설치되어야 한다 단일 사업장, 그것도 신생 (민주)노조라는 열악한 조건과 정권·사측의 물리적·이데올로기적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25일째 파업대오를 사수하고 있는 발전노조의 투쟁은 그 자체로 이미 '(해외)매각-사유화 저지'를 전국적·전계급적 쟁점으로 확산시키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3월 30일로 예정된 민중대회는 발전노조의 투쟁을 지지·지원하는 것으로 국한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발전노조 투쟁 자체를 물신화하면서 파업투쟁의 성패 자체를 지금 시기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전선의 유무로 한정지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실질적인 2차 총파업을 아래로부터 조직함으로써, 또 각계각층에서 분출되고 있는 대중투쟁을 활성화함으로써, 또 다면적으로 제기되는 각각의 투쟁의 기조를 명확히 신자유주의 반대로 상승, 발전시켜 냄으로써 전국적·전계급적 연대전선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그 끝없는 위기의 악순환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치의 위기'를, 얄팍한 눈가림과 노동자민중에 대한 가혹한 수탈과 탄압으로 극복하려는 김대중 정권과 부르주아들에 맞서 이제 노동자민중은 묵직한 대답을 돌려주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전위투사' 발전노조 투쟁을 기화로 3월 30일 민중대회는 진정한 민중연대투쟁의 물결로 넘실거려야 한다.
주제어
정치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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