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29호 | 200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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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금융화가 민중에게 되돌려주는 것, 생계파탄

최근 가계 빚 급증 문제에 대해

[사회화와노동]편집팀
금융적 팽창과 가계의 피폐화


금융세계화로 급속하게 편입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문화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가계파산문제이다. 서민들은 경제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실업을 당하고, 평균임금의 삭감을 감내하면서, 생계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서 문턱이 낮아진 소매금융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현행 시중금리가 낮아졌다하더라도 다수 노동대중은 기본적인 소득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금융권을 향한 투자열풍에 편승하면서, 개인파산·가계파산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현재 가계부채는 342조원으로 98년 말 184조원과 비교하였을 때, 불과 3년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한 가구당 평균 23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 문제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선정적 발언으로 '카드빚 급증 문제'과 '금리인상 논란'으로 부각되었다. 그리고 언론과 정부부처는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 현상이 국제 금융계에서도 논쟁거리로 떠올랐다며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하자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였다. 지난 3월 26일 모건스탠리는“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GDP 대비 62%(333조원)에서 올 연말에는 68%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수준이지만 가계부채는 최고수준이 될 것이다”"한국의 가계신용에 거품현상에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은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IMF의 분석자료를 논거로 삼아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한국 가정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매년 13% 증가, 80년 가처분소득의 95% 수준이던 금융자산 규모가 2000년에는 232%로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는 80년 가처분소득의 36%에서 2000년에는 96%로 증가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가계의 신용상황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맞대응하였다. 이들 주장은 남한경제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성공적으로 편입하여 노동자들이 소득저하는커녕 부의 재분배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즉, 1997년 IMF이후 임금의 형태로 생산자본으로부터 얻은 물질적 혜택은 감소했을지라도 주식시장에 투자하여 금융자본으로부터 얻은 혜택에 의해 손실분이 충분히 상쇄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금융화의 진전에 따른 부의 재분배효과가 실질소득의 감소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가.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였는가. 문제는 금융소득의 양극화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전체 금융자산 수치만을 보여줌으로써 금융고소득자와 일반 서민을 구분하지 않은 평균값이 부의 편중문제를 은폐한다는 점이다. 실상 극소수 부유층들은 부동산과 주식투자로 늘린 자산을 재투자하는 등 자산불리기에 나서고 있으나, 다수 서민층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 임대료와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조사결과로 밝혀진 것만 보더라도, 무주택자의 경우 자산가격변동에 따른 수입이 97년에는 총수입의 40.9%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11.7%로 나타났으며, 임금외 소득의 경우도 97년 33만7,900원(매달)에서 2001년 6만5,700원으로 오히려 80.6%가 감소, 주식시장과 벤쳐신화의 진실은 노동대중에게 아무런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평균임금의 저하, 기업의 구조조정과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정책에 의해 다수 사람들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며, 투자자로서 역할이 실익을 가져다주기 커녕, 상위 10%의 지갑만 채워줬을 뿐, 자신에게는 노동신축화를 촉진시키고, 실직당할 권리를 강요받은 것이다.


금융 세계화와 소매 금융의 확대


남한사회가 금융세계화 경향으로 깊게 통합되어 가고있는 형국에서 금융기관들의 공격적 소매금융의 확대로 인한 가계파산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는 금융부문에 자본이 과잉되면서, 부유하는 자본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안정적인 가계대출을 투자전략으로 삼아 이자놀음을 한 결과이다.
소매금융의 확대는 경제의 구조개혁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금융권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에 돈을 빌려주면 수익률은 높지만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위험이 매우 낮은 가계대출로 경영전략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집중되었던 정부의 신용제공의 축소,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장려, 저금리정책에 따른 자산운용의 다변화 등의 시장환경변화가 낳은 결과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시적인 자본감축·인력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기업재무의 건전성과 자사의 주가를 높이는 것은 절대절명의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보다는 주식발행을 통해 내부자본을 마련하고, 자사주매입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기업금융은 자연스럽게 약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세계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거니와 금융세계화의 물결에 편입하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금융규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때 남한경제는 주가 1000포인트의 황금빛 전망을 비롯해 과거 고도성장기를 연상시키는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경제의 신용등급을 A-로 몇단계 올려놓고,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와 리먼브라더스, 모건스탠리는 기존 3%대∼5%대로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예상하여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전망은 고전적 의미에서 실물부문의 성장을 의미하지않는다. 단지 실물부문에서 기존의 생산설비와 자본의 파괴를 동반하고, 금융자본의 이해에 부합하는 기업재무와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기반으로, 금융적 팽창을 지속하는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이윤율이 보장되지 않고 위험만 가중되고 있는 실물부문의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노동자 임금을 비롯하여 연금과 보험의 형태를 취하는 사회보장기금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소매금융을 확대하여 또 다시 투기를 조장하는 노름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생계기반의 공격; 위험의 동반, 손실의 전가


정언명령처럼 주술을 외우듯, 금융의 지속적 팽창을 위해서는 자본의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고, 가능한 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자본을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 대상이 바로 노동자 대중의 생계원천인 임금과 퇴직금, 적금, 연금이다. 이러한 자본의 요구는 노골화되어, 연금체계의 재편, 의료시장으로 대표되는 사회보장기금의 민영화, 보험시장의 개방과 자유화, 복합금융기업을 향한 국내 금융권의 통합흐름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은행, 보험사, 할부금융사 등의 금융기관들은 노동자들의 수입을 투자자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많은 금융상품들을 개발하여 소매금융영업에 주력하여 틈새시장을 뚫고 펀드를 조성하여 노동대중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복권, TV홈쇼핑, 카지노, 경륜, 부동산, 경마 등 투기성 소비산업들이 노동자의 소득을 공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개인파산·가계파산은 예정된 경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젊은 사람의 경우, 축적된 개인자산이 없기 때문에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대출(카드사용)을 받는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이 늘고, 소득수준이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하락하고 있는 남한사회의 현실에서, 현재시점의 소비를 감당하고, 빚을 갚기 위해서 금융투자를 (반)강제당하는 형국인 것이다. 여기에 폭리를 취하는 카드사의 횡포와 부분별한 은행대출, 고수익을 선전하며 깡통 차게하는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까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온갖 사기극은 세상물정 모르는 저소득층에게 어떠한 혜택도 보장하지 못한다.
노년층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와 자본은 퇴직시 혜택이 주어지는 노후대비 기금에도 눈독을 들여, 퇴직금제도에 철퇴를 가하고 기업연금제를 도입하고자 이빨을 맞추어 법안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퇴직소득의 부담과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고 이를 주식시장과 연계시킴으로써 노동자의 기금을 자본의 자금으로 활용하고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자하는 것이다. 기업이 책임을 지는 퇴직기금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투자기금에 분담금을 내고 퇴직시의 주식시장 가치에 따라 보상을 받게하여, 인플레를 비롯한 주가폭락의 충격을 개별노동자에게 감내케하는 것이다. 한편, 기업연금 도입문제 뿐만 아니라 현행 건강보험의 기능을 잠식하고, 금융의 이해에 복무하는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문제 역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운운하며 다수 의료서비스에 대해 보험혜택을 제외하여, 민간보험에 의존해야만 항상적인 질병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관투자가들에게 연금기금과 보험은 그 규모에 있어서나 안정성에 있어서나 가장 탐나는 시장이기에, 조속한 시기에 자금조달의 원천으로 자유롭게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 대중의 최종적인 수입의 원천은 금융자본의 이해에 귀속되며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그리고 이는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간다.
종국적으로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노동자 민중에게 수혜를 제공하지 못한다. 미국의 엔론사태와 K마트를 통해서 또렷히 확인했듯이, 해당 노동자들은 평생 투자한 자신들의 노후연금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의 생존위기로 전가된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또한 자본의 금융화 전략은 퇴행적 성장에 따른 위기,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운동에 노동자의 생계를 맡기라고 한다. 금융의 이해에 따라 자본의 불안정성, 금융세계화에 따른 시장위험이 급증하면서 위험을 개인화하고, 노동자대중에게 떠넘기는 전략인 것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 투쟁하자


주식시장을 통해 팽창된 금융의 번영은 대부분의 가정에 어떠한 부도 가져다주지 않고 있으며, 그들이 자신의 운명을 개선할 만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가계 빚의 급증은 전체 노동대중의 삶의 수준이 크게 하락했음을 반증한다. 소득의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권의 이자놀음에 생계를 볼모 잡히고, 빚으로 빚을 갚는 비참한 현실에 놓인 것이다.
지배계급은 노동대중의 유일한 생계수입의 원천인 임금을 이중으로 착취하고, 늙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평생 쏟아부은 퇴직금과 연금, 보험을 불안정한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여 자금조달의 원천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생존의 위기 앞에서 전사회적인 기생성과 투기성을 증가시키고 막대한 부를 해외 기관투자가와 재벌에게 집중시키고 있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 반대투쟁을 조직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SO-LA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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