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30호 | 2002.04.25

부시 정부는 쿠데타를 지원했지만,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는 살아있다.

사회화와노동 편집팀
"왜 미국에서는 군사쿠데타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는가? 미국에는 미 대사관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농담이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유행했다. 이 농담은 다시 현대적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몰아낸 최근 이틀 간의 군사쿠데타가 최소한 6개월에 걸쳐 준비된 것이고, 이를 도모한 이들이 카라카스에 주재하는 미 대사관을 방문하여 지지를 구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은 이 기사를 읽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이 군사쿠데타를 도왔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우리는 얼마동안은 미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1973년 칠레에서 선거로 세워진 정권을 축출하는 데 미국이 세부적으로 어떤 관련을 맺고 있었는지 밝혀내는 의회 조사도 2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군사쿠데타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터무니없게도 그것이 결코 군사쿠데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려 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체포되었고, 군부가 빈자리를 대신했다. 이어서 선출된 국회와 대법원도 해산되었다. 군사쿠데타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시 행정부는 개입의 정도에 상관없이 실패한 쿠데타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부시행정부는 전 세계에 비열한 메시지를 명쾌하게 보냈다. "너희들은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킬 원칙이 없다"라고.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의 절망이 아니라,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있는 국가의 욕망이 테러리스트 윤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라틴아메리카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등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다른 정부들이 있다. 그들은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워싱턴이 지원한 20년 간의 경제개혁으로 지금은 전체 인구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빈민들이 있다. 이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되돌아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데타에 합류했다가 차베스지지 입장으로 선회한 세력과 결합한 국내외의 저항은 일요일의 쿠데타를 역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차베스에 대한 적개심은 계속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에서 3위를 차지하는 산유국이다. 차베스는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석유수출국기구가 정한 생산량을 굳게 고수해왔다. (쿠데타 기간에는 유가가 6.1% 떨어졌다가, 그가 대통령직에 복귀하자 3.9%나 뛰었다.) 그는 워싱턴이 내놓은 콜롬비아에서의 확전 계획을 거부했다. 또한 그는 피델 카스트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며칠동안 일어난 일 중 가장 비난받을 만한 것은 미국의 주요 일간지가 베네수엘라 군사쿠데타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는 토요일자 신문에 군사쿠데타를 뒷받침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들의 편집국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을 쉽게 저버린 것에 대하여 엄중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민주적인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거나 이것이 두려우면, 민주주의를 뒤로 한 채 쿠데타와 독재정권을 지지했던 더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는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미국 정부는 이를 그럴듯하게 부인해왔다.

1970년대, 80년대에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에서, 미국 정부가 수만명에 이르는 시민을 학살한 정부와 군부를 지지했을 때, 미국 정부는 그 학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고집해왔다. 1980년에 니카라과 정부를 몰아내려고 시도하면서도, 이 정권이 정당성이 없는 것인양 선전했다. 1991년 하이티에서,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CIA의 지원을 받는 군부 관료들이 축출한 일이 있었는데, 이 때 부시 행정부는 쿠데타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아무도 우고 차베스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미국 정부, 외교 정책 전문가와 언론은 군부가 정권을 축출한 것이 합법적인 것이라고 여긴다.

차베스는 대통령직에 복귀한 후 쿠데타로 치달은 시위를 이끌었던 국영 석유회사 노동자들을 용인하며, 회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안보 보좌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차베스에게 "법적인 절차를 존중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국 정부는 똑같은 일을 반복해도 좋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다.

2002.4.15
마크 웨이스브로트

출처: www.zmag. 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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