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32호 | 200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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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폭력과 배제에 맞서 분연히 떨쳐일어난 이주노동자

Achieve! Labor Rights!

사회화와노동 편집팀


명동성당에서 울려 퍼진 처절한 외침


4월 28일 일요일 12시 명동성당, 마침내 강제출국을 각오한 이주노동자들의 <집회결사의 자유 쟁취와 추방반대, 노동비자 쟁취를 위한 농성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왜 명동성당에서 농성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가. 지난 4월 7일 일요일, 자신들에 대한 단속과 강제추방 일변도의 한국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며 '노동비자 쟁취'를 위한 1000여명의 이주노동자의 집회가 있었다. 이 집회에서 보여주었던 예상외의 이주노동자의 엄청난 분노는 정권을 긴장시켰다. 이에 위협을 느낀 국정원과 출입국 관리소, 경찰이 합동단속반을 구성하였고, 4월 21일 일요일 종묘 집회에 참석하려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전원 체포 강제추방'이라는 극단적인 협박과 탄압을 가해왔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야 할 종묘 집회는 사실상 무산되었으며, 이에 격분한 내국인 노동자와 학생들만이 모여 이주노동자의 집회 결사의 자유마저 유린하는 정부의 강경 탄압을 규탄하며 집회를 가졌다. 이어 전교조 회의실에서 경인지역 이주노동자 대표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각 국의 이주노동자 대표들은 자신들이 입마저 막아버리는 한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며, 작업장에서의 자신의 처절한 현실을 여실히 폭로하였다. 또한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는 '이주노동자의 합법화 쟁취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그 선언의 결행이 바로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농성투쟁인 것이다.


자진신고제는 오히려 극한적 투쟁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우리에게 '노동비자' 줘라! △1년 안에 쫓아내기 위한 '자진신고' 반대한다! △우리를 집에 보내려는 단속추방 하지 마라! △노동 3권 꼭 줘라! △집회하고 함께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권리 빼앗지 마라! △우리 월급 꼭 줘라! 우리도 사람이다, 때리지 마라! 휴일 줘라! 퇴직금 줘라! △한국에서 적어도 5년 살게 해 달라!
목숨을 건 농성투쟁과는 대조적으로 그들의 요구는 참으로 소박하기 그지없다. '월급을 꼭 달라', '때리지 마라', '강제 추방하지 말고 한국에서 일하면서 살게 해 달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5일제와 같은 요구사항들은 이들에게 너무나 먼(?) 일처럼 보인다. 기본적인 노동 기본권이라도 보장해 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처절하기만 하다. 살인적인 주 6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 턱없이 낮은 임금, 시도 때도 없이 가해지는 관리자의 폭행, 산재 위협, 언제 해고될지 모를 고용불안, 강제추방의 공포,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비참한 현실. 95년 명동성당에서 12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쇠사슬을 묶고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세상에 폭로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자본과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부려먹지만, 노동자의 최소생존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극구 부담하려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값싼 이주노동력을 마음껏 착취하려는 자본의 요구에 부합시키려는 목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통제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농성투쟁의 발화점이 되었던 정부의 3월 12일 '불법체류 종합방지 대책' 역시 이러한 비용전가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의 맥락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정부는 월드컵이 시작 전인 5월 25일까지 '불법체류자 자신신고 기간'을 두고, 자진신고 하는 미등록 노동자 및 고용주에게 체벌 면제, 최장 1년의 출국 준비 기간을 주겠다고 하였다. 과연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진신고 시 최장 1년의 출국 준비 기간을 주겠다는 것은 1년 이후 언제든 추방하고 싶을 때 추방하겠다는 '추방대기표'와 같은 것이다. 또한 1년 동안 봐 줄 테니 출국준비만을 위해 지정된 공간에서 이탈하지 말고 묵묵히 일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1년 뒤 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자진신고자들이 임금체불의 위협 속에 놓이게 될 것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결국 지금 당장 강제출국 당하나, 1년 동안 임금체불의 고통 속에 일만 하다가 강제출국 당하나 매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기에 이러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기만적인 자진 등록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것이며,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완전한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며 강제출국을 각오한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자진신고 이후 고용주는 불법체류 미등록 노동자가 출국 전까지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임금지급, 산재 보상 등을 고의로 미룰 수 있는 여지를 가질 것이며,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탈 시에 사용자에게 가중되는 벌금이 무서워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 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고, "출입국 관리소 역시 확보된 이주노동자의 신상을 가지고 보다 용이한 단속 추방을 강행 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자진신고 시행은 이주 노동자에게 '추방대기표'를 나누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의 지진신고제를 필두로 한 선전포고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삶의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자진신고제와 고용허가제의 본질


10여일 전 신문에 '불법체류자 2만명 자수'라는 타이틀로 자진신고제의 현황을 소개한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실제 자진신고를 하려는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일년 뒤 근무하던 사업장에서 다시 도망가면 되겠지 라는 심산으로 등록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고를 하려는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에 출국계획을 증명하기 위해 비행기표를 사느라, 여행사만 대박 터졌다고 하는데,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행기표는 신고 시 제출서류에 첨부되고 다시 환불된다. 그리고 여행사는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몇 십만 명이 부담할 수수료를 챙기는 대박이라니, 참담한 이주노동자들을 또 한번 울궈 먹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들을 외면한 채 시혜적·타협적 허상에 사로잡혀, '자진신고 불가피', '합법화의 단계로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고용허가제 승인' 등등의 논리를 가지고 자진신고를 인정하는 흐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자진신고 자체가 신고된 사업장에서 이탈 할 수 없도록 하는 사슬이며, 노동 3권은커녕 부당 해고되더라도 14일 내에 출국해야만 하는 고용허가제는 기존의 반인권적인 산업연수제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사회단체들이 이러한 본질을 망각한 채 자진신고제와 고용허가제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등록을 선동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말대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안정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문제의 본질은 이주노동자들이 동일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노동의 자주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데 있다. 실제 각종 불합리한 조건에 의해 제약받는 고용허가제의 본질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주는 칼자루를 사장 자신이 쥐게 되고', '고용중지나 고용기간 연장을 이유로 쟁의도 할 수 없도록' 정부가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주가 일방적으로 해고(고용중지)를 하여도 '14일 이내에 고용중지 당한 자는 출국'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의해, 불법해고라 하여 법적으로 어떠한 저촉도 받지 않게 된다. 마음에 안 들거나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안정된 고용의 탄력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이 착한 자본이 되어 주길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망상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현 시기 벌어지고 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양상이 개별 자본만의 전략이 아닌 총체적인 자본의 양상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하기에 이주노동자 문제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속 좁은 자국민 중심주의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며, 영세기업 '악덕'사업주의 이기심만으로 한정지어도 안 되는 것이다. '추방명령 1년 유예'를 주는 대신 너희의 노동력을 철저히 저당 잡겠다 라는 것, 이것의 본질은 고용과 해고가 용이하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는 합법적 불안정노동자를 대량 양산하겠다 라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폭력이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전략과 맥을 함께 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자본의 폭력과 분할, 배제 전략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단결을 향하여


'선진 월드컵'을 빙자한 수많은 억압이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정권과 자본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배제와 착취를 더욱 집중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권리의 박탈을 영구히 하고 있다. 이는 불안정노동에 대한 철저한 착취 양상의 일면이다. 112주년 메이데이를 불안정노동 철폐의 날로 만들자 라는 기치로 투쟁의 포문을 연 2002년 5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과 주5일제를 둘러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야합기도는 아주 극명히 대비된다.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정언명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요, 지배이데올로기에 찌든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또렷이 보고 있다.
분할과 배제의 채찍을 꺾어 버리는 것, 그것은 자본이 그어놓은 인종적·성적·계급적 차별과 배제의 함정 속으로 자신의 발을 담그는 의도 섞인 순진함(?)을 미련 없이 떨쳐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노동자 계급의 분열과 무기력을 이겨내고 새로운 단결을 향해 나아갈 승리의 길인 것이다. 핏빛 오월, 이주노동자들이 새로운 단결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자로서 노동기본권 보장을 전면에 요구하며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공동투쟁에' 함께 나서고 있다. 이들의 당당한 투쟁과 연대의 정신에서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단결을 향한 노동의 희망을 발견한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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