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33호 | 200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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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비리정권, 대국민 사기극의 대단원은?

DJ탈당과 민주당 정계개편론에 대하여

사회화와노동편집팀



김대중의 민주당 탈당, 그의 초라한 뒷모습


5월 6일,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탈당계를 제출하였다. 전두환부터 시작하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마치 관례처럼 임기말년에 소속당을 떠난다. 이번 김대중의 탈당 역시 그 정치적 효과와 의도는 과거 그들의 탈당사유와 유사하다. 매시기마다 차이는 있었으나, 그것의 진의는 뻔하였다. 집권당의 차기 대권후보들과의 마찰과 충돌로 인한 것이었든, 또는 임기말 권력누수로 인한 각종 부패비리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든 간에 말이다. 공통된 진의는 대통령으로서 소속당의 재집권을 목적하여 자신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 선택이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탈당을 앞두고 그의 세 아들과 부인 이희호씨 까지 언급되고 있는 부패비리 의혹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임기 말 국정에 최선을 다하고 지자체와 대선 속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연일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대통령 일가에 대한 비리의혹 속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노무현의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민주당 내부의 압박감이 일차적으로 작용하였다. 핵심적으로는 영남과 호남을 통합하여 지역정치의 폐해를 없애고, 진정한 "지역통합정치"의 새 장을 열어제치겠다는 노무현의 야심찬 정계개편론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김대중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작년 11월 8일, 민주당 내부가 분란에 휩싸여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능력함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당총재직 사퇴로서 타개해나갔던 것을 떠올릴 때, 연속선상에서 DJ의 탈당은 금융비리의 폭발에 따라 집권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표현인 것이다. 이렇듯 그의 탈당은 지극히도 정치적인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물이 힘없이 몰락하는 모습처럼 그의 초라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반민중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이 피해갈 수 없는 타락과 몰락을 상징하고 있기에.


집권 5년, 잔치는 끝났다


97년 한보와 기아사태를 시작으로 남한자본 최악의 공황과 총체적 사회혼란 속에서 한국사회 재벌지배구조의 개혁을 주창하고, 스스로를 사회 전반의 민주적 개혁의 선구자를 자임한 김대중 정권이 있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개혁추진"이라는 명분으로 철저한 신자유주의 정책방향에 입각하여 구축된 개혁헤게모니는 그의 주요한 존립지반이었다. 그의 '개혁 헤게모니'가 형성 가능했던 배경은 위기에 처한 남한 자본주의 체제가 반주변부 국가의 '종속적인 수출지향형 발전주의'에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종속적 편입'이라는 자태변환의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 '극적인 요소'가 있었을 뿐이다. 개혁으로 위장한 4대부문 구조조정과 가차없는 정리해고의 대가로 한국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종속적으로 편입하는 전략에 일단 성공. 금융 팽창으로의 국면 전환은 실로 신자유주의적 통치를 가능케하는 토대를 이루었다. 현재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의 완비와 함께 노동의 신축성을 위한 근로자 파견제의 완전정착, 노동시간 단축과 일상적 해고-비정규직의 확대 등을 기조로 한 노동법 개악의 완성이 그것이다. 이로서 초민족적 자본에게 바칠 충성서약은 완성된 셈이다. 이러한 개혁 정책의 기조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쟁을 고립시키면서 정권의 폭력적 탄압을 정당화시켜왔다. 이렇듯 경제위기와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이 아닌 계속된 은폐와 미봉책으로 일관해온 집권민주당은 만성적인 경제위기에 따라 가속화되는 민심의 이반을 스스로 인정하기라도 하는 듯이, 대선을 앞두고 서둘러 "김대중 =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DJ체제는 민간민선체제이긴 하지만 의회주의를 정착시킬 토대가 없었다.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수구 보수세력인 JP와의 공조에 목매달 수 밖에 없었으며, 스스로 표방하는 진보의 표상과 상당히 모순되게 비이회창 보수파를 끌어안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즉, DJ정권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권력이었기에 한나라당과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노사정위와 시민운동 등 비공식라인(입법부와 행정부도 아닌)을 구성한것이다. 이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일층 세련되게 관리하였고, 파탄난 민중의 삶의 위기를 은폐해왔다. 그러나 금융세계화로의 종속화 과정에서 반주변부국가가 필연적으로 체제내화 해야하는 항시적인 경제위기의 불안정성은 그의 통치전략의 취약성과 무능함을 부각시키고 말았다.
결국, 한국사회 신자유주의 정치개혁은 자신의 불안정한 토대와 보수정치의 이합집산, 금융화에 따른 필연적인 부패비리의 정·경유착으로 인해 그 지배력을 상실하였으며 결국 김대중은 스스로 몰락하고있다. DJ의 친인척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정치역정을 함께해온 패거리들(동교동계), 청와대비서실- 검찰-국정원-경찰청-국방부-문화관광부-아태재단까지 연루된 대국민 범죄극이야말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해 짓밟힌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그리고 보수정쟁으로 점철된 식물국회에 대한 민중의 불신을 다시 한번 확인 사살하는 배신행각이다.


끝나지 않는 연극, 제 2막의 시작과 노무현


그러나 DJ의 몰락으로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개혁의 악몽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안착화와 그 악순환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신자유주의 정책이란 어떤 '진보적이며 개혁적 분파'에 의해 선택 혹은 버려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2002년 부르주아 권력재편의 시기와 맞물려, 부르주아들은 또다시 새로운 주인공과 정치지형을 원하고 있다. 마치 대통령 선거와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민주당 경선으로 정치개혁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노무현 열풍이 그것이다.
김대중의 민주당 탈당과 양당 후보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가시화하면서, 사실 그들의 게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 6·13지방선거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6·13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연합을 통해 정계개편 구상을 실질화하여 영호남의 새로운 지역통합정치를 창출하겠다"고 공헌하고 있다.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는 영·호남의 대표지역에서 승리하여 지역통합정치의 기반을 세우고, 이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이다. 즉 노무현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개혁주의·진보주의를 중심으로 87년 민주화투쟁 울궈먹고 타락한 386세대를 결집시킨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노무현의 '통합과 화합의 개혁 이미지'란 김대중의 초반 스스로 '민주투사'임을 자칭한 것처럼, 개인사 속에 적힌 에피소드에 기대어 표심을 잡으려는 허구적 이미지에 불과하다. 단적으로 말해, 금융화 국면이 낳은 지역적 불균형이 심화된 오늘날, 지역화합이란 신기루일 뿐이다. 실상 IMF이후 금융 팽창의 수혜를 입은 계층은 수도권 중심의 일부집단에 불과하며, 어느 누구도 지역경제(제조업)의 파탄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적임자로 거듭난 노무현 대선후보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이다. 그가 사기치듯이 토호(지역기반을 가지고 있는 정치꾼)들과 야합하는 것이 지역화합의 정치란 말인가. 더구나 지금 노무현은 영남권 장악을 위해 한국사회 경제와 민생을 파탄낸 장본인이요, 금융부패비리의 주범이었던 김영삼 전직대통령과 야합하는 어이없는 행보를 취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민주·개혁연대'가 전략지역으로 삼고 있는 부산 지역 시장후보선출에 있어서도 김영삼의 계속되는 침묵앞에 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것이 그의 지역화합정치의 실체이다. 자민련과의 공조유지를 위해 충청권 광역단체장 후보인선문제에서 불거지는 혼선들이나, 노풍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아예 후보조차 물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그에게 무슨 희망을 걸 수 있단 말인가. 그가 말하는 '민주개혁세력'(?)의 결집이란 정치 사상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주의로부터 구축된 제세력을 불러모은다는 말에 다른 표현인 것이다. 결국 지역주의 정치에 의존해 지역주의를 해소한다는 모순. 노무현 열풍이 우리에게 해명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렇듯, 2002년 부르주아 정치의 大권력 재편의 시기, '지루하고도 잔혹한 연극'은 이제 다음 막을 성급하게 준비하고 있다. 집권을 위한 아귀다툼과 정치적 이합집산의 연장선 상에 있는 부르주아 정치의 '지루함'. 그리고 앞으로 더더욱 가속화될 민중수탈과 생존권 압살이라는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의 '잔혹함'과 더불어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관리하는 민중배제정치인 그들만의 '연극'을 계속지켜봐야 할 것인가.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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