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36호 | 2002.05.31
첨부파일
social136.hwp

민중들의 열정(?) 한국에서의 월드컵

사회화와노동 편집팀
바야흐로 월드컵 정국이다. 96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결정이 있은 후 6년만이다. 그 동안한국은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수 조원씩이나 들여 준공하였으며, 관광객특수에 기대토록 많은 관광지와 숙박지를 재 정돈하고 새로 지었다. 언론과 정부기관은 월드컵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며 시민들에게 월드컵 관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해대고, 약간의 잡음은 존재하지만 야당은 국민염원인 월드컵성공 개최를 위한다는 구실로 정쟁을 중단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당신도 붉은 옷을 입으십시오


붉은 악마=한국인, 한국 축구팀 응원=애국자라는 등식이 전제된 '당신도 붉은 옷을 입으십시오'라는 축구팬의 열정적인 호소는 현재 월드컵에 대한 국민 일반의 정서를 대변한다.
그러나 "우리가 축구장에서 응원에 열중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즐기자는 것이지, 축구를 통해 애국심을 과시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붉은 악마의 지적처럼 어쩌면 현재 많은 사람들이 한국보다는 한국축구대표팀을 사랑한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부르주아 정치인과 상업자본에 의해 스포츠 정신이 더럽혀질 것을 우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최소한 정치적 도구로 월드컵이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잠시 접어도 좋다. 마찬가지로 월드컵 붐이 일어도 정작 축구 그 자체에는 여전히 무관심한 국민들의 '냄비 정서'를 우려하는 그들의 축구 사랑으로부터 우리는 최소한의 진정성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여기에 놀라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순수한 축구 사랑=비정치적인 것이라는 그들의 전제는 월드컵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는 부르주아들과 월드컵을 "정치적 볼모"(?)로 활용하는 민중들의 투쟁을 '축구 사랑'이라는 똑같은 용광로에 용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국민이라면 모든 사람이 ―'축구'에 대한 기호 여부와는 무관하게― 축구를 사랑해야 할 것만 같은 주술을 걸듯이 말이다. 전시동원체제를 방불케 하는 집단적 최면은 원시적 호전성의 현대적 형상을 띤 축구에 대한 남성적 열광,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상징적 폭력으로 드러난다. 이는 월드컵이 결과적으로 여성(여성 월드컵?)과 장애인(장애인 올림픽?),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이라는 '인간 이하의 인간'에 대한 정치적 배제로 드러났는지를 우리에게 잘 설명해 준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 국가홍보, 국민화합


지난해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파급 효과가 11조70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하였으며, 이에 고무된 정부(문화관광부)는 생산유발효과가 11조 6천억 원,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5조 4천억 원, 고용창출효과 36만 명이라고 발표하였다. 뿐만 아니다. 정부에서는 월드컵 개막식을 전후로 역대 월드컵 개최지 국가의 주가가 폭등세(초 민족적 금융그룹 HSBC발표)를 보였다고 인용하면서 월드컵이 이 나라 경제까지 구출할 것처럼 민중들을 현혹하려 들고 있다. 그들은 평화롭고 깨끗한 이미지의 한국을 보여주려고 살인적인 노점상 철거와 이주노동자를 단속 추방시키고 있다. 겉으로 '안정되고 질서 있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민중들의 생존권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방 자치단체들은 노점상들에 대한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고 심지어 월드컵 경기장 1천 미터, 선수단숙소 및 보조경기장 6백 미터 이내를 특별치안구역으로 설정, 1인 시위를 비롯한 모든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25일 입국한 미국선수단과 기자들에 대한 테러가능성을 우려한 듯, 무장헬기와 장갑차를 동원하였으며 시내에 다른 차량들을 통행시키지 않는 모습은 분명 또 하나의 전쟁을 하고 있는 월드컵의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결사와 집회의 자유마저 봉쇄하는 민중기본권 유린과 민중 탄압 속에서 국민의 화합이란 말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월드컵을 통해 지역갈등이나 계층 간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정몽준 월드컵공동조직위원장의 발언은 본말이 전도된 억측일 뿐이다.


월드컵 빙자한 민중탄압, 민주압살에 대한 중단없는 반대투쟁을 조직하자


김대중 정권은 월드컵을 빌미로 국민대단합과 '평화선언'을 주장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에 대한 강력한 물리적-이데올로기적 탄압을 병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월드컵을 볼모로 한 계급 이기주의'로 매도하며 지난 5월 20일 경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무파업을 강요한 것을 비롯, 겉으로는 월드컵 노사평화선언 운동을 펼치면서 뒤로는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노동탄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김대중 정권 집권 기간 동안 구속된 노동자의 숫자가 751명에 달하고, 현재 1384명이 경찰에 소환될 처지에 있고, 1천억이 넘는 가압류를 메우느라 월급 대부분을 떼이고 있다. 특히 발전노조의 경우, 파업을 이유로 348명 해고 및 894명 고소고발 그리고 4천여 명에게 211억의 가압류를 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노점상, 철거민 등 빈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단속, 철거 역시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 역시 월드컵 시기를 틈탄 불법체류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3월 25일부터 5월 25일까지 자진신고제라는 기만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 정부는 월드컵, 아시아게임등 대규모 국제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불법체류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을 감행했으며, 이주노동자들이 노동비자를 요구하는 집회를 요구하는 개최하자 국정원, 경찰, 출입국관리소 등 각종 공안 기관을 동원해 전면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와 16강 진출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와 정치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광화문, 대학로등 거대 도로들의 차량을 통제하여 월드컵분위기를 어떻게든 띄워 보려는 정부와 언론의 포장된 월드컵을 거부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뿐만 아니라 지식인들까지 나서서 민중들을 월드컵 거품에 가두는 온갖 조작. 대중들의 정치적 불만, 저항을 흡수하여 민중들을 기만하는 그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반대해야한다.
월드컵을 빙자해서 진행되는 민중탄압, 민중배제에 맞서 지속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빈민, 장애, 이주, 해고, 비정규, 산재, 발전, 공무원노동자의 투쟁과 단결하여 전진하는 것이 민중의 길이다. SO-LA
주제어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