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44호 | 2002.07.25
첨부파일
social144.hwp

한일투자협정 국회비준을 반대한다!

국회상임위 통과를 앞두고

편집부


IMF 위기가 한창이던 98년말에 제안되고, 김대중대통령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연초에 서명한 한일투자협정이 국회비준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 한다. 그야말로 막바지 국면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한일투자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의 한일투자협정 반대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투자협정의 본질: 국민경제의 금융화, 투기화를 조장


한일투자협정을 포함한 오늘날 대부분의 투자협정은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투자와 자본이동의 완전한 자유화,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보장, 이행의무부과의 금지 및 수용(收用)의 엄격한 제한, 투자자의 국가에 대한 제소권 부여 및 국제분쟁해결절차 보장 등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요컨대 증권투자(주식투자, 채권투자)를 포함한 모든 투자와 자본이동 완전한 자유화와 소유권의 철저한 보장을 통한 외국인투자의 촉진이 그 목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의 투자 또는 자본의 성격부터 얘기해 보도록 하자.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진 70년대 중반 이후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본의 대부분은 금융투기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95년 이후 한국에서의 외국인투자 중 무역신용 등 '기타투자'를 제외한다면, 직접투자가 30%, 증권투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투자가 단기투기이득을 목표로 할뿐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직접투자의 대부분도 인수합병, 일부 지분투자 등 금융투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2002년 1월 11일)에 의하면 작년 3000여건의 직접투자 중에 공장을 실제로 짓고 고용을 늘린 투자(그린필드 투자)는 단 한 건이었고, 기존 외국자본이 증자를 하여 시설투자와 고용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투자('준그린필드 투자')까지 포함해도 전체 직접투자의 10%를 넘지 않는다. 이것이 정부가 자랑해마지 않은 외국인투자 유치의 실상이다. 오늘날 투자의 대부분은 단기투기이득을 목표로 하는 금융투기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이런 현상이 곧 없어질 현상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윤율저하-과잉생산으로 표현되는 세계자본주의의 일반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고, 그런 한에서 세계적으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금융투기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초민족적 자본의 금융투기활동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단적으로 주식형태의 외국자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이엠에프 위기 직전 증권거래소 상장주식의 19%(시가기준) 정도를 점하던 외국자본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량 기업과 포항제철 한국전력 등 공기업 주식을 사모아 그 비중이 작년 말 현재 36%를 넘어섰다. 금액으로 치면 2-300억불에서 1000억불이 넘었다. 한일투자협정의 체결로 소유권이 철저하게 보장되고, 일부업종(전기통신업, 항공운송업 등)의 투자제한이 완화될 길이 열려서 일본계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활동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금융투기 활성화의 시발은 아이엠에프와의 구조조정협약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투자협정 체결은 이들의 활동을 더욱 고무시킬 것이다. 정부관리들은 단기투기자본의 준동이 문제는 되지만 이것이 한일투자협정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한일투자협정 반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단기투기자본의 준동이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이를 더욱 촉진할 한일투자협정체결을 유보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엠에프와의 구조조정협약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다시 뜯어 고쳐나가야 하지 않는가.

현재 이윤율저하-과잉생산 상황에서 금융투기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초민족적 자본은 그 민첩한 이동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주주행동주의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기업의 항상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이윤증대와 주식가치증대를 꾀한다. 전반적인 생산성상승보다는 임금억제,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화 등 착취율 증대를 통해서. 그러나 이러한 철저한 이윤원리 금융원리에 입각한 경영으로 노동권 생존권은 희생되고, 사회전체 차원에서는 성장이 저하된다. 초민족적 금융자본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세계적으로 성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의 활동은 98년-2000년 사이의 세계적인 증시팽창에서와 같은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것의 붕괴는 각국의 국민경제 전체에 커다란 위기를 가져온다. 특별히 반주변-주변부에서는 급격한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거품형성과 뒤이은 붕괴, 그리고 이에 따른 외환/외채위기로 해당 민족경제 전체를 파산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현재의 아르헨티나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한일투자협정에 삽입된 외환위기 등의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일시적 송금제한조치(일시적인 세이프가드) 조항은 사후약방문이기 십상이다.


투자협정이 담고 있는 내용과 그 파괴적 효과


문제를 구체화시켜보자. 투자협정의 소유권보장 조항들은 초민족적 자본의 무한대의 자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협정은 생산물의 일정 수준의 수출의무, 일정수준의 내국산 자재 사용 의무, 기술이전 의무, 연구 개발 의무, 일정 수준의 내국인 고용의무 등 사회경제정책상 필요에 의한 이러저러한 의무를 국가가 투자자에게 강제하는 것을 금지한다('이행의무부과 금지'). 그리고 투자자 자산의 수용은 공공적 목적하에 내외자본 차별없이, 시장가격에 의한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하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된다. 정부의 이행의무부과조치나 규정에 어긋나는 수용으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외국인투자자는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하여 제소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투자협정은 국제적인 분쟁 해결절차를 보장해 주고 있다. 이런 일련의 투자협정 내용들은 자본의 소유권에 대해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만약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고자 하는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자본에 대한 제한이나 통제를 시도할 경우 이는 투자협정에 보장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이 정부가 투자협정에 보장된 소유권 보장을 준수하고자 할 경우 노동자 민중의 이익과 민주주의가 희생될 것이고, 만약 소유권 침해를 무릅쓴다면 이는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협정이 '초민족적 자본의 권리장전'이라는 의미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 초민족적 금융자본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마음껏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투기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한일투자협정에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음은 물론이고 한일투자협정 체결이 완료된다면 이제껏 대한(對韓) 투자를 일정하게 자제하고 있는 일본계 초민족적 자본의 준동이 시작되어 한국에 또 한번의 외환/외채위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일투자협정상의 노동관련 내용이다. 한일투자협정 전문에 들어간다는 '노사간의 협력적 관계의 중요성'이라는 구절이 문제인데 한국정부는 '일본자본의 대한 투자의 최대 걸림돌은 노동문제다'라는 일본정부의 주장에 굴복하여 국내 노동법에 의한 노동문제 해결(노동문제의 '내국민 대우') 수준을 벗어나 이 문구를 결국 투자협정 전문에 삽입하였다. 언뜻 보기에 매우 온건해 보이는 이 구절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서울 재팬 클럽(국내에 진출한 일본 자본가 협회)이 투자협정 체결과정에서 우리정부에 요구한 사항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협회는 한국 정부에게 '불합리한 각종수당과 임금에 대한 인상 요구 시정', '파업시 급여 지급 등의 시정', '미 사용 휴가(연월차 휴가)의 임금으로의 지급 금지', '노조 전임자 감축', '공장 점거 등의 위법 행위의 엄정한 조치' 등을 요구하였다. 노동문제의 '내국민대우' 수준을 넘는 이 구절은 일본계투자기업에서의 '특별한' 노동대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미 국무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양국간 투자협정을 80년대 이후 경제위기국(중남미 제국, 소동구해체 이후 탄생한 국가들)에서부터 체결해 나가고 있으며 2000년 현재 체결에 서명한 양국간 투자협정이 45개, 비준을 거쳐 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투자협정이 약 30개에 이른다. 투자협정의 성격, 즉 경제위기를 당한 국가의 경제와 노동자 민중을 '착취'하자는 것은 여기에서도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운크타드자료에 의하면 선진제국간에 맺어진 투자협정은 미국과 '잘사는 식민지'인 캐나다 사이의 북미자유무역협정 안의 투자협정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미국은 이러한 양국간 투자협정체결과 함께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차원에서의 지역내 투자협정을 추진하고, 90년대 후반에 좌절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의 MAI(다자간투자협정)의 재시도와 최종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의 투자협정 체결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마무리되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초민족적 자본의 전세계적 착취의 권리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로서는 여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한국경제의 미 일 경제에의 종속을 고려한다면 한국에서는 한일 한미 투자협정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 한미 투자협정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일투자협정 국회비준 반대! 금융의 투기활동 통제!


마지막으로 한일투자협정은 위와 같은 경제 노동문제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에 이은 한미투자협정,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은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대미 대일 종속이 심화될 것이다. 계속되는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도발 발언과 한국에의 무기 강매 및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요구, 그리고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신가이드라인 및 미사일방어체계 참여를 통한 군사대국화 시도 등은 한국의 대미 대일 종속의 정치 군사적 표현이며 이런 군사주의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일투자협정은 대일종속 심화, 노동권의 훼손, 한국경제의 불안정을 야기하면서 일본계 초민족적 자본의 투자/투기활동과 소유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초민족적 금융자본 주도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환일 뿐인 한일투자협정의 국회비준을 반대한다. 나아가 외환거래에 과세를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하여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활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SO-LA
주제어
경제 국제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