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6호 | 1999.11.23

자료 읽기 - 칠레 국민연금 민영화와 그 이후

편집팀
1998년, 공공연맹 정책자료 “대안은 있다. - 민영화에 맞선 세계노동자들의 투쟁”에 실린 글에서 발췌요약했음.

1. 칠레 국민연금 제도의 역사

가. 개요

칠레의 연금제도는 개별적으로 노후대비 저축을 하도록 강제하는 강제저축제도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여러 개의 민간 보험회사인 연금재정관리회사(AFP)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하여 각자 자기 연금 구좌를 갖고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익률도 회사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결국 수입이 같아도 어느 회사를 선택하느냐에 개개인마다 받는 연금액이 달라진다. 즉, 모든 국민들의 연대에 의존하는 공적 연금제도가 개인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개별적 저축으로 바뀐 것이다.

나. 칠레 국민연금제도 형성의 역사

칠레의 국민연금제도도 처음부터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1924년 우리 나라보다 약 60여년이나 앞서서 연금을 도입한 이후로 약 18개의 관리공단이 난립하여 비효율이 심하였고 기여액에 비해 급여액이 지나치게 후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재정문제가 심각해졌다. 1973년 쿠데타로 들어선 피노체트 군부독재 정권은 퇴직하는 나이를 남성은 65세, 여성은 60세로 상향조정하였고 최저연금을 도입하는 등 부분적인 개혁을 진행시켰으나 불황으로 인해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국민연금 기여자가 줄어듦에 따라 1981년 연금 보험료율은 전액 노동자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26%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군부정권은 1981년 5월부터 강제 가입, 민간 운영의 신연금법을 도입하였다. 이에 공적 연금을 없애고 새로 고용되는 노동자들은 모두 개인연금저축 구좌를 의무적으로 갖도록 하고 이미 공적 연금에 들어있는 사람은 민영연금으로 옮길 수도 있고 옮기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그러나 공적 연금에서 조기퇴직제를 폐지하고 퇴직 연령을 높이는 등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공적연금체계에 남도록 하는 유인은 거의 없었다. 결국 신연금법을 시행한 후 8개월만에 노동자의 80%가 민영 연금으로 전환하였다.
한편 연금기금 관리기관(AFP)들은 그 내에서 또 경쟁을 통해 망하거나 서로 통합되기도 한다. 81년에는 12개의 AFP가 있었으나 94년에는 21개로 늘어났다. 1996년 7월에는 다시 15개로 줄었다.
칠레의 연금 가입자는 총 500만명이 달하며 이는 칠레 노동력의 95%를 포괄한다고 하지만 이는 다소 과장된 것이다. 이들 중 57%만이 보험료를 내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 중 10%가 연금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지만 가입자들 중 40%만이 지금 보험료를 내고 있다.

2. 칠레 국민연금 민영화가 가져온 재앙

칠레 국민연금 민영화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의료서비스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었고, 현재 사회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좀더 세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낮은 보험료 납부율과 불평등의 심화

칠레 저소득층 중 44-45%만이 보험료를 내고 있다. 결국에는 현재 저축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을 경우 가난할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이 오히려 연금혜택을 아예 받지 못하거나, 연금을 받더라도 최저연금 수준이 매우 낮은 것이다. 보험료를 내고 있지 못하여 이후 연금을 받을 권리를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기 변동에 가장 취약한 노동계층인 임시, 일용직 노동자,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퇴직하는 시점에서 적립금이 법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금액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는 국가가 평균임금의 22-25%를 보장하는 최저 노령 연금을 보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20년 이상을 일했을 경우에만 해당되며, 그나마 최저급여액 수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어 있다. 결국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불평등한 낮은 임금,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장 체계에서도 가장 먼저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나. 연금급여액 변동의 불확실성 증폭

둘째, 물가 및 이자율의 변화에 따라 연금급여액 수준이 민감하게 변동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AFP인 금융자본의 불안정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적인 실업률 급등으로 인한 안정적인 연금 기여액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재정적 곤란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 경우 AFP 재정을 별도로 관리한다는 규정이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다. 운영비의 문제

운영비 문제가 심각하다. 서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전하는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런 판매, 홍보비용은 가입자들의 임금을 모두 합친 액수의 0.5%, 관리비는 모아들인 보험료 총액의 7-8%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공적 연금체계의 운영비와 비교해볼 문제다.

3. 결론

국민연금 민영화로 총저축액을 늘리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저소득층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은 칠레의 총저축액 증가가 실제로는 주요 수출품인 구리 가격인상, 군사정권의 강력한 고용 및 임금안정 정책 등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로 볼 때, 별로 설득력이 없다. 또한 칠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낮다. 특히 1995년의 수익률은 -2.5%. 민간에서 기금운용을 한다고 해서 항상 수익률이 극대화되는 것이아님을 명확히보여준다.
민영화 이전 칠레의 국민연금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민영화는 사회복지제도가 더 이상 사회복지제도가 아니도록 만든다. 칠레 사회의 기층민들을 사회적 보호시스템에서조차 배제시켜내는 현재의 결과가 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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