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하라!
-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입장 -북한이 오늘(12일)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은 오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3차 지하 핵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며, 핵실험 진행 여부를 공식 확인했다.
거듭되는 북한의 핵실험은 그동안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군무력의 철수, 주한미군 철수, 남북의 무력 감축, 한반도 평화보장체제 구축 등을 요구했으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적대정책을 유지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에 이어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협상을 거부한 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했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활용해 북한의 경제적 취약성을 공격하는 대북 제재 강화는 핵무기를 매개로 열세를 극복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부채질했다. 더불어 핵무기 보유국의 핵군축을 강제하지 못하는 핵비확산조약(NPT)은 결국 핵무기 보유국, 특히 미국의 핵능력 우위를 보장하는 체제로 기능하면서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가속화시켰다. 세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으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흐름은 미국을 위시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 NPT 체제의 총체적 실패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북한은 세 번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공개적 핵무장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예전 북한은 핵무기가 최소한의 자위적 수단이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지난달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면서 ‘추가적인 장거리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있을 경우 북한에 대해 중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는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과 군사적 대결 국면을 초래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은 북핵 위협을 군사력 증강과 대북 강경 대응에 대한 알리바이로 삼는다. 때문에 핵무장을 통해 세력균형을 이루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그 자체로도 성공하기 어려우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
정부는 이번 핵실험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군사적 행동을 제어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협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북한의 폭력적 대응에 대한 알리바이로 작용해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번 핵실험이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혀,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았다. 대북 강경 대응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도, 날로 높아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지도 못했다는 점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을 한국의 군사력 증강의 알리바이로 삼거나,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오늘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확충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한반도를 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력 경쟁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김장수 국방안보실장 내정자는 오늘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예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당선되자마자 예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복지문제,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한 대선 공약을 내팽개치려 하는 것처럼, 차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용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민중들의 요구를 묵살하려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평화운동 진영은 모든 핵에 반대하는 반핵의 입장을 굳건하게 견지한 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옹호는 결국 핵문제에 대한 혼란과 무감각을 조장해 한국의 핵무장 주장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없게 만든다. 핵무기는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전쟁 유발 요인이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왔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관점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분명하게 반대하며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3년 2월 12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