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삼각군사동맹 해체를 위한 평화운동에 나서자!
미국과 일본이 지난 27일 뉴욕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에서 방위협력지침(이하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에 합의하였다. 1997년 개정 이후, 18년 만에 재개정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기간 동안 정상회담, 미의회 연설 등을 통해 미일동맹 강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한국의 주요 언론은 ‘신밀월’이라는 표현으로 경계를 드러내고, 한국정부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충성심 경쟁과 군비증강이야말로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의 위험성을 말해준다.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지침(미일 가이드라인)과 평화헌법
최초의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지침」은 1978년 11월 27일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정식 결정된다. 주된 내용은 ▲ 침략 방지를 위한 체제 ▲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 대처행동 ▲ 일본 외 극동지역의 사태로서 일본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미일 협력으로 구성되었다. 일본 자위대에게 미군과 공동작전을 연구·추진할 길이 열린 것이다. 당시에는 소련의 함대를 해상자위대가 봉쇄하고, ‘극동에서의 우발성’에 대처하기 위한 전쟁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양국의 공동훈련과 공동연습도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항공자위대와 미 공군, 육상자위대 역시 미군과의 공동훈련에 돌입한다.
이는 평화헌법 해석개헌(헌법의 재해석)의 연장선으로 가능했다. 1946년 수립된 일본 헌법 9조에는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법적인 자위대 보유,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통한 주일미군 주둔으로 양립 불가능한 상황이 공존해왔다. 더욱이 미일 가이드라인은 정식 국제조약도 아니었기에 서명이나 의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 적용되었다. 평화헌법을 우회한 시도가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의 참상을 겪은 일본 민중들의 평화를 향한 지속적인 투쟁으로 여전히 평화헌법은 중요했다. 특히 1960~70년대 학생운동의 안보투쟁은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한다) 정책, 집단안보행동 참여 금지, 해외파병 금지, 비핵 3원칙(소유/제조/반입금지), 무기수출 금지 3원칙(무기수출 금지/외국과의 무기 공동개발·기술제공 금지/무기제조 외국회사에 대한 투자 금지)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와 새로운 적
일본정부는 냉전 종식 이후, 소련이 붕괴된 시점에서 평화헌법의 원칙들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걸프전 발발 당시 일본정부는 국제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한다는 명분으로 ‘해외파병금지’ 원칙을 깨뜨려버린다. 일본정부로서는 군대의 파병을 가로막았던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의회보고 형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안보전략’을 발표한다. 당시 국무부 차관이자 전략의 창안자인 조셉 나이(Joseph Nye)는 목표로 삼고 있는 주요한 적은 “불확실성”이지만, 분명한 가상적(敵)으로 “북한”이 있다고 거론한다. 미일동맹 유지와 자위대 역할 확대를 위해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1996년 클린턴 대통령과 하시모토 총리는 ‘미일안전보장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이는 1997년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진다. 개정된 미일 가이드라인은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 평상시 ▲ 일본이 공격받을 경우(유사시) ▲ 주변사태로 나눠진다.
주요쟁점은 ‘주변사태’ 발생 시 미국과 일본이 합동작전을 펼치고 일본에서 병참을 동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변사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었다. 다만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그 개념은 지리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적인 것이라고 언급한다. 지리적으로 본다면 주변지역은 북한과 대만해협이지만, 사태라는 상황적인 것은 모호한 규정일 수밖에 없다. 이를 빌미로 주변사태 발생 시 일본은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과 필요한 자원/인력/시설 등의 공급·수송을 약속하며 전쟁 참여 범위를 넓히게 된다.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환영하는 이유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기조 하에 세계 각지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작전 수행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 경우에 타지역 전쟁 수행 시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데, 따라서 미국에게는 동맹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가령 주한·주일 미군이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면, 한국군과 일본군이 협력하여 동아시아 안보를 책임지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 하에서 볼 때 일본의 재무장은 미국에게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집단자위권 추진을 환영하는 미국정부의 의도도 여기에 있다.
특히 2011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아시아의 성장과 활력을 이용하는 것은 미국에게 경제적·전략적 이익이 되는 중심이고,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중요한 우선적인 것이다. 전략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화 과정에서 결정적인 것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으로 선회를 위한 든든한 동맹국으로 한·일 양국이 언급된다.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선회 기조와 중국의 부상을 의식한 동아시아 재균형 정책 추진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꾸준하게 요구해 왔다.
2015년, 미일 가이드라인 재개정이 지닌 함의
[표] 새로운 미일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이러한 흐름 하에서 아베 총리 역시 미국의 지지 아래 역내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집단자위권’을 통한 보통국가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 재개정을 통해 일본의 재무장은 현실화되었다. 주요하게 일본 자위대는 한반도를 핵심대상지역으로 군사작전이 가능해졌고, 평시에도 미군 함대/무기 방호를 구실로 한미일 공동 군사훈련을 자유롭게 벌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변사태에 대한 모호한 지리적·상황적 의미 논란은 자위대 출동지역을 전 세계로 확대하여 무마시켰다. 이는 명백하게 전수방위 정책의 폐기를 의미한다. 한편 일본 외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 대응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승인하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을 완성하는 것이다. 한국정부에 지속적으로 고고도미사일(THAAD) 배치를 요청하듯,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 방위를 위해 한·일정부의 MD체계 편입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부는 논평에서 ▲ 일본의 헌법과 전수방위 원칙 견지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있어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명확히 한 것을 주목한다고 발표했다. ‘주권’에 대해서만 염려했을 뿐 한반도를 포함한 일본의 전 세계 군사작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지난해 한미일 정보공유MOU 체결에서 드러났듯,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수언론은 올여름에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시점이 한미동맹 강화의 기회라고 주장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일 가이드라인을 앞세워 안보 법안 개정을 처리하고자 할 것이다. 이미 지난해 7월 1일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해석개헌을 통해 집단 자위권 추진을 결정했다. 헌법 9조 개정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여의치 않자 각료회의 결정이란 방식으로 우회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을 미국이 지지하면서 일본의 세계 각 지역 군사작전 참여의 길은 더욱더 열릴 수 있다.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본정부는 그동안 평화헌법이 지녀온 안전장치를 모조리 해체하고, 명실상부한 보통국가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요동치는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방향
동아시아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미·일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중국은 “우리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당연히 지속적인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미국과의 견고한 동맹유지를 위해 한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THAAD)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변화한 일본 자위대의 역할에 부합한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도 속도를 높일 것이다. 한일 양국 시민들의 삶은 국회(의회) 비준조차 필요 없는 지침·양해각서(MOU) 등으로 전쟁 위협에 빠져들고, 동아시아의 평화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평화를 향한 운동은 지속되어야 한다.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집단 자위권 관련법(자위대법, 무력공격사태법, 국민보호법, 주변사태법, 유엔 평화유지활동협력법 등)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의 시민들과 연대가 절실하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고고도미사일 도입을 저지하고,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가 초래할 전쟁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이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의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여 싸워나가야 할 차례이다.